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2)
〈 32화 〉 32 아직은 부족한 한 걸음
* * *
1.
학생들의 강의평가점수를 모은 평가지.
시간강사 재계약이 걸린 결과지를 본 접수원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만점이세요!”
“?”
“저희 학원에서도 한 번밖에 나온 적 없던 최고기록이라고요! 대체 무슨 강의를 하셨으면 연습생들이 이렇게까지 만족하는 거죠?”
호들갑을 떠는 접수원과 달리
정작 기록을 세운 장본인은 심드렁했다.
[강의는 이제 끝났죠?]“아 네. 오늘치 강의비는 말씀하셨던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고요, 평가점수 인센티브로 보너스 수당도 더 들어갈 거예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저기, 연락처를 기재 안하셨는데요! 다음 강의는 또 언제 하실 건지 시간조율을…”
[생각 없어요.]들어왔을 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접수원과
의욕을 잃은 해응응.
뒤집힌 구도에 꼴좋다고 옆에서 웃던 주아영이
언니의 팔에 은근슬쩍 팔짱을 끼었다.
“언니, 우리 이만 가요.”
“자, 잠시만…! 아이 참, 이러면 원장님한테 혼나는데.”
접수원이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두 사람은 학원을 나와 거리를 거닐었다.
“오늘 강의 어땠어요?”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물론이죠!”
[실망했어요.]“어떤 점이요?”
[연습생들의 실력도, 다른 강사들의 교육도,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시설도. 전부 다요.]처음에는 나름 기대치가 있었다.
현대교육의 정수는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으니까.
정작 마주한 실상은 엉터리 그 자체였다.
[학생. 그 이상한 동작은 뭐죠?]“어시스트 액션의 발동자세인데요?”
[어시스트 액션이라니요?]“강사님은 그런 것도 모르세요? 당연히 스킬을 발동하려면 어시스트 액션을 취해야죠.”
[고작 사선베기를 하는 것에도 외력의 도움에 기대려 한다고요?]자신의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펼쳐낼 수 있는
기본적인 동작조차도
각성자로 각성한 이후에
스킬의 도움을 받아 펼칠 것에 대비하여
자세도, 균형도, 힘도
모두 엉터리로 펼쳐내는 검식들.
[형편없는 삼류무공이었어요.]형과 식은 있지만
그 길을 따라가면 깨우침이 있는 것이 아닌
잘못된 버릇과 망가짐만이 남게 되는
무의미한 검술.
이딴 걸 학생들은 큰돈을 바쳐가며 배웠다.
“저도 그게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언니가 꼭 강사로 한 번쯤 와주셨으면 했어요.”
[고생이 많았겠네요.]“히히. 역시 언니라면 알아주실 줄 알았어요.”
[그만두는 건 어떤가요?]“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지만, 무술만 배우는 학원은 아니라서요. 애초에 각성자학원을 거치지 않으면 각성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게이트로부터 인류를 침공하는 이계의 몬스터.
이에 맞설 유일한 전력인 각성자.
그 각성자가 되기 위한 자격을 돈을 주고 판매하는 각성자학원.
‘모조리 엉터리네요.’
무림에서도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돈으로 제자들이 배울 무공과 사문에서의 역할, 성장방향을 정했지만
돈이 없는 이들에게도 하급제자가 되어
무술을 배울 기회 자체는 열어주었다.
자질이 있으면 보다 높은 무공을 가르치고
무인으로서 성공할 기회를 열어주는 건
모든 문파가 지닌 최소한의 양심.
‘주아영은 달라요. 절 따르는 아이라서가 아니라 분명하게 재능이 있어요.’
그저 열심히 삽질을 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쌓아온 노력과 단련된 몸.
어시스트 문파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엉터리들만 모인 소굴에서
몇 안 되는 정상인 중의 하나다.
“저도 제가 가는 길이 맞다고는 생각하는데, 자꾸만 학원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하고 강사도 뭐라고 하니까 요즘 자신이 없었거든요.”
[나와요, 그런 학원. 이래서는 오히려 학원을 다닐수록 실력이 퇴보할 거예요.]비정상인들의 소굴에서는
정상인이 비정상인 취급을 당한다.
주아영에게 이 학원은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각성자학원은 각 지역 길드와 유착관계가 맺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니.
명호동의 각성자학원은
명호길드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학원을 다니면서 명호길드 따위와 이어지고 싶나요?]“저도 싫죠. 싫기는 한데…. 각성자가 될 다른 길이 안 보이는걸요.”
진로에 관한 고민.
이미 몇 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상황.
그만두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누군가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또한 결국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
주아영에게도
해응응에게도
아직은 부족한 한 걸음이었다.
2.
“말도 못하는 벙어리 선생이 도움이 됐다고?”
“여기 가상세계에서 진행했던 강의기록입니다. 스티븐 강사님도 참고해주시죠.”
각성자학원 교육기획팀에서 제시한 자료.
가상현실세계를 이용한 캡슐수업.
거기에는 현대 각성자무술의 근간이 되는 ‘어시스트 액션’이, 소위 말하는 보정기술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순수한 무술 그 자체만으로 고치고
바로잡고
새로이 틀을 다진 교육 속에서
연습생들은 언젠가 찾아올 각성의 순간을 대비한
먼 미래에 사용할 될 스킬모션을 연습하는 대신
해응응이 직접 전수한
개인별 기초검술교정을 받았다.
“해당 강의가 이루어진 후에 연습실을 이용한 생도들의 트레이닝 레벨이 전반적으로 2.3레벨 상승했습니다. 스티븐 강사님의 강의를 들은 생도들이 0.015레벨의 상승폭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차이가 있죠.”
“그래봤자 우연일 겁니다. 이런 검술로는 스킬모션을 이해할 수 없어요. 장기적으로는 더욱 해가 될 거라고요!”
“저희 교육기획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스티븐강사님의 강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영상을 본 스티븐은 가슴이 철렁해졌다.
진짜 검술이다.
스킬모션을 짜깁기해서 맞춘 가짜가 아닌
기초부터 설계된 제대로 된 검술이 저기에 있다.
심지어 해응응이 시범삼아 보여주고
연습생들의 검로를 바로잡아주는 모습은
하나의 정해진 검술에 구애받지 않았다.
네 개.
혹은 다섯 개.
어쩌면 그 이상의 검술을
배우는 이의 체형과 실력, 성장방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바꾸어 기초를 다져주었다.
연습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그녀를 바라보는 눈에 존경의 감정이 어릴수록
역으로 시간강사인 그녀의 눈에서는
실망어린 기색이 스쳤으니.
“보시면 알겠지만 해응응 시간강사님은 아직 연습생들에게 가르칠 것이 많아 보이십니다. 정식강사로의 스카우트도 따로 진행 될 예정이죠.”
“그래서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1레벨 이상의 트레이닝 레벨이 상승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다음 주까지 준비해주십시오. 이는 명호길드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입니다.”
“!!”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믿겠습니다.”
스티븐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교육기획실을 나섰다.
‘별 것 아닌 계집이 아니었어. 내 손으로 내 목을 조를 독사를 들였구나.’
자세를 직접 교정하고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검로를 지정하며
기초부터 다시 다지는 강의.
대단한 스킬모션이 사용된 것도
스킬개방에 필요한 트리거를 연습한 것도 아니지만 그 효용은 결과로서 입증되었다.
이제 그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기획팀이 요구한 개선사항을 적용하거나
그의 대체제로 손꼽히는 해응응을 배제하는 것.
무엇이 더욱 쉬운 길인지는 분명했다.
“마이클 형님. 저 스티븐입니다. 애들 좀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스티븐의 눈이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3.
부족함이 많은 연습생들을 가르치며
실망을 느끼기는 했지만
막상 강의를 한 번 하고 나니
그녀를 우러러보는 시선들이나
싹싹하게 인사를 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에서
해남파의 제자로 입적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제게도 있었죠. 미숙했던 시절이.’
그녀라고 처음부터 대단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제 몸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강요되는 여성스러운 걸음에 발이 헛나가
시도 때도 없이 넘어지는
손 많이 가는 덜렁이 취급을 당했다.
‘연습생들의 잘못도 아닌데 저들을 탓하는 건 부당하긴 하겠네요.’
잘못은 그들을 가르친 각성자학원에 있었다.
“와! 해응응 강사님. 식사 하러 가세요?”
“헐 대박. 진짜 해응응 강사님이네.”
“꺄~ 어떡해. 너무 좋아. 사인해주세요!”
그러니 강의를 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이돌을 만난 팬들처럼 꺄꺄 거리는
연습생들에게 둘러싸이는 일도 적응해야겠지.
“강사님이 가르쳐준 자세 정말 좋아요. 제 몸이 이런 훌륭한 자세를 지닐 수 있다는 건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원래 연습하던 크고 굵기만 했던 것보다 얇아도 딱 맞는 쪽이 몸도 덜 아프고 좋아요!”
“저…. 강사님이 만져주는 거라면 좋아요. 자세교정강의도.”
주어 좀 넣어주지 않을래?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곤란해 하는 해응응.
아니나 다를까, 행인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훌륭한 자세? 아프지 않은 굵기? 만져주는 게 좋아?”
“오우야”
“뭐지? 미녀강사님과 미녀학생들이 무슨 강의를 하고 온 거지? 무엇을 암시하는 거지?”
“야, 너 죽을래? 여친을 옆에 두고 한 눈 팔아?”
“아니 너도 솔직히 신경 쓰이잖아.”
데이트에 나섰던 커플.
한 눈 파는 남친의 옆구리를 쿡 찌르던 여친도
불만 가득한 눈으로 해응응을 노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몽롱해졌다.
진짜 예쁘네.
“악! 왜 또 찔러.”
“화나서.”
“어이가 없네.”
졸지에 커플 하나가 깨질 위기에 처했지만
모처럼 독점하던 언니와의 시간이 위협당하는
주아영만큼 심란한 사람은 없었다.
“미안한데 강사님은 저랑 선약이 있거든요. 이만 가볼게요.”
“어어..”
“아, 짜증나. 쟨 뭔데 강사님이랑 약속도 있어?”
연습생들로부터 해응응을 끄집어낸 주아영.
“미안해요, 언니. 괜히 제 부탁 때문에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서. 많이 귀찮죠?”
[괜찮아요.]“언니 남들한테 주목받는 거 싫어하시잖아요.”
그런 것 치고 옷은 늘 그 차림이시지만.
그래도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에
해응응은 그녀를 조금 달래줄 필요를 느꼈다.
[정말로 괜찮아요. 학원 때문이 아니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좀 있거든요.]“언니를요? 사람들이? 어디서요? 왜요?”
심신의 충격을 달랠 겸
잠시 게임을 쉬고 시간을 보내는 나날.
주아영의 청을 따라 외출할 때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시선이 부쩍 뜨거웠다.
예리한 청력은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대화소리마저 잡아냈다.
묵언검객 아니야?
와 시발 퀄리티 오지네
저 정도면 그냥 본인 아니야?
묵언검객이 뭔데 씹덕아
으이구 화상아. 각성자 학원만 다니지 말고 방송도 좀 보고 그래라. 묵언검객 따라잡기도 몰라?
묵언검객.
착각이 아니었다.
그녀의 게임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나누고 있다.
아무리 눈치가 둔한 사람이라도
이 정도면 모를 수가 없었다.
[기록경쟁 컨텐츠에서 제가 최고기록을 세운 것 같아서요.]“네??”
[레이싱게임에도 그런 게 있잖아요. 최고기록을 세우면 유령처럼 실루엣만 있는 차량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주행하는 모드.]“와. 언니 그 정도로 게임에 재능이 있었어요?”
[저도 몰랐는데 그런 것 같아요.]안타깝게도 묵언검객의 눈치는
절반만 발휘되었다.
묵언검객의 본방 시간이 짧은 것에 비해
장기컨텐츠로 굴러가는
묵언검객 따라잡기의 인지도가 더욱 큰 탓에
화제가 되는 이야기도 대부분 그쪽이었고
그녀가 들은 이야기도 묵언검객 따라잡기나
기록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최고기록을 세운 플레이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공유되는
고스트 모드 때문에 유명세를 얻었다고
이미 20년이 지난
2030년 무렵의 게임문화에나 어울리는 착각.
시대가 흘러 자동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세상으로부터 20년이 뒤처진 귀환자이기에 발생한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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