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37)
〈 337화 〉 337 닮았지만 다른 두 사람
* * *
1.
이다혜는 분노했다.
“친구가 되고 싶으면 바니걸 복장을 입고 토끼뜀을 하라니, 너무하잖아요!”
그런 말 했었나?
몰?루
근데 묵언검객이면 그럴 것 같긴 해
다혜단도 분노의 목소리를 더했다.
“점핑레빗 좋아할 때부터 알아봤어!”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도 묵언검객이 토끼타락 시킨 걸 거야!”
“검투사키우기에서도 동물애호가들의 메타를 돌려주더니, 분명 토끼가 좋아서 그랬던 거겠지!”
시청자들은 그냥 즐거웠다.
바니걸을 좋아하는 묵언검객? 이것은 귀하군요…
오히려 좋아
바니걸 이다혜 팬아트 가져와!!
쿨하고 멋진 우리 언니도 가끔은 망가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
언제나 자신의 편을 들어주던 시청자들의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이다혜는 배신감을 느꼈다.
“칫. 이렇게까지 수치를 당하고도 그냥 넘어갈 줄 알아요? 여긴 제 주종목인 게임에요. 여기서 물러난다면 어디서도 싸울 수 없어!”
이다혜가 손짓을 하자 다혜단이 등에 짊어진 아이템들을 전방의 발판에 설치했다.
[벌목된 나무판자다리]칸 여러 개 사이에 걸쳐서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아이템!
순식간에 세 개의 다리를 통해 다혜단이 몰려오자 묵언검객… 아니, 마크2의 노예들도 급히 다리 출구로 몰려들었다.
“바니걸 이다혜. 보고 싶지 않아?”
“욕망에 솔직해져.”
“너희만 눈 감으면 돼!”
악마의 꼬드김을 건네는 엄길단!
다혜단은 커다란 고뇌에 빠졌다.
“확실히… 이 기회가 아니면 우리 언니는 바니걸 복장 같은 건 평생 안 입겠지.”
“지난번 할로윈 코스프레 이벤트에서도 무슨 속 파인 수박 가져오고 붓칠 하면서 호박 코스프레 이 야랄 떨 때 배신감 들긴 했지.”
“언니야 조금 마음이 아프겠지만 실은 우리가 제일 이득 보는 건 아닐까?”
욕망 앞에서 누구보다도 솔직해지는 시청자들!
교활한 엄길단의 꼬드김에 팬클럽이 통째로 넘어가려는 기미를 보이자 이다혜는 다급해진 마음에 먼저 손을 썼다.
촤악!
“크악!”
엄길동의성욕에게서 노획한 철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이다혜의 앞을 가로막던 노예들이 우후죽순 쓰러졌다.
“공격력을 얼마나 올린 거야?!”
“타일을 얼마나 밟아댄 거냐고!”
“살려주세요 묵언검객님!”
마크2는 나서지 않았다.
요 근래 그녀가 본 묵언검객은 몹시 게으로고 남을 부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이 정도 소소한 희생에 움직일 정도로 가벼운 몸이 아니었다.
일벌들 다 죽는다!
일벌 버려?
여왕벌검객 일꾼이 마음에 안 든 듯
엄길단이면 마음에 안들만도 해
마크2는 시큰둥했지만 정작 자기 채팅방에 올라온 채팅을 본 이다혜가 더 화가 났다.
여왕벌검객이라니.
이건 묵언검객을 향한 모욕이다!
“정체를 드러내라, 이 가짜검객!”
“?!”
“묵언검객은 부하들의 뒤에 숨어서 희생을 강요하는 겁쟁이가 아니야! 오히려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 팔을 희생하는 바보 같은 여자라고!”
이다혜의 분노는 지당했다.
반요곡에서 묵언검객이 보여준 모습을 보라.
얼마나 자기희생적인 면모가 많던가!
쓸모없는 부하들을 거두어주고 키워주고 심지어는 그들을 지킨다고 검사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오른팔까지 잃었다.
그런 묵언검객이 자신보다 약한 플레이어들의 등 뒤에서 숨어서 여왕벌행세를 한다?
가짜가 틀림없다.
이런 건 묵언검객이 아니야!
할 말은 한다! 다카콜라!
다혜언냐 너무 멋있어!
와 나도 다혜언니 아니었으면 속을뻔;
“가짜검객! 가짜검객!”
“물러나라 짝퉁! 물러나라 짝퉁!”
사방에서 들리는 플레이어들의 외침!
마크2는 억울했다.
내가 가짜인 건 맞지만 이렇게 매도당할 것 까지는 없잖아.
게다가 이건 전부 마마한테 배운 건데!
“분노! 당신들이 마마의 뭘 안다고 큰소리냐고 마크2는 강하게 반발하는 것입니다!”
마크2의 빼액 하는 외침에 조금 전까지 그녀를 규탄하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더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혼자만 환청을 들은 건 아닌가 싶어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확인했다.
환청도 착각도 아님을 확인했을 때, 그제야 모두가 깨달았다.
“마, 마, 말을 했어!!”
“묵언검객의 얼굴로!! 입을 열었어!!”
“끼에에에에에에엑!!!”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가 없어!! 저건 가짜가 확실해!!”
전보다 더한 맹렬한 반응. 그 폭발적인 반응에 마크2의 고개가 움츠러들었다.
힘이라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마크2지만 눈이 뒤집힌 군중의 외침은 본능적인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니.
아직 어린 마크2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광기 그 자체였다.
2.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 아이는.
첫 방송만 순탄하게 한다면 다음부터는 주기적으로 자신 대신 마크2에게 방송을 시킬 심산이었던 해응응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라는 신법은 안 하고 요행에만 의지하더니 결국 사달이 벌어졌다.
‘아직 깨닫지 못했나보군요, 마크2. 인권은 힘에서 비롯되는 것을.’
해응응이 온갖 패악질을 벌이고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무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마크2는 힘이 있으면서도 그 힘을 꺼내 보이지 않고 해응응의 게으른 모습만을 따라했다.
그녀가 게으를 수 있는 이유를 고찰하지 않고 섣불리 보이는대로 모방했으니, 어떤 의미로는 예정된 파국이나 다름없었다.
“대단하다 정말. 애한테 뭘 시킨 거야?”
묵언검객의 방송이 안 켜졌는데도 방송을 잘 보고 있다는 문자를 받은 이소혜.
놀란 그녀가 마크2의 방송을 찾아내고 성난 펭귄 수어 마리에게 둘러싸인 새끼펭귄처럼 귀를 막고 움츠러든 마크2의 모습을 목격했다.
묵언검객의 얼굴로 힘 한 번 못쓰고 구박받는 모습은 사람들의 감정을 크게 자극했다.
와 씨발 쌉가능
뭐가 가능한데?
이게 사이다…?
묵은 체중이 싹 내려간다ㄹㅇ
본체 빨리 내놔!!
이 텐련아!! 개객끼야!!
이렇게 약한 묵언검객은 처음이야
심약한 버전의 묵언검객 오히려 좋아
몬가 지켜주고 싶어
ㄹㅇ
평소에는 묵언검객이 너무 강해서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며 쭈그러지던 시청자들은 갭모에에 눈을 떴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약한 모습이 선사하는 의외성과 반전매력에 가슴이 설렜다.
마왕검객이 약해…?
악질검객이 악질이 아니야…?
뭐야 이 허접검객은!!
조금 윽박질렀더니 쭈그려 앉아서 고개 묻고 떨고 있는 거 실화냐고!!
이거 너무 재밌잖아!!
더 괴롭혀!! 더 소리쳐!!
완전히 유열감에 눈을 뜬 시청자들!
“역시 닉네임이 MkⅡ일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부캐가 아니라 사칭범이었구나!”
“다혜언냐! 저 괘씸한 사칭범을 얼른 장대에 매달아서 지뢰밭 위에 굴려버리죠!”
“언냐!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자유낙하를 시키는 건 어떠신가요!”
기세를 탄 다혜단의 발언수위도 점점 강해졌다.
“잠시만요.”
있을 수 없는 묵언검객 갭모에의 쾌감에 눈을 뜬 것은 이다혜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이거, 완전 귀엽잖아.’
그치만 결이 달랐다.
당한 게 많아서 갚아주고 싶은 시청자들과 달리, 이다혜는 엄연한 자신의 방송을 하는 사람.
묵언검객이 없더라도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많았고, 남들보다 묵언검객의 부재에서 느끼는 분노와 상실, 우울감이 적었다.
‘와, 나도 저렇게 방송하고 싶다.’
오히려 그런 묵언검객을 부러워했을 정도!
그녀에게 묵언검객은 공격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친해지고 싶은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
그런 묵언검객을 여왕벌검객 소리를 듣게 만든 MkⅡ에게 화가 나서 한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 이 모습은…
그토록 친해지고 싶었던 묵언검객의 뜻밖의 약한 모습이 아닌가!
병주고 약주기여도 상관없다.
“마크2가 괘씸하기는 해도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세요. 묵언검객님 본인과는 다른 사람이잖아요. 겁먹은 모습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다혜단과 엄길단 모두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불쌍하기는 해도 자업자득 아닌가?
“이 아이도 교훈을 얻었을 거예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제가 마크2를 보살피며 사람으로서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계도하겠어요!”
“헉!”
“빛다혜, 어디까지 밝아지려는 거냐고!!”
“크윽, 너무 밝아! 쳐다볼 수가 없어!”
“와…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더 뭐라고 하기도 그러네.”
하긴. 마크2면 본방에서도 가끔 나오던 묵언검객 복제인간 컨셉이잖아. 묵언검객의 업보까지 본인이 대신 치를 건 없지
저게 진짜 있는 줄은 몰랐었지만ㅋㅋㅋ
진짜 얼굴은 어떻게 따라한 거야?
체형도 똑같은데?
이다혜 덕분에 갑자기 우호적으로 변한 여론!
방송을 보던 이소혜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쟨 또 왜 우리 언니랑 저러고 있어?”
[마크2를 언니로 모시기로 한 건가요?]“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다혜언니 말이야.”
방송을 보던 해응응이 눈을 깜빡 거렸다.
지금 이소혜가 뭐라고 했지?
“이소혜. 이다혜. 이름 보면 모르겠어? 성격도 꼭 닮았잖아.”
조금 거칠기는 해도 쿨하고 시크한 성격의 이소혜.
조금 부드러운 느낌의 쿨하고 시크한 성격의 이다혜.
헤어스타일이나 분위기가 달라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듣고 보니 성격이나 얼굴이 놀랄 정도로 쏙 빼닮은 두 사람이었다.
[누가 누구의 Mk2인가요?]“복제인간 같은 거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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