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3)
〈 33화 〉 33 좋은 사람
* * *
1.
갑작스러운 인기는 즐거움보다 난처함이 앞선다.
어딜 가도 몰려드는 인파나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
우지우에게는 지금 눈앞의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소리가 그랬다.
“와! 현실판 인면지주!”
“수컷 인면지주!”
“거미인간님도 인면지주 좋아하세요?”
코드네임 거미인간.
해외에서는 현실이 된 스파이더맨이라 불리고
유명 해외TV쇼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강할 것 같은 각성자
2위로 선정되며
만화를 찢고 튀어나온 스파이더맨이라 불렸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수컷 인면지주라고 불릴 뿐이었다.
“후. 자경대 때려 치고 싶네.”
“아서라. 사람들도 다 너 좋아서 그런 거잖아.”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인면지주가 뭔지 찾아보기 전까지는.”
“많이 못생겼냐?”
“존나 많이. 거의 저주받은 기분이야.”
“난 그래도 부럽다. 너 정도면 인지도는 잭팟 터졌잖아. 안 그래?”
각성자협회 소속 각성자.
그들은 길드에 소속된 각성자들과 달리
협회기여도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사무직원이 없는 프리랜서.
정기적으로 소그룹으로 모여
기여도를 벌기 위한 치안활동을 하는
속칭 의 일원이었다.
“광고CF 하나만 붙어도 사회활동기여로 점수 빡 붙잖아. 인지도만 오르면 CF도 머지않았지.”
“그거야 좋기는 한데. 그래도 인면지주는 진짜 아니야.”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그래?”
궁금증을 견디다 못한 우지우의 동료 각성자가 스크린폰으로 검색을 했다.
“쭈글쭈글하고 개못생겼지?”
“미친놈.”
“뭐?”
“너 페도냐? 이 얼굴의 어디가 쭈글쭈글한데.”
“아니 시발. 이걸 미화를 시켰네.”
할머니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인터넷 빌런들의 혐짤을 처음 볼 때 느꼈던
소위 할카스의 충격이 되살아날 정도로
기분 나쁘게 생긴 인면지주가
어느새 모에선을 맞은
청순가련 미소녀가 됐다.
인터넷과 집단지성이 모이면
진실이 왜곡되기란
이토록 간단한 것이었다.
“퉷. 더러운 페도새끼.”
“아니 시발 진짜 오해야! 원본은 다르다고!”
우지우는 눈을 더럽히는
혐오스러운 원본 짤을
직접 검색해서
동료의 면전에 들이댄 뒤에야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아, 호출이다. 공원 쪽에 뭐 있나본데?”
“혼자 가. 난 시간 다 채웠어.”
“매정한 녀석.”
배찌를 뗀 동료가 공중화장실로 갔다.
코스튬을 벗고 평상복으로 귀갓길에 올라
시민들에게 붙잡혀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려는
자경대 소속 각성자들에게 전해지는
그들 나름의 쾌적한 삶을 위한 몸부림이다.
“오, 연예인인가?”
공원벤치 위에 올라간 두 사람을
군중 수백 명이 우르르 몰려와 포위하고 있다.
자칫 군중에 휩쓸려서 넘어졌다간
압사라도 당하기 십상인
의도야 팬심이건 어쨌건 대단히 위험한 상황.
“각성자협회에서 신고 받고 나왔습니다. 군중 여러분은 지금 즉시 벤치로부터 5m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아이씨발 짜증나게 진짜.”
“방금 욕한 주황색 티셔츠에 웨이브 머리 아가씨, 신원조회 들어갑니다. 여승아씨? 고지서 끊었으니 스크린폰으로 확인하세요.”
“아, 아니. 저기요, 사람이 욱하면 실수할 수도 있지 갑자기 그러시면 어떡해요.”
“갑자기 욕하면 갑자기 고지서 날아갈 수도 있지 뭘 예민하게 그래요? 모욕죄랑 공무집행방해 고지서도 받고 싶으면 계속 그러세요.”
본보기로 한 명을 골라서
실시간으로 벌금고지서를 때려 박으니
무법천지나 다름없던 인파에
잠시 집 나갔던 매너가 돌아왔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그래도 벌금은 맞기 싫은 사람들이 물러나자
우지우는 벤치 위로 피신해있던
연예인처럼 예쁜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각성자협회에서 나왔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안전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경찰의 권력이 무너진 세상.
치안업무의 일부를 위임받은 각성자에게
이 정도 일은 흔치는 않더라도
이따금 생길 수 있다.
우지우는 솔직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와 진짜 예쁘네.’
이 정도면 인파가 왜 몰렸는지도 알겠다.
우크라이나 미녀들 못지않은
그 흔한 화장기조차 없는
쌩얼로도 엄청난 아름다움을 뽐내는
미녀가 둘이나 있는데
심지어 죽립을 쓴 여자 쪽은 죽립에 가려져
얼굴이 하관만 드러난 상태로도
범상치 않은 미모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언니가 갑자기 인기가 많아져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거든요.”
“저 아저씨 아닙니다. 올해로 스물다섯밖에 안 되는 창창한..”
우지우가 자기어필에 애쓰려 한창일 때.
“거미인간이다!”
“현실판 수컷 인면지주?”
“아 진짜네.”
“어떤 새끼가 훼방 치나 했더니 저거였어?”
“쯧.”
“고작 C급이 나대고 다닌 거야?”
“으, 쪽팔려.”
“게이트에서 나대지 왜 우리한테 저래?”
“혐면지주는 암컷이건 수컷이건 극혐이네.”
“지 혼자 재미 보려고 우리 쫓아내는 것 봐. 개극혐 아니냐?”
“역겨워. 협회신문고에 신고해야지.”
아니 저 새끼들이?
우지우가 강제로 해산시킨 인파에서
떨어져 나온 무리 중 일부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오며
귀에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험담을 나눴다.
국민 대다수가
재산 없이 빚에 허덕이는
빚잔치 세대가 주류인 오늘 날
잘 나가는 각성자들을
시기하는 사람들은 많고
이런 모욕을 당하는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얼굴스캔완료] [신원분석완료] [위 11인을 모욕죄로 신고했습니다.] [근무 중 상시 이루어지는 음성녹음 데이터가 증거로 첨부됩니다.] [위법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벌금고지서가 발송되었습니다.]우지우는 인파를 한 번 째려보았다.
‘겁도 없이 각성자한테 시비를 건 죄다.’
현대사회가 유지되는 건
각성자가 게이트의 몬스터들로부터 인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각성자에 대한 각국의 취급은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수단이 수두룩하다.
즉각적인 신원조회와
벌금고지서 발송도
각성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 중 일부였다.
‘오늘 니들 때문에 이분들한테 점수 못 따면 맹세컨대 돌아가는 길에 불안감조성으로 경범죄벌금도 다 때려 박을 거야.’
물론 벌금고지서에
약간의 사적인 감정이 담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성자의 손을 들어준다.
너무 말도 안 되게 무고한 사람을
생사람 잡듯이 신고하지만 않으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법리적 해석은 대충 넘어가니까.
[인면지주? 거미인간?]헌데 죽립을 쓴 여자가 부쩍 호기심을 보였다.
“아저씨가 왜 거미인간이라고 불리냐고 언니가 궁금해 하세요.”
“아, 별건 아니고 제가 특수한 각성자 클래스를 얻었거든요. 거미처럼 실도 뿜고 벽도 타고 그래서 거미인간으로 불립니다.”
“우와. 동물계 각성 맞죠? 보통 그런 직업을 얻을 확률은 10%도 안 된다던데. 좋으시겠네요.”
“하하. 잘 아시네요.”
“저도 각성자연습생이거든요.”
“사인이라도 해드릴까요?”
“정말요?”
선뜻 수첩을 내밀고 사인을 받는 여자
주아영.
그녀의 사인북을 쳐다보던 우지우가 감탄했다.
페이지 옆에 떼가 탈 정도로
자주 열어본 흔적이
그녀가 품은 각성자에 대한 열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언니분도 사인해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저희 언니는….”
그제야 진지하게 언니 쪽의 복장을 본 우지우.
그의 눈을 사로잡은 건
사극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독특한
옷차림새가 아닌
허리춤에 찬 검집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걸음걸이였다.
“혹시 각성자십니까?”
주아영은 어쩔 바를 몰랐다.
FM식으로 벌금고지서를 날리는 사람 앞에서
언니가 각성자 라이센스도 없는
미등록각성자라는 사실이 들켜봤자
득이 될 일은 없을 터.
그렇다고 함부로 거짓말을 했다가 들키면
더욱 큰 역풍을 맞이하게 된다.
【금제】
[거짓말금지] 당신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필담이나 수화로도 상대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해응응 본인 또한
거짓말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칫 큰 소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우지우의 민감한 질문을 받아낸 건
주아영이 아닌 해응응이었다.
[검을 조금 다루고 있어요.]“아하. 그러시구나. 저는 올해로 각성자가 된지 3년차가 되는 동물계 각성자 우지우입니다. 협회 내에서의 코드네임은 거미인간이고요.”
[20년째 검을 다루고 있는 해응응이라고 해요.]사실만을 표현했지만
질문의 의도를 교묘하게 비껴나가는 화술.
시치미를 뚝 떼고 내뱉는 발언에
주아영이 깜짝 놀라 쳐다보았지만
해응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화의 주도권을 이끌었다.
[인면지주 좋아하시나요?]밑도 끝도 없는 엉뚱한 질문.
인면지주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우지우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엄청 좋아하죠.”
남자는 미녀 앞에서라면 뭐든지 좋아할 수 있다.
설령 그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도.
2.
손을 흔들며 역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배웅하는 우지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주아영이 키득 웃었다.
“재밌는 사람이었죠?”
[좋은 사람이에요.]“왜요? 인면지주를 좋아해서?”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그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다음에 제가 인형이라도 구해볼까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처음 게임을 마칠 때만 해도
세상 다 산 것처럼 우울했던 해응응이었지만
요 근래 주아영과 어울리며 보낸 시간이
그녀의 마음에 안정감을 심어주었다.
하나의 인연이 전부가 아니다.
떠나보낸 인연은 슬프지만
그녀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다른 인연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저만 인면지주를 좋아해주었던 것도 아니고요.’
거미인간 우지우.
그도 잔뜩 흥분하더니 인면지주가 좋은 이유를
이것저것 말해주지 않았던가.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인면지주가 좋은 건
그녀로서도 조금 어리둥절한 이야기였지만
자신보다 더욱 그녀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플레이어의 게임 속
다른 세계선에서는
인면지주가 행복해지는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결혼도 할까요?’
인면지주의 추한 외면에도 아랑곳 않고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똑같은 거미의 능력을 지닌 거미인간이라면.
어쩌면 인면지주에게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전 여기서 가볼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언니.”
[걱정 말고 들어가요.]주아영이 집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해응응은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
혼자가 되면
불현 듯 엄습해오는 차갑고도 끈끈한 감정.
깊은 어둠과 고독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녀를 집어삼키지 못했다.
우지우와의 만남이
인면지주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그만큼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 앞 골목길에서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살기를 뿜어내는
한 무리의 사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누구야. 해응응씨잖아?”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접근하는 스티븐.
각성자학원의 강사.
일일강사로 학원에 나간 건 한 번뿐이지만
스티븐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소식은
주아영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잠시 얘기나 하고 가시죠.”
그가 앞장서는 방향은
살기를 감출 줄도 모르는 애송이들이 모인
대로에서 멀리 떨어진 골목길.
코웃음도 안 나올 뻔한 수작이지만
해응응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런 부류는 모기처럼 직접 때려잡지 않으면 계속 근처를 서성거리죠.’
무림에서 보낸 날들처럼
대수로울 것 없는
평범한 일상.
단지 오늘은
조금 피냄새가 짙어질 예정이었다.
3.
퇴근시간은 진즉에 지났지만
대단한 미녀들과 어울리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초과근무를 하던 우지우.
해가 저물지만 가로등도 켜지지 않은
새벽보다 어두운 초저녁의 시간.
문득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요즘 따라 거리 분위기가 어수선해서요. 만날 때마다 아영이는 역까지 바래다주고 있어요.]아끼는 동생을 배웅해주는 착한 각성자 언니.
그렇다는 건
여기는 주아영의 집으로 가는 길이지
해응응의 집으로 가는 길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누군가가 지켜주며 집으로 돌아가는 건
사뭇 느낌이 다르지 않겠는가.
‘너무 들이대면 싫어할지도 모르고,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엉뚱한 성격이라면 혹시 또 모르잖아?’
일단 저질러보자.
경호를 자처할 생각에 신이 나서
해응응을 쫓는 우지우.
그의 눈에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지닌
건장한 체격의 서양인과
그의 뒤를 따르는 해응응이 보였다.
그 순간
우지우의 머릿속에는
두 개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국보유출.
문화재침략.
‘안 돼, 이 개새끼야. 내가 먼저 좋아했어!’
두 사람이 향한 골목길로
우지우가 뒤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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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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