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43)
〈 343화 〉 343 해남파 인방내전
* * *
3.
무술에 미친 신법의 달인 양귀호.
인생 믿을 구석은 정말 수련뿐인 가시인간.
이소혜를 놓치고 부쩍 우울해진 김제철.
이유는 다르지만 무술이 아니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인생이 된 세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 훈련장을 이용했다.
“어이, 오늘은 빼빼로데이다. 오늘 같은 날은 수련장 전세 내는 기분이라도 내게 빨리 여자들한테 빼빼로나 받으러 가라.”
“닥쳐! 그럴 여자가 있을 얼굴로 보이냐?!”
“그때 사귀었다면 지금쯤 빼빼로를…….”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어이,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너희는 데이트도 하러 가지 않는 거냐?”
“닥쳐라, 수귀자폭병.”
“그때 받아주었다면 지금쯤 단 둘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도.
“어이,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너희는 초콜릿을 주는 여자도 없었던 거냐?”
“닥치라고, 이 수귀자폭병아.”
“그때 받아줬으면 지금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도.
비고 오고 눈이 내려도 사라질 줄 모르는 끈질긴 훈련장의 망자들!
[오존주의보 중대경보] [오존농도가 0.5ppm/h 이상입니다. 건강피해 최소화를 위해 실외활동을 중지하기 바랍니다.]그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게 된 날은 오존주의보로 인해 야외훈련장이 폐쇄되고 실내훈련장을 사용하던 어느 날이었다.
“너, 그렇게 얼굴이 글러먹었다 싶으면 그냥 성형수술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남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마라! 각성자로서 이미 단련된 몸은 수술용 칼 따위는 들지도 않고 마취도 먹히지 않는단 말이다!”
“한복, 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이번엔 네 쪽에서 구애를 하면 되잖아?”
“이미 차였다.”
“쯧쯧. 이놈이고 저놈이고 좀 더 그럴싸한 이유 때문에 수련광이 된 줄 알았더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인기가 없어서 수련에 전념했었군.”
양귀호의 가혹한 극딜에 가시인간이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나서 수련이나 하고 있는데! 너 여자한테 인기 많아?!”
“인기? 그딴 게 왜 필요하지? 괜히 수련시간이 부족해지지 않나.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연애도 결혼도 하지 말아야지.”
“싸, 싸이코 같은 놈…….”
얼굴이 못생긴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인 것도 아니면서 연애도 결혼도 생각하지 않고 수련에만 전념한다.
정상인이라면 이런 생각은 할 수 없다.
100% 싸이코패스다.
그런 가시인간의 비난에도 양귀호는 히죽 웃을 뿐이었다.
현대에 태어나서 가상세계에서 NPC를 죽이거나 게이트를 찾아가 몬스터를 죽일 수 있으니 망정이지,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면 훌륭한 연쇄살인마가 되고도 남았을 마인드가 아닌가.
‘그래도 혼자가 아니어서 좋기는 하네.’
아무리 더럽게 힘들고 외롭고 서러워도 옆을 보면 언제나 함께 수련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의외로 힘이 되는 일이다.
“거기선 좀 더 마나를 짧게 끊어 쳐라. 다단히트를 넣는다는 감각으로.”
“막힌 구간이 한 번에 뚫리다니. 수귀자폭병 녀석, 내 수련을 줄곧 보고 있었던 거냐?”
“매일같이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 이쪽도 신경 쓰인다고.”
우연한 계기로 양귀호가 가시인간의 수련을 봐준 이후, 가시인간의 경계심은 누그러졌다.
“한복쟁이. 할 짓이 없으면 대련이나 하지.”
“내가 왜 그래야하지…?”
“강해지면 좋은 일이 많다고? 네가 좋아 죽으려는 그 이소혜에게 찝쩍거리는 남자놈들을 전부 때려눕힐 수 있다던가.”
“그런가…! 그런 방법이……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들도 가져서는 안 돼. 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강해지고야 말겠어……!!”
“이 자식은 생긴 것도 멀쩡한데 이소혜의 뭐가 그리 좋아서 저러는 거야? 개꼴받네 진짜.”
그렇게 탄생한 훈련장 3인방.
백소천은 그들의 왜곡된 수련의지를 비웃거나 힐난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건 열심히 수련을 한다니 보기 좋군.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라.”
저주인지 덕담인지 모를 소리를 건넨 백소천.
가끔 무공도 가르쳐주는 그였기에 훈련장 3인방은 백소천에게는 특별히 나쁜 감정 같은 건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위스퍼에게는 좋지 않은 감정이 아주 많이 있었다.
“위스퍼씨?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그쪽 방송은 채팅창 관리 어떻게 하고 있어?”
“자원자를 받아서 진행하고 있다. 무엇이 대의를 위한 길인지를 아는 의로운 자들이 많더군.”
“별난 사람도 참 많네. 그거 다 남자지?”
“여자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사내놈들보다는 계집들이 많더군.”
“…당신, 방송에서도 그런 말투를 써?”
“그렇다만. 뭐냐. 묵언검객의 매니저. 너도 내 방송의 매니저가 되고 싶었나?”
“딱히.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그래도 왠지 알 것 같네. 그쪽은 분위기도 위험하고, 그런 쪽에 흥미를 느끼는 여자도 은근 있으니까.”
수련 따위는 하지 않고 방송만 하고 다녀도 범접할 수 없는 강함.
터무니없는 폭언을 구사해도 분위기나 목소리로 여성추종자들을 거느리는 카리스마.
김제철의 짝사랑 상대인 이소혜와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패버리고 싶군.”
“저딴 새끼도 나보다 인기가 있다니.”
“감히 이소혜와 말을 섞어?”
모든 요소가 훈련장3인방의 눈에 거슬리기 짝이 없는 위스퍼!
그들이 위스퍼 타도를 목표로 수련을 이어나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결실을 맺을 기회가 왔다.
“연환계로 간다!”
무적처럼 보이는 위스퍼의 능력도 결코 무적은 아니다.
실제로 해응응이 한차례 위스퍼를 꺾으며 이 사실을 증명했다.
‘공격을 무효화하는 능력도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우리 세 사람의 연계기로 1초도 쉬지 않고 몰아붙인다면.’
‘아무리 강력한 위스퍼라도 한계는 올 거다!’
형체가 깜빡이며 흔들리기를 5초.
위스퍼가 마침내 팔을 들어서 공격을 막았다.
쿠웅
“5500”
“반사다! 역으로 쳐내!”
카앙!
김제철의 검과 위스퍼의 손에서 동시에 불똥이 튀었다.
“지금이다, 딜을 넣어!”
“큰 공격은 반격에 당한다. 잔딜을 다단히트로 꽂아서 승부를 봐야해!”
그림으로 그린 듯이 몇 번이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왔던 전투.
격이 다른 강자를 상대로 세 사람의 합격이 서서히 통하기 시작했다.
‘합격기의 연마가 헛되지 않았구나!’
양귀호는 떠올렸다.
신법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해응응을 따라 빌딩등반을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를.
만일 저와 가시인간, 김제철이 합격기를 연마한다면 위스퍼를 이길 수 있습니까?
[힘들죠.]불가능은 아니라는 말이군요.
[위스퍼는 초절정의 경지라고 볼 수 있어요. 양귀호 당신과 가시인간은 절정중위, 김제철은 절정초입에 해당하죠.]승산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2할. 그마저도 합격기를 처음으로 선보일 때에 한정된 가능성이에요. 두 번은 절대로 당하지 않겠죠.]열 번에 두 번.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확률이었다.
승산을 올릴 방법이 없겠습니까?
[위스퍼의 각성능력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이는 적이 사용할 초식을 미리 아는 것과도 같죠. 당신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겠군요.]그리 답장을 보여주는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기억 속 길드장.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다가 손끝에서 뽑은 번개다발을 채찍처럼 휘둘러 하늘을 날아가던 비둘기 떼를 잔뜩 감전시켰다.
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만. 비둘기는 왜 그리 잡으시는 겁니까?
[전서구는 해로운 새에요.]예?
[저것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잔뜩 있어요.]전서구?書?.
세계 2차 대전에나 사용되던 발목에 메시지를 매달아 날리던 새들에게 나쁜 기억이 있다니.
이 사람은 도대체 나이가 몇 살이나 되는 걸까.
황당했던 기억도 잠시.
눈앞에서 터지는 스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왜지? 이런 긴박한 와중에 쓸데없는 생각이나 떠올리고.’
처음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던 양귀호.
접전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거듭 계속됨에 따라 그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됐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그들의 계획에 없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위스퍼의 능력을 분석, 파해법을 찾는다.
합공으로 몰아붙이며 우세를 점한다.
거기까지는 통했다.
그러나 그 뒤부터가 잘못되었다.
“왜 쓰러지지 않는 거야?!”
“이 자식, 각성능력은 전부 막혔을 텐데! 역시 우리가 모르는 능력운용법이 더 있는 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이건… 그냥 순수한 무술로 저지당하고 있는 거야.”
김제철의 한 마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이 몰아닥쳤다.
“나름 애썼군. 애송이들. 칭찬해주지.”
각성능력은 막았다.
그러나 위스퍼의 강함은 각성능력 하나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해남파에 머무른 요 일 년.
“입시무술 수준은 되는구나.”
위스퍼의 장법이 지면을 들어 엎으며 폭탄처럼 흙먼지를 쏟아냈다.
[김제철 님이 사살 당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42명]흙 알갱이 하나하나가 총탄처럼 날아드는 지옥도 속에서 한 방에 사망해버린 김제철.
온 몸으로 받아내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견뎌낸 가시인간과 마주 장법을 펼쳐 양 팔이 너덜너덜해진 대가로 간신히 살아남은 양귀호.
그들의 앞에서 흙더미가 걷히며 공개된 수십 개의 지뢰들이 빛을 뿜었다.
“이런 시발. 이건 반칙이잖아.”
“하 시발. 옛날 일이 왜 떠올랐나 했더니 주마등이었네.”
길드장님,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가르침을 줄 거면 우리만 가르쳐줘야지.
저 미친 괴물새끼한테도 무공을 가르쳐주면 이걸 어떻게 이기냐고.
[가시인간 님이 폭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41명] [양귀호 님이 폭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40명]훈련장 3인방의 유쾌한 반란은 위스퍼의 개꿀잼 권장법 앞에서 막을 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