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87)
〈 287화 〉 287 변수
* * *
1.
대규모 시청자 참여 이벤트.
수십명을 웃도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컨텐츠는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묵언검객 토벌전에도 그런 잡음은 있었다.
“묵언검객은 리얼모드로만 게임한다면서?”
“의상파괴 마렵네.”
“만지고 튀기 각이냐?”
“아머드 타있는데 뭘 어떻게 만지려고?”
“아 시발. 아머드 좀 누가 부숴봐!”
건전한 원한이 아닌 추잡한 욕망을 목적으로 하는 불순한 무리들.
“너희 방랑상인단이지? 어때. 우리랑 같이 힘을 합치는 건? 너희가 아머드만 부숴주면 우리가 슬라임독으로 의상 다 파괴할게.”
“뭐?! 분탕이다! 여기 이놈들이 묵언검객의 옷을 파괴하겠다고 개소리를 했어!”
그들의 예상과 달리, 묵언검객 토벌전에 참여한 본방 시청자들은 그녀에게 수치를 주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인면지주단도, 방랑상인단도, 두땃쥐단도, 부기걸단도 본질은 자신들이 미는 마스코트 NPC와 묵언검객의 케미가 늘기를 바랄 뿐.
약 하나 이미 케미가 불가능해진 팬클럽도 있지만 그 또한 애증의 관계이지, 추잡한 욕망을 내세워도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다 죽여!”
“그렇게 옷이 벗고 싶으면 니 옷부터 벗겨주마!”
“아, 아니! 미친놈들아. 난 남캐야!”
“오히려 좋아.”
“?!”
전장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분탕소탕.
취지는 좋았지만 이해찬은 곤란함을 느꼈다.
어그로가 끌리며 화력이 분산되니, 포위망이 생각보다 두텁지 못했다.
“전하. 엄길동의오른팔이 패퇴했다고 합니다.”
“이 이상 포위를 굳히기는 어렵겠군. 공격을 개시하라.”
방랑상인단과 두땃쥐단, 부기걸단이 조성한 포위망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이백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미사일 하나씩만 쏴도 이백 발이 쏟아진다.
구름더미를 불러일으켜 몸을 숨기는 묵언검객의 뒤로 미사일들이 뒤쫓아 폭발했다.
쿠구궁
폭우와 먹구름이 일시적으로 개일 정도로 엄청난 위력의 폭발.
귀신같이 폭발범위를 벗어난 묵언검객이지만 그녀의 기체는 상당한 피해를 입어 기체 표면 위로 스파크가 연신 일어났다.
아무리 뛰어난 피지컬과 기동력으로도 화력은 당해낼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후우… 비겁하다고 욕하지 마라. 같은 악질이라면 변명은 추하다는 거, 알고 있잖아.”
승리선언ㅋㅋㅋ
추하다 해찬아
1 대 1이 자신 없다고 1200 대 1을 박아버리는 무친놈
존나 많이도 불렀네ㅅㅂㅋㅋ
앞으로 이해찬은 천이백해찬이다
NPC 다 합치면 이천 넘을 듯
이천해찬ㄷㄷㄷ
겉멋에 취한 척 멘트를 친 이해찬이지만 저 멀리서 포위망을 거의 돌파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내심 깜짝 놀랐다.
진짜 작정하고 떼거지로 시청자들을 모았기에 망정이지 수십 기가 우르르 도망 다니는 광경은 검투사키우기를 하면서도 처음 보았다.
‘그래도 혼자서는 결국 여기까지가 한계구나. 잘 가라, 묵언검객.’
이걸로 원한은 갚았다.
모두가 묵언검객의 최후를 확신하는 그때.
[SIGNAL LOST] [SIGNAL LOST] [SIGNAL LOST]갑작스레 포위망의 한축에서 아머드들의 신호가 집단으로 끊어졌다.
“저쪽 공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현장지휘관 누군지 빨리 알아내!”
“입니다!”
“뭐? 잠깐, 그 닉네임은…”
몰라볼 리가 없다.
묵언검객의 브이튜브 편집본에 업로드 된 우주전쟁 편의 주역.
조회수 삼백만의 메가히트를 이끌어낸 두땃쥐단의 에이스파일럿이자 네임드시청자.
일명 애플녀.
혹은 메스가키녀.
“함정이다! 그 여자의 부대가 간단히 전멸당할 리가 없어. 병력을 보내선 안 돼!”
“이미 늦었습니다! 근방의 다른 지휘관들이 신호소실을 발견하고 공백을 메우고자 자의적으로 해당공역으로 접근을……”
이해찬은 가슴의 술렁거림을 느꼈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의 전력 차에서 배신을 저지른다면 죽음은 확정이나 다름없는데. 그런데도 묵언검객을 도울 작정인 거냐?”
말도 안 된다.
다른 방송, 다른 시청자들이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된 망상이었다.
그런데도 저지를 수 있는 극소수의 괴짜.
엄청난 용기와 실행력을 지닌 자.
메스가키녀는 그럴만한 인물이었다.
“전선으로부터의 급보! 메스가키부대의 배신이 확인되었습니다!”
“포위망 복구에 나섰던 지원부대가 연이어 격파당하는 중!”
이해찬이 이를 악물었다.
불길한 예감이 끝내 현실이 되었다.
2.
수백의 적들로도 부족해서 시시각각 증원이 더해지는 적들의 포위망.
해응응은 기시감을 느꼈다.
지독한 폭우도, 손발이 무거워지는 느낌도, 서늘한 검의 감각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단순한 기시감이 아닌 실제로 겪은 감각들.
무림공적이 되어 무림맹의 천라지망에 갇혔던 시절에 새겨진 감각이다.
‘이런 포위를 두 번이나 뚫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요.’
운명의 장난인가. 쌓아온 업보가 깊은 탓인가.
이제야 제 것처럼 다루 수 있게 된 금속의 육신이건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집단폭격에 휩쓸렸습니다.] [배리어의 잔량이 4.24% 감소합니다.(9.22%)] [배리어가 파괴되기 직전입니다.] [시급히 전선을 이탈해 거점에서 에너지를 보급하십시오.] [기체의 손상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37.75%)] [동력부가 손상을 입기 전에 최대한 신속하게 전장에서 이탈하십시오.]피할 수 없는 화망에 점점 줄어드는 에너지와 높아지는 손상도.
‘이 기체도 여기까지인가요.’
아무리 애지중지 아끼고 싶어도 검은 쓰다보면 날이 나가기 마련.
기체 역시 손상은 피할 수 없다.
병기로 태어난 이상, 손상되어 망가지는 최후는 피할 수 없다.
‘아쉽네요. 이번 장난감은 끝까지 소중히 아끼고 싶었는데.’
기체를 버릴 각오로 마지막 돌격을 하려는데 전선 한 편에서 이상이 벌어졌다.
콰콰쾅!
“아아악!”
“기습이다!”
“배후에서 습격이……?!”
갑자기 근방에 있는 다른 기체들을 공격하더니 실시간으로 레이더맵에서 사라지는 포위망의 한축을 이루던 수십 기의 기체신호.
동시에 그녀의 기체 조종석으로 새로운 신호가 우르르 쏟아졌다.
[아머드 부대가 통신채널 및 식별신호를 공유합니다.] [지휘관급 기체가 내부교신을 시도합니다.] [교신을 수락하시겠습니까?]자진해서 적들을 죽인 부대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적진에서 벌어진 배신행위.
득이 되면 득이 됐지 독이 될 일은 아니었다.
[교신을 수락합니다.]화면 너머로 나타난 상대는 앳된 얼굴과 어른스러운 고혹한 기색이 공존하는 기묘한 인상의 여성 파일럿.
그녀의 눈이 가느다란 눈웃음을 짓더니 한손으로 킥킥 소리를 내며 입가를 가렸다.
“겨우 이 정도 잡졸들에게 애먹는 거야~? 허접♡ 조작 미숙해♡ 동물원에서 인형탈 쓴 마조부타들이랑 놀러나 다니니까 그렇지. 킥킥.”
…무언가 굉장히 열 받는 말투와 표정이었다.
[일기토 신청인가요?]“하아~? 모처럼 도와주러 왔는데 싸울 생각밖에 못하는 거야? 좀 더 고마워하라고, 바보♡”
시그니처 말투인 킹받는 메스가키 말투를 구사하는 애플녀.
삼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우주전쟁 브이튜브 편집본 영상도 있는 마당에 자신의 말투를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묵언검객은 그녀 이상으로 심각한 악질이었다.
슥
자연스레 올라오는 손.
악수라도 하려는 걸까?
아무 생각 없이 올라오는 손을 바라보던 애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지금 날 때리려고……’
딱콩.
“아얏! 왜…… 왜 때리는 거야!”
자업자득이라며 코웃음 치는 해응응.
이에 기체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놀람을 표하던 애플녀는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두 눈으로 빤히 봐놓고도 공격을 허용했다.
아무리 방심했다고 해도 그런 변명이 통할 정도로 전장은 만만하지 않다.
주먹이 아닌 검이었다면.
반응도 못하고 일격에 죽을 수도 있었다.
‘이거였나? 묵언검객이 포위망 속에서 역으로 다 부수며 날뛰던 비결이.’
기체경량화와 플레이어 개인의 피지컬.
그것만이 비결이 아니었다.
어느 게임이든 메카닉 파일럿이라면 상식처럼 여기는 감각동화.
대부분은 그 감각동화 때문에 고통이 두려워서 기체를 제 몸처럼 아끼고 사리며 기체성능의 100%를 끌어내지 못한다.
숙련된 파일럿이 조작난이도가 낮은 보급형 메카닉에 탑승해도 기껏해야 80%, 에이스 파일럿은 되어야 90%는 끌어낸다.
통상의 에이스파일럿보다 강한 애플녀 본인은 되어야 겨우 100%에 가까운 수준이 된다.
그런 자신을 묵언검객은 기체에 먹이는 꿀밤 한 번으로 뛰어넘었다.
‘기체가 발휘할 수 없는 움직임을 억지로 끌어냈어. 고통을 무시하고 110%의 스펙을 발휘해서 반응하지 못한 거야.’
에이스 오브 에이스.
두땃쥐단 최고의 파일럿인 그녀가 일격을 허용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으니.
지금까지 저런 움직임을 보여왔다면 포위 속에서 날뛴 것도 이해가 갔다.
‘정말 최고야…… 역시 묵언검객을 도우러 오길 잘했어♡’
한 대 맞고 당황하기도 잠시.
꿀이 뚝뚝 흐르는 시선에 해응응은 생각했다.
‘미친년은 아니겠죠?’
적어도 그녀가 할 생각은 아니었다.
3.
전기내성100%의 유니크 기체를 이용해 궁지에 몰아넣은 구름용 아지사하브.
다수의 기체를 동원해 포위망을 굳혀서 몰아붙인 묵언검객.
동시에 둘을 해치울 수 있었던 기회는 묵언검객의 포위가 뚫린 시점에서 사라졌다.
“둘 다 해치우는 건 욕심이군.”
전황은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
어중간한 수로는 양쪽 모두 놓치게 된다.
이해찬은 결심했다.
하나는 버리되, 다른 하나는 확실하게 죽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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