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40)
〈 340화 〉 340 우지우가 쏘아올린 작은 공
* * *
1.
안녕하살법 때문에 잠시 한눈이 팔렸던 해응응.
다시 본래 목적대로 이소혜의 나데나데에 빠져서 게으르게 방송이나 하면서 지내지 말고 부지런히 무술을 단련하라고 꾸짖음.
…을 하려다가 안녕하살법 액션과 안녕하살법 액션 받아치기의 존재 때문에 마음이 바뀜.
‘즐기면서 배우는 무공보다 더 좋은 건 없죠.’
너나 나나 상대가 받아치기 어려운 액션을 연구하고 그 어려운 액션을 받아치기 위해 무술단련에 힘쓰는 기이한 현상!
오직 상대를 놀리겠다는 순수한 악의 하나에서 비롯된 단련의 열풍!
굳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술단련을 하라고 훈계를 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이다혜에게는 고마워해야겠군요.’
엄마 노릇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에 조금 질투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아이의 장래에도 도움이 되어줌.
외로운 마크2에게 놀아주며 친구이자 스승, 또 다른 엄마 노릇까지 해주는 기특한 사람.
[가서 전하세요. 엄마까지는 무리여도 마크 2의 이모는 되어도 좋다고.]이다혜를 무려 마크2의 친척으로 인정했다.
기연이든 뭐든 전부 독식해야 성이 풀리는 무림인 치고는 몹시 드문 양보!
“전언. 싫은데요? 전 마크2 언니 할 건데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모는 너무 늙게 들리는 걸!
이다혜의 새침한 반박에 해응응의 표정이 굳었다.
감히 내 호의를 거절하다니!
[할머니보다는 낫지 않냐고 전해주세요.]“전언. 흐응~ 어떡할까. 새엄마가 더 마음에 드는데. 확 새엄마나 해버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검술로 결판을 내보자고 전해주세요.]“전언. 금방 폭력을 앞세우는 여자를 어머니로 두어서야 마크2가 폭력적인 아이로 자랄 미래가 훤하네요. 가엾게도. 마크2를 위해서라도 도전은 받아주죠, 자신 있다면 배틀지뢰찾기로 오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해응응은 충격을 받았다.
도전신청이라니.
절정의 경지에 오른 이후, 그녀를 이 정도로 무시한 상대는 이다혜가 최초였다.
두렵지도 않은 건가?
반요곡에서 팔 하나를 잃은 것에 이렇게까지 얕잡혀 보인 건가?
도대체 무슨 객기를 부리는 건지.
헛웃음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날짜와 시간은 이때로 정하죠.]“전언. 동의. 그리고 마크2에게 벌꿀사탕을 사주라고 말했습니다.”
[거짓말은 나빠요.]그래도 결국 벌꿀사탕을 사준 해응응이었다.
2.
이모였을수도 있었던 여자 이다혜와 달리, 마크2의 진짜 이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은 해남파에 따로 있었다.
“시스터 해응응. 마크2의 가상세계 보호자와 결투날짜를 잡은 것이 사실인가요?”
[사실이에요.]이브.
해남파에 머무르고 있는 전쟁영웅은 이 결투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삐뚤어지고 잘못된 방향으로 엇나가기 마련이에요. 그건 엄마아빠가 아닌 다른 보호자라도 마찬가지고요.”
[제 호의를 무시하고 먼저 도발한 건 저쪽이에요. 가만히 있었으면 마크2만 뺏겼을 거예요.]“조카에게 몸에 나쁜 음식만 잔뜩 사주는 못된 삼촌과 싸우는 느낌이군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응원할 수는 없겠어요.”
싸움의 뒤는 참혹하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그에 휘말린 누군가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다.
하물며 이번 싸움은 양쪽 모두 마크2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이다혜의 도발에도 그 기저에 담긴 의도는 명백했다.
당신보다는 제가 더 마크2의 부모에 적합하지 않나요? 라는 도발적인 의도.
거기에는 그만큼 묵언검객이 보여준 모습이 없다는 불신이 담겨있다.
‘스트리머의 세계도 무림인과 다르지 않군요. 자신만의 협을 위해 무를 펼치니, 이것이 무협이 아니면 무엇을 무협이라 할까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드문 일도 아니다.
무림비망록에서도 적잖이 치러왔던 결투.
그 결투의 방법이 조금 달라졌을 뿐.
[마크2가 상심하지 않게 지켜봐주세요.]“시스터 해응응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군요. 대신 저도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진지한 얼굴로 당부했다.
“현실이든 가상이든 이다혜씨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만드는 일만큼은 피해주세요.”
노력해볼게요.
그리 대답은 했지만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해응응은 확신하지 못했다.
이해찬만 하더라도 자신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던 검투사키우기에서 아머드태종이라는 엄청난 적수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장르나 방식은 다르더라도 이다혜 또한 한 게임의 종주라 부를만한 자.
배틀지뢰찾기 게임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우선은 이 게임을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요.’
대결을 위해서는 대결과제를 미리 살펴보고 예습을 하는 것이 우선과제.
[지우씨. 배틀지뢰찾기에 대해 철저한 정보조사를 원해요.]“본격적이시네요. 이렇게까지 진지한 모습은 요 몇 달간 처음인데요? 모처럼 열의를 품으셨으니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우지우는 나름 열심히 정보를 모았다.
민우성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그이지만, 그것이 우지우의 무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보국을 이용해 일반인은 접할 수 없는 정보까지 다루는 민우성 쪽이 과하게 유능했을 뿐, 우지우도 범인 사이에서는 유능한 편이다.
‘아 너무 비교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전임자가 워낙에 대단했던 이상, 우지우도 내심 열등감을 품는 건 당연지사.
최선을 다해 정보를 수집하기는 했지만 해응응이 거기에 만족할지는 보고를 올려봐야 안다.
떨리는 마음으로 회의실로 향하는 우지우.
그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집무실이 아닌 회의실로 그를 부른 이유가 뭘까.
‘분위기를 내고 싶으셨나?’
엉뚱한 행동을 종종 하는 해응응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애써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란 테이블을 가득 채운 해남파 고위관계자 수십 명이 그를 쳐다보았다.
쿵.
문을 닫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지? 몰래카메라?’
뭔데 이렇게 많이 모였냐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았다.
실내 좌측에는 번개맨, 가시인간, 양귀호 등 위시로 한 무공교두들과 특별수련동의 장화련, 고동준 등 VIP수련제자 코스를 거친 특별제자들이.
우측에는 흑의종군 소속 간부들이.
테이블 중앙에는 총괄무공교두 백소천, 흑의종군 고위간부 위스퍼, 수제자 주아영, 귀빈 이브와 시종 대쉬맨 등 주요인사들이 모여 앉았다.
올스타 라인업.
해남파 최고전력 총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숨 막히는 대회의실의 광경!
“또 닫고 튀면 한 대 맞을 줄 알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잔말 말고 빨리 들어와. 다들 기다리는 거 안 보여?”
이소혜의 재촉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힘없이 걸어 들어오는 우지우.
단상에 올라서니 가장 먼저 회의실 상석이 눈에 들어왔다.
의자를 빙빙 돌리며 노는 마크2와 한 손가락으로 툭 짚어서 회전을 멈추는 해응응, 옆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재촉하는 이소혜.
‘확실히 우리가 스트리머 명가이기는 하구나.’
무공실력 순으로 배정된 자리와는 별개로 방송 잘하는 순으로도 앉은 위치에 차이가 있다.
특히나 묵언검객의 방송에 지대한 공헌을 한 매니저 이소혜는 고강한 무위를 자랑하는 백소천, 위스퍼보다도 상석에 앉지 않았던가.
“아, 숨 막혀 죽겠다. 저 이러다 기절할 것 같으니까 조사결과만 빠르게 보고할게요.”
물론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된 그는 그저 죽을 맛이었다.
“배틀지뢰찾기는 지뢰찾기 발판이 깔린 필드에서 지뢰를 피해 전진하며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통해 파밍을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경쟁자를 해치우거나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 시답잖은 발표를 하면 베어버릴 테다.
그런 독한 눈들의 앞에서 우지우는 한층 더 주눅이 들었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메타는 다음과 같습니다. 종결급 무기의 습득을 노리는 한방메타. 종결급 무기는 탑, 산, 동굴, 미로의 끝에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패널을 밟고 지뢰의 위치를 식별하며 HP, 공격력, 방어력의 기본치를 늘려 깡패가 되는 성장메타.”
“맵 곳곳의 중립몬스터와 선공NPC의 어그로를 모아 적에게 떠넘기는 어그로드랍메타.”
해응응은 이 게임의 특수성을 눈치 챘다.
[이길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많군요.]“예, 그래서 언제 어디서 누가 승리요건을 달성하고 우위를 점할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달성할 수 있는 메타를 노려야 합니다.”
[만일 두 개의 승리메타가 동시에 성공한다면 그때의 승리는 어떻게 가려지는 편인가요?]“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지만 대부분은 한방메타가 이깁니다. 애초에 이 메타는 자기가 속한 필드를 제외한 다른 모든 필드를 파괴하니까요.”
[한방메타 두 개가 동시에 종결급 무기를 얻는다면요?]우지우가 멍청한 표정으로 어버버 거렸다.
“그건 해봐야 알지 않을까요?”
“…….”
“아니, 그런 경우 진짜로 없거든요?! 적어도 제가 찾아본 조사에서는 안 나왔단 말입니다!”
해남파 고위관계자 수십 명이 쏘아 보내는 눈빛은 아무리 신경줄이 굵은 우지우라도 흘려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 뭐하시면 직접 연습을 해보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연습이라. 평범한 사람은 제 연습상대가 될 수 없을 텐데요.]“연습상대라면 여기 많이들 있잖습니까! 저기 위스퍼님만 해도 스트리머로 활동 중이시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덜어내기 위한 우지우의 외침.
그것이 먹혔다.
“해남파 길드장과의 대결이라. 버러지 같은 놈인 줄 알았더니 제법 쓸 만한 소리도 하는군.”
“…….”
위스퍼가 해응응을 노려보며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 있나?”
[누가 할소리를 하는 거죠?]배틀지뢰찾기.
그 해남파 내전이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