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59)
〈 359화 〉 359 고금제일의 일격
* * *
1.
[Story mode]세상의 색채가 적색으로 물든 필드 위.
명멸하듯 충돌하던 구료명마와 일심일로의 결전초식에 대지가 주저앉고, 갈라진 지면이 구겨지듯이 뭉개지며, 고열의 파동이 지상을 강타한다.
“크헉!”
“이 거리에서도 이 정도의 피해인가?!”
“버텨라!! 온 힘을 다해 충격파를 막지 못하면 우리까지 죽는다!!!”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 극곰장수를 비롯한 묵언검객 세력의 무투파 장수들이 악착같이 힘을 발휘하며 충격파를 흘려내었다.
주르륵.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손아귀가 찢어질 것처럼 감각이 마비되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한계.
자신의 무력함이 체감될 정도로 가혹한 결전은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정도에 불과하다고.
저 묵언검객과 어깨를 나란히 서며 함께 싸우는 일은, 이제 두 번 다시 불가능하다고.
그 정도의 격차였다.
그 정도의 절망이었다.
그런 경외심이.
그런 무력감이.
그들의 내면에서는 또 다른 악몽이 되었다.
[깨달았구나. 그대들이 무엇에 절망해야 하는지.] [그렇다. 진정한 절망이란 멀리 있지 않으니.]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이상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넘을 수 없는 절망이 되리라.]“아차!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아니다! 그런 패배감 따위, 무장으로서의 본능적인 힘의 비교에 지나지 않아!”
뒤늦게 부정하려 애쓰는 적기사와 괴력의우완.
그러나 늦었다.
그들에게는 일순간의 절망에서 비롯된 찰나의 악몽에 불과할지라도.
몽마들의 여왕에게는 손만 뻗으면 붙잡을 수 있는 간식거리와도 같은 존재.
[그렇다. 진정한 악몽이란 누구보다도 가까이에 있는 것.] [보도록 하여라.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을.] [그리고 죽어라. 너희가 만든 악몽에.]몽마들의 여왕.
수많은 요괴와 보스들을 소환하며 악몽의 힘을 필드 위에 만연시킨 그녀의 진정한 노림수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요괴대군의 습격과 보스급 요괴들의 보스러쉬마저도 아득히 뛰어넘는 진정한 악몽.
플레이어의 도플갱어.
바로 자기자신과 치르는 전투였다.
2.
묵언검객은 눈앞의 도플갱어를 향해 중단세로 검을 겨누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이 이러할까.
검을 든 자세부터 은밀하게 일으키는 검기까지 모든 동작이 그녀와 같았다.
‘발칙하군요. 잔재주를 부린다고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게 보인 건가요?’
악몽의 형상 따위, 본체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였건만.
몽마들의 여왕은 학습이 느린 편인지 마지막까지도 그녀를 실망시켰다.
‘무림에서도 있었죠. 상대와 같은 수만을 사용해서 싸우는 흉내검술이.’
호수에 비친 잔상처럼 그녀와 같은 동작, 같은 호흡, 같은 검술로 따라붙는 도플갱어.
초식의 전개에 대한 고찰도, 힘의 배분과 무공의 섭리에 대한 이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외향만을 따라할 뿐인 무지몽매한 행동.
결과만을 쫓는 불나방.
이깟 하수의 싸움 따위, 마크2만도 못하다.
‘할 수 있다면 따라해 보세요. 감히 쫓아올 엄두도 못 낼 극상의 무를 따라할 수 있다면.’
정통적인 혈도에 적은 변화를 토대로 강한 힘을 발휘하는 무공.
깊이를 연마하는 무공을 무림에서는 흔히 정종무공, 백도무공, 정파무공이라 부른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뿌리 깊은 무학은 세월이 지날수록 만개하니, 같은 구결에서도 다른 효용을 자아내며 전혀 다른 모습을 자아낸다.
‘혈교의 잡스러운 무공은 그와 정반대에 속하는 무공. 범인이라도 자신의 수명과 목숨을 갉아먹는 난폭한 운용을 대가로 위력을 끌어올리죠.’
특수한 혈도에 큰 변화를 토대로 몸에 부하를 주는 대신 강한 힘을 앞당기는 무공.
넓이를 연마하는 무공을 무림에서는 흔히 외종무공, 흑도무공, 사파무공이라 부른다.
후대를 위한 전승을 포기하며 자신의 삶을 불태우는 대신 그 목숨을 꽃피우니, 일찍 피는 꽃이 일찍 저물더라도 그 화려함만큼은 독보적이다.
‘천재들의 무공은 그 너머에 있어요.’
천재는 적은 변화에 안주하지 않는다.
정종무공의 섭리를 보다 넓고 보다 세분화된 단위에서 마방진에 가까운 수준으로 탑을 쌓듯이 쌓아올린다.
세 개의 기본혈도를 다루는 삼재기공.
아홉 개의 혈도를 다루는 청해심법.
기경8맥과 12경맥이라 불리는 맥을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온갖 상승심법들.
그런 무공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상단전을 경유하는 상승무공의 심공이 묵언검객의 기를 삽시간에 부풀리며 손끝에 싣는다.
구구궁!
구료명마 멸세군림의 심득에서 비롯된 요괴대장군의 필살기와는 다른 방면으로 도달하는 기공의 궁극, 강환의 경지.
그 강환에 칼날처럼 첨예하게 실린 내공의 칼날이 겹겹이 둘러쳐지며 회전속도와 응축의 압축률을 높여나간다.
오색찬란한 빛을 뿜다 못해 주변시공이 일그러질 정도의 왜곡반응이 일어나는 절초.
퍼엉!!
묵언검객의 형상은 그 복잡다변한 변화를 쫓는 행위만으로도 기의 통제에 실패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강환의 칼날에 난자당했다.
그러고도 언젠가 그녀가 반요곡에서 펼쳤던 호신강기의 재주를 모방해내어 목숨만은 간신히 연명해내는 형상.
그 처절한 발악에 최후를 고하듯이, 도플갱어의 것보다 족히 네 배는 더욱 커다란 강환이 좌우로 휘어지며 악몽의 결정체의 복부에 파고들었다.
촤롸롸롸롹!
만개하듯 퍼져나가는 강환의 칼날.
그 무자비한 찢는 힘은 호신강기로도 미처 막아낼 수 없었다.
격의 차이는 불과 한 순간에 증명되었다.
3.
[Story mode]산산이 흩어지는 도플갱어의 형상.
그것이 공중에서부터 급속도로 재구성되며 또 다른 요괴의 형상을 이룬다.
매개체의 중심지는 몽마들의 여왕.
[본신보다 뛰어난 분신은 없으니.] [과연, 그 깊이는 아무리 모방에 심혈을 기울이더라도 따라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구나.]만일 저만한 존재가 자신들을 비호했더라면.
적이 되기를 자처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부하가 되기를 자처했을지도 모른다.
몽마들의 여왕에게도 어쩌면 다른 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희박한 희망을, 몰려드는 아득한 절망을, 비로소 탄생하는 악몽의 잔재마저도, 몽마들의 여왕은 두 손 안에 쥐어짜냈다.
묵언검객의 강함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적어도 발악만큼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요괴들의 정점.] [극에 도달한 요괴의 자취를 담아낸 편린.] [그 어렴풋한 형상만으로도 무수한 생명과 사념을 제물로 바쳐야만 하는 궁극의 악몽.]자신의 품에서 불길한 힘이 담긴 단검으로 제 가슴을 찌르는 몽마들의 여왕.
푸확!
힘껏 뽑아든 단검 너머로 솟구치던 피가 귀물의 힘을 빌려 소환의식을 성공시킨다.
[경고. 경고.] [역사로만 전해져왔던 고금제일의 요괴의 편린이 불야성의 도시에 강림합니다.] [경배하십시오.] [세계의 지배자이자 가장 깊은 밤의 주인의 과거가 눈을 떴습니다.] [경천동지???] [오뢰굉정五雪] [화종천강??] [하늘이 진동하듯 격렬한 천둥과 번개가 따르니, 그야말로 밤의 제왕, 요괴들의 군주의 행차입니다.]여러 NPC들의 입을 통해 그 존재만이 알려졌던 과거의 존재.
대요괴조차도 그 뒤를 쫓기에만 급급한 명실상부 고금제일의 요괴.
요괴왕의 형상이 강림했다.
4.
[Player mode]전신의 솜털이 한 올 한 올 일어날 정도로 몸의 감각이 민감해진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거대한 악이 태동하였음을 느끼는 공포가 세포단위로 경고한다.
저것은 위험하다고.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달아나라고.
요괴왕.
모든 요괴의 정점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강자의 형상이 무서울 정도의 위압감을 발산한다.
‘요괴왕. 정말 대단한 존재였군요.’
알고 있다.
저것은 진짜 요괴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
몽마들의 여왕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제물이 담아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극히 한정적인 조건으로.
지극히 짧은 시간동안만.
오직 단 한 번만 허락된 미미한 힘으로 탄생한 존재라는 것은.
[자기관조의 극에 달한 감각이 영혼과 육신의 합일을 이룹니다.] [현재동화율 : 99%]그래도 두렵지 않았다.
하나로 막아낼 자신이 없다면 둘을 꺼내면 된다.
두 번도 필요 없다.
몽마들의 여왕에게 허락된 기회는 한 번.
요괴왕의 형상의 일격을 막아내면, 이긴다.
요괴왕의 형상의 일격에 당하면, 죽는다.
그 정도 위험 따위, 무림인은 칼 한 자루로 일상처럼 넘나들고 다닌다.
특별한 기교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자신의 무위와 실력으로 쌓아올린 업.
업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 뻗는다.
그것이 고금제일에 도달했을 뿐인 일격.
두려울 정도로 단순한 일격이 극상의 극의 와 두 개가 서로 맞물리며 자아내는 상승효과를 강제로 밀어낸다.
‘놀랍군요.’
묵언검객 본인이 막는다고 생각해도 긴장을 감출 수 없는 이중극의 연계기술을 힘으로 찢고 좌우로 날려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요괴왕.
그 형상이 어딘지 모르게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흩어졌다.
[술자인 몽마들의 여왕이 감당할 수 있는 제물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요괴왕의 고금제일의 일격이 강제취소 됩니다.]몽마들의 여왕이 들뜬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내게는 그 일격을 끝까지 펼쳐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단 말인가…….]도시의 모든 몽마와 망귀들, 심지어는 저주의 힘마저 매개로 삼아 펼쳐낸 최후의 일격마저 무용지물이 된 이상.
더는 저항의 수단조차도 없다.
악몽보다 더욱 악몽같은 무위를 펼쳐내며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낸 인간, 묵언검객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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