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19)
〈 319화 〉 319 진화트리
* * *
1.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다.
환골탈태를 이룬다 한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150세를 넘기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긴 세월에 걸친 약속을 동경하고 그 약속을 쉽게 저버리죠.’
백년지기 천세일시 만년불패
???己 ??一? ???
백년을 함께 할 일생의 친우.
천년에 한 번뿐인 엄청난 기회.
만년동안 변치 않을 정도의 굴강함.
긴 세월에 건 맹세를 뒤집을 때에 치러야 할 대가는 그만큼 지독하다.
일생을 함께 할 친우를 저버리고.
천년에 한 번 뿐인 기회를 저버리고.
만년동안 변치 않을 굳건함마저 저버리는.
욕망 앞에 자신과 시대, 이치를 저버리는 욕망.
인간은 때때로 그런 우를 범하고는 한다.
구름 위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면 그런 기억들이 뭉실뭉실 떠올랐다.
“제자야… 마음이 급하다하여 서두르지 말거라…… 구름이 흐르거든 쾌청한 하늘이 도래하니, 네 안의 근심도 자연스레 사라지리라…….”
구름용 아지사하브.
장수종의 혜안은 그녀의 내심을 꿰뚫어보았다.
‘알아차렸군요. 아니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티가 난 걸까요.’
해응응이 멋쩍은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구름 위에 글씨를 적었다.
[걱정 끼칠 정도는 아니에요.]흔히 있는 일이다.
신체가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중대한 혈관의 타통을 눈앞에 두었을 때, 주화입마의 징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좋지 않은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 마음의 약점을 불쑥 헤집는 사고.
‘이미 지나온 길이죠.’
그렇기에 더욱 후회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무림에서의 그녀가 이 경지를 직면했을 당시, 그녀는 혈교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장 신중해야 할 고비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혈강시의 각인에 지배당했던 것!
‘그때와는 달라요.’
그녀의 타락과 파멸을 바라던 혈교가 아닌 그녀의 평화와 성공을 바라는 구름용 아지사하브와 함께 하는 지금.
해응응은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전에 없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보호받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군요.’
자신보다 약한 남자들이 뭣도 모르고 그녀를 도와준다고 할 때에 들었던 미묘한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
“시종이 오는 구나…….”
아지사하브가 구름의 일부를 거두어 길을 열어주자 녹색으로 물든 방사능구름이 홍해처럼 좌우로 갈라지며 길이 열렸다.
파닥거리며 날아오는 와이번의 모습은 어쩐지 기진맥진 그 자체였다.
높은 고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다.
“헉… 헉… 수, 숨은 어떻게들 쉬는 거야?”
엄길동은 정말 갖은 노력을 다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찾아왔음을 그가 입은 장비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고고도로의 비행을 위해 엘더와이번을 포획하여 제자로 기르고, 고중력을 견디기 위해 멸망한 대한철국의 유적지를 뒤져서 원시 아머드라고도 불리는 파워슈트도 구했다.
몸에는 방사능보호코팅을 두르고 헬멧에는 생명유지 기능까지 탑재한 상황.
저게 다 얼마야
진짜 황금고블린 되셨네
멸망한 세계의 파워슈트 와이번라이더
와이번 왤케 허약함?
등에 0.1톤이 넘는 무친갑옷을 입은 인간을 태우고 상공 25000m까지 날면 쇠약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ㄹㅇㅋㅋ
전투기급 스펙ㅇㅈ
갖은 노력을 통해 간신히 해응응의 앞에 도달한 엄길동.
[드디어 비행의 재미에 눈을 뜨셨나요?]“뭘 진짜 용같은 소릴 해대는 겁니까? 떨어져서 죽을까봐 개쫄려 죽겠구만.”
[광합성을 하러 오셨나요?]“아니거든요?”
[이번에야말로 알 것 같아요.]해응응의 회심의 눈빛을 보이며 일필휘지로 글씨를 적어내렸다.
[구름처럼 떠다니는 삶이 부러웠군요?]“아, 그건 좀 부러울지도… 아니, 뭘 자꾸 당신 취미에 꼬드기려고 하는 거야?! 죽는다고요. 평범한 사람은 그런 짓 하고 다니면.”
[별난 사람이네요. 마땅한 이유도 없이 이런 곳까지 올라오다니.]“사람 말을 좀 들어!”
엄길동이 부쩍 지친 얼굴로 말했다.
“그 스피드마스터 선생님께서 반요곡 히든루트 공략을 대기 중이신데요. 루트 최초발견자인 묵언검객님이 너무 오래 붙들고 계셔서 좀이 쑤시나봅니다. 빨리 공략 좀 끝내달라는데요.”
[제 공략을 기다린다고요?]“아, 딱히 그걸 보고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닐 겁니다. 묵언검객 공략 같은 거,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려 해도 전혀 참고가 안 되니까요.”
초창기의 묵언검객 따라잡기라면 모를까, 최신버전의 묵언검객 따라잡기는 고등급 각성자들의 훈련프로그램으로나 쓰이는 실정이다.
[그으래애요?]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색이 느껴지는 글자.
늘어지는 글씨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왜 그러세요… 사람 무섭게…”
엄길동은 모르지만 해응응만 아는 비밀.
반요곡 최고난이도의 위험성.
‘스피드마스터. 정상급 스트리머라 불릴 정도의 실력자라면 도전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쩌면 도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차라리 어중간한 고수 수준이라면 최고난이도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설령 도달한다고 한들 초기에 탈락하고 난이도 하락을 겪겠죠.’
스피드마스터는 강하다.
그 명성은 질리도록 들어왔고, 그녀 또한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다.
실력으로 그녀의 호적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가상세계의 정점에 도달한 실력자라면 무술이나 내공의 개념, 히든루트의 공략법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부족해요.’
남들보다 앞서나간다.
한국 스트리머계의 정상급 피지컬을 지녔다.
그런 차원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시작부터 무학에 대한 극한의 깨달음을 지닌 자에게만 내공을 허락하는 게임.
타고나기를 절대적인 재능을 지니고 이를 개화한 자들에게만 허락하는 기연.
‘반요곡의 최고난이도는 오직 귀환자와 천재들만을 위해 숨겨져 있죠.’
심지어는 한 번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던 해응응조차도 토벌전에서 고전하며 내공부족으로 대참사를 겪을 뻔했다.
내공이 충분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무공이 부족하다면 그 또한 심각한 위기가 된다.
‘스피드마스터가 그 정도의 천재라고는 확신할 수 없어요.’
그러니 공략의 고삐를 내어줄 수는 없다.
[기다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왜요?”
[저, 그렇게 서두를 생각은 없거든요.]내공은 자잘하게 여러 스택을 쌓아서 모으는 것보다 큰 거 한 방으로 얻는 편이 낫다.
드래곤키우기를 통해서 그 사실을 몸소 깨우치지 않았던가.
[공력 : 42]42년 공력.
목표로 하는 180년 공력까지도 이제는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엔딩까지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지도 몰라요.]급할수록 돌아가려는 생각을 알려준다면 스피드마스터도 괜한 기대를 하며 기다리지는 않겠지.
그런 기특한 생각을 알 길이 없는 엄길동과 시청자들의 눈에는 그저 묵언검객이 또 악질검객 한 것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와. 진짜 독한년.’
엄길동이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헉…, 헉…, 그래서, 반요곡은, 언제 다시, 하실 겁니까? 그쪽 시청자들 뿔이, 잔뜩 났어요!”
[귀엽겠네요.]“아니, 진짜로 머리에 뿔이 자란 게 아니라…… 후우, 이 인간이 또 알면서 놀리고 있네.”
그래도 기껏 큰 맘 먹고 25000m까지 올라왔는데 이대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반요곡, 언제 할 거예요?”
[깨달음을 체화한 뒤에요.]“깨달음이요?”
이 인간이 갑자기 불교에 귀의라도 했나?
갑자기 무슨 놈의 깨달음 타령일까.
“그게 뭔데요?”
[깨달음을 체화하면 강해질 수 있어요.]“아니, 거기서 또 파워업 이벤트가 있다고? 농담이죠?”
해응응은 농담이겠냐며 표정으로 구박을 했다.
엄길동과 시청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와씨……. 강해지려고 수련 중이라니까 뭐라 할 말은 없는데, 아무튼 존나 무섭네.”
대한철국의 수도 절반이 한 순간에 지도상에서 증발했던 결전.
해응응과 아머드태종의 장엄한 대결은 아직도 브이튜브에서 명승부, 에픽배틀, 최강자전, 마왕검객의 강림 등등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 대결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일수도 있다니, 이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용사는 숨졌는데 마왕은 왜 계속 지 혼자 강해지고 있냐고
파워벨런스 개박살났네ㄹㅇ
저 인간 이제 누가 막음?
백마 탄 점보자이언트아메리카코끼리수인이 언젠가 우릴 구해줄 거야
백마 허리 부러져욧
일단 백마 구하는 것부터가 일이네
코끼리가 말 위에 왜 타서 나오냐고ㅅㅂㅋㅋ
그 정도의 악질이 아니면 악질검객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오
설득력이… 있다!
물론 그들의 생각과 달리, 검투사키우기 내에서 해응응의 내공은 82년 공력.
현실에서의 42년 공력과는 순수 내공총량에서 약 두 배의 차이가 있다.
깨달음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효율개선작업의 일종이었다.
‘그런데 그 개선을 꼭 기존의 무학대로 따라가야만 하는 걸까요?’
근본 없이 온갖 기술을 짜깁기 한 엄길동의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온갖 무술을 두루두루 다 익힌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됐다.
지금까지는 그 모든 무술을 언젠가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날을 위해 모아온 옷을 차곡차곡 옷장에 개어 넣듯이 정리해온 그녀였지만…
‘엄길동 저 사람이 등에 맨 산소탱크처럼 보조적인 수단에 의지하면 훨씬 편리할지도 몰라요.’
무림인과는 다른 뇌지컬 스트리머 특유의 플레이가 그녀에게 영감을 주었다.
무림에서 이루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찾아온 깨달음!
해응응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깨달음을 체화하는 순간, 그녀가 이전에 쌓아올린 경지를 되찾는 길이 멀어진다고.
그렇지만 새롭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서 도달할 종착지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의 강함을 선사할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도달할 수 있는 순수진화트리.
특수한 요건과 깨달음이 더해지며 개방되는 특수진화트리.
진화의 갈래가 두 개로 나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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