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45)
〈 345화 〉 345 비겁한 사술
* * *
1.
불운은 신의 농간이다.
그렇다면 빙의자는 누구보다도 신의 농간에 지독하게 놀아나는 불운한 사람이 틀림없다.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편법이 막히면 이렇게까지 상극인 게임도 없군요.’
프로그램으로 짜인 패널 속 지뢰찾기에 대고 격공장을 사용한들 지뢰를 미리 터뜨릴 수도 없고, 답설무흔으로 터지지 않게 지나칠 수도 없다.
외력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철저하게 에 의거한 진검승부.
이것이야말로 묵언검객, 해응응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었다.
“뭐야, 아직도 종결병기를 가동 못시켰어? 뭘 게으름 부리고 있는 거야?”
[상성이 좋지 않아서요.]“참나. 그러게 같이 가자고 할 때 말이나 듣지. 진즉 같이 올라왔으면 좋았잖아?”
이소혜가 멧돼지를 풀어주고는 패널 앞에 섰다.
삑.
부 부.
[지뢰찾기 해독코드 입력에 실패했습니다.] [종결병기 가동에 실패합니다.] [1분 후 다시 시도할 수 있습니다.]“…어? 틀렸네.”
바보가 한 명 늘었을 뿐이고
묵언검객이랑 다를 거 없는데?ㅋㅋㅋ
지뢰찾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아 시끄러워! 니들은 뭐 다를 줄 알아? 이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정통 지뢰찾기에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편법 없는 진검승부는 누구에게든 어렵기는 마찬가지.
즉, 규칙을 벗어날 수 없는 승부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
달리기 실력이 똑같은 사람들이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도 대부분은 엇비슷하다.
불운하기로는 해응응이나 이소혜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이거 사기 아니야? 이렇게 많은 칸을 5분 만에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지뢰만 피해서 전부 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부정. 사기가 아닙니다. 이다혜님은 실제로 종결병기를 가동하여 게임을 클리어 한 모습을 제 눈앞에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앗, 마크2! 너 용케도 그 녀석들을 피해서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엄청 넘어지더니.”
쿠궁.. 쿠구궁..
지금도 산 저 아래에서 벌어지는 백소천과 위스퍼의 격돌에 땅이 울리고 있다.
그 난리통을 피해 여기까지 올라온 마크2의 실력은 충분히 대단한 축에 속했다.
“불만. 마마처럼 과하게 빠른 속도를 쫓으려고 하지만 않으면 마크2도 아무데서나 넘어지지는 않습니다.”
“다행이네. 영상후원으로 봤을 땐 진짜 불쌍해서 죽는 줄 알았거든.”
째릿 하고 노려보는 마크2와 이소혜의 시선에 해응응이 툭 튀어나온 입이 쏙 들어갔다.
조금 미안하다는 자각도 있었던지라 살짝 위축된 모습이 마치 기가 약한 마크2를 보는 것만 같아서 그런지 채팅방은 축제분위기였다.
“나 참. 엄마 노릇을 할 거면 좀 더 책임감 있게 굴라고. 아무리 게임이라도 너무 목숨 걸고 하는 거 아니야?”
[게임은 당연히 목숨을 걸고 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이 자리에 서있지도 못했을 거예요.]“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애를 버리는 건 너무했어. 스트리머 이전에 인간적으로 글러먹었잖아.”
그녀가 말하는 목숨을 건다와 이소혜가 말하는 목숨을 건다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해응응은 굳이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았다.
목숨이 걸린 게임이라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진짜 목숨이 걸린 시점에서 그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그걸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이 두 사람도 무림비망록 같은 게임에 참여한다는 것. 그렇게까지 해서 이해받는 것은 달갑지 않네요.’
마크2가 해응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의혹. 무언가 수상한 느낌이 듭니다.”
[뭘 묻고 싶든 저게 먼저에요.]“호기심. 종결병기가 아직 미가동 상태입니까?”
[그래요. 운이 좋지 않았던지라. 온 김에 다음은 마크2가 해보는 건 어떤가요?]“찬성. 나도 도저히 못해먹겠더라.”
해응응과 이소혜가 두 손을 들고 포기하니 마크2는 신이 나서 종결병기 앞으로 달려왔다.
해응응을 향했던 의심어린 눈초리가 언제였냐는 듯이 의욕만만이었다.
꾹꾹. 꾹꾹꾹.
거침없이 화면을 클릭하는 마크2.
망설임 없는 클릭으로 엄청난 속도로 블록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우와앗, 장난 아니잖아. 무슨 손이 저렇게 빨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지뢰 다 피하는 거야?”
“자랑. 약간의 학습능력과 천재성만 있으면 패턴학습과 경우의 수 분석에 따른 정답유추는 어렵지 않은 것입니다.”
입으로 대답하면서도 조금도 느려지거나 멈추지 않는 손.
기어이 모든 패널을 뒤집자 두 사람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알림이 나타났다.
[MarkⅡ님이 의 지뢰찾기 해독코드 입력에 성공했습니다.] [를 가동합니다.]지진파생성기라고는 해도 결국 지진을 부르는 정도가 아닌가.
그것의 뭐가 그리 대단해서 종결병기라는 거창한 소리까지 하는 걸까.
맨 몸으로도 비슷한 짓을 해낼 수 있는 인간재해 해응응은 그리 무심한 감상을 품고 있었지만, 막상 땅이 울리자 생각이 달라졌다.
‘땅울림의 강도가 달라요.’
백소천과 위스퍼의 격돌에서 전해지는 땅울림처럼 힘과 힘의 격돌로부터 비롯되는, 지면을 타고 흐르는 울림이 아니다.
세계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대지가 울부짖으며 시야가 위아래로 뒤흔들린다.
“!!”
“꺅! 너, 너무 세잖아!”
“주의. 조심하지 않으면 굴러 떨어진다고 마크2는 경고해봅니다.”
멀리, 저 너머에서 성이 무너진다.
멀리, 저 아래에서 동굴이 가라앉는다.
멀리, 저 뒤편에서 미로가 붕괴한다.
산악필드를 제외한 모든 필드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필드붕괴!
정상에 오른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칼로 자른 케이크처럼 뚝 떨어져나가는 지면을.
성도, 동굴도, 미로도 사라진 텅 빈 공간에는 무저갱처럼 캄캄한 어둠이 입을 벌리며 플레이어들을 집어삼켰다.
[우지우 님이 낙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20명] [흑의종군 신입간부 이레이저가 낙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19명] [이브 님이 낙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18명] […………] [……]날지 못하는 동물에게 발을 디딜 땅이 사라진다는 것은 세상이 멸망하는 것과 다름없다.
게임을 얼마나 잘하는지.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런 것들은 모두 사소한 문제가 된다.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는 대재앙 속에서는 모두가 한 순간에 끝장나는 것이다.
[백소천 님이 낙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5명]종결병기 앞에서는 너도 나도 한 방이라고
와 이걸 뉴비 방에서 다 보네
ㄹㅇ 엥간히 고인물방 아니면 종결병기 쓰는 한방메타 뽕 뽑기도 전에 겜 끝나는데
이소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짓말! 백소천 그 사람까지 탈락했다고?”
“뿌듯. 종결병기는 그만큼 대단한 겁니다. 마크2는 총괄무공교두보다도 강한 지배자, 배틀지뢰찾기의 최강자입니다.”
[굉장하네요.]해응응도 이번만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저 소란에 휘말렸다면 제 아무리 무공고수인 그녀라도 방심했다간 한 방에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산정에서도 이 정도라면 아래에서 겪는 지진은 더욱 강력할 것이 틀림없다.
‘경공술의 고수라도 십중팔구는 몸도 못 가누고 즉사했겠군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어기충천의 초식이나 하늘을 딛거나 내달리는 천상비, 능공허도 따위의 초상승의 경지에 달한 경공술이 아니라면 무조건 끝이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지면이 모두 꺼진 이상, 산 필드 근처에 있지 않다면 내공이 빠르게 고갈되어 시커먼 어둠 속에 가라앉게 된다.
‘중력을 거스르는 경공술은 그 소모도가 대단히 높죠. 그것도 매 초마다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요.’
61년 공력의 소유자인 그녀조차도 1분 이상을 발에 땅을 딛지 않고 날아오르는 건 불가능하다.
“사, 살려주세요!!”
“앗, 대쉬맨이다. 죽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채찍부터 꺼내드는 이소혜.
“쥐새끼처럼 옹기종기 다 모여있었군…”
“어, 어떡해! 위스퍼야!!”
그녀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해응응의 팔에 매달려 그녀의 팔을 앞뒤로 흔들었다.
“빨리 어떻게 좀 해봐!”
“동의. 위스퍼는 위험합니다. 마크2도 마마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양쪽 뒤에 매달려서 흔들어대는 두 사람 탓에 자꾸만 몸이 흔들리자 짜증이 난 해응응.
그녀가 약간의 분노를 담아 주먹으로 이소혜와 마크2의 머리를 콩 내리쳤다.
“악!”
“아얏.”
[달달 볶지 말아요. 소매를 잡고 흔들고 있으면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안 그래도 나설 생각이었으니 그만 흔들어요.]격렬한 지진 속에서도 꿋꿋이 글씨를 쓰는 근성의 해응응!
“뭐라고 쓴 거야?!”
“재촉. 글씨는 아무래도 좋으니 얼른 위스퍼를 해치우는 겁니다.”
[대쉬맨 님이 사살 당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4명]그 잠깐 사이에 도움을 요청하던 대쉬맨마저도 위스퍼에게 붙잡혀 탈락했다.
최후의 4인이 모두 모인 산필드.
근데 이거 승부가 됨?
왜?
이쪽은 구름검객인데?
앗
아앗
해남파 인방내전의 승자를 가릴 최종전.
구름을 띄워 두둥실 떠오른 해응응.
그녀를 이소혜와 마크2가 배신감 어린 눈으로 구름에 탄 해응응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비겁한 녀석. 사술을 쓰다니.”
빌런조직의 고위간부인 위스퍼마저도 분함을 참지 못하고 그리 쏘아붙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