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31)
〈 331화 〉 331 팔 하나의 가치
* * *
1.
전승은 아무 때나 남발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생전 혹은 사후, 자신의 행동이나 행적, 업적을 요력으로 구현해내는 힘.
그 발동에는 요력의 소모가 뒤따른다.
요컨대 내공을 사용하는 무공이나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에 가깝다.
전황을 바꿀 정도의 큰 기술은 큰 소모가 따르니, 빗나가거나 실패하면 뼈아픈 손실이 된다.
‘그걸 알기에 전승을 아끼고 있다고는 해도 실력차이가 위태로울 정도로 크군요.’
악어장수의 창을 따라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기울어지기 바쁜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
저러다가 갑자기 악어장수가 둘의 목을 날리고 “다음.” 이딴 소리를 박아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에 뚜따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히에엑! 큰일이닷! 우리군의 최고참 둘이 장난감처럼 구겨지고 있는 것이닷!!”
“역시 지금이라도 요새로 회군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짐꾼이 보기에도 위태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왜 요새 밖에서 싸움?
ㄹㅇ
그냥 성벽 끼고 싸우면 안 됨?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의문이다.
오호대장군 총공격.
군단단위 5연전을 요새 밖에서 다 맞아가면서 주고받으며 입는 피해도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멍청한 소리 마는 것이닷!”
ㅋㅋㅋㅋㅋ
뚜따가 공인하는 멍청이들
아니 씹
오늘부터 뚜따 학대파 간다ㅡㅡ
존나 거인화 마렵네
“오호대장군 쯤 되는 요괴들은 성벽에 가까이만 가도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승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닷!”
“예? 그런 전승은 저조차도 들어본 적이…… 아아. 오호대장군이 공성전에 나서는 일 자체가 없어서 몰랐나?”
짐꾼도 뭐든지 아는 건 아니다.
그것이 해응응의 눈에는 퍽 기이하게 비추었다.
공성전에 나서는 일이 없어서 몰랐다.
그 말은 다른 요괴들의 수많은 전승은 쓸 일이 있어서 알았다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약한 몸.
심약한 성정.
그에 비해 언벨런스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뛰어난 정보력.
그 틈에 드러난 자그마한 구멍이 하나.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있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결국 당신들은 반요곡에 속한 존재. 일개 게임 속 유희의 도구로 전락했죠.’
비단 짐꾼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이다, 적기사!”
악어장수에게서 틈을 만들고자 몸소 위험을 감수하는 괴력의 우완도.
망토를 흩날리며 마상돌진을 감행하는 적기사도.
창으로 적기사의 마상창을 휘어감아 괴력의 우완과 적기사를 동시에 내동댕이치는 맹위를 떨쳐보이는 악어장수마저도.
수많은 엔딩과 최후들로 점철된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은 살아있어요.’
인면지주의 죽음을 자신의 옛 조력자들이 죽은 것처럼 슬퍼했고, 사생아 왕자의 배신에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다.
적기사의 충성맹세를 받아들이며 우두머리의 자리를 받아들였고,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리며 지금의 그녀가 되었다.
‘하나의 관계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는 없죠.’
주변에 기립해있던 요괴의 허리춤에서 무기를 뽑아들고는 팔을 어깨 너머로 들어올린다.
휘오오.
삼중 나선으로 힘줄을 꼬듯이 밀어 넣는 내공에 뺏어든 창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진동한다.
여기서 날릴까?
아니, 악어장수라면 코웃음도 치지 않고 단번에 막아낼 미래가 훤히 보인다.
어림도 없다.
물질이 감당할 수 없는 공력에 창대가 부풀어 올라도 멈추지 않는다.
아직 멀었다.
나무껍질이 터질 듯이 퍽 소리를 내며 갈라져도 멈출 수 없다.
지금이다.
구구궁
힘을 실은 발에 주저앉는 성벽.
흔들리는 조준점조차도 통제 하에 둔 투창이 벼락처럼 날아간다.
콰아앙
폭격처럼 터지는 지면. 자욱한 모래먼지 너머로 투창을 막아낸 악어장수의 노란색 파충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해골마도 잃고 힘겹게 일어서는 적기사와 창이 스쳐 피를 흘리는 괴력의 우완.
두 장수의 패색은 이미 뚜렷하니, 기회를 허락하는 건 여기까지였다.
“괴력의 우완. 이대로 물러선다.”
“무슨 소리냐? 적을 앞두고 물러서라니. 주군! 아직 저희는 더 할 수 있습니다.”
악어장수의 예상 이상의 무위에 정신이 번뜩 든 적기사와 달리, 괴력의 우완은 끓어오르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객기를 부렸다.
【상호작용 선택지】
1. 두 장수의 성장을 위해 개입을 참는다.
2. 퇴각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3. 성문을 열고 병사들과 함께 지원에 나선다.
4. 성벽에서 뛰어내려 단신으로 나선다.
[▶4. 성벽에서 뛰어내려 단신으로 나선다.]문을 열고 달려갈 시간조차도 위험하다.
성문 아래에 착지하자마자 퉁, 퉁, 하고 지면을 물결처럼 퉁기며 달려 나간다.
“그런가. 묵언검객. 네가 진심이 되려면 이 방법이 정답이었나 보군.”
악어장수의 창이 뱀처럼 휘며 괴력의 우완의 팔을 꿰뚫었다.
“!!”
창대를 따라 움직이는 괴력의 우완.
경로에 걸친 그의 존재에 감속을 거는 해응응을 향해 폭발적인 힘이 투사되었다.
“커헉!”
관통당한 팔이 갈가리 찢어진 괴력의 우완이 쓰레기처럼 내던져진다.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군요.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상대였나요?’
‘지는 것이야말로 죄악이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이 손을 더럽히지 못할 성 싶으냐?’
한 합의 공방.
스치듯이 오간 눈빛으로 생각이 읽혀든다.
‘극곰장수는 타고난 용력이 있지만 그뿐이지.’
‘당신이라고 다를 건 없어요.’
일곱 합의 첨예한 공방.
창두와 창미, 창대를 가리지 않는 연격에 몰살검을 쥔 손이 울렸다.
쓰러진 괴력의 우완을 급히 들춰매고 물러서는 적기사의 등을 향하는 공격이 거듭해서 그녀에게 손실을 강요했다.
‘인간. 그렇게 소중한 부하라면 내 앞에 내보내지도 말았어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차이도 있으니까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해두죠.’
스물 두합의 몰리는 형세.
과연 그녀가 점찍었던 호적수답게 악어장수는 한 번 빼앗은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화경의 경지로부터 비롯된 검술을 웃도는 창술에서는 오랜 세월을 연마한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된 창술의 정점이 느껴졌다.
‘끝까지 어리석구나. 달아나는 부하들을 노릴 틈만 허락하면 호기를 되찾을 수 있거늘.’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는 비참한 기분은 충분히 많이 경험했어요.’
격렬한 공방에 튀어 오르는 한줌의 흙마저도 정지된 것처럼 느려지는 초집중의 순간.
여기가 정답이라고 외치듯이 보이는 길을 외면한 채, 해응응의 검이 왼손으로 옮겨가며 오른손의 소매가 격렬하게 휘날렸다.
주인 잃은 무공마저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강해지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인간.
한 번의 흔들림이 목숨을 앗아가는 전장을 넘나들며 생사의 갈림을 창끝에 담아낸 요괴.
쌍방의 무공의 격돌로 변화하는 지형지물에 짐꾼은 요새에서 내려가서 싸워야만 했던 이유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저런 건 공성에 특화된 전승이 아니라도 다 부숴버리고도 남잖아.”
“뭘 멍하니 구경하는 것이닷! 날아온 바위에 맞아 죽고 싶지 않거든 얼른 숨는 것이닷!!”
“실없는 소리 마라. 아무리 힘을 잃고 영락한 몸이라도 그 정도는 지켜줄 수 있다.”
날아드는 파편을 손으로 쳐내며 둘을 지켜주는 부기맨.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등을 돌려 퇴각하는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을 악어장수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그 때문에 묵언검객이 감수하고 있는 불리함을.
그런데도 고집스럽게 부하장수들의 목숨을 살리고자 점점 더 큰 위험을 자처하는 고집스러움을.
“멍청한 녀석.”
반 호흡의 차이가 한 호흡으로 벌어졌다.
한 호흡의 차이가 두 호흡의 차이로 늘어났다.
‘아쉽군요. 당신 정도의 창수가 대요괴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니.’
‘그러는 너라고 다를 것 같은가? 가식은 여기까지다. 그 팔을, 쌓아온 무공을 잃을 위기 앞에서는 결국 너 또한 스스로를 우선하겠지.’
몰아치는 창격과 요력.
범람하는 빛과 공력.
오십여 합의 승부 끝에 승부수가 던져졌다.
천년의 세월 속에서도 한 번의 흔들림조차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찌르기.
피하거나 흘려보내려 든다면 반드시 그녀를 지나쳐서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을 꿰뚫겠다는 노골적인 의지로 점철된 일격.
그것을 매화로 펼친 장막처럼 살의로 벼려낸 수많은 검초로 덮어, 장막 아래로부터 마주 검을 내지른다.
‘확실히……. 대요괴와는 다르군.’
‘그러는 당신도 대요괴의 수하로 있기에는 아쉬운 강자였어요.’
각기 다른 삶의 여정을 거쳤지만 찌르기라는 하나의 동작을 정점까지 승화시켰다는 도착점만큼은 다르지 않은 두 무공.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공방의 너머, 해응응과 악어장수는 각자의 세월을 느꼈다.
극한까지 연마해낸 무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을 담아내었으니, 누군가의 비장절초를 막는다 함은 그 인생을 겪은 것과 다르지 않다.
‘후회하지 않나? 그 많은 살의로 점철되었던 피비린내 나는 인생이.’
‘후회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결심했어요. 더는 누군가의 희생을 먹고 살아가지 않기로.’
‘훌륭하군…….’
몰살검의 끝에 올라간 악어장수의 머리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호에엑!! 악어장수를 무찌른 것이닷!!”
“정말 굉장하군요! 타고난 완력이 아닌 무술의 힘으로 오호대장군의 필두로 손꼽히던 저 악어장수를 무찌르다니.”
“옷장요괴는 보지 못한 것이닷?”
뚜따와 짐꾼의 활기찬 외침에도 부기맨은 들뜬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평상시보다도 더욱 무겁고 험악했다.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에 겁쟁이 뚜따와 짐꾼이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왜 그러는 것이닷?”
“묵언검객. 저 어리석은 인간은 대가를 치렀다. 그것도 아주 값비싼 대가를.”
악어장수의 목을 잃은 몸이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무너지는 그때.
짐꾼은 그제야 그 대가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무너지는 것은 악어장수의 몸만이 아니었다.
“파, 팔이…!”
“말도 안 되는 것이닷!!!”
묵언검객의 몸에서 오른팔이 떨어져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