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03)
〈 303화 〉 303 그녀의 안배
* * *
1.
임계점이라는 말이 있다.
선을 지키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그렇지만 한 번 넘으면 돌이킬 수 없는.
절대로 범해서는 안 될 금기 같은 제한.
무공에도 그런 임계점이 있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한기를 발휘한다면 반드시 근맥동화가 일어나죠.’
체질적으로 자연스레 근맥동화가 일어나는 구음절맥 환자에게는 수명을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치명적인 무공.
북해빙궁의 빙공이 바로 그런 무공이다.
조심하세요. 언니는 특히나 손발이 차니까.
여자가 손발이 차면 몸에 좋지 않다고요?
그러는 자기가 훨씬 더 차가운 주제에.
북해빙궁의 소궁주.
그리운 친우는 그녀에게 늘 말했다.
빙공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렇지만 임계점을 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적당한 선을 지키기만 하면 독조차도 약이 될 때가 있으니까.
‘자기가 정한 규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만큼 비겁한 사람도 없죠.’
빙소소는 비겁했다.
그렇게나 엄하게 경고한 선을 스스로의 의지로 먼저 넘어섰으니까.
같은 구음절맥 환자이면서.
선을 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면서.
해응응을 구하기 위해 위기의 순간에 선을 크게 넘었고, 끝내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 기분, 이제는 알 수 있어요.’
구해야 할 스승은 이미 없지만.
이 힘으로 누군가를 살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복수만큼은.
이 마음에 매듭을 짓는 것만큼은.
아직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니까…… 넘겠어요.’
빙소소의 희생 덕분에 살아난 이후.
해응응은 알게 되었다.
북해빙궁의 무공에는 두 개의 선이 있음을.
하나는 임계선.
혈관이 얼어붙고 경화되기 시작하는 선.
또 하나는 사망선.
한 번 넘어서면 세포마저 얼어붙어 괴사하며 피할 수 없는 확정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선.
‘임계선을 넘더라도 사망선을 넘지 않으면 돌아올 수 있어요.’
백색으로 얼어붙은 경기장.
걸음마다 밟히는 살얼음 깨지는 소리.
천지가 닫히듯이 내려오는 아머드태종의 공세와 그에 맞서 맹렬히 용솟음치는 검격들.
순간과 순간 사이를 넘나들며.
찰나와 찰나 사이로 내지른다.
‘그때의 저희에게 얼릴 수 있는 것이란 고작 자신의 신체와 검 한 자루뿐이었지만, 이제는 초라하고 무력했던 그 시절과는 달라요.’
신체를 대신할 아머드가 있으며, 내기 대신 다룰 수 있는 아머드의 잔여마나가 있다.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로 막대한 에너지가 날아오더라도,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짓된 육신을 얼리는 것으로 힘을 증강하여 받아낸다.
쩌저적
카드득
압축에 압축을 거듭한 무림인의 내공으로도 받아내기 벅찬 구름용의 마나.
그 농밀한 마나의 앞에 해응응의 검 끝에서 뻗어나간 얼음용의 형상에 균열이 인다.
그런 흐트러지는 용의 형상 위로, 한층 더 차가운 용의 형상이 뒤따라 형성된다.
차갑게 얼어붙은 손발에서 한기가 느껴지며 혈관이 굳는 고통이 전신을 내달려도, 그 원한은 거두거나 멈추지 않는다.
그녀가 느끼는 고통 이상으로 아머드태종의 기체에도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초월한 두 초인들이 다시금 한계 이상의 힘을 동원한다.
아아악
도망쳐어어!
온도가 여기서 더 낮아진다고?!
위다! 하늘 위에서 힘이 역류하고 있어!!
영하 150도? 근데도 더 낮아져? 이거 실화냐? 오늘 세계멸망 하는 거 아니야?
불순물처럼 귓가를 스치던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뚝 끊겼다.
전투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오감이 신체 너머로 밀려나고, 사고속도마저 그녀의 움직임을 쫓지 못해 뒤처진다.
그야말로 극속.
초인들의 사투.
몸에 새긴 전투교리와 프로그래밍 된 전투패턴.
기계화 된 인간과 기계가 된 인간.
만류귀종을 이루듯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하나의 종착지로 향하는 두 초고수.
그것은 마치 용과 용의 격돌을 방불토록 했다.
두 사람에게는 당연한.
나머지에게는 눈으로 쫓기도 급급한 대결.
그 사투의 국면을, 의미를 헤아릴 새도 없이 투기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무적결계의 수용 데미지 총량이 상한에 도달합니다.]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펼쳐진, 절대로 파손될 일이 없으리라고 믿었던 결계.
그 무적결계가 처참한 파열음과 함께 오색찬란한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당연히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대참사였다.
2.
이해찬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저 결계, 몇 미터짜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성층권 너머까지 이어져있다고…….”
결계의 한계범위 너머까지 상승했다가 도로 지상을 향해 하강하는 극빙지기.
극한의 한기가 맹렬한 한파가 되어 투기장을 덮쳐들었다.
[중급 멸화의 정령석이 파괴됩니다.] [상급 겁화의 정령석이 파괴됩니다.] [화염도마뱀의 축복이 소실됩니다.] [특급방한복의 내구도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99%…… 97%…… 92%]이미 관광여행 기분으로 참여했던 관광객들은 더욱 독한 한파 속에 모조리 얼어 죽었다.
아티펙트나 축복, 장비의 힘으로 버티던 이들도 하나 둘 보호효과가 끝났음을 알리는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
설원 속에 피어나는 꽃이 이러할까.
플레이어가 죽으며 비산하는 새하얀 입자들.
눈꽃처럼 흩날리는 파편들 사이로 급히 투기장에서 달아나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이쪽은 재난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러 온 몸이 아니라고!”
“웃기지 마. 대회 참전도 안한 우리가 어째서 사망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거야!”
“제 3파가 내려온다!! 모두 피해!!!”
누군가가 허공으로 발사한 화염기둥이 불꽃 채로 얼어붙으며 거대한 얼음조각상이 된다.
달아나던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몸이 시체가 되어 흩어지되, 그 형체를 담은 얼음만이 겉모습을 유지하며 유령처럼 형상을 남긴다.
고스트 프로즌Ghost frozen.
죽은 이들의 자취.
발버둥만을 남긴 얼어붙은 형상.
산자보다 죽은 자가 더욱 많은, 죽은 자들도 자취만을 남기고 사라진 무대 위.
묵언검객과 아머드태종의 격돌은 점점 더 거칠고 과격해졌다.
살아남은 관중들보다 죽은 관중들이 더 많을 정도로 말이다.
“이젠 어느 쪽이든 좋으니까 제발, 빨리 좀 끝내달라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무섭게 눈에 띄게 정상에 가까워지는 온도.
더 이상 얼어 죽을 걱정이 없어진 관중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거나 근처 건물 벽에 기대며 산소마스크를 벗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포칼립스냐고
ㄹㅇㅋㅋ
와 그래도 밖에 나오니까 영하 20도 되네
경기장 안은 얼마나 추웠던 거냐고
근데 경기장 들어오기 전엔 수도 전역이 영하 80도 아니었음?
그러네?
왜 온도 높아짐?
채팅창을 보고 나서야 무언가 이상을 눈치 챈 극소수의 생존자들.
경기장은 이미 충격파에 파괴되고 한파에 얼어붙기를 반복하며 마치 거대한 건물잔해들이 얼음 꽃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저기, 너 이해찬이지?”
“윽. 꼴통트리오 중 하나잖아.”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그만둬! 트리오도 아니고, 이제 혼자 살아남았으니까!”
위상전환자 안창윤.
그가 혼자 있는 모습에 이해찬이 물었다.
“길드 정모라도 하듯이 몰려왔더니 왜 혼자 이런 곳에 얼쩡거리는 거냐. 다들 로그아웃 했는데 혼자 남아있는 건가?”
“아. 그거라면… 뭔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적응훈련이니 뭐니 같은 소리를 하면서 방한복을 벗고 덜덜 떨다가 길드장님이 죽어버려서.”
“으하핫! 전부터 생각했지만 창원길드는 괴짜들 투성이네. 바보 아니야?”
“나 빼고 죄다 괴짜투성이긴 하지. 멍청한 동기 놈들도 창으로 한파를 몰아내거나 염동력으로 막는 수련이다 뭐다하면서 전부 죽어버렸으니.”
사망페널티가 무섭지도 않은 건지.
생사의 고비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등급이 확 올라간다는 길드장의 꼬드김에 속은 건지.
줄줄이 죽어나간 임원과 동기들의 한심한 최후는 이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보다 너, 여기 온도가 왜 이런지 혹시 알고 있냐? 경기장을 나오니까 온도가 확 올라와서 뭔가 기분 나쁜데.”
“아? 그야 경기장으로 한기가 죄다 몰려가고 있으니까 그렇지.”
안창윤이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손으로 만진 대상들의 위치를 바꾸는 위상전환능력으로 진즉에 경기장 밖으로 벗어난 그는 온도변화를 이해찬보다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뭐? 그게 정말이냐?”
“확실해. 5분 전부터 이랬으니까. 분명 묵언검객이 뭔가 저지른 거겠지.”
능력에 대한 고찰 따위는 하나도 없이 그저 가볍게 내던진 안창윤의 한 마디.
그 말이 이해찬에게 벼락처럼 깨달음을 주었다.
“미친년.”
“……?”
“설마 15일 간 지독하게 한파를 뿌려댔던 이유가 이거였었다니.”
고작 5분 일찍 안전지대로 온 안창윤과 달리, 지난 15일간 본인과 제자가 번갈아가며 한파공격에 집중적으로 시달렸던 이해찬.
그런 그이기에 알 수 있었다.
묵언검객의 속성공격에 담긴 마나가 보통의 마나보다 밀도가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그만큼 지속시간도 길고 자연효과도 오래 간다는 사실을.
그렇게 쌓이고 쌓인 기운이 수도 전역에 도사리게 되었을 때, 뿌린 기운을 도로 회수해서 사용한다면.
만일 정말로 그런 짓이 가능하다면.
“이 한파가 다 사라질 때까지는 절대로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 거잖아…….”
소모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채, 용이나 다름없는 엄청난 마나로 아머드태종과 대등한 결전을 벌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일한 약점이 사라진다면 묵언검객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그들은 지금 그 답을 목도하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