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89)
〈 289화 〉 289 허접 스트리머♡
* * *
1.
존버충의 원한은 깊었다.
“무조건 잡아!”
“기체에 매달려서라도 기동력을 떨어뜨려!”
단순히 기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묵언검객의 방해가 되겠다는 집념!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넘어서는 원한으로 기체에 매달리는 이들로 인해 기동력이 줄었다.
“됐다! 추적에 성공했어!”
장비경량화로 빠르게 쫓아온 스트리머 선발대.
“시청자는 너보다 적지만! 구독자도 너보다 적지만! 피지컬도 히든루트공략도 뒤처지지만! 솔직히 묵언검객보다 잘난 것 하나 없지만!”
“우리보다 잘나가는 신입을 끌어내릴 수 있는 기회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
시기와 질투로 똘똘 뭉친 그들의 전투력은 일반 시청자들을 훨씬 웃돌았다.
파각!
콰각!
사방에서 몰아치는 빔소드에 끝내 배리어가 완전히 파괴된 묵언검객의 기체!
“그런데 기체 부수면 묵언검객이 약해지나?”
“맨몸일 때 더 강하지 않았어?”
“…….”
갑자기 돌아온 자기보신본능!
아무리 이해찬이 비용을 대준다고 해도 죽는 건 아프고 무섭다.
상황 상 결정타를 넣은 사람이 묵언검객의 표적이 되어 파괴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눈치를 보며 막타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사이, 묵언검객의 기체가 빠르게 스트리머 셋의 조종석을 찔러 사망시켰다.
“각 잴 때가 아니야!”
“으아악, 이러다 우리 다 죽겠어!”
뒤늦게 자신들의 상대가 묵언검객임을 깨닫고 일단 조지고 보기로 타협한 스트리머들.
처음부터 그렇게 싸웠다면 승산은 있었지만, 헬세살과 이복아카 존버 시청자들이 벌어준 시간을 헛되이 날린 대가는 컸다.
“선발대가 먼저 죽였으면 어쩌지?”
“어쩌긴. 공치는 거지.”
“아씨. 나도 장비 다 버릴 걸 그랬나.”
대체 불가능한 유니크 무기를 지닌 스트리머들이 소속된 스트리머 연합군 본대.
묵언검객의 파괴된 기체라도 찍어서 브이튜브에게 올려보겠다고 애써 의욕을 내며 날아온 그들의 옆으로 선발대 스트리머들이 추락했다.
“와. 저걸 다 잡았어?”
“듣기론 거의 다 잡았다는데.”
“배리어 없이 쌩 기동으로도 날뛰고 있대.”
확실히 묵언검객이 대단하기는 했다.
이만한 수를 극복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히다니.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로 끝이다.
먼저 죽어나간 스트리머 선발대보다 본대는 무장상태도 화력도 심지어는 숫자나 스트리머 개개인의 실력도 훨씬 더 높다.
버리기 아까울 정도의 유니크 부품을 획득한 이들이 과감히 모든 장비를 버린 이들보다 더 실력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
“이거 랭커모임 아니냐?”
“그러네.”
“유니크 장비 오너만 모여서 그런지 다들 랭킹결정전에서 보던 얼굴이네.”
그들만의 리그에서 흔히 보고는 하는 검투사키우기 랭커들이 가득 모인 본대.
그들의 예상대로 묵언검객의 기체는 본대와의 교전이 벌어지고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합공 끝에 파괴되었다.
“묵언검객을 찾아!”
“기체에서 탈출했을지도 몰라!”
“생명반응 감지 놓치지 마.”
“구름도 조심해. 갑자기 구름이 생기면 묵언검객이 그리로 간 걸지도 몰라.”
“…안 보이는데?”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는 랭커급 스트리머들.
그들 사이에서 막타를 넣었던 스트리머 가 넋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씨. 소름 돋네.”
“죄수씨. 막타 쳤는데 왜 그리 힘이 없어?”
“이거 묵언검객 아니야.”
죄수번호 502의 말에 주변 모든 스트리머들의 소통과 경계를 멈췄다.
갑작스레 찾아온 싸늘한 정적!
믿기 힘든 현실에 스트리머 한 명이 애써 웃는 얼굴로 부정해보았다.
“아니지? 기분 탓 맞지? 저 실력에 묵언검객이 아닐 리가 없잖아. 저 기체가 방금 전까지 스트리머 몇 명을 죽였는데.”
한 사람이 던진 말에 스트리머들이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더했다.
“기체도 확실히 기억해. 묵언검객이 노획했던 그 기체 맞잖아.”
“우리 시청자들도 묵언검객 기체 맞다는데?”
“아씨. 당신 우리 놀래키려고 장난 치는 거지?”
“와하하. 죄수씨 개그센스 보통이 아니네. 진짜인줄 알고 쫄렸잖아.”
죄수번호 502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킬로그도 떴어. 확실해.”
“묵언검객이 아니면 누군데!”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
“뭐? 그 배신자?”
“메스가키녀 맞지? 묵언검객 우주전쟁 편집본에 나왔던 에이스 오브 에이스파일럿.”
격추 수 100기를 넘는 진정한 실력자에게만 부여되는 에이스 오브 에이스 타이틀.
그런 타이틀을 지닌 실력자는 스트리머들의 방송에서도 흔치 않았다.
애플녀는 사실상 어지간한 피지컬 스트리머보다도 더욱 강한 실력자. 묵언검객으로 오인받을 정도의 실력을 보인 것도 납득이 된다.
“그럼 진짜 묵언검객은 어디에 있는데?”
“그보다 언제 바꿔치기 당한 거야?!”
“잠깐. 묵언검객을 놓쳤던 건 제 3 저지선 앞에서 구름을 타고 샛길로 올라왔을 때였어.”
“구름 속에서?”
“그럼 진짜 묵언검객은…….”
뒤늦게 전장지도를 펼치며 제 3 저지선 근황을 돌아보는 스트리머들.
“애플부대가 저지선이 있던 자리를 통과해서 최전선에 도달했어!”
“묵언검객도 저기에 있는 거 아니야?”
“미쳤다 진짜. 이걸 속았네.”
피지컬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인재복도 뛰어나고 뇌지컬도 엄청난 묵언검객!
막타를 넣은 죄수번호 502를 비롯한 스트리머 연합군 본대 구성원들은 압도적인 실력차이에 진심으로 패배감을 느꼈다.
2.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게임이 강제종료 됩니다.]죽었다.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도 수도 없이 겪었던 사망페널티 안내문이 캡슐 위로 떠올랐다.
[게임접속을 위해서는 의사에게 후유증 검사를 받은 뒤, 검진코드를 입력하십시오.] [검진코드를 입력하지 않을 시, 가상현실세계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접속을 한 이후에도 의사가 정한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후유증이 악화될 수 있는 가상현실게임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하아. 죽어버렸네.”
손발에 주렁주렁 달린 디바이스를 해제하고 땀에 축 젖은 몸을 시트에서 일으킨다.
[자동세척모드 ON] [세척을 진행하는 10분 간 캡슐을 강제로 열지 마십시오. 기기고장의 원인이 됩니다.]땀에 젖은 옷을 훌훌 벗어서 빨래바구니에 집어넣고 샤워부스로 들어온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의 물 아래에 몸을 맡기며 가라앉히는 사망후유증의 고통.
마지막까지 묵언검객을 연기하느라 동화율을 낮출 수 없어 고통이 제법 크다.
“푸풉~ 몇 명이 속은 거야? 바보 같은 스트리머들♡ 머리 나쁘지 않아? 킥킥.”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에픽판타지에서 타국의 척살대에게 걸려서 몇 번이고 강제로 죽었을 때와는 다르다.
타의로 죽음을 맞이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그녀가 스스로 원한 죽음이었다.
애플여왕을 지키고자 죽었던 수많은 시청자들처럼, 이번에는 묵언검객을 지키고자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야 시청자들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기뻤다.
자신의 죽음이 그녀의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불안했다.
그녀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샤워부스를 나와 침대에 죽은 듯이 엎어진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
살랑
힘없이 뻗은 다리가 고양이 꼬리처럼 흔들흔들 위아래로 움직이며 기운이 생겨났다.
“좋아, 충전 완료♡”
오랜만에 원격키보드를 잡고 컴퓨터를 켰다.
캡슐이 아니라도 방송은 시청해야 하지 않겠나.
브이튜브 사이트.
그녀가 구독한 몇 안 되는 스트리머들의 목록이 좌측 상단에 떠올랐다.
[블랙 오프라인, 마지막 방송일 2년 전] [죄수번호502 온라인, 28900명] [스피드마스터 온라인, 37060명] [이해찬 온라인, 59520명] [묵언검객 온라인, 92999명]대규모 시청자 참여 컨텐츠를 가져온 이해찬보다도 더욱 높은 묵언검객의 시청자수.
모두가 알고 있다.
이해찬 따위보다 묵언검객이 훨씬 더 대단하다는 사실을.
[이해찬 님의 방송에 입장합니다.]묵언검객이 아닌 이해찬 방송을 켰다.
물론 이해찬이 더 좋아서는 아니다.
푸풉~ 가짜한테 속는 오합지졸♡ 돈 쓴 보람도 없이 우왕좌왕 끌려 다니는 애물단지들♡ 그렇게 내가 좋았어~?
“아아악! 저년 쳐내!”
ㅋㅋㅋㅋㅋ
본인등판
티배깅은 못 참는다고요
허접 스트리머들ㅋㅋㅋ
저 저 요망한 년이!
내 포인트 돌려내!
죽어도 킹받는 메스가키녀 실화냐?
맛깔나게 던진 장작에 채팅창이 활활 타오른다.
이해찬의 속마음도 그렇겠지?
목적은 달성했으니 용건은 끝났다.
[이해찬 님의 방송에서 퇴장합니다.] [묵언검객 님의 방송에 입장합니다.]그녀는 만족스레 묵언검객의 방송을 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