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34)
〈 334화 〉 334 부모는 아이의 거울
* * *
1.
심부름꾼으로 부려 먹히는 것이 싫은 건 아니다.
“몬스터 때문에 배달길도 막혀서 몸소 해외 각지까지 돌아다닌 거는 뭐 괜찮습니다. 해외여행 기분도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럼 뭐가 문제인가요?]“속였잖아요.”
우지우가 나름 진지하게 화를 냈다.
“제 딴에는 길드장님이 팔이 아파서 끙끙 앓으면서 초췌하게 지내시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압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번만큼은 해응응 스스로도 정말 잘못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임신한 아내의 몸조리를 위해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는 남편의 심정으로 여권을 끊고 세계여행을 하다시피 돌아다니는 심정을 아십니까?”
[모르겠어요.]“모르면 반성을 하셔야죠!”
묘하게 디테일한 망상이 뒤섞인 지적에 고개가 조금 갸웃해지려고 했지만 해응응도 가끔은 절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불같이 화를 내는 우지우의 앞에서 그러는 태도는 좋지 않았기에 의문은 속으로 삼켰다.
“뭘 잘못했는지는 아십니까?”
[너무 어리광을 부렸어요.]“어, 어리광이요?”
그런 진심이 통한 걸까.
이번에는 역으로 우지우가 당황했다.
[절 위해 헌신해주는 지우씨의 모습이 너무 든든해서 조금 의지하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우지우가 눈을 깜빡거렸다.
화가 잔뜩 나서 각 지게 좁혀졌던 눈이 먹이를 보고 화가 풀린 고슴도치처럼 크고 둥글둥글하게 변한다.
[앞으로는 이런 폐는 끼치지 않을게요.]“아니, 그…… 잠시만요.”
“?”
“하, 이게 맞나 모르겠네.”
우지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말했다.
“가끔은 괜찮습니다.”
[정말요?]“저도 길드장님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 싫지는 않습니다. 배신감이 드는 게 문제였으니까요.”
어느새 화가 풀려버린 우지우.
하기야 저런 미인이 자신에게 의지한다는데 화가 안 풀릴 수가 없다.
브이튜브에 해응응의 모습을 담은 영상 댓글란에는 전선의 전깃줄이나 옥상 난간의 경계석이 되어 해응응의 발에 밟히고 싶다는 괴상한 놈들도 넘쳐나지 않던가.
‘나 정도면 성공한 덕후지.’
뿌듯한 얼굴로 본당에서 나오는 우지우.
“퐁퐁.”
“뭐?”
“모르면 됐어.”
이소혜가 딱하다는 얼굴로 한 소리 하고는 지나갔다.
“뭐지? 설거지 해달라는 건가?”
자연스럽게 주방 싱크대로 향하는 우지우.
사람은 착한데 조금 모자란 그 모습에 이소혜는 우지우 대신 한 소리 해주자고 결심했다.
일다경(15분) 후.
본당을 나온 이소혜를 이번에는 주아영이 딱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 퐁퐁녀에요?”
“뭐?”
“그냥 해본 말이에요.”
“아니, 야! 누굴 호구녀 취급을 해! 퐁퐁부인이면 몰라도 퐁퐁녀라니!”
“저 다 들었거든요?”
“듣긴 뭘 들어! 난 그냥 저 멍청이가 가끔 손이 아플 것 같으면 약과 한 박스랑 한방쌍화탕 한 곽 사다주기로 했을 뿐이라고!”
“……언니가 그걸로 행복하다면 됐어요.”
소혜언니가 행복할지 응응언니가 행복할지는 모르겠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는 해응응의 심부름꾼 어장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2.
“그래서 언니, 게임은 언제 다시 하세요?”
이따금 새벽시간이 되거든 주아영의 훈련을 보러 나오는 해응응.
아영은 그녀에게 솔직하게 물었다.
[당분간은 생각 없어요.]해응응은 쪽팔렸다.
기껏 절정지경에 올랐더니 접속 당일에 게임 속에서 오른팔이 잘렸다.
강해졌다고 잔뜩 잘난 체를 했다가 제대로 체면을 구긴 꼴이 아닌가.
시청자들은 얼마나 우습게 여길까.
해남파 장문인 그거 별 거 아닌데, 하는 소문이라도 번질 꼴을 생각하면 낯을 들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우지우랑 이소혜를 심부름꾼으로 부려먹고 있다.
자연스럽게 부려먹혀지는 두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본인들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납득하게 된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은데……. 다들 언니가 언제 돌아올지 기다리고 있는 걸요? 요즘은 검투사키우기도 잘 안 들어가시잖아요.”
강호동도 앞에서 체면을 구긴 고수의 수치심은 주화입마보다도 무섭다.
마교 무술대회에서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니던 장로들이 하수에게 덜미를 잡혀서 개망신을 당하고 원로원에 틀어박히는 심정도 이제는 알 수 있다.
[아무튼 수치스러워서 안 돼요.]“그런 것 치고는 비둘기는 잘 잡고 계시잖아요. 그보다 그 틱톡은 누가 찍어준 거예요?”
[귀호씨가 찍어줬어요. 신법수련을 봐주느라 가끔 같이 빌딩을 타거든요.]범호 양귀호.
제 1회 무술대회에서도 절벽등반경쟁으로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제 2회 무술대회에서도 본선까지 진출했던 실력자다.
현재 해남파 간부수련생으로 활동 중.
양귀호의 신상내역을 주르륵 떠올리던 주아영은 그가 언니에게 찝적거릴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했다.
그렇지만 심술이 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주아영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저도 빌딩 탈 수 있는데.”
[그럼 다음에는 같이 잡으러 가요.]“와 정말요? 신난다! 히히.”
진심으로 기뻐서 주먹을 쥐고 팔을 활짝 펴며 기뻐하던 주아영.
문득 우지우와 이소혜가 어떻게 부려 먹히고 있는지를 떠올리고 정신이 들었다.
‘핫! 언니도 참, 자각도 없이 사람을 홀려대다니. 이래서 다들 자발적 노예가 되는 건가?’
시청자들이 불쌍해서 게임 좀 하라고 설득하러 왔건만, 정신을 차려보니 엉뚱한 빌딩등반약속만 잡아버렸다.
숫제 출근 좀 하시라고 사장님을 찾아갔다가 등산 약속만 잡힌 꼴이다.
“아, 아무튼! 그렇게 한가하면 마크2나 놀아주세요. 딸처럼 키운다더니 요즘은 그냥 이브님한테 맡기고 계시잖아요.”
해응응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다.
설마 정말로 질린 건가?
실망감을 보이는 주아영의 모습에 해응응이 본심을 털어놓았다.
[마크2는 자꾸 음식을 달라고 해요.]“복제인간도 사람인데 뭘 먹기는 해야죠.”
[제 간식을 다 뺏겨버려요.]식탐 때문에 안 만나려고 그러는 거였어?!
“작정하고 안 먹으면 한 달 금식도 멀쩡하게 하시면서 그러기에요? 애는 많이 먹어야 쑥쑥 큰다고요! 마크2는 1살이잖아요!”
[복제인간도 성장기가 있나요?]“있을 수도 있죠. 아무튼 언니가 책임지겠다고 데려온 아이니까 가끔은 언니가 놀아주세요!”
해응응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홀리는 매력깡패의 깡패짓!
주아영은 작정하고 심공을 돌리며 운기조식의 힘으로 해응응의 유혹을 떨쳐냈다.
‘수련의 성과가 있어보여서 다행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천천히 가르칠 걸.
너무 빨리 강해진 수제자가 후회막심한 해응응이었다.
3.
식탐은 무공의 성장과도 같다.
정체구간을 맞이하면 아무리 기를 써도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한 번 물고가 터지면 이렇게까지 커져? 싶을 정도로 성장한다.
“의문. 마마는 곰수인입니까?”
[아니에요.]“지적. 곰은 동면을 위해 먹이를 비축합니다. 이는 마마의 행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웅녀 소리를 들을 정도였나.
해응응은 입을 삐죽거렸다.
요즘 따라 삐지는 일이 잦은 그녀였는데, 누구 복제인간 아니랄까봐 마크2는 우지우나 이소혜, 주아영과 달리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요구. 겨울잠을 자는 곰수인이 아니라면 지난번에 뺏어먹은 벌꿀사탕을 주어야 합니다.”
[그냥 벌꿀사탕이 먹고 싶은 거잖아요.]“재촉. 어서 주는 겁니다. 주지 않으면 마크2에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해응응이 불퉁하니 물었다.
[궁금하네요. 그 생각이 뭐죠?]“엄포. 마크2는… 울어버릴 겁니다.”
“?”
“이브 앞에서.”
“!”
해응응은 이브에게 약하다. 그런 심리적 약점을 정확히 찌르는 날카로운 공격!
주아영이 해응응의 무술을 배우며 무럭무럭 성장한다면 마크2는 해응응의 악질력을 배우며 나날이 그 본체에 그 분신 소리를 듣고 있다.
[벌꿀사탕을 줄 테니 울지 마세요.]“확인.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마크2는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입니다.”
그래봤자 순진한 사고회로로 행하는 악질짓은 그리 대단한 것도 못 된다.
근처 객잔에 해응응인 척 입 꾹 다물고 가서 식사하고 오기, 해남파 주변을 얼쩡거리는 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힐 듯 말 듯 신법으로 약올리기, 우지우 앞에서 묵언검객인 척 하기.
해응응의 귀에 들리는 소식은 고작 해봐야 이 정도일까.
‘아이가 부모의 흉내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들 하죠. 마크2도 진심으로 저를 엄마로 여기는 걸까요.’
가끔 눈에서 빔을 번쩍이면서 마당의 돌멩이를 가루로 만드는 난폭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뿔에서 빔을 뿜어내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번개구름을 다루는 기술을 연마하느라 손가락에서 빔을 뿜어내지 않던가.
어쩌면 돌멩이를 빔으로 부수는 행동도 그런 해응응 자신의 수련을 마크2 나름대로 따라하고 학습하려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식탐까지는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요.’
와앙 입을 벌려서 한 입에 벌꿀사탕을 가득 물고는 우물거리는 마크2.
그 하찮은 모습에 머리를 어루만지며 주아영에게 배운 트윈테일 모양으로 머리를 묶어주다가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①마크2가 방송을 한다.
②묵언검객이 방송하는 줄 알고 모두가 만족한다.
③공개망신을 당했던 흑역사 방송으로부터 얼마간 자유롭게 해방된다.
개이득.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혹시 방송도 배워보지 않으실래요?]벌꿀사탕의 맛을 음미하던 마크2의 눈에 호기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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