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51)
〈 351화 〉 351 일상에 찾아온 이변
* * *
1.
압도적인 원한은 죽음의 공포도 잊게 만든다.
우지우가 생각하기에 지금 해남파 앞에 모인 시위행렬이 그러했다.
“묵언검객은 대한철국을 재건하라!”
“재건하라!”
“빼앗아간 우리의 건물을 돌려줘라!”
“돌려줘라!”
“만 60세까지 매월 1골드의 생계비를 지급하라!”
“지급하라!”
중간에 뭔가 이상한 요구가 섞여있지 않나?
우지우의 옆에 다가온 이소혜가 질린다는 얼굴로 물었다.
“저걸 왜 여기서 찾아?”
“길드장님이 대한철국을 시원하게 밀어버리지 않으셨습니까. 숨만 쉬어도 들어오던 돈줄인 게임건물이 증발했는데 눈이 뒤집힐지도 모르죠.”
“와. 나 같으면 핵폭발도 막는 사람한테 시위는 안 하겠다.”
인명살상을 기피하는 각성자를 상대하다보면 종종 잊기 마련이지만, 각성자협회에 등록된 모든 각성자는 살인면허가 있다.
싸이코마냥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을 하루에 한 명씩 죽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다소의 징계를 감수하면 사람 하나는 그냥 묻는다.
하물며 몰살검객, 냉법검객, 마왕검객 소리를 듣는 저 길드장에게 시위라니.
“소혜씨가 이번에 산 집을 갑자기 누가 때려 부수고 보상금도 안 주면 어떻겠습니까?”
“채찍으로 목을 감아서 창밖에 던질 거야.”
“와우…… 대단하시네.”
그런 연유로 인간적인 동정심을 느끼는 해남파 관계자들은 시위행렬을 힘으로 밀어내는 대신, 뜨뜻미지근한 시선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길드장님은 오늘도 거기 계셨습니까?”
“응. 구름용이 그렇게 좋은가?”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재활치료를 빌미로 다시 구름용과 어울리고 다니는 해응응.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아머드태종과의 결전이 끝난 이후에도 게임에 접속해서 구름용의 위에 올라타고 떠돌아다니기를 그리도 좋아한다.
방사능 구름을 만들고 비를 쏟아 부으며 죽음과 절망을 흩뿌리고 다니는 건 너무하다 싶지만.
뭐, 게임 속의 일이니까.
차라리 현실에서 저 야랄을 안 해서 다행이라는 마음마저 들었다.
“경연대회는 어떻게 됐어? 오늘이 본선이라고 들었는데 방송 때문에 보질 못했네.”
길었던 경연프로그램.
하프타임의 세 번째 멤버를 뽑는 대회.
쟁쟁한 후보들을 꺾은 단 한 명의 참가자, 데뷔멤버가 결정되었다.
“보이스걸이요.”
“그럼 그렇지.”
이소혜도 예상하고 우지우도 예상하고 다들 예상했던 이변 없는 결과였다.
노래도 전투력도 압도적인 보이스걸은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문제없을 실력자!
스타각성자 정도는 가볍게 해내고도 남을 흑의종군의 간부 출신이 아닌가.
“데뷔곡은 뭐래?”
“네 귀에 딩딩딩? 무슨 알람 노래라던데요.”
“아, 그 알람사건…….”
경연대회 마지막 미션.
자신의 데뷔곡을 미리 만들어서 매출대결하기!
모든 참가자는 각자의 사연에 빗대어 곡을 만들었는데, 보이스걸은 알다시피 빌런조직 흑의종군의 간부 출신!
그녀의 과거사는 대부분이 조직을 위해 대외비로 감추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화제로 삼은 이야기는 모두 해남파에 들어온 이후의 일들이 되었는데, 이 알람송에 얽힌 스토리가 대중들의 관심을 직격했다.
갸아악! 보이스걸 당장 내 귀에서 나가!
딩딩딩 굿모닝 메들리송 왤케 중독성 있지?
아침마다 보이스걸이 내 귀에 알람을 틀어주면 좋겠다… 오랜 소원이다
너냐? 옆집에서 알람 안 끄고 새벽 6시에 한 시간 내내 야랄한 새끼!
이어폰 좀 끼고 들으라고 무친놈들아!!
천하의 묵언검객도 빡친 알람송, 원수를 괴롭히기 가장 좋은 노래, 층간소음논란 1순위 곡, 빌런조직이 사회에 풀어버린 마곡.
노래 그 자체의 인기보다 화제성의 영향이 더 크기는 했지만, 아무튼 성공적인 데뷔곡이었다.
“아무튼 수고. 난 해방이니까 뒤는 부탁해.”
“고생하셨습니다.”
묵언검객이 로그아웃을 했다.
이소혜는 해방이지만 우지우의 본격적인 고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2.
해남파 내원 본관.
스무 가지 사업에 얽힌 수천 명의 직원들과 수천 명에 달하는 제자들의 교육 방침을 결정지을 해남파의 중추시설이라 불리는 곳!
세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몰리는 금남지대라 불리는 이곳에는 출입을 허가받은 몇 안 되는 남자들이 존재한다.
“왔는가.”
“오늘도 헌양하십니다, 백소천님.”
“허허. 자네는 참 간신의 자질이 있어.”
무술총괄교두 백소천.
그가 예외인물 중 한 명이었다.
“혹이 응응님이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모르겠군. 최근 경지가 올랐는지 기를 읽어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네.”
“거기서 더 강해지셨다고요?”
“완연한 경지에 오른 결과 아니겠나. 말이 좋아 절정고수지, 사파놈들 기준으로는 이미 초절정이라고 해도 좋을 무위일세.”
“심오하네요. 그럼 마크2는 보셨습니까? 이브님도 보이질 않던데.”
해응응이 기척을 감추고 사라졌다면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와이파이나 GPS 위치추적기능도 기막으로 차단하고 다니는 무친련을 무슨 수로 찾겠는가.
이럴 땐 마크2나 챙겨주는 편이 낫다.
“이브라면 대쉬맨과 외식을 하러 나갔네. 대신 애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던데, 마침 민우성 군이 방문한지라 그에게 맡겼더군.”
민우성이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좀비해저드로 이름을 알린 합방3인방이 어딜 가나 어미 오리를 쫓아다니는 아기오리들마냥 졸졸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중독성 넘치는 훅과 노래, 여자들의 밝은 목소리가 있는 곳을 따라가니 역시나 민우성과 마크2가 보였다.
“네 귀에 딩딩딩~♪”
“네귀에딩딩딩.”
“아이 참. 붙여 부르지 말고 리듬을 줘서 말하는 거라구! 네 귀에 딩딩딩~♪”
“네귀에딩딩딩.”
“아악 점심초코파슬리 먹을 것 같애!”
“응 안 돼. 살찌니까 못 먹어.”
“힝. 지수야. 하나만 먹으면 안 돼?”
“킥킥. 한나도 참. 대회 끝나도 우린 따로 데뷔하잖아. 체중관리에 신경 써야지.”
김한나, 예지수, 차지연.
해남파 수련제자 출신 아이돌연습생 삼인방이 마크2와 놀아주고 있었다.
‘마크2의 존재는 대외비라고 하지 않으셨나?’
처음에는 분명 그랬던 것도 같은데, 길드장님의 무위가 부쩍 상승한 뒤로는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 마냥 경계가 소홀해졌다.
하기야 납득은 갔다.
검 한 자루로 눈폭풍을 만들고 핵폭발도 막아낼 수 있는 인간병기가 지키는 해남파에서 어느 누가 마크2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배틀지뢰찾기에서 공개적으로 이름까지 다 알려진 마당이다.
이제 와서 숨기는 쪽이 더 어색했다.
“앗, 지우아저씨다!”
“경연대회 아쉽더라. 너희도 잘 불렀는데.”
“정말요? 아저씨 원픽은 누구였어요?”
마크2와 놀아주던 한나나 잠든 민우성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사심을 채우던 차지연, 우지우에게 달려와 말을 걸던 예지수.
세 사람이 모두 그의 입만 바라보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보이스걸 원픽이었다고는 절대 말 못 하겠네.’
“마크2랑 제일 잘 놀아준 사람?”
무지성으로 일단 던지고 보는 멘트.
한나가 떡밥을 덥썩 물었다.
“저요! 저요! 제가 마크2랑 젤 잘 놀아요!”
“오류. 귀찮은 사람과 놀아주는 건 마크2입니다.”
“배신이닷! 한나가 얼마나 열심히 노래를 가르쳐줬는데! 어떻게 한나한테 이럴 수 있어!”
저 페이스면 좀비해저드 합방도 조만간이겠네.
경연에서 떨어진 것 치곤 얼굴이 다들 밝다.
“불만. 마크2는 네귀에딩딩딩 고문을 72회 당해읍브븝븝”
“떽! 에헤이! 한나 속상하게 자꾸 이럴 거야?”
“으븝븝브븝”
입을 막힌 마크2가 엄청나게 눈으로 쏘아보았지만 한나는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했다.
“그래그래. 한나 원픽 할 테니까 마크2는 아저씨가 데리고 갈게.”
“아 왜요~ 저희 진짜 친하거든요?”
“그래그래. 마크2야 가서 아저씨랑 엄마 게임플레이 모니터링이나 하러 가자.”
신이 나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마크2. 표정이 없어도 행동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특징은 원본이나 마크2나 쏙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호기심. 마크2는 마마가 검투사플레이에서 무얼 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러게~ 뭘 했을까~? 빨리 가서 보자.”
손을 잡고 모니터링 룸으로 앞장서는 우지우.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자신이 반한 여자와 똑같이 생긴 마크2.
심지어 탄생한 지 1년도 안 된 겉모습만 똑같은 응애검객이다.
그가 하기에 따라서는 자신을 전적으로 따르는 해응응을 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궁금. 오늘은 벌꿀사탕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마크2는 벌꿀사탕이 맛있습니다.”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벌꿀사탕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나쁜 아저씨한테 유괴 당할지도 모른다고.”
“마크2는 지금 유괴 당하고 있습니까?”
“하하. 얘가 큰일 날 소리하네.”
안 그래도 길드장의 2대 비서로 취임한 이후로 요즘 주변 사람들의 취급이 부쩍 박해졌는데, 유괴범 이미지까지 생겨봐라.
범죄자 소리를 듣고 다닐 날도 머지않으리라.
사탕 하나 줬다가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에 우지우가 푸념했지만, 그의 걱정은 방향이 잘못됐다.
그는 마음보다 먼저 근처 담벼락이 무너질 걱정을 해야 했다.
투쾅!
“컥!”
무언가에 치여 나가떨어진 우지우.
힘겹게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포착되었다.
뿌우우
‘코, 코끼리……?’
저 우렁찬 발성, 거대한 체구, 마크2를 낚아챈 기다란 코까지.
어디를 어떻게 봐도 코끼리였다.
심지어 코끼리의 동체가 열리며 스피커가 나타나더니 우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너! 묵언검객에게 전해라. 마크2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메카코끼리에 치이고도 무사히 일어나는 방법은 수련하지 않았던 우지우.
그의 의식이 픽 하고 꺼졌다.
3.
“그렇게 됐는데요.”
해응응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우지우를 보았다.
[도시 한복판, 그것도 해남파 내원에서 느닷없이 메카코끼리한테 마크2가 납치당했다니.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진짠데.
우지우는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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