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63)
〈 363화 〉 363 방랑보스 스토커
* * *
1.
결심했었다.
마크2를 위해 이 손을 더럽히겠다고.
긍지를 외면하겠다고.
그런 그녀에게 마크2는 후원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의 마마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고.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요구할 때, 홀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알고 있어요.’
아이의 치기다.
부모님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유치하기까지 한 소망에 불과하다.
단지, 그녀는 믿고 있을 뿐이었다.
마마는 무적이라는.
그런 마크2의 믿음을 지켜주고 싶다고.
무림이라는 낯선 세계에 떨어졌던 어린 날의 해응응이 사문의 어른들을 향해 품었던 동심을.
그녀는 지켜내지 못한 순수함을.
자신을 닮은 마크2만큼은 마지막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구오오오오오오!!]더는 인간의 말조차 이어가지 못하는, 일말의 지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거대한 짐승, 방랑보스 의 앞에 다시금 섰다.
2.
[Story mode]부기걸은 한 눈에 알아보았다.
요괴들의 무수한 신체가 뭉쳐 만들어진 거대한 짐승의 연결체.
저것의 거대한 얼굴이 이루는 형상은 그녀를 노리고 덤벼들었던 와 같음을.
[미련한 녀석이군. 저 지경이 되어서도 대요괴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완수하려 들다니.] [저 괴물에게 아직도 자아가 남아있습니까?] [승천의 기둥에 집어삼켜진 무수한 요괴들의 원한과 분노, 절망. 그 전부를 진혈추적자의 자아가 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부기걸의 확신에 물음을 던졌던 짐꾼뿐만 아니라 뒤에서 듣던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그래도 놈을 치자는 무모한 결심이 마냥 헛되지만은 않았군.]옆에서 “히에엑! 너무 무섭습니닷!”이나 “그럴까요?” 같은 소리를 지껄이던 뚜따와 짐꾼의 뒷덜미를 단단히 붙잡은 부기걸.
요석주머니에서 나온 손들로 지면을 짚고 공중에 떠오른 그녀의 모습은 평소처럼 거만했다.
[봐라. 녀석의 얼어붙은 몸을.]그런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압적인 자세로 이런 역경에서만큼은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냉정을 되찾고 스토커의 몸을 관찰한 아군들도 스토커의 몸 곳곳의 얼어붙은 흔적을 발견했다.
[저 괴물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섣불리 몸을 일으키려 들었다가는 신체부위의 상당부분이 으깨지고 떨어져나가겠군요.] [이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닷! 멍청한 괴물이 움직이기 전에 잔뜩 괴롭히는 것이닷!]스토커의 재기동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면 한 턴.
늦어도 두세 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여섯 턴 동안 갈 수 있는 최대한을 가더라도 그 끝에서 기다리는 상대는 대요괴.
대요괴와 결착을 내지 못한다면.
그때는 앞으로 대요괴, 뒤로 스토커가 포진한다.
요컨대, 전멸확정이다.
그렇지만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만일 대요괴를 무찌를 스펙이 있다면.
그 스펙으로 스토커를 잡는 것이 불가능한가?
그럴 리는 없다.
강자만이 권력을 쟁취하는 약육강식의 반요곡.
대요괴는 명실상부한 현 시대 반요곡의 최강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겁쟁이 두더지. 네 차례다.] [뚜따는 겁쟁이가 아니닷!] [때린다.] [히에엑! 뚜따는 겁쟁이가 맞닷! 아픈 건 싫으니까 정수리를 빙글빙글 주먹으로 괴롭히는 짓은 그만두는 것이닷!] [아하하. 뚜따 너무 우는 거 아니야? 그렇게 계속 울면 못생겨진다?] [싫닷싫닷싫닷! 뚜따는 못생겨지지 않을 것이닷!]눈물을 펑펑 흘리던 뚜따가 방랑상인의 놀림에 울음을 꾹 참았다.
[뚜따가 어떻게든 이번 전투를 이길 방법을 찾아내겠닷! 대신 뚜따가 성공하면 정수리 빙글빙글은 이제 하지 않는 것이닷!]부기걸이 하찮은 것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코웃음을 쳤다.
[싫다.] [히에엣!! 너무한 것이닷!!]결국 뚜따는 한참을 칭얼거리다가 정수리 빙글빙글을 당한 뒤에야 책략을 내놓았다.
3.
[Player mode]묵언검객은 정말로 이래도 되겠냐며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모두가 위험을 감수하는 작전임에도 어느 누구도 발을 빼려 들지 않았다.
“주군께서는 지금껏 저희를 위해 수많은 강적과 칼을 겨루며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우리 저주받은 낙귀들에게도 양심이 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귀공들이 아니었다면 어차피 수도에서 함께 죽었을 몸. 물러설 생각은 없소.”
“두렵긴 해도 어쩌겠습니까. 물러선 뒤의 미래가 더욱 두려운 것을.”
적기사, 괴력의 우완, 극곰장수, 야천명량.
묵언검객을 따르는 네 명의 장수들이 각기 군단을 이끌고 선두에 도열했다.
“개전이닷!”
“잉간아, 지원물자가 다 떨어지기 전에는 승부를 봐야해. 꼭 살아서 돌아와!”
뚜따가 깃발을 들고 방랑상인이 배웅을 함과 동시에 조립식 공성병기와 투창세례가 스토커의 얼어붙은 몸체를 노리고 쏟아졌다.
픽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신체가 깨지기 시작하는 스토커.
그 거대한 몸을 통솔하는 머리에 분노의 기색이 일렁거렸다.
“속도를 높여라. 놈의 손이 아군의 후방을 향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파괴력을 더하는 쐐기진의 기마병들.
맹렬한 돌격이 높이 들어 올린 팔 아래에 감추어졌던 얼어붙은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콰과광!
구오오오오오!
올라갔던 손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기마병들을 향해 힘껏 내리쳐졌다.
그 일격에 험난한 필드를 여럿 헤쳐왔던 정예기마병들이 대거 사망했지만, 누구도 그 죽음에 눈이 멀어 발이 묶이지는 않았다.
“여기도 있다, 망할 괴물아!”
“어디 한 번 지닌 거라고는 팔힘 뿐인 낙귀들의 투척을 받아보아라!”
지근거리까지 간격을 좁힌 낙귀들이 집어던지는 바위와 나무, 얼음파편들.
격렬한 충돌이 기마병들을 초토화하려던 팔의 관절부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구오오오오오!!
노호성을 내지르면서도 차마 후속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팔을 지키고자 반대팔로 관절부위를 감싸는 스토커.
두 팔이 무방비하게 들어 올려진 사이, 야천명량의 객귀군단이 로프를 걸고 못을 박으며 스토커의 몸을 오를 길을 개척했다.
[방랑보스 스토커가 사방에서 가해지는 공격에 회복태세의 유지를 포기합니다.]맹렬한 공세 속에 스토커가 마침내 각오를 다졌다. 회복을 지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성가신 방해꾼들을 처단하겠다는 각오를.
스토커의 피부가 쩌적 갈라지며 틈이 열렸다.
“군사가 예측한 대로다!”
“대군패턴이 시작됐다. 진열을 갖추어라!”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는 거다!!”
본체에 흡수되었던 수많은 요괴들이 둑 터진 댐처럼 쏟아져 나왔다.
‘희생 없이 막아낼 수 있는 물량이 아니에요.’
검을 쥐는 묵언검객의 손을 부기걸의 손이 단단히 꽉 붙잡았다.
“헛되이 하려는 건 아니겠지.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며 나서는 이유를.”
“…….”
“저 거대한 녀석에게 결정타를 입힐 수 있는 자는 오직 너 하나뿐이다. 여기서 네가 힘을 소모한다면 저들의 죽음은 개죽음이 된다.”
묵언검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그녀가 나설 차례가 아니다.
몰려나오는 대군과 모든 방면의 군세가 충돌하며 격전이 벌어져도, 그녀가 할 일은 마지막 페이즈까지 힘을 온존하는 것.
아이러니한 일이다.
누구 하나 버리지 않겠다고 각오했기에 벌인 보스전에서 모두가 그녀를 위하겠다고 죽음을 자처하는 모순이라니.
그렇지만 목숨은 누구에게나 하나뿐이고, 자신의 목숨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그들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저들의 결정이라면 그녀는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두 팔을 잃더라도 내 의지는 대장님과 함께 한다! 제 진명을 받아주십시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이 한 목숨, 대장님을 위해 바치겠다!”
줄어드는 아군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바쳐진 진명을 얻은 대장들의 힘은 더욱 커졌다.
진명개방.
자신의 힘과 의지를 물려주어서라도 대업을 돕겠다는 의지가 붉은 십자가를 끊임없이 만들었다.
아니 주인장은 이 악물고 안하던 진명개방을 왜 요괴들끼리 하고 있냐고!
경험치 살살 녹는다
근데 애초에 스킬트리 사용 자체를 안해서 묵언검객은 경험치 받아도 의미가 없잖음
그건 그렇네
근데 이렇게 많이 진명개방 하는 광경 백령신군 본진에서 말고도 본 적 있음??
나 87회차 고인물인데 백령신군 본진이벤트 빼고는 집단진명개방 한 번도 못 봄
진심 충성도 미쳤다
대군과 대군의 격돌.
그 틈에서 전황을 뒤집는 것은 장수들의 역할.
“와라! 잡귀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주군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더 강한 요괴들의 육신까지 끌어내어야 한단 말이다!”
창을 휘두르는 족족 예닐곱 기의 수급을 베어내는 적기사의 맹활약에 끝내 잡졸뿐인 적의 무리 사이에서도 거대한 요력이 꿈틀거렸다.
대요괴의 배신으로 인해 승천의 기둥에 잡아먹히고 봉인된 강력한 요괴들.
그들이 깨어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스토커가 승천의 기둥에 깃들었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파수꾼들이 올라왔는가. 드디어 우리가 나설 차례군.”
극곰장수의 수도방위군단은 대요괴 세력에서도 손에 꼽히는 최정예부대.
그저 제물공양을 위해 바쳐졌을 뿐인 수만 많은 요괴들로는 다 막아낼 수 없다.
부하들을 사출하기 위해 벌어진 틈새로 강맹한 공세를 퍼붓는 극곰장수의 군단.
“가시오. 길은 열어드리리다.”
그 많던 부하들도 길을 열고자 하나 둘씩 교전에 돌입하며 어느덧 남은 인원은 묵언검객과 부기걸, 그녀를 운반하는 짐꾼 셋.
“이쪽이다. 오래도록 몸담았던 귀물의 기척을 몰라볼 리가 없지.”
부기걸의 옷장에 갇힌 본체. 이를 보호하리라 추정되는 심장파수꾼.
승천의 기둥 내에서도 추리고 추린 요괴들이 모조리 밖의 교전에 끌려 나간 지금, 그들을 막을 적은 그 수가 어느 때보다도 적다.
“저 앞이다.”
줄어든 수조차도 살인적인 물량을 요석자루 안에서 뻗어내는 팔들로 저지하는 부기걸.
동료들의 도움으로 모든 난관을 뚫고 온 묵언검객의 앞에 불길한 옷장과 그 안에 갇혀있던 진혈추적자, 스토커의 본체가 나타났다.
결착을 낼 시간이 도래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