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25)
〈 325화 〉 325 적보다 무서운 아군
* * *
1.
[Story mode]보스들은 비겁한 기술을 쓴다.
전황이 불리해진다 싶으면 스토리 모드로 강제로 교전을 끊고 숨을 고르는 기술이다.
‘공평하지 않아요.’
편이는 플레이어를 위한 도구다.
그렇지만 지금 그 편이를 누리는 대상은 그녀가 아닌 대요괴의 분신체.
보통의 플레이어가 기진맥진해서 숨을 고를 시간조차도 그녀에게는 적이 숨을 고르는 아니꼬운 시간에 불과하다.
주객이 전도된 기능.
이래서는 대요괴의 분신체가 플레이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는 불만을 감출 길이 없다.
[살계를 연 신선의 힘에 천살성의 힘이 더해지면 이렇게나 대단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나.] [경이롭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강함이다.] [인정하지. 여기서 널 죽이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대지에 진득하게 퍼져나간 그림자 군단의 흑혈이 그의 발치로 스며들었다.
꾸물꾸물
꿀렁꿀렁
불쾌한 소리와 함께 커지는 형체가 바라보는 것은, 망토를 흩날리며 삿갓 아래로 자색의 눈을 번뜩이는 검객이 아니다.
그녀의 등 뒤로 도열한 채 전장을 지켜보던 수만의 객귀군단병들.
묵언검객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었을 때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죽음의 공포가 그녀의 너머로 향하는 순간, 군세는 죽음을 느꼈다.
[그렇지만 네놈의 그릇은 결국 인간.] [신선의 금기를 범하더라도, 천살성의 저주받은 힘을 발휘하더라도.] [혼자서는 지치고, 한 몸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총량에는 한계가 있지.] [더 이상 내 목표는 네가 아니다.] [너의 부하들.] [너의 신하들.] [너의 군세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가는 사멸의 파도가 되어, 이 분신체의 남은 힘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쥐어짜 네 모든 것을 앗아가마!]조금만 상황이 불리해지면 부하들을 노리는 건 이놈이고 저놈이고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나락의 왕 때와는 달리, 대요괴의 분신체는 라는 이름에 걸맞은 거대한 검은 파도의 헤일이 되었다는 것!
[오, 맙소사.] [이건 피할 수 없어.] [주군이시여…….]까마득히 솟구친 검은 파도를 올려다보며 망연히 중얼거리는 객귀군단병들.
그들의 아득한 공포심을 비치는 카메라워킹과 함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몰려오는 검은파도 아래로 화면이 새카맣게 닫혔다.
2.
[Player mode]참 웃기는 재주다.
덮쳐오는 파도를 멸하고자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니 파도가 좌우로 쩍 갈라졌다.
“주군께서 파도를 반으로 가르셨다!!”
“와아아!!”
“그, 그런데 저건 왜 안 멈추지?”
안 갈랐으니까 그렇지.
검 한 번 가르기도 전에 지가 알아서 사람을 피해가는 파도라니.
정말 조금이라도 피해를 늘리겠다는 악의 하나로 똘똘 뭉친 비겁한 파도가 아닌가.
‘무슨 보스가 플레이어를 피해 도망치면서 아군만 쥐 잡듯이 잡으려고 들죠?’
참 곤란한 노릇이다.
서로의 발을 동시에 묶는 편리한 전승 따위는 그녀의 검술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의 꽃이 군중제어기(CC기)라더니 그 이유가 이제야 실감이 갔다.
원하는 때에 상대를 붙잡아두고 팰 수 있는 기술만큼 검사에게 탐나는 기술은 없다.
없는 기술에 미련을 떨친다고 한들, 검술로 어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낙운일연의 피구름으로도 다 막아낼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에요.’
보다 빠르게, 보다 멀리, 보다 넓게.
그녀에게는 보다 편리하게 적을 해치울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검술로는 한계가 있다.
저렇게 넓은 범위로 자신을 지나쳐가는 파도를 베면서 아군은 베지 않는 활인검의 궁극에 달한 묘리는 그녀가 익힌 검술에 존재하지 않는다.
피와 죽음을 먹어치우며 몰살의 길을 걸어왔던 그녀의 검으로는 저 뒤의 객귀군단까지 같이 도살해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어쩔 수 없군요.’
체념까지는 아니더라도 타협을 해야 했다.
이런 건 취향이 아니지만.
무림인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드래고닉 매직.
대요괴는 신선의 도술이라 부르는 기술.
이 힘이 정말 신선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신선들이 보였던 묘기를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겠죠.’
인면지주를 죽음으로 몰아붙였던 요괴선인.
한때 신선이었지만 스스로 타락한 존재.
그가 보였던 결계술의 묘리는 아직 깨우치지 못했지만, 또 다른 기술이라면 기억하고 있다.
요력을 두 눈에 집중해서 사출하는 시력에 나쁠 것 같은 안광빔.
물론 눈으로 따라할 생각은 없다.
눈이 나빠지는 것은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페널티.
손 하나를 잃는 것과 막상막하의, 어쩌면 그 이상의 불리함을 감수하는 금단의 기술이다.
독안의 무림인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근사하지만 ‘이 자식 왜 현역이지?’ ‘뭐지? 하후돈인가?’ 싶은 생각부터 앞서는 것이 무림인의 심리.
‘그러니 한다면 이것밖에 없죠.’
요령은 있다.
빔소드를 통해 고에너지가 ‘밀집’한 결정체를 다뤄보기도 했고, 아머드들과의 싸움으로 에너지를 ‘사출’하는 경험도 간접적으로 했다.
거기에 더해 눈으로 빔을 쏘는 ‘요력파괴광선’까지 목격했으니.
요령, 기술, 묘리.
필요한 재료는 모두 모였다.
눈 대신 이마의 뿔 위로 밀집하는 기운.
?!
저거 왜 빛남?
설마??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이미 짐작했다.
그녀가 저지르려는 짓을.
와! 마왕데스빔!!
천마데스빔!!
용용데스빔!!
아니ㅋㅋㅋ 진짜 어떻게 하는 거냐고
그니까 현실에서도 저게 된다는 거죠?
스킬 안 배웠는데 인간 자체가 치트캐릭이라서 사기스킬이 계속 나오네ㅅㅂㅋㅋ
검의 출수보다 더 빠른 빔격.
거리의 제약을 무시하는 빛이 사멸의 파도를 빠르게 훑는다.
지이이잉━─
━퍼버버버벙
번뜩이는 등대의 빛 너머로 쫓겨나는 어둠처럼 대요괴의 분신체가 줄지어 터져나간다.
검과 검의 충돌.
폭력과 폭력의 충돌.
기존의 궤를 넘어선 물량과 빔격의 충돌.
그것은 명백한 비인간과 비인간의 격돌이었다.
아앗 아머드태종의 트라우마가…
갓해찬 당신은 이런 괴물과 한 달이나 싸우고 계셨던 겁니까…….
빛빛빛 끝없는 재평가
진짜 ㅈ됐다
악룡련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네
드래곤브레스 쏘려다가 우리 눈치 보고 용 아닌 척 뿔로 쏘는 거 맞지?
이게 눈치 보는 위력이냐?ㅋㅋㅋ
눈치 안 보면 더 쌔진다고
그게 더 무서워
아니 왜 플레이어한테 페이즈가 있는데ㅋㅋㅋ
검술도 살벌한데 용인마법으로 간 보더니 마지막에는 용용데스빔까지 쏘는 무친 3페이즈를 지닌 최고난이도 월드보스 마왕검객
대요괴의 분신체에게도 억울한 일이었다.
무슨 놈의 신선이 이만한 화력을 지녔단 말인가.
싸움에 미친 투선이라도 이 정도는 아니다.
운이 없어도 정말 없는 상황.
그러나 그가 선택한 추적이다.
먼저 선빵을 치러 달려왔으니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결과야 말할 것도 없다.
[토벌성공] [대요괴의 분신체의 사멸모드 를 소멸시켰습니다.]대요괴의 분신체, 그 최종페이즈.
빔격 앞에 개같이 소멸했다.
3.
[Story mode] [히든루트 초견살인 달성완료] [히든루트 사멸의 파도 달성완료] [도전과제] [대요괴의 분신체를 토벌한다.(달성)] [대요괴의 분신체와의 첫 조우에서 승리한다.(달성)] [사멸의 파도 페이즈에 도달하고도 승리한다.(달성)] [소탕랭크SSS] [토벌랭크SSS] [도전랭크SSS] [종합랭크 9★/3★(+600%)] [MORE THAN PERFECT] [대요괴가 분신체 소멸의 반동으로 피해를 입습니다.] [백령신군이 천기를 읽어 대요괴가 입은 피해를 감지합니다.] [요격전 대성공!]그래도 빔으로 요격하기까지의 그 짧은 사이에 대요괴의 분신체가 입힌 피해가 있었던 걸까.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알림을 뒤따라 야천명랑이 침울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이번 전투로 객귀군단에서 사상자가 11500개체, 중상자가 2만 개체 이상 속출했습니다.]【상호작용 선택지】
[막대한 피해에 침울한 야천명랑에게 당신은….]1. 적이지만 강한 상대였다.
2. 비전투부대의 한계다.
3. (군단의 정통, 5분간 묵념을 실행한다.)
습관대로 묵념을 고르려던 해응응.
그녀의 초점이 3번으로 향하는 그때, 야천명랑의 말이 이어졌다.
[그, 말씀드리기 무척이나 송구하지만 꼭 아셔야 한다고 생각해서……] [?] [마지막에 여주인님께서 사용하신 기술에 사상자의 70% 이상이…….] […….] [………….]굉장히 미안해진다.
이러면 묵념으로 때울 수가 없잖아.
ㅋㅋㅋㅋㅋ
적보다 무서운 아군총대장
역시 악룡다운 인성
아ㅋㅋ 드래곤은 미물들의 하찮은 생명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고
[▶1. 적이지만 강한 상대였다.]대요괴에게 짐을 떠넘기는 해응응의 선택에 야천명랑은 그런가? 그런 거겠지? 하는 얼굴로 수긍하려 애썼다.
[객귀군단의 피해가 심대합니다.] [다음 턴, 객귀군단의 행동이 불가능합니다.] [객귀군단장 야천명랑이 당신의 인품에 의혹을 품습니다.] [객귀군단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품습니다.] [부하들의 공포도가 활성화됩니다.]돌아서는 그의 얼굴에 드리운 의혹어린 눈초리는 어떻게 봐도 마왕검객과 조우한 아머드파일럿들의 표정과 다를 바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