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46)
〈 346화 〉 346 인방내전의 우승자
* * *
1.
“내려와라. 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자!”
위스퍼의 말에도 해응응은 아랑곳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점점 무너지기 시작하는 산 필드와 함께 추락사로 죽을 텐데, 뭐 하러 굳이 내려가겠나.
무공을 써서 하늘을 날려고 들면 1분도 힘들지만 구름을 타면 효율이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즉, 이대로 있기만 해도 우승은 그녀의 몫.
물론 위스퍼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내려오지 않으면 네 딸을 죽이겠다.”
“!”
진짜 악당처럼 협박하는 위스퍼.
해응응은 흔들림 없는 공중에서 편안하게 수첩에 글씨를 적었다.
[걱정 말아요, 마크2. 복수는 반드시 제 손으로 해줄게요.]“마마…….”
빌런은 악독했다.
그러나 무림인은 빌런보다 더욱 독했다.
1초의 고민도 없음
인질(죽어도 됨)
이거 맞아?
원래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는 게 원칙이 맞기는 한데 이건 좀ㅋㅋㅋ
무림인들은 일반인들과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어떻게 복수해준다는 말이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나오냐?ㅋㅋㅋ
“딸 좀 그만 버려!!”
보다 못한 이소혜가 빽 소리쳤다.
“얘 좀 봐. 넘어져서 옷도 찢어지고 무릎에 멍도 들었는데 애가 불쌍하지도 않아?”
[나가면 상으로 벌꿀사탕을 줄 거예요.]“그 전에 애가 죽잖아! 애 덕분에 종결병기도 가동하고 은혜도 입었는데 은혜를 갚아야지, 그걸 원수로 갚으면 어떡해?”
이소혜의 지적은 지당했다.
인간적으로 이 정도 했으면 마크2 좀 지켜줘!
마망검객 돌아와!
우리 마크2 좀 애껴요
해응응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제 구름은 1인승이에요.]“…….”
아 1인승은 킹쩔 수 없지
정원초과ㅋㅋㅋ
구름이나 타는 주제에 갑자기 몰아치는 현실감 뭔데
변명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분노는 참을 길이 없다.
당장 힐끗 힐끗 점점 깎여나가는 산 필드를 돌아보며 불안해하는 마크2의 모습을 보라.
남의 애도 아니고 자기애가 불안해하는데 구름에 태울 생각은 않고 꿋꿋이 자기가 타있으면서 속 편한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니.
더는 안 된다.
이소혜의 유교걸로서의 자아가 소리쳤다.
‘부모가 부모답지 않고 어머니가 어머니답지 않으니 정명에 위배되는 이가 어찌 인의예지를 알 수 있겠어!’
이소혜의 채찍이 그녀의 마음에 동조하며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뻔뻔한 소리나 지껄일 거면 너도 이 밑에 내려와서 애랑 같이 죽어!!”
이소혜의 채찍이 묵언검객의 구름을 관통했다.
“!!”
놀란 해응응이 급히 구름을 움직여보려 애썼지만 이미 형체가 무너진 구름은 그녀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흐하하하! 자신의 부하에게 배신이나 당하다니, 꼴이 말이 아니구나 묵언검객!”
위스퍼는 호기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간격은 내어줄 수 없다.
또 다시 구름을 불러 떠오르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이 이 대결의 끝이다.
땅을 딛자마자 도약으로 거리를 벌리려던 해응응의 발목을 강한 장력이 잡아당겼다.
지이이이잉─
시퍼렇게 빛을 뿜어내는 이소혜의 채찍이 어느새 그녀의 발목을 감고 있었다.
애를 버리고 혼자 사는 부모의 꼴은 못 보겠다는 유교걸의 의지!
와! 반란!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이런 반전이?
방송천재 매니쟈
이집 방송 잘하네
그 스트리머에 그 매니쟈
그니까 묵언검객의 매니쟈가 되려면 묵언검객의 구름을 터뜨리고 발목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이렇게 보니 이소혜도 스펙 미쳤네
“이거 완전 마왕놀이에 너무 심취해서 인성을 잃어버린 마왕검객을 붙잡는 전 동료 아닙니까? 너무 흥미진진하거든요!”
“메인MC님 그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엄길동씨는 싫어하십니까?”
“여기서 말 잘못하면 방송 끝나고 맞아죽을까봐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제가 뭐가 됩니까?!”
방송 뒤를 생각하고 사리는 엄길동 때문에 갑자기 불안해진 메인MC 방지철!
그의 불안이야 어찌되었건 시청자들은 즐겁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ㅋㅋㅋㅋㅋㅋ
먼데 재밌냐
이소혜 이 정도면 타락한 전대용사를 구하는 동료 포지션 아님?
ㄹㅇㅋㅋ
그럼 위스퍼는 정의의 용사임?
위스퍼 갑자기 이미지 개같이 세탁 되네
마왕검객 옆에 있으면 누구든 다 착해지는 마술
아무리 그래도 위스퍼가 용사는 좀…
지진파로 세계멸망 시키는 마왕보다 나쁜 놈 될 수 있으면 해보라고ㅋㅋ
한쪽 발이 묶여 달아나지 못한 묵언검객.
그녀를 상대로 위스퍼의 소매가 부풀어 오르며 폭발적인 장력이 밀어닥쳤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장력 사이로 거슬러 올라가 집결하는 한 줌의 암력.
몰아치는 파상공세에 간신히 적응하는 찰나, 암력이 창백한 손바닥처럼 하얗게 빛나는 장력을 뚫고 해응응에게 파고들었다.
“!!”
회전개비처럼 몸을 틀며 사선으로 뻗어올리는 장력을 세 번 연달아 펼치며 암력을 막아낸 해응응. 그녀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저 기술은 제가 알려준 초식이 아니에요.’
“놀랐나? 네가 가르치지 않은 초식을 사용해서.”
위스퍼의 손에 불길한 탁기가 응집됐다.
“무공에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더군. 무공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와 그 요소의 경향성을 파악한다면 어떤 초식이 있을지는 유추할 수 있지.”
[멋대로 만든 초식이 무공의 격을 낮출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전혀. 무공이란 결국 내가 다루는 힘. 그 힘을 자신에게 걸맞게 사역해야 비로소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격이 다르다.
그저 주어진 가르침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무공교두들과는 천지차이였다.
초절정의 수준이라는 예상대로 위스퍼는 이미 무공을 개량하며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일대종사이자 개문시조의 역량이 있다.
심지어 게임의 기능마저 탁월하게 이용했으니.
그의 무공에 실린 추가적인 외력, 직접 밟아 오픈한 발판의 숫자만큼 더해진 공격력이 무공의 위력을 더한다.
‘마치 배틀지뢰찾기라는 게임세계 전체가 위스퍼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군요.’
이 세계의 자연지기는 법칙을 준수하는 자들에게 힘을 더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멧돼지의 등에 타고 자신이 직접 발판을 밟지는 않았던 이소혜나 아예 발판을 무시하고 반쯤 날아다녔던 해응응은 외력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위치를 파악한 지뢰의 숫자도 그만큼 적고, 습득한 방어력의 수치도 저조하다.
“눈치 챘군.”
위스퍼의 손에 맺힌 장력이 웅웅 울렸다.
“이 게임, 이 대국에 한해서라면. 이 위스퍼의 저력이 묵언검객, 너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너를 꺾어주겠다!!”
북해빙궁의 빙백신공과 마교의 수류천단권.
두 기술의 상성은 박빙이나 다름없다.
무엇이든 얼리는 장력.
무엇이든 수압으로 뚫는 장력.
얼음은 물을 얼릴 수 있지만, 강한 수압은 얼음을 뚫을 수 있다.
그렇기에 해응응은 기술에 한파를 더했다.
혹한의 추위는 물줄기로 얼어붙게 만든다.
“흥, 어림없는 짓을!”
외력의 가세 때문에 위력이 더해진 장력을 막으려면 한파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발목을 감은 채찍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균형을 무너뜨리려 드는 이소혜의 존재가 그녀의 운신과 무게중심의 분배를 더욱 어렵게 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경고. 마마를 공격하지 말아요. 마크2는 진지하게 화내는 거예요.”
“이런 바보가……! 지금 누가 누굴 위해서 싸우는 건지도 몰라?!”
어느덧 산 중턱까지 무너지고 정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꺼져가는 발판들.
애타는 이소혜의 마음도 몰라주고 마크2는 이소혜를 방해했다.
아무리 미워도 내 엄마야!
“악! 앞이 안보여!”
마크2의 집요한 방해에 기어이 풀려버린 채찍.
사방에서 그녀를 감싸며 압사시킬 작정으로 펼쳐진 거대한 수옥 사이로 운신의 자유를 되찾은 묵언검객의 얼음기둥이 솟구쳤다.
콰아아아아!!
쨍그랑!!
깨진 얼음파편과 흩어진 물안개.
사방으로 퍼진 자연지기가 일제히 탄환 모양의 자그마한 물방울로 변했다.
‘저 외력, 끈질길 정도로 거슬리는군요!’
위스퍼의 탁기에 실린 배틀지뢰찾기의 자연지기가 두 사람의 힘이 충돌한 중간지대의 힘을 모조리 위스퍼의 것으로 탈바꿈했다.
파바바바박!!
무서운 속도로 깎여나가는 호신강기.
그 호신강기를 감싸듯이 마치 마법진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장력이 위스퍼의 전신전력과 함께 폭발적으로 분사되었다.
스콰앙!
뿔에서 뿜어지는 파마의 빛!
뿔에 저장된 용의 힘과 파해의 공능이 합쳐 탄생한 구마천광이 거센 수류의 힘에 짓눌린다.
빛이 꺼져나가기 직전, 그 잠깐의 틈으로 태세를 정비한 해응응의 양손에서 십이종의 무공이 연달아 펼쳐졌다.
쿠구궁━
━쿠과과과과!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정상의 발판마저 일거에 무너질 정도의 힘과 힘의 격돌!
위스퍼는 순간이지만 간담이 철렁했다.
발판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마지막 역습에 자신의 결전초식이 뚫렸으리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승리다.’
“53만.”
‘마지막 초식. 네가 발휘했던 전력을 지면을 향해 투사한다면, 그 반탄력만으로도 내 몸은 공중으로 떠오를 수 있지!’
각성능력을 통해 펼쳐지는 반격기.
해응응의 연환십이종의 위력이 위스퍼의 손끝을 통해 고스란히 펼쳐진다.
후우웅!!
무섭도록 빠르게 떠오르는 위스퍼의 신형!
‘이건…?’
그런 그의 팔뚝에 어딘지 낯익은 채찍이 감겨있었다.
“이야압!!”
이소혜.
그녀가 한쪽 팔로 뻗어낸 채찍이 위스퍼를 따라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차! 이대로 저 여자가 나보다 높은 곳까지 떠오른다면, 먼저 추락하는 건 나다!’
그저 묵언검객의 걸림돌이 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한 사석이라고 여겼거늘.
묵언검객과 위스퍼.
두 사람이 모두 비장의 초식을 펼쳐내며 힘이 소진되는 순간까지 살아남은 그녀의 채찍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끼어들었다.
풀어낼 수도 떨쳐낼 수도 없는 채찍!
위스퍼의 손이 서슬퍼런 빛을 뿜으며 휘둘러졌다.
서걱!
개미쳤다ㄷㄷㄷ
판단력 실화냐??
여기서 채찍이 감긴 팔을 자기 손날로 잘라?
손을 버려 승기를 취한다!
분한 듯이 이를 악무는 이소혜.
“가라, 이 꼴통아! 여기까지 버텼으면 마지막까지 살아!”
이소혜가 반대쪽 팔에 감은 채찍을 위를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어둠에 삼켜질 뻔했던 마크2의 모습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소혜와 맞바꾸어 공중으로 다시금 떠올랐다.
[이소혜 님이 낙사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3명]추락직전의 묵언검객.
이소혜의 목숨과 맞바꾸어 공중에서의 체공시간을 얻은 마크2.
재빠른 판단으로 한손을 버려 살아남은 위스퍼.
최후의 3인.
불과 수어초로 가려질 인방내전의 우승자.
이를 결정지을 최후의 공중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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