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94)
〈 294화 〉 294 무서울 정도의 재능이군
* * *
1.
동부공업지대의 방어선은 지역경계라인, 외부검문라인, 내부초소라인, 도시방위라인의 네 개의 방어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묵언검객 토벌전에서 합이 맞지 않는 불특정다수가 포진한 방어선들이 연달아 뚫리는 사태를 경험한 플레이어들 나름의 고심이 담긴 방어태세였다.
1차 방어선 지역경계라인.
이곳은 NPC 군인보병들이 지킨다.
2차 방어선 외부검문라인.
이곳은 NPC 아머드기동순찰대가 지킨다.
3차 방어선 내부초소라인.
이곳은 플레이어 보병들이 지킨다.
4차 방어선 도시방위라인.
이곳은 플레이어 아머드오너들이 지킨다.
철저하게 아머드를 향한 선제공격을 배제하고 보병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에 적을 요격하겠다는 보병의 희생을 전제로 한 태세!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휘하 NPC들이 죽어나가는 이런 무모한 포진은 짤 수 없다.
“영주의 잘못된 지휘로 우리 마을의 장정들이 죽었어.”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농민궐기다!”
“죽창을 들어라!”
거의 100%의 확률로 일어나는 NPC들의 반란 때문이다.
그런데도 황금강이 이런 포집을 고집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문제는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이지. 군사작전 도중 사망한 NPC의 유가족에게는 사망보상금을 지불하고 3년간 노역을 면제하라.”
충분한 상업능력을 갖춘 플레이어는 NPC들의 반란도 무마할 수 있는 것이다!
“저쪽이다!”
“저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녀석, 딱 봐도 황금고블린같지 않아?”
“잡으면 돈이 막 쏟아지게 생겼는데?”
이미 도시 내부까지 침입을 허용한 지금은 그 많은 돈도 쓸모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런 곳까지 적들이 어슬렁거리다니, 제대로 허를 찔렸군 그래. 황금강.”
“뭘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거냐! 이럴 때 나서라고 비싼 고용비를 지불해가며 널 곁에 두고 있지 않았나!”
“이런. 고용주께서 여유가 사라졌군.”
풀줄기를 문 가스트로가 검집을 따앙하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퉁기는 순간, 달려들던 습격자 셋이 동시에 귀를 잡고 괴로워했다.
“어린 친구들. 손이 비어서야 쓰냐.”
“이런,”
“당했,”
황금강은 눈을 부릅떴다.
가스트로의 손끝이 흔들렸다 싶었을 때에는 이미 세 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로그아웃 된 뒤였다.
기습의 전조를 눈치 챈 관찰력, 기이한 재주와 쾌속의 검솜씨까지!
아머드를 지녀서 강한 아머드 오너는 많지만 본연의 실력으로도 강한 플레이어는 드물다.
가스트로는 그런 드문 강자 중 한 명이었다.
“아머드는 어디에 있지?”
“저쪽의 식량창고로 위장한 격납고에..”
투콰광!
황금강이 가리킨 격납고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가스트로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이웃한 건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투콰광!
폭발이 연이어 울려퍼지더니 옆건물을 덮쳤다.
가스트로의 시선이 한층 따가워졌다.
“..있지만 진짜는 지하로 내려가야 나오는 지하격납고에 있네!”
“저 불구덩이 속을 들어가자는 건가?”
“부자는 비밀통로를 여러 개 두기를 좋아하지. 따라오게. 외부에서 들어갈 수 있는 직행통로가 있으니.”
도시 내에서도 맛없는 음식점으로 악명 높은 가게에 들어가 수화기의 다이얼로 13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황금강.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벽면이 열리며 지하기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부자의 사치도 가끔은 쓸모가 있군.”
지하격납고에 세워진 전고 50m가 넘는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중대형아머드.
척 봐도 돈을 바르다시피 한 아머드를 본 가스트로의 감상에 황금강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건 내 전용기다. 탐내지 마라!”
“…….”
“네 것은 맞은편에 있는 유니크 기체다.”
진지하게 계약금을 돌려주고 여길 뜰지 고민하던 가스트로는 고민을 말끔히 지웠다.
유선형으로 반짝이는 순은색의 기체에는 무언가 비범한 기운이 느껴졌다.
“천년왕국 시절부터 모아왔던 온갖 유니크소재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특제품이다. 골렘 코퍼레이션 사에서 자체제작 한 유니크 기체이지.”
“기특한 짓을 했군. 지금은 구하려고 해도 돈으로는 구할 수 없는 유니크 소재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다니.”
“이거라면 놈들을 격퇴할 수 있겠나?”
가스트로가 풀줄기를 질겅 씹으며 쓴맛을 입안에 머금었다.
“적당히, 되는데 까지는 해보지.”
“너 이 자식, 그 기체가 얼마짜리인데 그런 무성의한 소리를…”
기체에 탑승하자마자 곧바로 사출구를 열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가스트로.
기겁한 황금강이 전용기체에 탑승해 뒤따라 올라오기 무섭게 묵언검객 측 아머드 한 대의 머리통이 그의 옆 벽면에 쾅 하고 처박혔다.
가스트로를 놓친지 불과 1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사방이 부서진 아머드의 잔해로 가득했다.
“미니맵 열어! 레이더 색적모드로!”
전용기체의 감지기능을 활성화한 황금강은 헉 소리를 내며 얼어붙었다.
도시 가득 포착되는 적색 적성기체의 물결!
살아서 나가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지 한 복판에서 무서운 속도로 적색 신호들이 쓸려나가고 있었다.
“이게 4위의 힘이라고?”
그럼 가스트로보다 더 강한 1위, 2위, 3위는 얼마나 대단하다는 건가.
압도적인 무위에 압도되기도 잠시.
황금강을 뒤따라 비밀기지에 도착한 그의 호위부대가 그의 전용기체보다 작은 황금색 기체들에 탑승한 채 지상에 연달아 올라왔다.
“가스트로를 쫓아라! 그가 쓰러지면 우리들은 모두 죽는다!”
반대로 가스트로만 따라간다면.
마지막까지 그만 지켜낼 수 있다면.
방어라인을 무시하고 잠입한 묵언검객 측 병력은 이 자리에서 모두 죽는다.
‘그렇군! 가스트로는 이미 알고 있었어. 우리가 이 습격에서 승리하는 조건을. 진격방향도 적들이 침입한 방면이 아닌 북문!’
그곳에는 이미 도시방위라인을 책임지던 랭킹 9위의 최상위랭커, 가 있다.
가스트로와 죄수번호502가 합심하여 다른 방어라인의 병력들과 합류해 역으로 포위망을 펼친다면, 도시에 갇힌 묵언검객 일행도 끝이다.
콰아앙!
저 멀리 영주관저 방면에서 불기둥이 솟구쳤다.
“황금강님. 적 기체들이 저희를 쫓고 있습니다.”
“겁먹지 말고 힘으로 몰아붙여라. 어설픈 놈들은 희귀소재로 만든 4세대급 아머드의 전력을 당해낼 수 없다.”
자본의 힘은 과연 대단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묵언검객 측 기체들이 연달아 폭발하며 고물덩어리가 됐다.
“가스트로! 어째서 길을 뚫다 말고 이런 곳에 서있는 건가!”
“늦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 놈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순순히 보내줄 리가 없으니.”
북문으로 향하는 대로변.
길 한복판을 점거한 한 무리의 기체들 사이로 킬로그가 100을 넘긴 기체가 하나, 50을 넘긴 기체가 또 하나 뒤에 섰다.
플레이어들의 활약상을 알기 쉽게 표기하기 위한 표식기능이 오늘만큼은 원망스러웠다.
“배, 백 킬이라니. 저딴 3세대 보급형 깡통 따위로 그런 짓이 가능하단 말인가?”
“현실부정이라도 하고 싶나?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저런 고물로 괴물 같은 킬로그를 기록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한 명밖에 없다는 건.”
“묵언검객…?”
가스트로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자신만의 루틴으로 집중력을 올렸다.
“묵언검객. 저 여자만 꺾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된다. 북문은 무조건 지켜라, 죄수번호 502.”
애플녀의 직속부대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오래는 못 버팁니다!
“황금강. 호위부대와 함께 나머지들을 몰아붙여라. 비싼 장난감이 갖고 싶어서 기체에 투자를 한 건 아니겠지?”
“아주 상전이 따로 없군. 호위부대, 우리는 50킬 짜리 거물과 부하들을 맡는다! 한 놈도 가스트로에게 접근하게 두지 마라!”
묵언검객이 시선을 주자 50킬이 넘는 표식의 주인, 엄길동의오른팔 또한 노예검투부대를 이끌고 마주 요격에 나섰다.
“묵언검객. 그 위명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지. 상대로 삼기에 부족함은 없겠어.”
“기억해둬라. 최상위랭커, 가스트로. 네 앞에 선 기체의 주인의 이름이다.”
따앙!
빔소드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귀청이 울리는 굉음을 만들어낸 가스트로.
그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치켜 올라갔다.
‘좋은 기체로군. 마나전도율이 아주 높아.’
검이나 총알과 달리, 소리는 막을 수 없다.
고막을 파고들어 반고리관을 뒤흔드는 강렬한 진동은 일순간 균형감각을 박탈하고 상대를 교전불가상태로 만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쾌속의 연격.
이 콤보는 막을 수 없다.
감각을 박탈하고 혼을 베는 절묘한 일격이 캉 소리와 함께 튕겨나왔다.
“!!”
놀란 눈의 가스트로.
그의 앞에서 해응응이 비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겁도 없군요. 감히 제 앞에서 음공을 다루다니.’
하오문에서 배운 음공은 삼류에 불과하지만 무학의 이치에 통달한 그녀에게, 경지란 언제든지 올릴 수 있는 허울에 지나지 않으니.
투우웅!
해응응의 손이 빔소드를 튕겼다.
높고 날카로운 가스트로의 음색과는 다른, 낮게 늘어지며 헤어 나올 수 없는 저음의 연속!
두뇌에 강제로 때려 박히는 음조의 변화에 가스트로의 두뇌가 이를 인식하고자 뇌의 인지능력의 상당부분을 할당했다.
[한 곡의 음공을 한 번의 튕김 속에 모두 담아내었습니다.(일연지)] [소리를 인지한 상대의 집중력이 강제적으로 저하됩니다.] [퉁소통비의 경지가 이류로 상승합니다.] [음공 사이에 불필요한 소리를 뒤섞어 듣는 이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탈혼조)] [일연지에 실린 늘어지는 음조 사이에 겹친 무가치한 음색변화가 상대의 집중력을 필요이상으로 소모하게 만듭니다.] [퉁소통비의 경지가 일류로 상승합니다.]단 한 수에 일류까지 끌어올린 음공에 집중력을 빼앗기고 뇌를 혹사당한 가스트로.
“!!”
카가강!
세찬 불똥과 함께 묵언검객의 빔소드가 막혔다.
그러나 가스트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파지직!
세 번의 공격은 막았지만, 네 번째의 변화는 인지조차도 하지 못했다.
어깨죽지에서 일어나는 스파크에 가스트로는 자신의 기술이 단 일격에 잡아먹혔음을, 그것도 자신보다 상위호환으로 구사되었음을 깨달았다.
“무서울 정도의 재능이군.”
묵언검객을 상대로 두 번째의 기회는 없다.
일격에 해치울 수 없다면, 자신이 쌓아온 모든 기술을 일순간에 빼앗길 각오를 해야 했다.
검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수치.
죽음보다도 더한 굴욕.
평상시의 그녀라면 이렇게까지 독한 수를 쓰지는 않겠지만.
[제 복수를 방해하겠다면 각오를 굳게 다져야 할 거예요.] [당신이 지닌 모든 기술을 빼앗길 각오를.]몸이 아닌 마음부터 도려내는 묵언검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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