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18)
〈 318화 〉 318 유기검객
* * *
1.
브이튜브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모 위키 사이트가 해킹에 의해 폭파된 이후, 자료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밝혀지며 시작된 위키작성!
【엄길동도감】
[본명 히히 발싸] [거주지 흑백화면] [직업 스트리퍼] [방송장르 벗방] [주력게임 야겜] [……] […]남들보다 빠르게 위키작성을 시작한 악질들은 사방팔방 개판을 쳐놓았다.
“야! 니들 자꾸 이럴 거야? 어떻게 사람 이름이 히히 발싸야!”
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히 히발싸님^^
오늘도 벗방야겜 시작하시나요?
더러워
보추의 벗방 이것은 귀하군요
숨은 여청자들 다 튀어 나오네
아닌데? 난 남자여도 가능한데?
그런 취향은 좀 혼자만 알고 계셔주세요
아닌데? 나도 저 선생님의 취향에 관심 있는데?
무7놈들
엄길동은 시청자들과 함께 개판이 난 위키를 바로잡는 컨텐츠로 6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워낙 수정사항이 많기도 하고, 바꾼 걸 다시 악질 엄길단들이 개판을 쳐놓기도 하면서 수정지옥을 오간 끝에 도달한 6시간 방송이었다.
“아, 재밌었다.”
하지만 1회 수정 당 1000원의 수수료가 그의 앞에 들어오는 만큼, 이런 수정지옥은 오히려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악질들한테 시달리는데 재미가 있다면 그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다면?
그건 돈을 덜 벌었기 때문이다.
엄길동은 그런 자신의 지론을 오늘도 스스로 실천해내었다.
“방종하기는 뭔가 아쉬운데. 남는 시간동안 다른 스트리머들 도감도 보고 다닐까?”
평소 친분이 있는 스트리머들의 도감을 돌아보던 엄길동.
그가 마지막으로 열어본 도감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와 가장 특별한 관계가 있는 묵언검객의 도감이었다.
【묵언검객도감】
[본명 해응응] [거주지 서울특별시 해남1동 해남파 본관] [직업 해남파 길드장(장문인)] [취미 스트리밍] [방송장르 종합 게임] [주력게임 반요곡? 우주전쟁? 검투사키우기?] [첫 방송일 2050년 10월 05일 + 761일째] [구독자 7200만명]묵언검객의 도감.
그곳에서는 엄길동과 엄길단의 전쟁과는 다른 방향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얘들은 왜 계속 항목이 수정되고 있지?”
새로고침 누를 때마다 주력게임 바뀌는 거 실화임? ㅋㅋㅋ
공식 팬클럽도 바뀌는 중
백수들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ㄷㄷㄷ
왤케 박빙임?
오 나 오늘 복권 사도 될 듯. 공식 팬클럽에 좀비단 걸렸는데 이거 레어팬클럽 맞지?
와 부럽다
부럽다ㅇㅈㄹ ㅋㅋㅋ
화력 약한 팬클럽이니까 레어 팬클럽 맞기는 하네ㅋㅋㅋ
그럼 헬세살단이랑 이복아카단은 고대전설유니크 팬클럽임?
본격 거창하게 부를수록 등장확률이 낮은 약소팬클럽
아 커먼등급 반요곡 그만 나오라고
세상에 반년 휴뱅을 두 번 때리는 커먼등급이 어딨어요 개새끼야
ㅋㅋㅋㅋㅋㅋ
반요곡 존버충 호다닥 달려오네
취미로 스트리밍을 하는 여자
누가 검투사키우기 접속 못하게 악성코드 좀 뿌려!!!
“와 독하다 독해. 그걸 반년 휴뱅을 한 번 더했어? 독종도 이런 독종이 없어요. 천하제일 악질스트리머 대회 열리면 저 인간이 우승이야.”
네 알겠습니다 준우승자님
형도 우승후보야
길동아 원조 악질스트리머로서 이런 개꿀잼 이벤트 놓칠 수 없다 우리도 도감수정 드가자
“뭐래. 저기 구독자랑 팔로워 미쳐 날뛰는 거 안 보여? 저 중에 0.1%만 보복하러 와도 우리 개같이 멸망하는 거야.”
ㅋㅋㅋ
ㄹㅇㅋㅋ
약소국은 강대국 건드리면 멸망한다고ㅋㅋ
한 시간쯤 무의미한 항목변경 싸움으로 현찰을 박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끝을 내고 방종한 엄길동.
그는 보람찬 하루였다며 만족스레 편집각과 개발각을 재고는 코코낸내를 했다.
그러니 당연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와 이걸 아직도 싸워?”
하루가 지나고.
“오늘도 저러고 있어?”
이틀이 지나고.
“쟤네 일주일 전에도 저러지 않았어?”
일주일이 지나도.
저 무의미한 싸움은 끝이 나지 않고 있음을.
사람이 모이는 곳에 흥미가 있고.
흥미가 모이는 곳에 방송소재가 있다.
엄길동은 냄새를 맡았다.
이건 엄청난 흥미가 밀집된 방송소재임을.
엄길동 : 이런 컨텐츠를 할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해응응 : 상관없어요.
해응응 : 저희 애들이랑 놀아준다니 오히려 좋죠.
엄길동 : 감사함다!!
해응응 : 반년 정도만 데리고 놀아주실래요?
엄길동 : 우리는 그걸 유기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해응응 : 농담이에요.
마망우리버려?마망우리버려?마망우리버려?
마망…?
왜자꾸시청자유기하냐고ㅠㅠㅠ
농담 두 번 하면 얘들 심장마비로 쓰러지겠다.
2.
아무튼 본인의 허락도 받았겠다, 엄길동은 바로 신규컨텐츠를 박았다.
“오늘 할 컨텐츠는 코너, 묵언검객 팬클럽 특집편! 묵언검객 팬클럽들이 수정지옥에 매몰된 이유를 알아보는 시간인데요.”
단물 좀 그만 빨아!
니 방송을 하세요
불쌍한 애들은 왜 패는 거야
ㄹㅇㅋㅋ
브이튜브 역사상 가장 불쌍한 팬덤
분명 휴뱅은 아닌데 휴뱅이나 다름없는 악질련
돈도 많고 힘도 세서 참교육도 안 되는 야발련
“머 보다시피 반응이 아주 핫한데요. 긴말 할 거 없이 바로 고해성사실로 초대 받겠습니다.”
사제복을 입은 엄길동의 사설채널로 쇄도해오는 무수한 초대요청!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나요?”
“입니다…….”
“아, 네…. 귀축검객죽어님은 무슨 연유로 묵언검객도감에서 인생을 허비하고 계신가요?”
“그 텐련이 저에게 반요곡의 재미를 알려주고는 반요곡을 하질 않아요…….”
반요곡 내놔.
“이번 분은 닉네임이 시네요?”
“제발 게임 좀 그만 키게 해주세요.”
“예?”
“그놈의 또투사키우기 때문에 거다이맥스조각상을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가지고 놀지를 못하잖아요. 이건 고문이에요, 고문!”
우주대기공간 내놔.
“어? 님? 짭 아니시죠?”
“진짜 맞습니다.”
“스센세가 여긴 왠일로 오셨어요?”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는데요.”
‘묵언검객 얘기네.’
“어느 분이 히든루트를 클리어하거나 사망할 때까지 히든루트 공략을 미루겠다고 했거든요?”
‘반요곡 얘기네.’
“근데 그분이 벌써 2년째 죽지도 깨지도 않고 계세요. 진짜 이분 죤내 얄밉지 않아요?”
“인정합니다. 완전 악질이네요.”
“그러니까 당신이 가서 뭐라고 말 좀 해줘요. 둘이 친하잖아.”
엄길동이 화들짝 놀랐다.
“그걸 왜 저한테 화살을 돌리세요? 본인이 직접 말하시지.”
“둘이 검투사키우기에서 종종 만나는 거 다 알아요. 내방 시청자들이 제보해줬어.”
“…혹시 제보자 닉네임 공개 됩니까?”
“도네까지 받았는데 제보는 좀.”
열배 드리죠
브이튜브의 전통, 단가가 맞지 않으면 열배 도네로 현찰박치기!
곧바로 방송을 찾아가 도네를 날린 엄길동의 적극성 덕분에 스피드마스터도 제보자의 신원을 슬쩍 알려주었다.
“엄길동의비열한배신본능 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아니 닉네임 진짜. 야 이 비열한 새끼야!”
ㅋㅋㅋㅋ
비열한배신본능은 어쩔 수 없지
닉값했다ㄹㅇ
일반 시청자들의 하소연이면 엄길동도 쿠쿠루삥뽕 같은 소리나 하면서 야랄을 했겠지만 이번 하소연의 주인공은 스피드마스터.
묵언검객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지닌 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스트리머 중 한 명이었다.
“그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고…… 일단 한 번 말씀은 드려볼게요.”
앞으로는 묵언검객.
뒤로는 스피드마스터.
야랄 컨텐츠로 애타는 시청자들의 간절한 리액션을 뽑으며 혼자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이 무너진 슬픔에 괴로워하는 엄길동.
이래야 엄길동 방송이지ㅋㅋ
휴 길동이도 불행해져서 마음이 편안해짐
그래서 묵언검객을 어떻게 설득함?
몰?루
객잔 하나 차려준다고 하면 쌉가능하지 않을까?
무친놈아 방송 하나 보자고 얼마짜리 현질을 하라는 거야ㅋㅋㅋ
길동이 집 팔아도 객잔은 못 사ㅋㅋㅋ
“아 싸우지 마. 형이 어떻게든 해볼게.”
엄길동은 큰마음을 먹고 가상현실세계 친구목록을 열람하였다.
[묵언검객(게임 중 검투사키우기)]또투사키우기.
하라는 반요곡은 안하고 오늘도 검투사키우기를 킨 묵언검객.
저 선생님. 오늘도 도네 안보시나요?
가볍게 잽을 던져보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이 인간, 게임에 방해되면 한 번 닫고 몇 주는 쳐다보지도 않는 타입이다.
[묵언검객 님이 너무 멀리 있습니다.] [귓속말이 수신되지 않습니다.]심지어 인게임 귓속말도 안 통한다.
말 한 마디라도 전하려면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직접 만나러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이분 또 어디에 계신다냐?”
추적스크롤을 찢고 미니맵을 열자 커서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떠올랐다.
묵언검객의 전리품을 대신 팔아주는 전속상인 노릇을 하면서 한밑천 단단히 챙긴 엄길동.
값비싼 전용탈것에 올라타 목적지로 달려갔더니 어째 커서만 깜빡이고 묵언검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류는 아니다.
단지 한 가지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
[묵언검객님의 위치까지 남은 거리 25000m]“설마……?”
미니맵에 고도계 기능을 켜자 커서가 저 위에서 깜빡거린다.
얼마나 먼지 점으로도 보이질 않는다.
“저분 저기서 뭐하신대요?”
평소대로의 야랄 중이십니다
일광욕 하시는 중
가끔은 햇볕 쬐고 싶은 기분이래ㅇㅇ
“누가 햇볕 쬐고 싶다고 상공 25000m까지 올라가서 쬐냐고…….”
진짜 저게 사람이야 구름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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