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54)
〈 354화 〉 354 상호작용 선택지
* * *
1.
베어 마땅하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하찮은 목숨 따위, 살려둘 이유가 없다.
베어라.
죽여라.
멸해라.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살심에 괴력의 우완뿐만 아니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가신들마저 비명을 질렀다.
“주, 죽을 것 같은 것이닷!!”
“눈 뒤집히면 우리 다 죽는 거 아니야……?”
“백령신군님께 필적하는 기운…! 엄청나군. 묵언검객의 적들은 항상 이런 살의에 맞서가면서 싸워왔던 건가?”
경지에 달한 살의는 신체의 반응을 강제한다.
몸이 베이는 것처럼 현실감 넘치는 살의의 궤적이 피부를 가르고, 환통을 강요한다.
한발 나아가서는 일순간 모든 이성과 감각을 마비시키며 죽음의 감각을 체험하게 만든다.
생사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우선권.
절대강자의 살의에는 그만한 무게가 있다.
묵언검객의 부하들은 그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다시는 그런 소리를 하지 마세요.]죽음을 자처했던 괴력의 우완이 죽고 싶지 않다는 공포에 잠길 정도의 위압감.
그런 살의를 도로 갈무리한 묵언검객의 앞에서 끝내 수급을 베어달라고 청할 용기 따위, 괴력의 우완은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의 뒤에 기립해서 함께 무릎을 꿇으려던 적기사 또한 자신을 스치는 아름답고도 잔혹한 시선 앞에 얼어붙었다.
패장의 무릎을 꿇는 일조차 허락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묵언검객과 그의 가신들의 능력부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증명했다.
자신의 건재함을.
그리고 요구했다.
패배를 딛고 일어날 것을.
그러니 그녀의 부하이기를 자처하는 그들이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해서는 안 된다.
“속죄는 오로지 전장에서, 적의 피와 주검으로. 참으로 잔혹하신 주군이군.”
“오늘도 또 한 걸음, 잉간이가 인간에서 멀어졌어…….”
부기걸의 태연한 목소리와 방랑상인의 씁쓸해하는 목소리를 뒤로 전장의 혼란은 종결된다.
그것은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의 끝을 의미하는 종언의 굴레.
[묵언검객의 페이즈가 종료되었습니다.]대국의 주인은 다음 차례로 넘어간다.
2.
[Story mode] [대요괴 side]오호대장군이 전멸했다.
대요괴 세력을 대표하는 다섯장군이 군단까지 이끌고 벌인 총공격이다.
그것을 모두 꺾어낸 것은 백령신군이라도 쉽지 않을 대단한 일.
[반요곡의 패권에 도전한 유이한 대적자, 묵언검객이여. 그대를 경계한 이 몸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구나.] [지불한 대가는 적지 않다. 전선에 전해질 소식은 막대한 여파를 일으키겠지.] [그 모든 희생과 맞바꾸어 취한 두 개의 이득은 결코 가볍지 않다.]대요괴는 깨달았다.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를.
그 이상으로 확신했다.
자신이 얻은 또 다른 우위를.
[검사의 생명과도 같은 오른팔을 잃었으니, 금기를 범한 신선에게 허락된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그 끝이 머지않아 임박하리니.] [우둔한 대적자는 호기를 놓치지 않겠지만 겹겹이 쳐진 군세의 벽을 넘지 못하니, 포식의 순례는 누구도 막지 못할진저.]묵언검객과 백령신군.
두 대적자의 발이 묶인 시점에서 반요곡의 패권경쟁은 그 끝을 보였다.
[만찬의 여정이 끝나는 날, 비로소 암천에 새로운 달이 떠오르니.] [낡은 육신을 탈피하여 진정으로 요괴왕의 이름에 걸맞은 육신으로 거듭날 것이다.]대요괴.
그의 등장을 환영하는 내륙필드의 요괴들.
[만찬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대요괴가 방문한 필드가 소멸합니다.] [필드의 주민들이 대요괴의 힘으로 치환됩니다.]거대한 빛의 기둥이 그들의 육신을 불살랐다.
남겨진 것은 대요괴의 발자국과 오직 폐허가 된 필드뿐이었다.
포식의 순례.
만찬의 여정.
죽음을 부르는 대요괴의 축제는 더 많은 요괴들의 피와 죽음을 갈망하고 있었다.
3.
[Story mode] [백령신군 side]천 번을 도전하더라도 한 번조차 넘지 못할 것은 알고 있었다.
천려일실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잔혹할 정도의 우위를 점한 대요괴의 대계.
[천기가 격변하였구나.]돌 하나를 빼낸다 하여 무너지지 않을 굳건한 담벼락에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를 부정하며 엿보았던 미래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묵언검객, 인계최강의 검객이 끝내 운명의 굴레조차도 베어 넘긴 것인가.] [실낱같던 희망이 마침내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으되, 그 운명을 쫓는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처럼 험난하니.]백령신군의 어깨 위.
새하얗게 피어오른 백색의 만다라를 이루던 꽃잎이 한 장, 허공으로 떨어져 내렸다.
남은 꽃잎은 여섯 닢.
오늘이 지나면 그에게 남은 기회는 여섯 번.
그의 힘과 시간은 유한하다.
묵언검객의 힘과 시간이 그러한 것처럼.
그러나 오늘.
그는 묵언검객이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그대는 어그러진 미래로부터 무엇을 보고 이 늙은 충의지사를 찾아왔는가.]요괴들의 우두머리와 반요들의 우두머리.
악에 맞서 악이 되기를 자처한 우둔한 신하.
백령신군의 진영에 한 명의 객이 찾아왔다.
[신선이여.]장막의 뒤편.
세속의 절망을 그저 지켜볼 뿐인 방관자.
빛이 꺼진 사원의 주인이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고개를 조아렸다.
[하늘의 섭리를 따르는 신선에게 어찌 다른 용무가 있겠나이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모든 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것뿐.]억겁토록 반복되어왔던 굴레로부터 해방된 유일무이한 미래.
[선각자가 백령신군 진영에 합류합니다.] [신령의 힘이 백령신군 진영에 깃듭니다.]그 미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플레이어만이 아니다.
은막의 저편.
수많은 미래 속에서 오래도록 숨죽인 방관자가 마침내 그 고개를 들었다.
4.
【제 5 턴】
[묵언검객 페이즈(종료)] [대요괴 페이즈(종료)] [백령신군 페이즈(종료)] [모든 페이즈가 종료되었습니다.] [턴이 종료됩니다.]【제 6 턴】
[묵언검객 페이즈] [대요괴 페이즈] [백령신군 페이즈] [묵언검객 페이즈가 시작됩니다.]5.
【묵언검객 페이즈】
[세력전략을 선택하십시오.] [이번 턴에는 2회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전략선택 횟수는 2회입니다.]【세력전략】
1. 회의(조언 얻기, 지도 확장)
2. 조사(정보 습득, 아이템 습득, 인재 발견)
3. 공격(필드 침범, 세력 확장)
4. 주둔(필드 수비, 부상 회복, 병력 확충)
5. 계략(이벤트 발동)
6. 외교(이벤트 발동)
7. 특수(이벤트 발동)
독립작전권을 지닌 군단들의 행동이 모조리 스킵된 에너미 페이즈Enemy Phase.
두 명의 주적.
대요괴와 백령신군의 행동만이 나타나며 대국의 흐름을 고하였다.
‘그렇게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시간에 쫓기는 것은 플레이어인가요.’
대요괴의 포식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영토를 순회하며 내륙지대의 요괴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있다.
백령신군의 세력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대요괴의 분신체가 일컬었던 신선.
그녀의 무위를 납득할 수 있는 강력한 존재가 그의 진영에 합류하였다.
‘당면한 적은 대요괴이지만 그 판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죠.’
현실세계의 적 .
그와는 별개로 와 은 반요곡 최대의 적수.
이들이 존재하는 한, 그녀가 바라는 엔딩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대요괴의 야성과도 같았다.
또한 백령신군의 천기와도 같았다.
굳이 비견하자면 무림인의 본능.
피와 시신, 죽음과 비명을 쌓아올리는 살업으로 빚어낸 경험에서 비롯된 직감.
가시밭길 같은 운명을 극복하며 단련된 서사시 속 영웅들의 혜안.
‘그것이 두려웠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어요.’
닥터 요한 2세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이 자리에 필요한 건 ‘해응응’이 아닌 ‘묵언검객’.
인간과 반요, 요괴들의 이야기로 얼룩진 이 잔혹한 협곡에 걸맞은 행동이 요구된다.
운명이 등을 떠밀어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해응응과 달리.
잔혹한 첫 여정을 진행 중인 묵언검객에게는 그런 냉정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그렇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을 둘로서 분리하였다.
현실의 해응응으로서의 자신.
가상의 묵언검객으로서의 자신.
그러지 않으면 마크2를 잊을 수 없으니까.
자신조차도 속이지 못하는 마음으로는 닥터 요한 2세 또한 속일 수 없을 테니까.
묵언검객은 어떤 인물인가.
묵언검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답은 지나온 길마다 고인 피웅덩이와 한쪽뿐인 손에 묻혀온 핏물에 있다.
[▶공격] [공격을 위해 이동할 필드를 선택하십시오.]묵언검객의 페이즈.
그녀의 진격에 정체는 허락되지 않는다.
【필드 선택지】
1. 초토화된 수도로 진격한다.
2. 전선지대의 후방군량고를 습격한다.
3. 꺼지지 않는 등불의 도시에 진군한다.
4. 사서들의 유배지에 원정을 떠난다.(행동 2회)
선택을 앞둔 그녀의 앞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지난 대전에서 특공대의 힘을 빌렸던 대가를 잊었노라 말할 셈은 아니리라 믿겠다.”
[특공대장 이 ‘2. 전선지대의 후방군량고를 습격한다.’를 강하게 주장합니다.]이에 뚜따의 조언이 이어졌다.
“특공대도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닷! 여기서 협조하지 않는다면 백령신군의 세력과도 돌이킬 수 없는 적대관계가 되는 것이닷!”
[참모 가 나인의 제안을 거부할 때의 리스크를 경고합니다.]물론, 그것을 두려워할 묵언검객이 아니다.
칼을 휘두르는 자, 망설이지 말지어니.
[▶3. 꺼지지 않는 등불의 도시에 진군한다.]토벌대장 나인은 즉시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오늘의 결정을 후회할 것이다.”
[토벌대장 이 토벌대와 함께 임시동료에서 이탈합니다.]【상호작용 선택지】
[토벌대의 이탈에 대해 당신은….]1. 묵인한다.
2. 설득한다.(성공 시 임시동료 합류)
3. 전군을 이끌고 추격한다.(행동 1개 소모)
4. 은밀히 뒤를 쫓아 기습한다.(군단 1개 이탈)
언약을 맺지는 않았을지언정 그들의 오해를 이용했던 것은 사실.
장차 후환이 될 적을 살려 보내는 것은 무림인의 방식이 아니지만 힘을 빌리고도 떳떳치 못한 공격을 하는 것은 묵언검객의 방식이 아니다.
[▶1. 묵인한다.] [토벌대가 떠났습니다.]토벌대를 순순히 보내준 것은 부하들의 의문을 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행선지에 대한 결정은 부하들의 의문을 불렀다.
발언권을 크게 상실한 적기사나 괴력의 우완 대신, 유일하게 묵언검객과 견줄 수 있는 존재감을 지닌 요괴에게 시선이 쏠렸다.
대요괴의 옛 연인이자 요석자루의 약탈자, 짐꾼의 재산착취자 부기걸이 마지못해 모두의 의문을 대신하여 그녀에게 물었다.
“대요괴의 뒤를 쫓는 길은 수도로 이미 열려있을 텐데. 불야성의 도시를 치는 이유가 뭐지?”
“…….”
“쯧. 하찮군. 겁쟁이들의 물음은 됐다. 내 식대로 다시 묻도록 하지.”
벌어진 자루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인간. 네 행동은 마치 포식에 미친 대요괴의 그것과 다름없이 보이고 있다. 이마의 뿔에 심상치 않은 살기까지.”
“네가 빌린 힘의 근원이 요괴의 흉성이든, 신선의 금기이든 개의치 않는다. 묻고 싶은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네 힘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 건가?”
물론이다.
자신의 힘조차 통솔하지 못할 리가 있는가.
뻔한 물음에 뻔한 답을 품었지만.
【상호작용 선택지】
[힘의 제어를 의심하는 부기걸에게 당신은….]1. 그렇다.
2. 아니다.
3. 모르겠다.
4. 그것이 중요한가?
그녀의 앞에 떠오른 창은 정말로 그러냐고 되묻듯이 심상치 않은 선택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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