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27)
〈 327화 〉 327 전염병의 기댓값
* * *
1.
【제 4 턴】
[묵언검객 페이즈(종료)] [대요괴 페이즈(종료)] [백령신군 페이즈(종료)] [모든 페이즈가 종료되었습니다.] [턴이 종료됩니다.]【제 5 턴】
[묵언검객 페이즈] [대요괴 페이즈] [백령신군 페이즈] [묵언검객 페이즈가 시작됩니다.]2.
【묵언검객 페이즈】
[세력전략을 선택하십시오.] [이번 턴에는 1회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전략선택 횟수는 1회입니다.]【세력전략】
1. 회의(조언 얻기, 지도 확장)
2. 조사(정보 습득, 아이템 습득, 인재 발견)
3. 공격(필드 침범, 세력 확장)
4. 주둔(필드 수비, 부상 회복, 병력 확충)
5. 계략(이벤트 발동)
6. 외교(이벤트 발동)
7. 특수(이벤트 발동 : 역성혁명)
먼저 돌격해서 다 죽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해응응은 생각을 달리했다.
‘모처럼 대요괴가 제 전력을 오판했어요. 이런 호기는 이용하지 않을 수 없죠.’
대요괴는 강하다.
승천의 기둥의 강함을 떠올리면 대요괴의 강함은 분명 그 이상일 터.
어쩌면 전성기의 그녀의 실력을 되찾아야 할 정도의 강적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지금 바로 대요괴와 결판을 내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하리란 예감이 들어요.’
해응응이 생각하는 승천의기둥의 강함은 초절정급이며 대요괴의 강함은 한술 더 떠서 화경급!
경지레벨을 최대치로 꽉꽉 채워온 그녀라면 한 단계 아래에서도 꺾을 수 있으니, 초절정급까지 경지를 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그의 부하들은 다르다.
대부분이 절정에서 초절정 사이의 수준.
절정지경에 오른 지금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꺾고 가지고 놀 수 있다.
기회가 허락되는 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부하들을 없앨 필요가 있다.
일정범위 내 모든 요괴를 제물삼아 자신의 힘을 늘리는 대요괴의 고유이벤트도 고려하면 그의 부하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
‘그러니 끌어들여야죠.’
역습에 나선다면 적들은 당장 달아나겠지.
그녀가 날뛸수록 사방팔방 흩어질 미래가 선하다.
하지만 수비를 굳힌다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제 발로 찾아온다.
오는 족족 받아먹기만 해도 알아서 적의 대군이 분쇄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풀렸어요. 모처럼 부하들도 있겠다, 가끔은 부하들에게도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런 이유로 그녀는 생각했다.
처음으로 주둔각이 섰다고.
묵언검객의 반요곡.
공격밖에 모르던 그녀의 게임에서 최초로 맞이하는 자발적 수비전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특수] [대요괴의 수도에서 일어난 참상을 들은 고관대면이 이 소식을 만천하에 널리 알리며 전 필드의 요괴들의 반란을 부추깁니다.]저 먹음직스러운 선택지가 깜빡거리며 그녀를 유혹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3.
“히에엑! 뿔이 자란 것이닷!!”
“잉간이는 아직 애기구나? 뿔도 그렇게 작구!”
“주군꼐서 기어이 인간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요괴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겁쟁이 뚜따의 언제나 놀라는 리액션.
별반 다를 것 없는 작은 뿔의 소유자, 방랑상인의 으스대는 리액션.
충의의 상징 적기사의 간신 리액션까지.
이게 간부들인지 리액션 전문 패널들인지 모를 충실한 반응에 해응응은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두 손을 들어 뿔을 가렸다.
“그러지 않아도 굳이 만지고 싶지 않은 것이닷!! 너무 무서운 것이닷!!”
“잉간이는 정말 겁쟁이구나? 그러지 않아도 뿔은 원래 함부로 만지지 않는데.”
“…크흠.”
적기사가 살짝 들었던 손을 어깨로 올리며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을 했다.
“뿔은 언제 자란 것이닷?”
“저도 궁금하군요. 원래 뿔 같은 건 없으시지 않았습니까?”
뚜따와 짐꾼의 호기심에 답하기도 전에 야천명랑이 급히 달려와 경고했다.
“여주인님께서 힘을 감춰왔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자칫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제 부하들처럼 요괴데스빔에 당해 죽을지도 모릅니다.”
“히에에에엑!!!”
“요괴데스빔! 정말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기술이름이군요.”
“…….”
완전 경계 받고 있네ㅋㅋㅋㅋ
뚜따는 겁에 질린 것이닷!!
겁에 질린 뚜따를 메챠쿠챠 스크린샷 찍는 거시닷!!
두땃쥐단의 착즙용 짤이 늘어나서 행복한 것이닷!!
아니 두땃쥐인간놈들 왤케 많아
이 정도면 양반이지
닷닷 거리는 놈들 꿀밤 마렵지 않음?
수귀자폭병만 미쳐 날뛰던 때에 비하면야
앗…….
묵언검객 채팅방의 암흑기ㅋㅋㅋ
그땐 진짜 살벌했지…….
모두가 우주미아 아니면 수귀자폭병이 되던 시절…… 그립지 않습니다…….
ㄹㅇ 너무 힘들고 서러웠어
초심으로 돌아가지 말자…….
과거는 지나가면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정말 힘든 과거는 젊음을 되찾는 한이 있더라도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잉간아. 뿔이 없던 시절이 그립지는 않아?”
방랑상인이 보기에는 뿔이 생긴 지금이 그런 순간처럼 보였나보다.
“잉간이는 강했잖아. 인계최강의 검객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니까. 인간 중에서는 두 번째로 강한 인간일 텐데도 인간을 그만뒀잖아.”
“?”
“괴로운 일을 해버리고도 괴롭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거야? 정말 가여워.”
해응응의 뿔은 악마의 산양뿔이나 들소들의 우람한 뿔보다는 도깨비들의 것에 가까웠다.
그것도 대책 없이 그릇을 키워 부풀리는 커다란 뿔이 아닌 자그맣고 앙증맞은, 마치 혹처럼 작게 부풀어 오른 뿔이다.
“누구의 피를 먹고 어떤 반요가 되었는지는 묻지 않을게. 전부 잉간이가 선택한 거니까. 그래도 이것만큼은 말하게 해줘.”
방랑상인이 해응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깨비는 말이야, 기대를 먹고 자라는 요괴야. 풍년이 왔으면 좋겠다, 재물이 갖고 싶다, 재액이 닥치지 않으면 좋겠다…….”
“…….”
“분명 잉간이도 모두의 기대를 먹고 도깨비의 피를 각성한 거겠지. 그치만 감당할 수 없는 큰 기대는 도깨비를 죽이고 말아.”
방랑상인이 해응응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인간의 체온보다 훨씬 뜨거운, 공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도깨비의 피부.
그런 팔뚝과 가슴팍에 머리를 감싸이며 해응응은 잠자코 몸을 맡겼다.
“그러니까 혼자서 너무 애쓰지는 말아줘. 잉간이가 내 동생을 위해 귀물을 전해줬듯이 나도 잉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거니깐.”
귀엽고 순박한 푸른 피부의 도깨비 요괴. 마냥 작고 무해하게만 보였던 방랑상인의 솔직한 마음 앞에 해응응은 괜히 부끄러워졌다.
마치 아지사하브의 구름에 안긴 것만 같은 몽글몽글한 기분이 마음을 간질거렸다.
“원래 뿔이 작은 도깨비는 뿔이 큰 도깨비를 대장으로 모시기도 하니깐!”
“!”
“힘으로는 잉간이가 강할지 몰라도 도깨비로는 내가 선배라고?”
으스대는 얼굴을 하며 무한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쟈쟈쟌~ 하면서 무언가를 꺼내는 방랑상인.
“선물! 이거 받구 힘내!”
[방랑상인의 한입 먹은 신령의 나뭇가지]“…….”
차마 거절하기는 뭐해서 받았지만 이런 건 도대체 왜 가지고 다니는 걸까.
신령이라는 이름에 혹시 숨겨진 효능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기대해보았지만 별 다른 아이템 효과도 적혀있지 않은 그냥 나뭇가지였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자기가 훨씬 더 아이 같은 주제에.’
순수함이란 전염병과도 같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증세가 옮아버린다.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하게 만들고, 안면근육을 멋대로 뒤틀어 웃음 짓게 만든다.
병마로부터 자유로운 무림인조차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질병!
그래도 무심코 생각해버리곤 한다.
이런 병이라면 걸려도 좋지 않을까 하고.
‘벌써 옮아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주둔 따위를 골라봤자 특수행동 역성혁명만도 못한 것이 당연한데.
[▶주둔]그런데도 수비를 굳히고 말았다.
조금 더 이 웃음을,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버렸으니까.
‘그래도 제 잘못은 아니에요.’
결코 마음이 약해진 것이 아니다.
물러터진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지도 모를, 분명 언젠가는 낫게 될 병의 탓이니까.
그러니 그녀도 어쩔 수 없다.
이건 병이니까.
멋대로 병을 옮겨버린 쪽이 잘못한 거니까.
4.
[필드수비를 강화합니다.] [부상병들의 회복을 진행합니다.] [병력을 확충합니다.]세상만사에는 기댓값이 있다.
빵빵한 과자봉투 속에 과자가 가득할 거라고.
비싼 돈을 주면 맛있는 음식이 나올 거라고.
마음속으로 예상하는 대가가.
물론 현실은 가혹하다.
냉혹한 자본주의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는다.
질소 빠진 과자봉투에는 봉투의 삼분의 일도 채우지 못한 과자가 기다리기도 한다.
분위기와 유명세로 잔뜩 값어치도 못하는 맛없는 요리가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선행을 하면 선행으로 돌려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악행으로 돌려주는 이들도 있고.
왜 너만 착한 척을 하냐며 너 때문에 마음 편히 악행을 저지를 수 없다며 사방에서 몰매를 던지고 두들겨 맞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기댓값조차 충족되지 못하는 대신.
기댓값 이상을 누리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수도방위군단장이 독대를 희망합니다.] [▶독대를 수락했습니다.]대요괴 세력의 필드보스. 메기수염에 거대한 얼굴을 지닌 군단장이 그녀를 찾아왔다.
“묵언검객. 실은 고백할 것이 있다.”
“?”
“내게는 소리를 엿듣는 전승이 있지. 지난 전투에서 당신이 부하들을 위해 인간이기를 저버리고, 신선이기마저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메기군단장은 숙연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더군. 수도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수도방위군단의 군단장인 주제에 주어진 사명조차 다하지 못한 나와는 비교되는 모습이.”
필드수비. 부상회복, 병력확충.
그런 것들이 기댓값에 해당한다면 메기군단장의 변심은 명백한 기댓값 이상, 행운의 영역에 속하는 이벤트다.
대요괴에게 산제물이 될 뻔하고 그를 피해 달아났다고 한들, 그들이 의탁할 세력은 묵언검객의 세력뿐만이 아니다.
간다면 백령신군의 세력이 몇 배는 낫다.
미래가 없는 세력에 의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선택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메기군단장은 그 어리석은 선택을 자처하였다.
“짊어지지 않아도 책임을 짊어지고 저 고강한 대요괴를 적으로 돌리는 용기가 내게 수치심을 일깨워주었다.”
얼굴은 크고, 메기수염은 징그럽고, 덩치도 너무 커서 가시인간만큼 기분 나쁘게 생긴 요괴지만, 메기군단장의 눈에는 의지가 타올랐다.
“임관을 청하겠다. 갈 곳 잃은 우리를, 사명을 다하지 못한 수도방위사령군을 거두어다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