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95)
〈 295화 〉 295 돌아온 몰살검객
* * *
1.
확실히 대단했다.
묵언검객의 강함은 비단 그 뛰어난 검술실력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미친 듯이 뛰어난 재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번뜩임.
이런류의 재능은 최상위 랭커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진짜였군.’
가짜 천재와 진짜 천재는 이럴 때 구분된다.
노력이나 운으로 만들어진 천재는 강함을 느껴도 자신과는 다른 형태로 쌓아올린 높은 탑이라고 생각된다.
외관은 달라도 똑같은 탑이라면 그가 어떤 길을 거쳐서 그 탑을 지었는지를 알 수 있다.
‘바닥도 근본도 가늠할 수 없는 까마득한 경지. 마치 용처럼 막막함을 선사하는 인간이야.’
묵언검객은 달랐다.
그녀의 강함이 어떻게 쌓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엇을 위해서 이런 힘을 손에 넣었는지 종잡을 수도 없다.
일견에 기술을 복사,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서는 대체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하는가.
분명 그는 상상도 못할 길을 걸어왔겠지.
그렇기에 더욱 확신했다.
‘기댈 건 압도적인 실력차이에도 바로 끝을 보지 않은 그 오만함뿐이다.’
저지선 저편에서는 지금도 증원이 몰려온다.
각지에서 파견된 원군도 뒤따르고 있다.
랭커부대는 더욱 속도를 높여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그도 인정한다.
혼자서는 무리라고.
하지만 같은 랭커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그때도 무리인가?
구름용 토벌을 통해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
재능이 부족한 그들도 충분한 수와 화력만 쌓인다면 능히 이길 수 있다.
소리가 통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오감을 죽여 몸의 리미트를 돌파하는 초집중을 펼친다.
그런 몰아일체의 집념이 실시간으로 잡아먹힌다. 강제적으로 오감을 깨우는 급박한 불협화음이 검사의 명료함을 깨트린다.
폐감망혼과 탈아귀검의 뒤를 잇는 ‘소리’를 매개로 한 검술들이 전장에 울리고 또 저물었다.
괴음검 가스트로.
그는 열 개의 기술을 시전 했고, 열 번의 상위검술의 시연을 목도했다.
“……두 번은 못할 짓이군.”
스피드마스터의 신속 앞에 꺾였을 때 느꼈던 참담한 심정을 이런 식으로 다시 느끼게 되다니. 당분간 검은 쥘 자신도 사라졌다.
그래도 검사의 자존심과 맞바꾸어 저만한 대적에게 위기를 선사한다면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가 아닐까.
“안산쌍칼이 여기에 도착했다!”
“대림동피바라기의 전설을 아나?”
“아 형님들… 쪽팔리니까 제발 평범하게 등장하자고요….”
“왜 그러지? 연남동아다폭격기. 시청자들과 함께 지은 이름이 부끄럽기라도 하나?”
“이 닉네임이 부끄럽지 않으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요…! 그러는 당신들은 좀 부끄러워 할 줄을 알아야해…!”
랭커부대가 도착했다.
“인정하마. 묵언검객, 네 역량은 나 혼자서 당해내기엔 역부족이라고. 그렇지만 이만한 전력을 상대로 언제까지 혼자 버틸 수 있을까.”
월드보스 구름용 토벌전에서도 최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랭커들의 재집결!
그것도 지난 토벌전의 참여보상으로 높아진 이름값과 지원에 힘입어 전보다 강한 아머드나 개인무장을 들고 나왔다.
천하의 묵언검객이라도 오늘만큼은……
오늘만큼은……
당해낼 수 없어야 하는데……
그들이 전력분석에 보냈던 시간과 합심하여 펼친 진형이 무색하게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술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
정순하지 않은 무공은 모두 시한폭탄이다.
특정 혈맥의 손상을 야기하거나, 체질에 잠재적인 데미지를 쌓거나.
무언가 하자가 있는 방식의 무공들뿐이다.
‘현대출신의 마의 악천군은 마공이 대출과 같다고 했었죠.’
정파무림에 약선 의룡소가 있다면 흑도무림에는 마의 악천군이 있다 할 정도로 그의 위상은 대단했다.
현대인인 척 하는 현지인 아니냐고? 에잉쯧쯧. 요즘 것들은 무림의 낭만도 몰라가지고 이름부터 해괴해가지고는.
이름이 정상적이면 현지인이고 괴상하면 현대인이냐? 자고로 무림인의 이름이란 두 글자에서 네 글자 사이를 벗어나면 아니 된다.
무틀딱이라는 안타까운 지병을 앓고 계시기는 했지만, 그의 이론만큼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일례로 악천군이 알려준 흑도무공의 비유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났다.
사파는 법정한도이자를 초과하는 제4금융권의 대출.
혈교는 액수 하나는 통 큰 제3금융권 대출.
북해빙궁은 나름 뼈대 있는 제2금융권 대출.
마교야말로 근본 그 자체인 제1금융권 대출.
내집마련의 꿈을 조기에 이루고 싶다면.
자수성가에 필요한 무공을 더 빨리 이루고 싶다면.
적절한 마공에의 투자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사뭇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했었죠.’
허울뿐인 자화요녀라는 멸칭을 공포의 상징으로 만들어낸 데에는 마교에서 보낸 시간이 큰 도움이 되었다.
네 혈관은 이미 상할 대로 상했다. 혈교에서 무슨 무공을 배웠는지는 몰라도 이자율이 낮은 무공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3년 내로 죽어.
코스트가 낮은 무공만 사용해라. 무거운 무공은 구음절맥보다 먼저 네 몸을 먼저 파괴할 거다. 극마지경을 이루기 전에는 휘둘리지 마라.
마의의 조언은 마공에 무지했던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오늘만큼은 불쑥 떠오르는 그 조언을 잊기로 했다.
‘저도 알아요, 마의. 고금리 대출은 나쁘다는 건. 단지 사람은 나쁜 걸 알면서도 저질러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에요.’
미련한 년. 마교에서 몇 번이고 들었던 구박을 떠올리며 웃음이 나왔다.
꼭 학교선생님 같았지.
실제 현실에서의 직업은 학교선생님이 아니라 의사선생님이셨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는 좋은 어른이었다.
또한 좋은 스승이기도 했다.
마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천마의 비호를 받기 전에 먼저 생을 달리 했을 테니까.
파지직
검 끝에서 피처럼 검붉은 검기가 맺히고 음기를 증폭하는 귀곡성이 울린다.
수명의 일부를 이자로 지불하며 가불받은 파괴력이 폭발적으로 펼쳐지며 랭커들의 기체를 처참하게 파괴했다.
‘안됐네요. 꽤 비싸 보이는 장비였는데.’
반파된 대형아머드에서 튀어나오는 소형아머드 두 기.
마치 강낭콩 껍질 속에서 퉁퉁 튀어나가는 콩알 같은 기묘한 기체기동을 젓가락으로 콕 집듯이 단번에 때려잡았다.
“저, 저기… 무승부로 하지 않을…”
그거 아는가? 젓가락도 힘을 세게 주면 콩이 튕겨나가는 게 아니라 산산이 터진다는 걸.
전장의 분위기는 반전된지 오래다.
최상위랭커인지 뭔지 하는 것들은 모두 죽거나 도망쳤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꾸역꾸역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언제쯤 함정임을 눈치 채려고 저러는지.
푸풉~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요행을 바라게 된다고. 연기 실력은 자신 있어~? 조금만 비틀거리며 연기해도 좋다고 달려들 걸?
사과양의 말이 옳았다.
그녀가 제 1금융권의 안정적인 이자율로 부동산투자의 참맛을 보고 있다면, 적들은 제4금융권의 막장 한탕 러쉬에 인생을 걸었다.
이쯤이면 지쳤겠지.
더는 쥐어짤 힘도 없겠지.
운 좋게 한 번만 잘 찌르면 압도적인 강자인 묵언검객을 쓰러뜨릴 수 있어.
그런 기대가.
그런 희망이.
수천수만 단위의 적들이 갈려나가게 만들었다.
십만대군도 일방적으로 죽어나가기만 하면 별 수 없다.
강하나 잘 끼고 도망치는 적들을 수수깡 베듯이 베어 넘기던 한반도의 고대국가에서 이름을 떨친 명장들이 그러지 않았던가.
지금 벌어지는 일도 그와 다를 바 없다.
위험해, 도망쳐, 아부나이.
그런 채팅과 도네도 어느새 뚝 끊겼다.
더는 연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줄어든 적의 숫자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빔소드를 붕붕 휘두르니 환호가 끊이질 않는다.
몰살! 몰살!
몰살검객 돌아왔구나!
십만대군이 모조리 갈려버렸네ㄷㄷ
살아남은 건 기체 값이 아까워서 투항한 일부.
동부공업지대의 영주 노릇을 하던 황금강은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하루아침에 십만대군을 잃고 파산했는데 그 심정도 이해는 간다.
‘은원이라는 게 다 그렇죠.’
가족의 원한을 갚는 자는 적에게도 가족이 있음을 알게 된다.
스승의 원한을 갚는 자는 적에게도 스승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내게 있었던 행복은 적에게도 있다.
빼앗긴 행복을 누리는 적에게 복수할 수 있는 독심을 지닌 자만이 복수를 이어갈 수 있으니.
[당신은 제법 괜찮은 미끼였어요.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드리죠.]부상입고 지친 묵언검객이라는 미끼를 연기한 마당에 적의 총사령관이라는, 황금강이라는 미끼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번쩍거리는 황금색 기체가 구름용의 번쩍거림을 떠올린 탓에 조금 유예를 주었다.
그래도 살려주는 건 여기까지.
[유언을 남겨보세요.]빔소드를 높이 치켜든 그녀에게 황금강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무림비망록!”
“?”
“당신의 그 무공, 무림비망록 기술이지? 나, 나도 알고 있어. 무공, 알고 있다고!”
같은 무림비망록 출신의 귀환자?
해응응이 잠시 뜸을 들였다.
[사문을 대어보세요.]“나는 소림의 황금심공을…”
서걱!
황금강이 목이 떨어져나갔다.
“뭔진 몰라도 아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소림은 선 넘죠.]해응응을 무림공적으로 만든 무림맹주.
그의 본산이 소림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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