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23)
〈 323화 〉 323 암향소영???
* * *
1.
암향소영???이라는 말이 있다.
그윽한 향기와 성긴 그림자.
매화의 또 다른 모습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매화란 때와 장소에 따라 부르는 이름과 모습이 수도 없이 다른 존재. 마치 검술과도 같죠.’
야전.
그림자가 온 세상을 집어삼키는 캄캄한 밤.
화산의 검술에는 그때에 대비한 검술마저도 존재한다.
별나구나. 그런 패배자들의 검공에서 쓸모를 찾으려 하다니.
천마신공을 배우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너라면 다음대의 천마로 삼아주지 못할 것도 없는데.
마교의 무공비급서고.
수대에 걸친 침공으로 중원무림에서 약탈해온 무공비급 가운데에는 화산의 실전된 야전무공 또한 속해있었다.
천마 파천린은 자신의 진전을 이을 수도 있을 그녀가 한눈을 파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놈의 화산파.
한 멍청한 사내놈에게 코가 꿰이지만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죽은 이를 향한 마음의 멍에를 지닌 그녀에게 그러지 말라고 꾸짖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파천린은 투덜거리면서도 무공을 설명해주었다.
장강도 10년이면 그 줄기가 변하거늘, 구파일방이라고 다르지 않을쏘냐. 백 년 전만 해도 무림은 정사대전으로 피가 마를 날이 없었지.
후기지수 같은 웃기지도 않는 허명 대신 전쟁에서 활약할 암살부대를 키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화산에서는 암양대, 이 암향소영의 무공을 익힌 검수들이 이에 속했지. 천마신록에는 그들이야말로 명실상부 화산 최고의 검수들이라 평가됐고.
역대 천마들의 어록을 기록한 천마신록.
천마신공이라는 절세무공을 익힌 이들조차 기억하고 그 위력을 언급할 정도로 암향소영은 예사롭지 않은 무공이었다.
입문조건조차도 절정지경.
화산의 매화에 그림자의 서늘함과 밤거리의 스산함, 고요한 죽음을 접목한 실전검술.
그런 검술이 약할 리가 없었다.
‘자하신공이 화산의 진정한 심법이라면 암향소영이야말로 화산의 진정한 검법이죠.’
무림공적 자하요녀.
자색 눈의 요괴라고도 불리던 해응응.
요괴에 비견될 정도로 요사한 미모를 지녔다 하여 붙은 그 별호를 해응응은 자하심공과 암향소영을 통해 진정한 악명으로 승화시켰다.
구름이 가라앉고 태양마저 연기에 삼켜지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운무.
그 불길한 이름에 걸맞게 해응응의 검이 지나치는 길에는 피보라가 안개처럼 피어났다.
혈관을 베고 피를 흩뿌리며 발이 가는 족족 안개처럼 혈해를 드리우는 참혹한 검법!
사아아아아
형체 없는 그림자라도 육체로부터 비롯된 분신.
그림자의 군세는 먹물처럼 검은 피를 흩뿌리며 연달아 허물어졌다.
‘빠르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낮처럼 훤히 바라보는 눈을 지닌 야천명랑.
묵언검객과 야간시야를 공유하던 그의 눈에 경악의 감정이 차올랐다.
첫 패배로 실의에 빠진 적이 있기는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무위!
‘더 강해지셨다. 그것도 힘의 낭비가 없이 한층 더 세련되고 절제된 무위가 아닌가!’
묵언검객의 전투는 기공에 크게 기울었다.
대 보스전에서 기공의 힘을 쏟아 붓거나.
대 군세전에서 기공의 힘으로 적들을 몰살하거나.
힘의 비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쓰리지기 전에 적을 모두 쓰러뜨린다.
그 하나의 일념으로 제 몸 안에 양초에 불을 붙이고 심지를 모두 태우기 전에 적을 몰살시켰다.
그랬던 전투가.
조금의 여유도 없던 치열한 사투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크게 달라졌다.
‘내딛는 걸음은 구름이 흐르듯이 자유롭고 검에 실린 기의 출납이 더욱 정교해지셨다.’
요괴들은 개체마다 강함의 높낮이가 다르다.
가령 105 95 113 143 122의 힘을 지닌 요괴들이 있을 경우.
보통의 검객은 초전부터 300 400의 힘을 쥐어짜내며 분투하다가 뒤에 가서 힘이 빠져 당한다.
숙련된 검객은 한 호흡에 적을 꺾고자 가장 강한 적보다 조금 더 강한 150의 힘으로 전원을 모두 꺾었다.
칼이 멈추면 몸이 지치고, 몸이 지치면 호흡이 길어지고, 호흡이 길면 피로가 몰려오니.
한 번 잃어버린 호흡을 되찾기 위해 쥐어짜내야 하는 힘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고수로 손꼽히는 검객들은 달랐다.
그들은 적의 강약을 검을 맞대기 전에, 검을 맞대는 직후에, 적을 베기 직전에 매 순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110의 힘으로 적을 연달아 쓰러뜨리다가 적이 강하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힘이 늘고, 약한 적에게는 힘을 조절하며 체력안배를 할 수 있다.
한술 더 떠서 한 지역의 패자, 여러 필드에 이름을 알린 명인급 고수에 이르러서는 적보다 적은 힘으로 적을 쓰러뜨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적의 힘을 이용해 칼 한 자루로 적이 서로를 베도록 만드는 기교마저 부릴 수 있다.
‘기존의 묵언검객님은 그보다도 더 상위의 경지에 계셨지.’
묵언검객은 500의 힘을 다뤘다.
그것도 한 번의 500으로 적을 수십 마리씩 갈아버리는 방식이다.
속전속결.
적을 공포로 찍어누르고 와해시켜 저항의지 자체를 붕괴시키는 학살과 몰살의 검법.
단기적인 소모는 더 커도 장기적으로는 소모한 힘이 더 적어지는 패도적인 공격을 구사했다.
지금은 달랐다.
‘그런 힘의 낭비조차도 없이 예전과 다름없는, 그 이상의 무위를 보이신다.’
눈높이조차도 다르다며 적을 적으로 인정하지조차도 않았던 패왕의 검 대신, 받아볼 수 있으면 받아보라는 첨예한 검격이 몰아친다.
10의 힘으로 시작되는 작은 검격이 흩날리는 매화의 움직임을 따라 세 번, 다섯 번, 일곱 번씩 정교하게 겹쳐지며 뒤따른다.
공예.
그것은 공예에 가까웠다.
도륙이 아닌 적을 깎아내리며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조각칼의 움직임과도 같았다.
짓눌린다.
압도적인 물량에 집어삼켜졌던 모습이.
선두에서 그림자에 덮쳐진 그 모습이.
새카만 피보라와 함께 적진을 뚫고 돌파하는 선봉의 등이 그들에게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적의 도주나 투항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이 전장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자신의 검으로 하나씩, 철저하게, 완벽하게 사살하겠다고.
피가 있는 곳에 구름이 뒤따르고, 구름이 있는 곳에 피가 함께 하니.
검으로 자아낸 피구름을 몰고 다니며 벌어지는 고요한 학살은 무자비한 힘으로 적들을 압도할 때보다 더욱 스산하면서도 잔혹했다.
[오오. 이것이 정녕 인간의 힘인가?] [상스러운 도술의 힘이 느껴진다…] [피에 미친 도사가 나타났구나…!]피는 단순히 검고 붉은 색채만을 띄지 않는다.
그곳에는 호르몬이 있다.
본능적으로 흘리는 죽음의 공포가 있다.
그것을 몰고 다닌다는 것은 마치 사나운 들개가 개장수를 보고 꼬리를 말고 겁을 먹는 것과도 같은 이치를 보여주는 것.
막대한 힘으로 과시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몰고 다니는지.
얼마나 많은 죽음을 저 손으로 만들어냈는지.
지금, 그 죽음이 누구를 향해 다가오는지.
[세상에는 대요괴보다도 두려운 존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한단 말이다!] [이건 안 된다. 제발 도주를 허락해다오!]대요괴의 분신체가 이를 드러내며 커다란 발로 쾅 하고 자신의 군세를 짓밟았다.
[도망치지 마라. 물러서는 자들은 모두 그 영혼을 짓밟아 뭉개주겠다!]순식간에 수백에 달하는 요괴들이 밟혀죽자 요괴들도 더는 달아나지 못했다.
전방에는 묵언검객.
후방에는 대요괴의 분신체.
오도 가도 못하는 그들의 도주로로는 습격의 호기를 잡은 야천명랑마저 객귀들을 이끌고 전장이탈의 가능성을 봉쇄하였다.
사지死?.
도저히 살아나갈 수 없는 장소.
이곳은 무덤이었다.
수만에 달하는 그림자들이 한 번 죽은 몸으로 또 다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사실상 죽음이 확정된 거대한 공동묘지.
적진은 붕괴했다.
그림자의 군세는 더 이상 공포의 상징이 아니었다. 죽음을 거스른 존재들은 또 다시 죽음을 맞이하여 먹물처럼 짙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사기가 완전히 바닥 난 적들이 일방적으로 살육당하기만을 거듭하는 전장.
[그림자군단이 공세종말점에 도달했습니다.] [적의 공세가 끊어졌습니다.] [전장의 승기가 아군에게 기울어집니다.]연이은 낭보.
뒤집힌 전황.
넘어온 승기를 앞두고 마침내 그들의 주적이 그 거대한 몸으로 몸소 최전선에 행차했으니.
[대요괴의 분신체가 전면에 나섭니다.]묵언검객과 대요괴의 분신체.
두 총대장이 전선의 한복판에서 마주하였다.
2.
[Story mode]대요괴의 분신체에게도 자아는 있다.
그것이 본신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본신에 기반을 둔 힘과 지혜, 전승을 성벽처럼 자신의 몸 전체에 두르고 다닌다.
그렇기에 대요괴의 분신체는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인계와 요계를 아울러 당대최강을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을 이 대요괴를, 그 분신체라고는 해도 쌓아온 업의 무게로 마주하다니.] [내 본체가 중대한 변수를 놓치고 있었구나.] [오래된 연인, 대살귀도.] [최대의 적수, 백령신군도.] [물러난 퇴물, 폭군도.] [그 누구도 두렵지 않던 내게 처음으로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래, 이제야말로 깨달았다.] [묵언검객, 네놈이야말로 이 대요괴의 도원향을 거스르는 진정한 적수라는 사실을.]묵언검객의 교전을 몸소 보자마자 대요괴의 분신체는 깨달았다.
본체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를.
승천의 기둥에서 조우했던 때와는 짧은 사이에 놀랍도록 다른 실력을 얻은 저 인간을.
저것이다.
저것이 자신의 적수가 아니라면, 이 반요곡의 어느 무엇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
반요곡의 절반을 나누어 가지는 백령신군도.
대요괴와 자웅을 겨루던 대살귀의 악명도.
오래된 왕국의 주인, 폭군의 위세조차도.
피와 죽음을 몰고 다니는 눈앞의 저 인간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
아니, 저것은 더 이상 순수한 인간이라고 여길 수도 없다.
[심지어 피구름을 부르는 도술이라.] [봉선의 문이 닫히고 신에게도 버림받은 이 반요곡에 최후의 신선이 있다 하더니.] [네가 바로 오래된 규율을 끊고 존재의 소멸을 각오하며 살계를 꺼내든 신선인가?]세계최강을 자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자, 대요괴의 식견은 과연 범상치 않았다.
그가 내뱉는 말에 실린 의미는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았으며, 반요곡의 모든 세력판도와 가장 깊은 비밀을 꿰뚫어보고 있었으니.
그의 눈에 비치는 묵언검객은 인간이 아닌 신선에 가까운 존재였다.
한편, 그녀의 강함에 열광하는 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선??
선각자 말하는 거 아님?
아니 초반에 템 주고 사라지는 그 양반이 그렇게 강한 NPC였어???
근데 안 만났잖아
근데 왜 갑자기 신선타령임?
뿔에서 빛내면서 구름 쓰는데 그게 신선 아니면 뭐냐고ㅋㅋ
신선이 뿔이 있나?
신선은 뿔이 있다… 메모.
아니 물어본 거잖아 무친련아ㅋㅋ
그럼 방랑상인도 뿔 있는데 신선이냐?ㅉ
방랑상인도 뿔 있는 신선이다… 메모.
ㅋㅋㅋㅋ
개같이 필기ㅋㅋㅋ
반요곡의 공개되지 않은 스토리, 누구의 발도 닿지 않은 미답지의 비화가 풀려나기 시작했으니.
[현재 시청자 11만 3153명]정상급 스트리머의 등극조건 중 하나.
검투사키우기에서는 그 최종전투에서나 간신히 도달했던 10만 명의 시청자를 반요곡의 입성과 동시에 가볍게 돌파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