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0)
〈 30화 〉 30 뜻하지 않은 피해자
* * *
1.
대수림 전역에 드리운 어둠이 걷히고
그림 같은 무지개가 초토화된 필드에 드리우며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단 한 명의 요괴에 의해
20년간 병들고 죽어가던 숲이
비로소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나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살아서 결계를 나갈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뿐.
[그런 표정 짓지 마] [있지, 나 지금 무지무지 기뻐] [복수도 갚고, 부모님도 다시 만났는걸]해맑은 미소를 짓는 어린 인면지주.
그녀의 몸은 반 이상이 늪에 잠긴 채
다가올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분명 복수는 불가능했을 거야]멋대로 만족하고
멋대로 끝내려는
인면지주의 끝맺음을 내려는 태도
해응응은 인정할 수 없었다.
부러진 나무토막을 내밀어
억지로라도 늪지대에서 건져내고자 하는 그녀.
인면지주 본인도 이미 포기한 제 목숨을
오늘 처음
그것도 게임 속에서 만난 NPC를 상대로
진심으로 구하고자 하는 모습은
도움 받는 인면지주에게도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누구보다 NPC에 진심인 사람
이 정도 명품조연이면 살았으면 좋겠다ㄹㅇ
누가 인면지주 살리는 법 좀 찾아봐
공략 없음
이분이 최초인데 어디서 그런 방법을 찾아
ㅠㅠㅠ
하… 최초공략이 또 이런 단점이 있네;
물론 모든 시청자들이 착한 건 아니다.
과몰입충 OUT
씹덕들 쳐내!
데이터 쪼가리 죽는 게 뭐 대수라고 유난임
나보다 묵언검객이랑 아이컨택 많이 하는 거 킹받음 빨리 죽어라 제발
수귀자폭병 죽을 땐 안 슬퍼했으면서 왜 인면지주한테만 몰입함?
네 다음 수귀자폭병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였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똑똑한 사람도 늘기 마련.
저거 죽으면 또 5분 묵념하고 뱅종한다 인면지주 절대 사수해
한 똑똑한 시청자의 통찰력 넘치는 발언에
모든 시청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아앗
엄마 우리 또 우주 가? 엄마 우리 또 우주 가? 엄마 우리 또 우주 가?
시발 의사 불러와!!
브이튜브에 지금 외과의 스트리머 있음
클립 따!!
아니 인간도 아니고 반요인데 의사가 이걸 고칠 수 있겠음?
그럼 수의사 찾자
멍뭉이좋아 방송중인데 여기 230명 봄
몰라 일단 클립부터 갖다박아!
근데 거미를 수의사가 봄?
사육사가 보지 않을까?
애니멀가디언즈 구독 15만명 채널임
오 좋다 일단 클립 갖다박자
뜬금없는 방향으로 사방팔방 수출되는 영상클립.
시청자들의 속 타는 마음도 모르는 인면지주는
제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마냥 필사적인 묵언검객을 바라보며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감동과 죄의식을 느꼈다.
[싫구나. 친구라는 거] [헤어질 때 이렇게 괴로울 줄 알았으면 친구가 되자는 말 따위, 안 하는 거였는데.] [혹시 잊은 건 아니지?] [우리가 갇힌 결계. 나갈 수 있는 건 한 명뿐이니까.] [이제 이런 무의미한 짓은 그만 둬]인면지주의 설득에도 아랑곳 않고
끝내 늪에 잠긴 하반신을 건져낸 해응응.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아 야팔 이걸 어떻게 살려
늪이 산성늪인가 몸이 막 녹아있네
ㅠㅠㅠㅠ
인면지주 죽어욧..
우주복 미리 입자
준비된 시청자부터 우주사출 개시
안돼 ㅆㅂ 내가 사육사선생님 모셔왔다고
실례지만 임종을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확인사살 ㅠㅠㅠㅠㅠㅠ
의사 데려오랬더니 장의사를 데려왔노 씨발아
아니 사육사 선생님이 무슨 죄라고 욕을;
사과해!
사과는 씨발 곧 우주로 사출될 우리한테 묵언검객이 해야 되는 거고
저 새끼 수귀자폭병이냐? 왜 딜을 광역으로 넣냐 하…
채팅창의 상황은 알 수 없어도
당장 녹아내린 하반신으로 흐르는 출혈량만 봐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한 해응응.
그녀가 인면지주의 얼굴에 손을 대려 하자
그나마 성한 앞다리가 그 손을 쳐냈다.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 [인간이 요괴나 반요의 몸에 함부로 접촉하면 오염되는 것도 몰라?] [안 그래도 추한 얼굴, 이런 비참한 몸까지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만 끝내.]고개를 젓는 해응응.
그런 그녀의 칼을 다리만으로 뽑아낸 인면지주.
죽어가는 반요가 인간에게 칼을 내밀었다.
[죽여줘.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넘겨받은 칼자루.
손에 들린 검이 덜그럭거리며 떨리는 가운데.
【상호작용 선택지】
1. 너의 이름은?(진명개방)
2. 그럴 수는 없어(구출시도)
3. (그녀의 고통을 덜어준다.)
기어이 끝을 알리는 선택지가 등장했다.
선택지는 세 개이지만
그녀가 무엇을 골라야 할지는
해응응 본인도
죽어가는 인면지주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모두 알고 있다.
[결계가 닫히기까지 1분 남았습니다.]점점 외부세상과 유리되어가는 결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검을 든 손의 떨림.
돌연 눈앞이 새하얘지며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범람했다.
해남파가 거두지 못할 바다는 없단다.
응응 소저. 화산의 매화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소.
자화요녀? 흥. 그런 시시한 별호 따위 네게는 어울리지 않아. 잊지 마라. 이 하북팽가의 팽철산이 인정한 고수는 신검일후 해응응이었음을.
그녀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죄송해요, 언니. 제가 살아있어서 언니가 위험해진다면. 그런 거, 그런 거, 저는……. 죄송해요.
언니도 알고 있잖아요. 구음절맥의 환자 둘이 동시에 살아날 방법은 없다는 걸. 부디 제 내공을 받아주세요.
살아남으십시오, 단장. 부족한 단원은 먼저 떠나겠습니다.
그녀가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
몸이 바뀌어도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며
그 옛적의 무력한 기분이
그물처럼 펼쳐지며
그녀를 질척이는 절망 속으로 빠뜨리는
오랜 고통과 상심의 늪에 빠지려던 찰나.
[웃어줘. 마지막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두 눈 가득 머금은 눈물을 꾹 참고
억지로 미소를 그리려 애쓰는 그녀의 손 위로
인면지주의 다리가 겹쳐졌다.
[너 진짜 못 웃는다.] [바보] [엄마가 그랬어. 웃을 땐 이렇게 웃는 거라고]기분 좋을 정도로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해응응을 달랜 그녀가
[▶(그녀의 고통을 덜어준다.)]푸확!
해응응이 고르지 못한 선택지를 스스로 고르며
심장을 찌르고
손끝으로 생생히 전해지는 감각에
우두커니 서서 부르르 떠는 묵언검객을
결계 밖으로 밀쳐냈다.
“!!”
넘어진 그녀가 결계를 향해
고개를 늘어뜨린 인면지주의 미소를 향해
손을 뻗어보았지만
[결계가 닫힙니다.]정해진 시간이 된 결계는 눈앞에서 닫혔고
결계 속 인면지주의 시체 또한 사라졌다.
흐르는 눈물.
소리 없는 아우성.
움켜쥔 주먹에서 흐르는 피.
그 무엇도
죽은 인면지주에게는 닿을 수 없었다.
죽음으로 떠나보낸 수많은 인연.
피로 물든 기억 속에
또 한 장의 기억이 더해졌다.
너 진짜 못 웃는다. 바보
웃으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웃어보려 애쓰는 입꼬리.
그럴수록 지어지는 이상하기만 한 얼굴에
끝내 모든 표정을 지우고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버린 그녀.
“…….”
5분.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침묵의 끝에.
[▶게임을 종료합니다.]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종료했습니다.]준비된 6600명의 시청자들과
준비되지 않은
이제 막 유입된 350명의 시청자들이 우주공간으로 사출되었다.
아니 무슨 방송이 오자마자 우주로 날려보내!!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주난민 6950명이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다. 지원 바란다 오버.
여기는 NASA 지상관제센터 관제사다. 우리도 조난당했다 오버.
ㅋㅋㅋㅋㅋ
아니 니네까지 조난당하면 우리는 누가 구해주냐고 ㅅㅂ
여긴 뭐 하는 방송인데 우주공간에 시청자들이 떠다니죠?
엄마 하늘에서 빛이 반짝거려요
얘야, 그건 묵언검객 본방 시청자들이 흘리는 눈물이란다.
아 시발 인면지주 같은 새끼
급발진 뭔데
인면지주처럼 사람 눈물 나게 하네
아 그런 깊은 뜻이
그거 너도 곧 죽는다는 뜻임
아니 이 시발새끼가? 뒤질래?
느금마 성체 인면지주
아니 개뜬금없네 ㅅㅂ 열 받은 건 다 똑같은데 왜 나한테 화풀이야
ㅋㅋㅋㅋ 쟨 진짜 억울하겠네
수귀자폭병은 맨날 어디서 튀어나오냐?
수귀대장 몸뚱이에서 튀어나오지
(틀린 말은 아닌듯하여 수긍하였다 콘)
이제는 전통과 역사가 되어버린 묵언검객 식의 방종이었다.
2.
[갤주 세상에서 젤 슬픈 5분][13] [(고)인면지주 활약상 모음집][7] [진짜 친구가 죽어도 저렇겐 못 울겠다][13]묵언검객의 방송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작 세 번의 방송에
방송시간을 모두 합쳐도 2시간을 겨우 채웠지만
그 2시간은
평범한 2시간이 아니었다.
[갤주 진짜 대단하지 않냐]「출시 10년 된 게임에서 숨은 요소를 이렇게 많이 발굴한 것도 재능 아님?」
ㅇㅈ
재능도 재능인데 게임에 몰입하는 자세가 진짜 색다름
그것도 ㅇㅈ
가끔 자기가 방송하는 줄 모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장난 아님
애초에 몰입도가 별로였으면 고작 두 시간짜리 방송을 이렇게 많이 찾아보지도 않지
인면지주 죽고 웃는 표정 지을 때 내가 다 슬프더라ㅠㅠ
니가 왜 슬퍼 넌 친구 없잖아
아니 수귀자폭병 이 새끼들은 본방 밖에서도 이지랄이네ㅅㅂ
응 니엄마 성체 인면지주~
어 니엄마는 수귀대장이야
감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찾다가
반요곡 식 패드립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같은 상실감으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갤주는 언제 옴?
이번에도 한 달 지나면 오지 않을까?
방종 전에 슬퍼하던 모습 보면 그대로 방송 접어도 이상하지 않음
야 너무 심한 말 하는 거 아니냐?
근데 진짜 그럴 것처럼 보였잖아
그렇긴 했지…
기약조차 없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재회.
비정한 무림 식 작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켜지지 않는 방송화면을 애타게 기다리느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묵언검객 컨텐츠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난민들 어서오고
이 정도면 여기가 본진 아님?
ㄹㅇㅋㅋ
그런 떠돌이 난민들을 잔뜩 긁어모은
시류를 잘 틈탄 영리한 스트리머가 있었으니.
뇌지컬 스트리머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묵언검객 따라잡기 시뮬레이션의 창시자
바로 엄길동이었다.
“난하~ 난민들 잘 왔어. 요즘 묵언검객앓이 하는 친구들 많지? 나도 본방 후유증 좀 씨게 오더라고. 그래서 겸사겸사 컨텐츠도 하나 준비했다?”
ㅁㅇㅁㅇ
모야모야
큰거온다
설마 그때 그?
“묵언검객 따라잡기? 에이, 했던 거 재탕은 그렇지. 우려먹을 사골도 없어 그건.”
아니 시발 멀티방도 애태우기 장인이네
거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내놓으십쇼
우리 지금 묵언검객 방송 일주일 못 봐서 쥰내 예민하거든요?
컨텐츠 내 놔
내 놔
내
내
놔
놔
내
놔
놔
이게 시청자야 강도떼야.
떨떠름한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던 엄길동이
채팅창에 불이 붙기 전에 창을 켰다.
[묵언검객 따라잡기Ver1.2]“자, 오늘 할 컨텐츠는 신맵이 추가된 묵언검객 따라잡기 버전 1.2! 이달의 NPC로 브이튜브에서 손꼽히는 인면지주!”
와! 인면지주!
인면지주는 못 참지
그래서 인면지주랑 뭘 한다고?
재탕 안한다면서요
“어허. 묵따 버전 1.1이랑 1.2는 엄연히 다르거든? 무려 신맵이 추가됐다고.”
ㄹㅇㅋㅋ
버전업은 인정이지
그래서 거 무슨 맵입니까
“무려 인면지주가 나오는 대수림스피드런 모드! 묵언검객이 달린 그 필드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질주하는지를 겨루는 스피드런 대결!”
와
갓띵작ㄷㄷ
쥐엔장 믿고 있었다고 엄길동
스트리머 기획자 하면 역시 엄길동이지
크으
근데 이건 쥰내 뛰는 것만 하면 되지 않음?
몰라 일단 즐겨
평균시청자를 이천 명도 넘게 끌어들인
엄길동의 혜자컨텐츠
묵언검객 따라잡기가 대수림 맵으로 돌아왔다.
3.
“아니 미친 인면지주 새끼야 혼자 가지 말고 나 좀 데려가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길동이 또 버려졌죠?
혐면지주 존나 빠르네 시발 ㅋㅋㅋ
묵언검객 따라잡기 Ver1.2
출시 24시간이 지날 무렵.
불과 하루 만에 인면지주는 혐면지주가 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