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33)
〈 333화 〉 333 운명을 벗어난 자
* * *
1.
요괴들은 생각했다.
다음 기회 같은 건 없다고.
“묵언검객이 팔을 잃었다!”
“모두 저 괴물을 죽여라!”
군단이 아닌 한 사람만을 죽이기 위해 돌진하는 오호대장군의 제 4파, 최후의 총돌격.
“주군!!”
“어서 이리로 오십시오!!”
그녀를 부르는 외침에도 등은 돌리지 않았다.
피가 흐르는 팔의 근육을 조여 지혈한다.
잘린 손을 회수하고는 검식을 취한다.
과거에 팔을 잃었을 때와는 다르다.
그녀는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니었다.
쾅!
세찬 격돌과 함께 요괴 십수 마리가 튕겨나갔다.
마치 아무렇게나 칠한 선들로 가득한 그림판을 지우개로 톡 누른 것처럼 비워지는 공간.
한 평 남짓한 공간은 시작이었다.
“거, 거짓말…….”
“오른팔, 잘렸잖아…….”
“왜 약해지질, 않았지……?”
답을 찾지 못한 요괴들은 모두 주검이 되었다.
몰려오는 족족 분쇄기마냥 적을 갈아 없애던 묵언검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적이 갈려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점점 가벼워지는 걸음과 달리, 참상의 영역이 넓어진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짐꾼의 눈에는 그것이 퍽 두렵게 비추었다.
“저걸 적진으로 더 들어가네.”
팔을 잃고 실의에 빠지면 어쩌나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전보다 더 펄펄 날뛴다.
전장을 분단하는 거대한 선이 그녀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그녀를 구하고자 출진한 뚜따와 장수들은 사색이 되었지만, 등을 쫓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기엔 이미 늦었다.
잠깐의 기다림.
그것만으로도 팔 하나를 잃었는데, 어찌 그런 사치를 다시 부릴 수 있을까.
“쫓아가기는 더 힘들어졌고.”
짐꾼의 눈이 묘한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변한다.
별난 인간을 보는 게 처음은 아니다.
쟁쟁한 요괴들을 보는 것도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저 인간은.
저 괴물 같은 강함은.
지금까지 보아온 수많은 패배자들과는 무언가가 다르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건 정말로 인간이 맞나?”
소리조차 없는 걸음으로 성벽 위로 올라온 특공대장 나인. 갑작스러운 그녀의 기척에도 짐꾼은 놀라지 않았다.
“당신은 참전하지 않는 겁니까?”
“부하들이 갔다.”
“특공대도 서운하겠군요. 대장이라는 분이 팔이 성치 않은 분보다도 몸을 사리시니.”
나인이 짐꾼을 노려보았다.
붕대 사이로 드러난 눈이 탁한 감정으로 번들거렸다.
“너, 정체가 뭐냐.”
“보시는대로 짐꾼입니다만?”
“개소리 집어치워. 어째서 약한 척 연기를 하고 있지?”
“그건 피차일반 아닙니까?”
“역시 눈이 좋아. 진심으로 불쾌할 정도로.”
자신의 전승을 멋대로 인간대장에게 지껄이고 있을 적부터 생각했다.
저건 보통 반요가 아니라고.
“그리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전 그저… 남들보다 조금 아는 게 많은 것뿐이니까요.”
다그쳐봤자 들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도 없다.
나인의 시선이 전장으로 돌아갔다.
일자로 전장을 가로지르는 붉은 선.
요괴들의 피와 주검으로 물든 선의 끝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호대장군급의 무력마저도 외팔로 감당할 수 있다니……. 이해할 수 없기로는 수상한 짐꾼보다 저 인간 쪽이 더 심해.’
카마이타치.
낫 족제비.
겸유??장수.
수많은 이름을 지닌 오호대장군급 요괴의 칼바람폭풍이 순수한 검압으로 쓸려나간다.
켈피.
해마장수.
둘만 남은 오호대장군의 또 다른 보스.
대기를 물처럼 부유하는 요괴의 기다란 대롱이 천분의 일초의 찰나지간을 가로질러 날아들어도 묵언검객의 검은 이를 놓치는 일이 없다.
1 대 2.
악어장수가 선보였던 적장을 압도하는 저력을 오호대장군을 상대로 재현한다.
부하들이 가세할 틈도 없이, 이변이라는 표현을 쓸 새도 없이 전황이 뒤집혔다.
‘제파전술. 진형을 헤집는 다단공격을 한 사람의 힘으로 막아내다니.’
평범한 제파전술도 아니다.
대장전과 보스연속토벌전까지 결합된 고난이도 전쟁이었다.
그것이 어느새 십여합의 격돌 끝에 카마이타치의 목이 날아가고 달아나는 해마의 등판에 칼이 꽂히는 최후로 이어진다.
요사한 꽃처럼 빛나는 자색의 눈동자.
하늘하늘 궤적을 그려나가며 적을 깎아내리는 자색검기의 물결.
인간보다는 요괴에 가까운 그 무위까지.
“자화요녀.”
그래,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빗대자면 자화요녀라는 말이 어울리겠지.
‘끝났네.’
전장의 승자는 이미 정해졌다.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꽃이 피어났거늘, 다섯 대장을 모두 잃고 지리멸절한 군단이 뒤집을 수 있는 전쟁이 아니다.
나인은 등을 돌렸다.
백령신군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이 너머를 내다보아야 한다.
재능을 개화한 묵언검객.
한층 더 강해진 괴물.
그러나 그 재능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근화일조몽?花一?夢
화무십일홍花無???
무궁화는 하루아침에 피고 저물고.
붉은 꽃은 열흘을 채 가지 못한다.
자색의 꽃, 묵언검객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오호대장군 총공격을 저지했습니다.] [오호대장군 연속 토벌완료]환호성이 요새에 울린다.
쿵. 쿵.
승전의 기쁨을 담은 발구름이 용오름을 하며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세상에 저물지 않는 꽃은 없지만 적어도 그 날이 오늘은 아니겠지.’
복잡한 심사를 애써 털어보려 애쓰며 성벽을 내려가는 나인.
정작 그녀의 물음에 능청스레 대꾸하던 짐꾼의 얼굴은 더욱 심각하였다.
‘생명 없는 조화는 그저 영원히 피어나기만 할뿐이지. 묵언검객. 당신은 다를 수 있을까?’
예정조화????의 세계에 피어난 꽃을 어찌 살아있는 꽃, 생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만들어진 무대, 닫힌 세상에 피어난 꽃이라면 그것이 가짜 꽃, 조화?花와 무엇이 다른가.
[돌발이벤트 오호대장군 총공격에서 한 번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달성)] [계략을 이용하지 않고 정면격돌로 오호대장군 총공격을 모두 받아낸다.(달성)] [오호대장군을 모두 토벌한다.(달성)] [변곡점] [오호대장군의 군세를 정면격돌로 전멸시킨다.(달성)] [소탕랭크SSS] [토벌랭크SSS] [도전랭크SSS] [종합랭크 10★/3★(+700%)] [TOWARDS THE LEGEND] [대요괴가 을 개시합니다.] [백령신군이 을 개시합니다.] [WARNING! WARNING!] [역사개변史??의 강한 징후가 발현되었습니다.(3/3)] [모든 중대한 변곡점이 발현되었습니다. 반요곡에 안배된 조화예정의 결말이 변화할지도 모릅니다.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포기하지 마십시오.]가능성의 꽃은 이미 피어났다.
게임에 속한 짐꾼은 보지 못했을 뿐.
예정조화.
조화예정.
변치 않은 세계에 싹튼 가능성이 진정으로 만개하는 순간, 반요곡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종료했습니다.]그러나 오늘의 변화는 여기까지다.
플레이어가 멈춘 세계에 다음은 없다.
잿빛으로 얼어붙은 동결된 시간.
대국은 정지되고 무대는 어둠에 잠긴다.
언젠가 다시 반상 위에 올라올 플레이어를 기다리며.
2.
방송을 종료하고도 성난 우주미아들의 난동이 이어지지 않는다.
묵언검객의 시청자들 치고는 흔치 않은 온순한 반응이었다.
“팔은 잘 움직이세요?”
빙글빙글.
손목을 돌리고, 팔꿈치를 돌리고, 팔뚝을 돌리고, 길게 펼친 오른팔 전체를 돌린다.
해응응이 관절의 가동범위를 확인하듯 보란 듯이 움직이고 나서야 이브와 이소혜, 주아영은 한시름 내려놓았다.
“조심해. 게임에서 다친 부위가 현실에서도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징후가 보이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뒤탈이 없어.”
“맞아요, 언니. 소혜언니 말대로 건강에는 각별히 유의하셔야 해요.”
“시스터 해응응. 혹시라도 오른팔에서 환통이 느껴지면 말해요.”
해응응이 뚱한 표정으로 양손으로 엑스자를 그리자 이브가 쿡쿡 하고 웃었다.
“걱정 말아요. 능력을 사용하려는 게 아니라 모르핀을 주사해주려고 했으니까.”
옆에서 듣던 이소혜는 그게 더 문제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전쟁영웅 아니랄까봐 이따금 튀어나오는 멘트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걱정 끼칠 정도로 후유증이 남지는 않아서 다행이네요.’
팔에 깊은 상흔이 남았을 때에는 몸에 흉터가 생길 정도로 후유증이 있었는데, 정작 팔이 잘린 이번에는 약간의 환통이 전부였다.
한 번 팔이 잘려본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고통이라고 쳐야 하나? 싶은 미묘한 위화감 수준.
[오늘은 조금 쉬어야겠어요.]그래도 아프니까 조금은 쉬어야지.
주변 사람들도 그러는 게 좋겠다며 그녀의 휴식을 적극 찬성했다.
[오늘도 조금 쉬어야겠어요.]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하면 부상치유에 좋을 것 같다며 우지우가 냉큼 달려가서 사오고, 미세먼지가 불편하다고 하면 환기청정기가 본당건물 가득 설치된다.
[오늘도 쉴게요.] [오늘도요.] [알죠?]“저……. 길드장님? 언제까지 쉬실 겁니까?”
그렇게 한참을 느긋하게 지내던 어느 날.
우지우가 죽상을 지으며 물었다.
우지우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길드장님이 TV 보다가 먹고 싶다고 한 음식, 갖고 싶다고 한 물건 사온다고 여권도 끊고 죽어라 돌아다녔습니다.”
[칭찬해줄게요.]“…….”
[쓰담쓰담도 해줄까요?]“아, 그건 좀 땡기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그렇게 돌아다니는 사이에 이런 틱톡을 발견했습니다.”
삑.
재생된 화면.
30초 남짓한 짧은 화면 속에서 호잇 하고 손을 뻗은 해응응의 손끝으로 번갯불이 튀었다.
파지직
번갯불에 감전되어 파닥거리다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비둘기들.
그 사체를 구름으로 받아내어 노점상에게 건네주고 지폐 몇 장을 교환받는 꼴의 어디가 팔이 잘린 환통에 시달리는 환자처럼 보이는가.
“솔직히 말하십쇼. 환통 그거 다 나으셨죠?”
해응응의 눈동자가 우지우를 피해 슬금슬금 옆으로 돌아갔다.
거짓말은 못하지만 하고 싶은 기분일 때 보이는 특유의 표정에 우지우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포장해온 해외 현지 특산품을 내려놓았다.
“오늘부터 해외심부름 금지. 시키면 저 파업할 거예요.”
“!!”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들어주던 온순한 심부름꾼 우지우가 반기를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