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47)
〈 347화 〉 347 같은 마음, 같은 최후
* * *
1.
최종 3인.
호신강기와 드래고닉 매직, 연환무공의 연속발동으로 61년 공력이 무색하게 힘이 소진된 해응응과 공중에 던져진 마크2, 한손을 잃은 위스퍼.
셋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속한 사람은 역시나 위스퍼였다.
‘기를 쓰며 발악해도 소용없다. 이 절대우위는 잃지 않는다!’
해응응을 꺾는다.
오직 그 하나의 일념으로 절치부심해온 일년.
그 인고의 시간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
‘테러를 지휘할 때에도, 도시를 파괴하는 게임을 할 때에도, 내 마음 속 한편에는 언제나 불편한 진실이 틀어박혀 있었다…….’
묵언검객에게 패배한 자!
자신을 동정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보이스 걸의 딱하다는 시선!
뭐 하다가 사람이 이렇게 초죽음이 되었냐며 측은하게 여기던 성녀 이브의 표정!
쯧쯧. 그러게 그 여자는 건들지 말라니깐? 너한테는 무리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을 텐데.
빌런조직 흑의종군의 수장.
이름 없는 대장이자 그와 조직의 간부들이 목숨을 걸고 따르는 자.
보스의 한심하게 여기는 목소리까지!
그 모든 기억들이 그를 짓눌렀다.
그것이 괴로웠다.
인정할 수 없었다.
고작 이 정도에 짓눌릴 정도라면.
묵언검객 한 사람조차 꺾을 수 없다면.
무슨 수로 이 나라 최강의 각성자 집단인 각성자협회를 꺾고 복수를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시련이었다.
자기증명을 위한 시련.
그가 협회를 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한 인생 최대의 고비.
넘는다면, 그때는 협회에 도전한다.
넘지 못한다면, 협회타도의 꿈은 뒤로 미룬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다.
몇 번을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자신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협회를 꺾는 것 또한 한 번이면 될 테니까.
‘음지에서 힘을 길러온 세월.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너는, 너만큼은 반드시 꺾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그의 각오를 우습게 여기기라도 하듯이 비둘기에게 탄지공이나 날리고 구름 타고 번개나 쏘며 유유자적 놀러 다니는 묵언검객.
한량 짓도 신선 수준이 되면 감탄과 경외를 부른다지만 노는 짓거리에도 정도가 있다.
그를 업신여기듯이 놀 생각이 만반인 묵언검객의 게으른 일상에 그는 더욱 필사적으로 남몰래 무공을 연마하고 능력을 갈고닦았다.
‘불편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적의 힘으로 적을 꺾는다.
당사자인 묵언검객이 협조적으로 나오더라도 구겨진 체면은, 망가진 자존심은 되찾을 수 없다.
그래도 참는다.
그래도 인내한다.
그 결과, 그는 온전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무공의 힘을.
‘몰랐다. 마나를 이용하는 을 극한까지 연마하면 또 다른 능력의 사용법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는.’
한 사람 당 각성능력은 하나.
그런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술.
모른다면 모를까, 알게 된다면 배우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기존의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종결병기나 다름없다.
‘지진파생성기는 배틀지뢰찾기의 세계만을 부쉈지만 무술은 현실세계를 부수겠지.’
발판 아래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선 무술의 근원지, 해남파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시대를 읽는 그의 눈은 유효했고, 마침내 지금 묵언검객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구름의 존재도 깨달은 이상, 더는 재기의 기회는 허락하지 않는다.
모여드는 구름을 비구름을 잡아끄는 수속성 무공의 수류통제술의 힘을 빌려 봉쇄한다.
묵언검객의 얼굴에 스치는 괜한 걸 가르쳤다는 후회의 감정에 속이 저절로 시원해졌다.
‘그래, 그 얼굴이다. 나는 네게서 그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는 타인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자.
두려움을 느껴도 좋은 입장의 인간이 아니다.
물론.
해응응도 그 진심을 느꼈다.
이것만큼은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있는 수준의 기운이 아니다.
‘엄청난 기세.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가 먼저 탈락할 수 있는 지금의 위치로부터 벗어나게 허락하지 않을 작정이군요.’
탁기의 순수한 양으로만 따지자면 위스퍼도 해응응의 61년 내공의 두 배에 해당하는 120년치 이상의 탁기를 지니고 있다.
위스퍼의 기에 노출된 마크2의 머리카락이 저절로 곤두설 정도로 강력한 힘.
‘하지만 무공에는 이런 수도 가능하죠.’
무중생유無中??.
무로부터 유를 창조해내는 변혁의 힘.
얼음이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매개체인 수분을 빼앗긴 상태에서 순수한 기의 결정체만으로 얼음의 기둥을 생성해낸다.
“!!”
그 기둥이 저 깊은 어둠의 밑자락까지 이어질 정도로 충분히 깊다면.
그리고 그것이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어둠과 닿아도 소멸하지 않는다면.
‘이것으로 조건은 달라졌어요.’
추락할 수밖에 없는 위스퍼.
얼음기둥의 위에 발을 디딘 묵언검객.
승기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기울어진다.
‘절 쓰러뜨리지 않고도 낙사판정 따위로 우승할 수 있다고 믿은 건 아니겠죠, 위스퍼?’
“그렇군. 그렇게 나와야지. 덕분에 알게 되었다. 끈질긴 여자는 질색이지만 이 정도로 강한 집념이라면 의외로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뭐죠 그건. 프러포즈인가요?’
이 결투에 100% 진심인 위스퍼와 달리, 그렇게까지 절박하거나 치열하게는 몰입하지 않은 해응응은 흠칫하며 마음의 평정이 깨졌다.
그 일순간, 그녀의 눈동자는 절대부동의 평정심으로 억눌렀던 마음의 동요를 드러냈다.
“심지어 그 무심한 모습마저도 눈속임이었다니! 네 싸움은 나보다도 한 수 앞서서 시작되었군. 어떻게든 약점을 감추지 않으면 안됐을 테니!”
‘묘한 말을 들었다고 동요해서 마음이 흔들리다니. 저도 아직 멀었네요.’
위스퍼의 눈가에서 빛나는 푸른 광채.
그 빛이 은밀하게 펼쳐지며 시야를 왜곡한 공간의 얼음기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마크2의 모습을 포착해내었다.
내전 시작부터 콰당탕 넘어지던 마크2를 외면하고 도움 한 번 주지 않았떤 해응응.
그 무심함이.
그 무정함이.
내전이 시작된 시점부터 혹여나 찾아올지 모를 이런 순간을 위해 준비된 연기였음을 이제는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 너는 그런 인간이었지. 그러지 않았다면 반요곡에서도 악어장수를 상대로 부하들을 지키지 않았을 테니까!’
위스퍼는 악어장수와 같은 수를 두었다.
목표는 해응응이 아닌 마크2.
‘이 힘이 없었어도 깨달았다면 이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스퍼도 알고 있다.
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그녀를 몰아붙일 수도 없었다고.
그 전에 자신이 살해당하거나 마크2의 존재를 깨닫기도 전에 탈락당했을 테니까.
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1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묵언검객의 약점.
마크2를 보호하려는 모성 아닌 모성을!
“이것이 내 최후의 일격. 최대의 전력. 받아낼 수 있다면 받아보아라!”
수싸움은 끝났다.
암흑을 풀어헤친 것처럼 수속성의 무공 전체가 불길한 탁기로 돌변하는 위스퍼의 무공.
그것은 그가 마교의 무공을 토대로 재해석한 자신의 각성능력의 또 다른 가능성.
전화의 수신과 연결된 그의 능력을 수속성의 동결과 연결시켜 탄생한 신기술.
블랙아웃의 범위 내에 들어온 모든 대상의 내부에 침투하여 모든 종류의 움직임을 강제로 중지시키는 의 능력.
이 위치에서라면 확정적으로 지면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힘이 엄습해왔다.
‘굉장한 이해도의 새로운 무공이군요. 저는 저 기술을 따라할 수 없어요.’
해응응은 본능적으로 인지했다.
그녀가 인지하고 쌓아올린 무학의 이치로는 저 기술의 원천을 이해, 분석하고 재구현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극에 달한 오성으로도 수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내용물은 그릇에 담을 수 없다.
‘평범한 무공으로 벨 수 있는 힘이 아니군요.’
굳이 빗대자면 파해의 공능과 비슷한 힘.
저것에 닿는 모든 기운은 그 즉시 모든 속성과 힘을 잃고 흩어지고 만다.
이를 막아낼 수단은, 절정에 겨우 오른 지금의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물리력을 동반한 의식단절의 공능. 막더라도 추락할 것이고, 추락하지 않으려 버티면 마크2가 당하겠죠.’
지금까지는 마크2를 외면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버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에 저지를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버려야 한다.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살아남는다.
그런 비정함은 그녀가 바라는 마도천하의 길이 아니다.
‘그렇군요. 천마 파천린. 오랜 벗이여. 당신이 꿈꾸던 마도천하 또한 이런 것이었나요?’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무심코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다.
천마가 입버릇처럼 논하던 마도천하의 진실 또한 그러했다.
해응응. 네게는 천마의 자질이 있다!
천마란 백만 교도들의 하늘. 마도천하란 그 하늘이 중원의 하늘이 되는 것. 황궁을 점령한다면 비로소 진정한 마도천하의 시작이다.
너와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 힘을 빌려다오, 해응응. 아니, 나의 유일한 벗이여.
천마의 자리는 거절하겠다고 그렇게나 몇 번이고 말했거늘.
그녀는 자신의 꿈을 스스로를 통해서가 아닌, 해응응 그녀를 통해서라도 이루고자 했다.
그 때의 천마의 심정을, 그 표정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크2를 바라보는 제 표정이 그때의 그녀와 같을까요?’
천마는 마도천하를 이루고자 중원을 침략하고 황궁을 점령하고자 했다.
그러나 무로서 비롯된 권력은 진정으로 만인의 우러름을 이끌어낼 수 없다.
그렇기에 그녀의 뜻을 이해하고, 그녀의 유지를 이어나가며, 그녀가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천마에게는 해응응이었다.
해응응에게는 마크2가 될지도 몰랐다.
‘전부를 맡기는 건 아니에요. 아직은 당신 같은 풋내기에게 맡기기엔 짊어진 짐이 무거우니까요. 그렇지만 이번 한 게임만이라면.’
이 배틀지뢰찾기의 우승만이라면.
한 번쯤은 맡기고 싶어졌다.
“마마?”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바라만 보았을 뿐인데도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뭔가를 느낀 걸까.
마크2가 그녀를 불렀다.
해응응은 답하지 않았다.
훗, 하고 그저 한 번 웃어 보이며 위스퍼의 전심전력을 다한 최강의 일격에 마주섰다.
현실의 위스퍼라면 죽어도 발휘할 수 없는, 먼 훗날에야 도달할 가능성이 있을 일격.
‘한 번 만이에요. 당신의 집념이 이끌어낸 이 기술을 보여주는 건.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도록 하세요, 위스퍼.’
연환십이종의 연계무공.
생명에 위협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루며 절제되고 분배된 기술.
그 선을 의도적으로, 강제적으로 무시하며 돌파한다.
구구구구궁!!!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보다도 더한 울림이 묵언검객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
위스퍼는 보았다.
해응응의 일격이 자신의 블랙아웃을 가르며 그의 목을 베어버리는 순간을.
[위스퍼 님이 참살 당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2명]그 일격의 반동으로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묵언검객의 신형을.
[묵언검객 님이 사망했습니다.] [남은 플레이어 1명]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참혹한 모습을 등 뒤의 딸에게는 보이지 않고 쓰러진다.
그 각오 앞에서는 의식이 끊기는 와중에도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졌구나.
이건 못 이기겠어.
[최후의 생존자] [MarkⅡ]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우승자입니다.]묵언검객의 사망.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동귀어진과 함께 배틀지뢰찾기 인방내전은 충격적인 끝을 맞이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