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9)
〈 29화 〉 29 계산하지 못한 것
* * *
1.
[Story mode]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온 요괴선인.
그의 앞에 칼을 든 묵언검객과
만신창이가 된 인면지주.
처음과 같은 구도이지만
달라진 상황 속에서
선인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너희가, 너희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느냐!!]인면지주는 차갑게 대꾸했다.
[그런 거, 알고 싶지도 않아.] [알고 싶은 건 딱 하나] [그 목을 벨 때, 네가 지을 표정뿐이야.]조금의 동정심도
자비도 담기지 않은
냉혹한 시선.
복수가 끝나기 전까지
흥분하지 않으려는 인면지주와
20년의 계획이 무너지며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요괴선인.
감정을 제어하는 태도는
인면지주가 훨씬 나았지만
한 순간의 부족함이
20년의 치밀함을 없던 것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눈앞의 적을 두고도 대요괴를 내다보았던 망설임이 스스로의 목을 옭아매었구나.] [인정하마. 어린 반요야. 네 집념을, 너의 인간친구를 얕보았다는 사실을.]십년대계를 넘어선
이십년대계를 펼칠 정도로 지독한 인내심을 지닌
요괴선인이 방심을 거두겠노라 선언하자
주변 일대의 공기가 변화했다.
요력이, 사역된 자연지기가
눈에 보일 정도의 연보라색으로
요괴선인의 전신 위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막대한 요력이 발산되며
허공에 소환진을 생성하더니
그로부터 두 구의 거대한 거미인간이 나타났다.
[어, 엄마? 아빠? 거짓말. 이럴 리가 없어!]반요 인면지주.
사라진 그녀의 부모들이
20년 만에 돌아왔다.
그녀보다 더욱 크고 거대한
성체 인면지주가 된 채로.
[이 숲의 이용가치는 다했다. 대수림의 북단을 지킬 파수꾼을 불렀으니 호우에 사용하였던 요력 또한 회수해야겠지.]다음으로 요괴선인의 부적이 빛을 발하자
대수림 도처에서 내리던 호우가 일제히 그쳤다.
[마지막으로 회수한 요력을 사용해 금제를 걸어 힘을 증폭시키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나가는 생명체는 단 하나.] [최후의 생존자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결계를 빠져나가지 못하며, 10분 내로 결판을 내지 못할 시, 영원히 결계 속에 봉인된다.] [나 자신도 예외는 없다.]자신의 목숨과 자유까지 담보로 거는
막대한 금제.
짊어진 대가가 막대한 만큼 요괴선인에게 되돌아가는 힘의 크기가 급증했다.
와 미친
3페이즈 실화냐?
원래 보스들은 3페이즈가 제일 쎔
거다이맥스 형태보다 인간형이 더 센 게 말이 돼?
쟤네는 요괴 하나가 작정해야 숲 하나 십창내는 정도인데 우리는 인간들 전체가 화석연료 쓰면서 지구 전역을 조지잖아
앗
지구야 미안해
아니 미친놈들아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ㅋㅋ 금제 쓰는 요괴는 원래 최종보스 전에 나온 건데 이게 3필드부터 나왔잖아
어 진짜네
3필드부터 최종보스전 수준의 전투를 하는 묵언검객 ㄷㄷㄷ
단 한 번도 죽지 않은 난이도.
그로부터 완벽 그 이상의 필드클리어를 통해
두 번이나 더욱 난이도가 오른 지금.
[엄마아빠, 비켜줘. 조금만 더 힘내면 선인을 죽일 수 있단 말이야!] [허락할 성 싶더냐. 네가 날 공격할 때마다 네 부모들은 제 손으로 다리를 하나씩 뽑을 거다. 바로 지금처럼!] [안돼애애애!]푸확!
제 손으로 각자 자신의 거미다리를 하나씩 뽑아든 인면지주의 부모들.
패닉에 빠진 인면지주는 전투의지를 상실했다.
2 대 1의 전투는.
삽시간에 1 대 3으로 뒤집어졌으니.
[자, 이제 최후의 승자를 가려보자.]히든보스 토벌전
그 최종페이즈가 시작되었다.
2.
[Player mode]칼조차 박히지 않는 단단한 인면지주.
한 마리만 있어도 충분히 재앙이라 불릴 반요가.
무려 둘이나 더 나타났다.
그것도 앞서 나타난 인면지주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성체 인면지주의 형태로.
두다다다다
쾅쾅쾅
일곱 개의 다리로 단숨에 질주하여
쇠기둥처럼 단단한 다리를 내리꽂는 반요들.
두 반요의 합동공격이 그치기가 무섭게
화아악!
심상치 않은 요력을 담은 부적들이
묵언검객을 향해 날아들었다.
재빨리 자세를 회복하며 성체 인면지주 사이로 피하자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서 부적이 터지며
지면이 단숨에 늪처럼 녹아내렸다.
“!!”
마지막 페이즈.
이 전투는 철저한 [공간뺏기] 양상으로 돌입했다.
큰 덩치와 단단한 다리로 압박하는 두 반요.
이를 피해 코너에 몰리면 지형지물을 없애는 부적이 날아든다.
부적을 피해 반요 사이에 들어가면
다시금 시작되는 쇠기둥처럼 단단한 다리공격.
가불기 아님?
스센세 이거 가망 있나요
쥰내 무적콤보 같은데요
언뜻 보기에는 빈틈이 없는
완벽한 연환공격.
스피드마스터의 눈에는 보였다.
완벽을 가장한 공세의
치명적인 빈틈을.
“설 자리를 없애는 공격은 인간보다는 반요들한테 더 위협적이야. 버티다보면 반요들이 먼저 가라앉는 순간이 찾아올 걸?”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연환공격도
언젠가는 끝을 맞이한다.
바로 그때가 요괴선인 최종페이즈 공략의 적기.
반요는 봉쇄되고
인간만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
그 타이밍에 요괴선인을 무찌를 수 있다면
묵언검객의 승리다.
“문제는 거기까지 버틸 수 있는가, 인데.”
연달아 내리꽂히는 다리.
한 치 앞을 내다보기에도 급급할 상황인데도.
묵언검객의 시야는 위에서 그녀를 내리찍는
두 반요의 관절부위로 향했다.
“무서운 여자. 이걸 모션을 다 읽고 있었네.”
단순히 속도 하나에만 의지하지 않고
상대의 모션을 인식해서
한 발 빠르게 반응한다.
반요 둘이 합쳐서 도합 14개의 다리를
리듬게임마냥 폭발적으로 쏟아 붓고 있는데
단 한 번의 미스도 없이
모든 공세를 피하고 있다.
체력.
집중력.
동체시력.
기민함.
유연성.
신묘한 발재간에 이르기까지.
쾅─ 쾅─ 쾅─
남들에게는 그저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이
의식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린
스피드마스터의 의식 속에서는 한층 천천히
보다 면밀하게
슬로우모션을 보는 것처럼 길게 펼쳐졌다.
‘역시. 마냥 피하고 있는 게 아니었어.’
중계방송에서 말해봤자 시청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찰나지간.
관절의 가동범위와 움직이는 순서를 외워
입체적인 공격예상도를 그려
활로를 주파한다.
그런 선예측후회피 방식으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동시습격이나
경로차단이 이루어질 때.
그녀는 다리를 가격한 반탄력을 이용해서
성체 인면지주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중에서 이동경로를 새로이 만들어내었다.
쿵쿵쿵쿵!
풀려버린 집중.
다시금 빨라지는 공격 속에서
묵언검객은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깊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자원대결이다.’
요괴선인이 반요들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형지물을 줄이는 것과
묵언검객의 집중력이 줄어드는 것
둘 중 먼저 한계가 찾아오는 쪽이 궁지에 몰리리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왔다.’
회피와 맹공의 연속.
먼저 한계를 맞이한 쪽은
놀랍게도 성체 반요들이었다.
묵언검객 리듬게임 존나 잘할 것 같지 않냐?
패턴 놓쳤다고 쥐포로 만드는 리듬게임이 세상에 어딨어요 야발
8키 15레벨 패턴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니 만들지 말라고ㅋㅋㅋ
이걸 근성으로 다 피하는 게 레전드
녹아내린 지면.
늪지대가 되어버린 지면에
거구의 몸과 다리가 잠겨버린 성체 인면지주들.
집요한 공세로 몰아붙이던 상대가
모두 봉인된 지금
마침내 묵언검객에게 역습의 기회가 찾아왔다.
‘더 이상의 지연전은 제게 불리해요.’
성체 인면지주뿐만 아니라
묵언검객 본인마저 내딛을 땅이 없어진다면
끝까지 자신이 발을 디딘 영역만큼은 지켜내는 요괴선인이
결계 안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요괴선인이 가장 약해지고
묵언검객이 가장 강해지는
바로 이 일순간
여기에 묵언검객은 모든 힘을 걸었다.
해남파의 이류심법
아홉 개의 혈도를 순환하며 가속하는
폭발적인 출력.
꽈아앙!
지이이이잉─
그 필살의 일격이
땅에 잠긴 성체 인면지주 하나를 디딤대로 삼아
요괴선인의 앞으로 날아든 인면지주에게
완벽하게 봉쇄당했다.
쿠당탕탕!
부그르르
거칠게 튕겨나가며
늪지대 아래로 가라앉는 성체 인면지주.
칼조차 박히지 않는 몸에 새겨진
용처럼 휘어지고 구겨지는 검흔은 대단했지만
그만큼의 막대한 공세가 무위로 돌아간 지금
추락하는 묵언검객을
날아드는 요괴선인의 부적으로부터
지켜줄 수단은 아무것도 없다.
아
이걸 막아?
너무 아깝다 진짜
묵언검객이 죽으면
스피드마스터의 공략이 시작한다는 사실도 잊고
모두가 탄식을 금치 못하던 도중
“아직 안 끝났어.”
그녀의 죽음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스피드마스터만이
이 전장에 남은 마지막 변수를 간파했다.
“반요친구는 저쪽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부모님이 자신과 같은 반요가 되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에
자신이 나서면 부모님이 고통을 받는다는
악랄한 제약으로 발이 묶였던
요괴선인의 계산속에서는 일찍이 배제된
성장기의 인면지주.
[부모님은 이미 끝났어. 선인의 뜻대로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아.] [네놈! 정녕 부모의 죽음을 겪어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그런 소리를 할 거라면 부모님을 저 지경으로 만들지는 말았어야지.]아빠의 몸을 짓밟고 뛰어오른 엄마.
디딤대로 쓰였던 아빠는 진즉에 가라앉고
묵언검객의 공격을 받아낸 엄마도 엄청난 기세로 늪지대에 박혀 가라앉았다.
요괴선인의 기습적인 방패전술은
묵언검객을 상대로는 완벽하게 적중했지만
그 대신
전장에서 배제되었던
어린 인면지주의 족쇄를 푸는 결과를 초래했다.
[날 딛고 공격해]“…!”
[내 몫까지 대신 복수해줘.]죽음을 각오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결연한 눈.
어린 반요의 뜻을 이해한 묵언검객이
그녀를 디딤대로 삼아 공중도약을 펼쳐냈다.
친구의 목숨을 희생하여
최후의 일격을 넣을 기회를 얻은 묵언검객.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완벽한 궁지에 몰린 요괴선인은
두 손 가득
수백 장의 부적을 모조리 펼쳐내며
진한 보라색의 광채를 모았다.
이미 쏘아진 화살이
더는 빨라질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을 조준하는 광채에 조준당한 묵언검객.
[착한 아이로 자라주었구나.] [뭣이?!]이번에야말로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최후의 승자가 되었노라 확신하였던 요괴선인.
그러나 그의 계산에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십 년을 정신지배를 당하고
반요의 몸에 갇혀 꼭두각시 인형처럼 부림당하던
쓸모를 다한 끝에 버려진 무가치한 쓰레기.
붕괴 직전의 그 신체에서 깨어난 미약한 의지가
파아앗
꽈악!
강철보다 단단한 강도의 실을 뿜어내어
그의 팔이 겨누는 각도를 비트는 일은
제 아무리 요괴선인이라도 예상할 수 없었다.
엄마아빠찬스가 이걸
부모님의 도움ㄷㄷ
역전 가즈ㅏㅏㅏㅏㅏㅏ
와 시발 감동
되나? 되나?
6600명 시청자들의 응원과 함께
역전이 지척까지 보이는 순간
[개 같은 소리하지 마라!!]부적 가득 담아낸 요력이
헛되이 지면을 강타하는 와중에도
굴하지 않고 남은 모든 요력을 두 눈에 담아
자주빛 광채를 담아내는 요괴선인.
와, 천마데스빔!!
아니 존나 근본없는 새끼 진짜ㅋㅋㅋ
미친놈아 그만해 제발!!
좀 뒤져!!
아니 진짜 지가 무슨 최종보스냐고ㅋㅋㅋ
부적의 요력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두 눈 가득 응집된 기운이 방출되기 직전
요괴선인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요력파괴광선이 고개가 흔들리며
묵언검객의 옆으로 공격이 빗나갔다.
[딸의 친구라면 우리에게도 소중한 사람.]그제야 요괴선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최후에 이르러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두 반요를 지배하던 요력까지 끌어낸 결과
3 대 1로 몰아넣었던 전장은
순식간에 뒤집히며 1 대 4가 되었다.
인면지주 일가
대수림 인간부족을 거느리던 족장가족의 저력은
2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경시할 수 없었다.
묵언검객의 눈에 보이는 강함에 사로잡혀
족장가족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강한 유대를 잊어버린 결과가
바로 지금의 패배였다.
선박의 선수로 상대선박을 들이받아 부숴버리듯
검 한 자루에 배 하나의 돌진력을 실어 내지르는
막강한 돌진기술.
손목과 발목을 인면지주 부부의 실에 붙들린
모든 공격을 헛되이 소모한 요괴선인에게
피하지도
흘리지도
막아내지도 못한 채 받아내는 그 일격은
도저히 인간형의 몸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퍼어엉!
육편이 날리는 소리와 함께
몸통이 증발할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뚫린
히든보스 요괴선인.
[이 내가, 대요괴의 아성을 넘볼, 위대한 요괴가.] [고작, 반요일가와, 인간, 따위에…….]핏기가 빠져나간 창백한 얼굴로
현실을 부정하는 요괴선인.
서걱
그의 최후를 묵언검객의 검이 장식하였다.
목을 잃은 시체가 무릎 꿇은 채
늪지대에 가라앉았다.
제 3 필드, 녹아내리는 대수림.
그 기나긴 히든보스 토벌전의 최후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