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53)
〈 353화 〉 353 장기전
* * *
1.
이해찬은 닥터 요한2세와의 접점이 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검투사키우기에 돌연 유행하기 시작한 점보자이언트코끼리 메타의 창조자의 닉네임을 알아차린 덕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늘을 부유하며 유유자적 구름을 타고 다니던 해응응.
촤아악!
그런 그녀의 구름을 지상에서 날아든 물대포가 흠뻑 적셔 주저앉혔다.
“…….”
괘씸할 정도로 덩치가 커다란 코끼리가 웃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물을 뿜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분노한 해응응에 의해 개같이 파괴당한 코끼리.
그 잔해를 뒤지다가 발견했다.
제작자가 남긴 표식을.
[2세대 점보자이언트코끼리수인 87호] [제작자 닥터 요한 2세]마크2의 창조주.
그녀의 목숨을 빌미로 협박을 하고자 시도했던 건방진 각성자.
그가 해응응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최초의 멀티플레이게임 검투사키우기에 암약하고 있었다.
[닥터 요한2세는 현실에서도 저와 척을 지고 있는 적이에요. 당신은 그런 각성자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스트리머이고요.]“와 좆됐네 진짜.”
이해찬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사람은 가끔 너무 놀라면 진짜 마음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저기, 미리 말해두는데 전 진짜 몰랐거든요?”
[알고 있어요. 그러니 지금 이렇게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죠.]“닥터 요한 2세에 대해 아는 대로 알려드리기만 하면 되는 거죠?”
물론이다.
이해찬 본인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순순히 자백만 한다면.
그런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하는 이해찬은 그저 안도했다.
하기야 저 무릎을 꿇고 앉은 단아한 자세의 경국지색의 미녀가 속으로 자신을 고문할 결심까지 하고 있으리라고 무슨 수로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 인간은 이것저것 만들기를 잘하는 인간이었어요. 기계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며 아머드를 만들고 세대를 높이며 점점 뛰어난 병기를 생산했죠.”
[저와의 대결을 벌이는 동안에도 그와 연락을 취했었나요?]“웬일로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는 했었죠. 신세대 업그레이드를 할 때가 아니면 접속도 안하고 연락하는 일도 없던 인간치고는 별난 일이구나 싶기는 했었죠.”
[그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나요?]“별 거 아니었어요. 묵언검객을 무찌르는 일에 한손 보태주겠다, 그런 거였죠. 아머드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양산한 것도 그 인간 작품이었고.”
이해찬이 아, 하고 무언가 짐작이 간다는 얼굴로 기억을 더듬었다.
“아머드태종. 아시죠? 그쪽이 부순 제자. 그 녀석의 기체를 만든 것도 닥터 요한 2세였어요. 드래곤코어를 이용해 기체를 업그레이드해준 것도 그 인간이었고요.”
[사실상 대한철국은 닥터 요한 2세가 세운 왕국이나 다름없었군요.]“그런 셈이죠. 표면상의 국왕은 저였지만 실체가 그랬으니, 깔끔하게 다 날려먹고도 제 것을 잃었다는 생각보다는 맞지 않는 짐을 털어냈다는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지만요.”
막말로 그가 전 재산 다 쏟아 부어서 백지에서부터 기술개발하고 키운 왕국이면 이렇게 초연할 수 있겠는가.
오는 길에 봤던 시위행렬이랑 함께 해남파 광장거리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브루스를 추며 거품 물고 발광을 하고 있겠지.
해응응은 결론을 내렸다.
이해찬은 무고하다.
그는 닥터 요한 2세의 실험에 본인도 모르게 협조한 인물일 뿐.
‘결과적으로 이해찬 씨도 득을 보긴 했네요.’
어쩐지 예전에 봤을 때에도 평범한 인간 치고는 잘 싸우더라니.
탁기가 아닌 순수한 마나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이다혜보다 훨씬 더 많이.
이러니 이다혜가 검술대회에서 이해찬에게 번번이 밀려 만년 2등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지.
무림인의 시각으로 보면 남들은 모를 승리의 비결이 이렇게 훤히 내려다보인다.
“근데 그 닥터 요한2세 씨가 뭔 짓거리를 했길래 적이라는 소리까지 하고 그러십니까? 그 사람이 똘기가 있기는 해도 앞뒤 분간도 못할 멍청이는 아닐 텐데.”
[검투사키우기에서 했던 짓을 현실에서도 해보고 싶은가보죠.]“……해남파를 상대로요? 그 인간이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진짜 미쳤나?”
메카코끼리의 뭘 믿고 이리 나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닥터 요한 2세도 단단히 마음 먹고 준비한 건 틀림없다.
적어도 지난번의 조우처럼 손쉽게 격퇴당할 각오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리라.
[와주셔서 고마웠어요.]“아니, 여기까지 흥미로운 얘기는 다 해놓고 저보고 그냥 돌아가라고요?”
해응응이 고개를 갸웃했다.
[같이 죽이러 가주시게요?]“뭘 태연히 살인공모를 꾸미십니까? 꼭 그런 방향이 아니라도 도움이 될 방법은 많은데.”
[예를 들면요?]“닥터 요한 2세가 아주 싫어하는 짓을 해서 어그로를 끌 수도 있죠.”
[그 사람의 약점을 알고 있나요?]처음으로 이 여자한테 도움이 되겠구나.
이해찬은 조금 자신이 생겼다.
“물론이죠. 대신 나중에 저랑 합방 한 번 해요.”
[그러죠.]“좋았으! 약속한 겁니다?”
[얼른 알려나주세요.]“그 인간의 약점은…”
이해찬이 알고 있는 닥터 요한 2세의 약점.
그 정체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동물애호가!”
“!”
“닥터 요한 2세는 동물애호가를 병적으로 혐오합니다! 그래서 동물애호가들이 나타나면 분노에 눈이 뒤집혀서 정신을 못 차리죠.”
[왜죠? 어린 시절에 동물애호가에게 키우던 애완동물이 납치라도 당한 건가요?]“그거야 저도 모르죠. 아무튼 그가 절 도와서 천년왕국이라고까지 불리던 포니왕국을 멸망시킨 이유는 동물애호가를 향한 분노가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약점을 알아내고 싶기는 했는데.
이런 게 나올줄은 몰랐다.
‘……이 정보를 어떻게 써먹죠?’
고민에 잠긴 해응응.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동물들이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직접 보고 만지기까지 했던 등에 지퍼가 달린 인형탈 동물들이.
2.
동물탈 인형들과 이해찬이 무언가를 계획하는 사이,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닥터 요한 2세가 경고했던 방송을 켜야 하는 날이다.
“시스터 해응응. 제가 고칠 수 있는 만큼은 전부 고쳐드렸어요. 그래도 무리하지는 마세요.”
이브의 치유 덕분에 사망후유증의 내상을 완치한 해응응.
남은 일주일 간 해응응은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했다.
‘이번 방송은 장기전이 될수록 유리해요.’
닥터 요한2세는 그녀의 교전데이터를 추가로 입수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적어도 그녀가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마크2의 신변에 위해를 가하거나 기억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터.
가능한 한 1분이라도 더 오래 방송을 유지하며 닥터 요한2세의 이목을 끌 필요가 있다.
‘이번 접속은 닥터 요한 2세, 당신과의 승부가 되겠죠.’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는가.
어디까지 정보를 탐할 것인가.
닥터 요한 2세가 정보를 원치 않는다면 방송을 질질 끌어봤자 의미가 없다.
반대로 그의 욕망을 자극하고자 무모하게 위험을 감수하려 들었다간 반요곡에서의 피해상황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게 된다.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 행위마저도 하찮다.
‘가당찮은 소릴.’
할 수 없을 리가 없다.
하고자 마음먹는다면 반드시 해낸다.
[▶반요곡을 실행합니다.]어느 때보다도 중대한 방송.
마크2의 목숨과 기억이 걸린 승부가 시작됐다.
3.
[Player mode]전장에서는 승리했지만 오른팔을 잃는 중상을 입고 만 묵언검객.
현실에서와 달리 결여된 신체에 마음이 약해질 법도 하건만, 도리어 그녀의 기세는 가라앉기는커녕 무서울 정도로 그 크기가 더해졌다.
이렇게 빨리 돌아와도 됨?
사망후유증 ㄱㅊ?
몰살할 생각에 손이 근질거려서 못 참은 듯
ㅇㅈ
이거 아니면 반년휴뱅 아닌 이유 납득 안 됨
사람의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같은 공간에 머무르기만 해도 불쾌한 기분이 전염처럼 전해진다거나, 얼굴만 봐도 충만한 행복함이 전해지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중 어느 누구도 이빨이 덜덜 떨리는 공포는 익숙하지 않았다.
??
?
내 이빨 왜 이럼?
왜 강제 틀딱 됨?
묵언검객 이빨은 멀쩡한데?
스트리머의 움직임이 연동된 것이 아니다.
죽음.
공포.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오싹해지는 포식자가 그들의 앞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묵언검객은 확실하게 시절의 악명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아가 시절의 혈강시에 가까운 살의로 무장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런 묵언검객의 앞에 기형적으로 커다란 오른팔로 땅을 짚고 머리를 숙였다.
“제 부족함이 주군의 옥체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살아서는 갚을 수 없는 죄에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시는 이의 앞길을 열기는커녕 발목을 잡았다.
그런 수치를 괴력의 우완은 견딜 수 없었다.
“부디 제 목을……”
베어주십시오.
그 말을 차마 끝마칠 수 없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능력의 문제였다.
고고고고고
카마이타치의 칼바람을 웃도는 살의의 광풍이, 생명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대한 악의가 묵언검객을 중심으로 전군을 짓눌렀다.
무엇을 위한 구명이었나.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나.
모든 것은 미래를 위해, 이들의 가치를 믿고 기꺼이 팔 하나를 걸었던 결과다.
그 의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로 만드는 언행에 이미 날이 선 묵언검객의 정신은 수양의 깊음이 무색하게 날 것 그대로의 살의를 드러냈다.
이게 진짜 사람이라고?
어딜 봐서 인간이라고 믿겠냐고.
시청자들과 요괴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