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5)
〈 35화 〉 35 협회의 감시
* * *
1.
사마귀인간 소경석.
그는 곤충계 각성자로
몸의 일부를 사마귀처럼 바꾸어 다룰 수 있다.
거미줄이나 뽑아내는 우지우에 비해
생피부가 찢어지며 날붙이로 변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변신에 시간도 걸리며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기도 하기에
그는 되도록 변신을 자주 하지 않았고
때문에 성장속도도 늦어져서
자신보다 2년 늦게 각성한 우지우보다도
각성자레벨은 더 낮았다.
‘그래도 좋은 녀석이었지. 어제까지는.’
소경석에게는 빚이 있었다.
대형길드의 유망주가 주도하는
즉석공격대 모집.
그 기회에 길드의 눈에 띄어보겠다며
값비싼 장비도 렌탈했건만
믿었던 유망주는 부하의 배신에 사망.
살인멸구를 하겠다며
배신자들의 손에 프리랜서 동료들이
마구잡이로 죽어나가는 가운데
소경석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던 건
렌탈한 장비 덕분이었다.
‘미안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어.’
렌탈비도 큰 맘 먹고 냈던 장비.
그 장비 덕분에 목숨을 건진 그였지만
동시에 파괴된 장비값을 갚고자
어마어마한 빚더미에 오르게 되었다.
평범하게 일해서는
각성자의 소득으로도 빚을 갚기란 요원.
어제까지 함께 했던 동료의
뒤를 캐는 특별임무라도
가려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여, 인면지주.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어?”
“방송 봐.”
“요즘 자주보네.”
우지우가 흘끗 소경석을 쳐다보았다.
경계심을 사버렸나?
긴장한 소경석과 달리.
별 감정 없는 눈으로
우지우가 스크린폰에 시선을 돌렸다.
“꽤 재밌거든. 기록경쟁 하는 게.”
“묵언검객 따라잡기? 안 어울리게 이상한 걸 보네. 원래는 아이돌 방송이나 봤으면서.”
우지우가 보는 건 묵언검객 따라잡기.
그 컨텐츠를 즐기는 스트리머들이었다.
“옷, 이 녀석들 묘하게 빠르네.”
“글리치성 버그기술이라는 거야.”
“그거 쓰면 빨라져?”
“각성자도 아닌 겜돌이들이 우리만큼은 빨라.”
“굉장하네.”
“진짜 굉장한 건 묵언검객이지.”
정확히는 묵언검객으로 추정되는 해응응씨지만.
우지우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는 소경석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협회에서 주어진 번호에 정보를 보고했다.
주변에 생긴 변화는 딱히 없음.
묵언검객이라는 인물의 방송에 빠져 지내는
평범한 인방충임.
‘이거면 협회도 괜한 의심은 접겠지.’
소경석에게도 양심은 있다.
바로 어제.
SNS에 올라왔던 묵언검객을 만났다던
우지우의 글이
몇 시간 뒤에 갑자기 삭제된 일도
그 사이에
능력 밖의 실적을 거두었던 것도
묵언검객이 모종의 관련이 있으리란 것도
그는 전부 협회에 알리지 않았다.
아무리 빚이 있다고 한들
우지우는 그 이전에 동료였으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해로운 일이라면 절대 들키지 마라.’
그가 감싸줄 수 있는 선을 넘어선다면
다음에 내려올 지령은
감시임무가 아닌 습격임무
나아가 암살임무가 될지도 모르니까.
‘고마운 녀석.’
우지우 또한 그런 소경석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예쁜 여자만 보이면 좋아 죽는 녀석이
어제 삭제한 SNS에 댓글도 달았던 주제에
아무런 물음도 던지지 않고
방송 얘기나 꺼내고 있다.
내색은 하지 않아도
그가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우지우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협회는 두 사람을
감시대상과 감시자로 가르려 시도했지만
둘의 동료로서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거 참 눈물겨운 우정이군.”
망원경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던
협회소속 정신계 각성자 유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각성자의 정신을
원거리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인드리딩 스킬에 의해
소경석의 생각은 이미 필요한 만큼 읽어냈다.
우지우의 생각을 직접 읽기에는
그의 레벨이 높아 간격을 좁혀야만 했기에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느니
소경석을 이용해 정보를 읽어내기로 한 판단이
정답이었다.
“C0에 보고. 브이튜브 스트리머 묵언검객에 대한 신원정보파악 및 동선조회를 요청한다.”
협회의 수사망에 묵언검객이 걸렸다.
2.
우지우에게는 신세를 졌다.
각성자 라이센스만 있었으면 그런 은혜를
지게 될 일도 없었겠지만
해응응의 생각은
처음과 다를 바 없었다.
‘길드도 협회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요.’
명호길드를 통해 목격한 길드 소속 각성자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사파잡배와 다를 바 없었고
협회의 행세 또한
위선적인 무림맹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니 그녀가
길드나 협회에 소속되어야만 하는
각성자 활동에 관심을 지닐 리가 없었다.
‘어제처럼 노골적으로 덤비는 각성자들만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그랬겠지만요.’
열두 명의 각성자들이
으슥한 골목길에 잠복했다가
주머니칼이나 각목을 들고 나오는 순간
해응응은 문답무용으로 힘을 썼다.
제압까지는 어렵지 않았지만
살인면허가 없는 그녀로서는
우지우라는 목격자가 생긴 시점에서
상황이 무척 곤란해졌다.
‘생각해보면 CCTV도 고려하지 못했어요.’
각성자들이 조직에 속하는 것이 보편화된
2050년의 대한민국에서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는 건
제약이 너무 많았다.
무림맹이 주도하던 중원무림의 질서보다
협회와 길드가 주도하는
현대각성자업계의 질서가 훨씬 더 삼엄하다.
‘고려는 해볼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길드는 자신이 소속되지만 않으면 그만이고
협회에서야 힘을 속이면 그만이다.
각성자?
몬스터를 잡고 상태창을 얻어
특별한 고유능력을 지니는 각성과정?
그녀에게는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이 있다.
내공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그깟 이능 따위
얼마든지 흉내 낼 수 있다.
각성자 협회 홈페이지에는
한 각성자가 등급이 오름에 따라
능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F급 각성자] [각성능력 우드펀치] [주먹이 나무처럼 딱딱해지는 능력이다.] [E급 각성자] [각성능력 우드스킨] [피부가 나무처럼 딱딱해지는 능력이다.] [D급 각성자] [각성능력 우드스킨:철목] [피부를 감싼 나무가 철처럼 단단해진다.] [C급 각성자] [각성능력 철목의 수호] [철처럼 단단한 나무를 만들어 반경 2m 이내의 공간을 지킬 수 있다.] [B급 각성자] [각성능력 철목지대] [반경 10m 이내의 공간에서 철목을 원하는 대로 소환할 수 있다.] [A급 각성자] [각성능력 철의 세계수] [반경 50m 이내를 장악하는 철의 세계수를 소환할 수 있다.]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능력이라도
꾸준히 레벨을 올리고 능력을 성장시키면
미약했던 시작과 달리
창대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협회는 그 성장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실적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협회소속 각성자는 그 대가로
협회가 요구하는 기여도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불쾌할 정도로 무림맹과 비슷하네요.’
심지어 협회가 무림맹의 상위호환이다.
법에 의한 제도적 제약.
협회내부수칙에 의한 유무형의 불이익.
협회에 소속되든, 소속되지 않든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각성자에게 불이익을 줄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강제로 특정임무를 배당하고
수행하지 못할 시 기여도를 깎을 수 있으니
각성자들이 쌓는 기여도와
도달할 수 있는 성장수준은
사실상 협회가 정하기 나름이다.
‘유용하고 말 잘 듣는 개는 적당한 선까지 키우고, 위험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싶은 골칫거리들은 의도적으로 성장을 막겠죠.’
다른 조직인들 다르겠냐만은
무력이 곧 권위와 생존과 직결되는 무림인에게
무공수위를 외압에 의해 결정하는
거대조직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거부감을 선사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녀가 협회에 소속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진짜 각성자가 될 필요도 없고요.’
당장 무공증진과 내공증진도
갈 길이 먼데
거기에 각성자 같은 요상한 힘을 얻고
이능이 하나 더해진다고
무조건 강해질거라 여기는 건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이다.
‘각성자들이 다룬다는 마력도 결국은 기를 이용한 이능. 성질과 사용방법이 다른 내공이겠죠.’
만일 각성을 해서 얻은 마력이
기존에 지닌 내공과 융화되지 못한다면.
그날이 바로 그녀가 주화입마에 빠지는 날이다.
목 끝에 칼이라도 들어오지 않는 한
각성은 하지 않는다.
해응응은 그렇게 다짐했다.
3.
그녀가 게임을 잠시 쉬었던 이유인
마음의 심란함은
어느 정도 바로잡혔다.
다만 마음이 바로잡히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무공의 부족함이었다.
삼류무공이 입문무공이라면
이류무공은 전문무공.
대성하면 그 유용성이 삼류무공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지만
아직 그녀가 다루는 이류무공은
대성에 이르기에는 멀었다.
‘그저 다루는 것만으로도 숙련도는 금방 쌓이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빠듯했죠.’
하기야 튜토리얼 보스부터
일류 외공고수 수준의 실력자가 나온 게임.
히든보스임을 감안해도
요괴선인의 강함은 도술로 경지에 오른
절정고수에 준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화려한 기술이나 커다란 덩치에 비해 그다지 실속은 없었지만요.’
인면지주 일가가 없이도
혼자 잡을 수 있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가능은 하지만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싸움이 되었으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조금 수련을 해야겠어요.’
단순한 무공수련은 필요 없다.
오늘, 그녀는 특별한 기술을 연마할 작정이다.
이를테면 인간이 아닌 적이 많은
반요곡의 게임구조를 고려하여
강력한 공격을 피하거나
적에게 기척을 잡히지 않고
암습할 기회를 대폭 상승시켜주는
암기술과 잠행술.
살수의 기술을 연마할 작정이다.
‘오늘따라 늦은 시각에도 공원에 사람이 많네요.’
평소 같으면 현실에서의 직장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리를 오가던 시민들도
모두 게임을 하러 귀가하는 시간이었지만
무슨 이벤트라도 있는 건지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이어폰을 끼고 조깅을 하거나
가로등에 기대 담배를 태우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 많이도 나왔다.
‘제게는 잘된 일이지만요.’
우선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기척을 줄이고 은밀하게 이동하는 잠행술.
그 기술을 연습하겠다고
해응응이 마음을 먹기 무섭게
그녀의 기척이
공원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급격히 흐릿해졌다.
‘?!’
‘투명화?’
‘순간이동?’
‘타겟은 어디로 갔지?’
신문을 읽던 정장차림의 중년남성도
개를 산책시키던 중년여성도
이어폰으로 본부와 교신을 하던 이십대 남자도
담배를 피우며 대상을 감시하던 이십대 여자도
모두 동요를 감추지 못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상하게 행동하지 마라. 목표가 아직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본부로부터 지시가 내려오자
감시자들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를 유지했다.
보이지도 않고
같은 공간에 있는지
진작에 떠났는지도 알 수 없는
불길한 침묵 속에서
네 명의 정보원들은
추위와 공포에 덜덜 떨면서
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거나
공원을 돌아다니다가
작전지역 밖으로 이탈하였다.
“C7. 우리가 이렇게까지 애먹은 감시대상은 처음이지 않아?”
“멍청한 계집. 잘도 웃음이 나오는 구나.”
“왜 시비야?”
“너, 담배 피우는데 정신 팔려서 몰랐지?”
“뭐를?”
“그 여자. 네 뒤에서 그림자가 드리웠었어.”
가로등에서 담배를 피던
20대 여자 감시자, C9.
그녀가 벙찐 얼굴로 돌아보자
신문을 읽던 중년남자
40대 남성 감시자 C7이 말했다.
“어느 틈엔가 가로등 뒤에서 네가 담배 피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고.”
“뭐어어?!”
“그것도 거의 1분이 넘도록.”
감시가 들켰다.
심지어 언제든지 감시자를 해치울 수 있다는
간접적인 경고까지 던졌다.
감시대상이 마음만 먹었으면
C7은 몇 번이고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장 감시는 중지. 전원 철수한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번 임무는 도저히 무리라는 판단이 서자
감시임무를 중지한 감시팀.
협회의 감시자들이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는 건
그리 녹록치 않아보였다.
이후 감시는 나 C1이 직접 진행한다.
실력자의 감시에는
마찬가지로 실력자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협회 감시팀 팀 리더Team Leader
통칭 C1.
마인드리딩 능력으로
상대의 생각을 직접 볼 수 있는
정신계 각성자 유민성.
그가 해응응의 직접감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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