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65)
〈 365화 〉 365 말하기 힘든 말을 할 수 있는 남자
* * *
1.
프로그걸. 웨딩걸. 스쿨걸.
각성자협회의 C급 미녀 5인방에 묶여서 불리는 면면들이지만 프로그걸은 그 칭호가 진심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더라도 잘 빠진 몸매와 예쁜 얼굴만 보는 것 같아서.
‘나는 내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인스타 몸매천재 같은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인정욕구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탄생한 각성능력 의 진화특성 .
이 특성을 얻은 이후,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더 많은 부름을 받으며 각성자로서의 전성기를 누렸다.
‘설마 그 보호색을 더 오래, 더 편하게 쓰기 위해 제작의뢰를 넣은 슈트가 더 많은 시선을 끌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전신슈트 때문에 어딜 가도 남자들의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다.
동료 각성자들은 뭐가 문제냐고, 그럼 슈트를 벗으면 되지 않냐고들 하지만 막상 슈트의 스펙을 알면 그것도 쉽지 않다.
장착 시 보호색 발동속도 3배 상승.
지속시간 10배 상승.
손목에 달린 ON/OFF 버튼만 눌러도 손쉽게 능력발현 유도 가능.
방수, 방탄 기능 첨부.
격한 활동에도 찢어지거나 늘어지지 않음.
슈트 빨로 등급이 하나 올라갈 정도로 효율이 엄청난데 이걸 어떻게 참겠는가.
“프로그걸 저거 순 슈트빨 아니야?”
“몸매로 섹스어필이나 하고 재수 없어.”
“뭐가 구조각성자야? 성욕구조? 그런 건가?”
“앜캌캌! 너무했다 그건.”
“뭐 틀린 말 했어? 육지에서도 그런 변태 같은 복장으로 다니고. 노출증 환자 같아.”
문제는 그 슈트빨로 여성들에게 엄청난 질투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싫다, 진짜. 찐따같은 년들 때문에 어딜 가도 남자들까지 이상한 쪽으로 의식하고. DM으로는 이상한 연락만 오고.”
각성자 관둘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그만 누군가와 몸을 부딪쳤다.
충돌 즉시 그녀가 떠올린 생각은 ‘일났네’ 였다.
각성자의 몸은 일반인보다 훨씬 튼튼하다.
가벼운 접촉사고도 전봇대나 벽에 부딪힌 것처럼 큰 고통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부딪힌 사람이 아닌 그녀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어?”
“젊은 처자가 그리 한 눈 팔고 다녀서야 쓰나.”
스르륵, 가볍게 뻗은 손이 그녀의 손을 쥐어 슬쩍 잡아당기니 기울었던 몸이 순식간에 균형을 되찾았다.
조금은 촌스러운 구식 샤기컷 헤어스타일에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새카만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에 이어 슈트에 닿았다.
프로그걸은 이를 악물었다.
‘또 시작인가?’
일상처럼 날아들 성희롱을 각성자 활동점수 때문에 웃으며 받아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느끼던 그때.
“보이스걸아. 결승전 무대의상은 너도 슈트컨셉으로 할래?”
“슈트요? 조금 부끄러운데요.”
“뭐 어때. 멋지기만 한데. 아, 그쪽 아가씨는 다친 곳 없지? 우리가 좀 바빠서 먼저 갈게.”
멋지다.
그 한없이 순수한 표현이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각성자를 향한 동심을 일깨웠다.
철없던 어린 시절, 바다에서 익사당할 위기에 처했던 프로그걸.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해상구조요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런 해상구조요원들이 해상몬스터의 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고, 각성자들은 힘든 해상임무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결심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해상임무를 전문으로 맡는 각성자가 되겠다고.
요즘은 해수욕장 집단폐쇄와 해안요새 건설로 인해 그녀가 나설 자리는 여러모로 사라지게 됐지만, 각성자의 동심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잠깐 잊고 있을 뿐이었어. 그래, 이게 내 동심이자 각성자로서의 시작점이야.’
그 시작점을 일깨워준 보스에게 흥미와 호감을 품기 시작한 것은 당연지사.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흑의종군에 가입하고 우지우 호위임무를 맡게 되었다.
프로그걸은 우지우가 참 탐탁찮았다.
‘보스는 뭐 하러 이런 놈을 지키라고 하는 걸까. 사람이 착하셔서 그런가?’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묵언검객의 영상을 보면서 실실 웃다가 “우리 뚜따 왜 괴롭혀!” “뚜따가 꿀밤 맞을 짓을 했나? 모르겠는데.” 같은 꿀밤 마려운 소리나 중얼거리는 녀석.
자취생활 10년쯤 해서 혼잣말이 몸에 베어버린 가엾은 독신청년의 모습.
보호색을 키고 뒤에서 비밀호위를 이어나가기엔 참 괴로운 꼴이다.
‘혼잣말 좀 그만해 개새끼야!’
‘참아. 웨딩걸. 보호관찰학생이라고 생각해.’
프로그걸이 손을 마주잡아 함께 투명상태가 된 두 사람이 양옆에서 옥신각신하는 기색에는 한숨까지 나오려고 했다.
초심을 되찾게 해준 보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시청자수 미쳤네. 무슨 우리 길드장님만큼 조회수가 높아?”
“그거야 우리 흑의 종군의 대단함을 일반인들도 인정하고 있으니 그렇지.”
결국 은신을 풀고 정체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쓸모없는 대화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육수 소리를 몇 번 해줬더니 울 것 같은 얼굴로 모니터에 고개를 처박는 한심한 녀석.
위풍당당한 보스와는 너무나도 비교된다.
길드장님 제발 빨리 깨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요
너무 나약하잖아.
조금 놀렸다고 애처럼 엄마한테 이르듯이 길드장한테 칭얼거리는 꼬락서니 하고는.
한심해서 정말 못 봐주겠다.
‘해남파 길드장 해응응. 그 사람은 이런 얼간이의 어디가 좋다고 성형까지 시켜준 걸까?’
얼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지만 우지우는 성격을 봐도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따지고보면 저 반요곡 속의 요괴들도 전부 마찬가지다.
힘이 없다 한들 그것이 선량함을 의미하지는 않는, 결국은 사람의 적에 불과한 존재들.
‘어떻게 저렇게까지 믿음을 줄 수 있지?’
아니, 어쩌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프로그걸.
그녀 자신이 대단하지 않으니 사람들도 무례하게 그녀를 대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해응응을 보라.
잘못 건드리면 길드가 날아가고 오마카세 셰프를 매일같이 깡패 뺨치는 안녕하살법 수련생들에게 시달리는 무림숙수로 만들지 않는가.
잘못 건드리면 피를 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사람들은 무례한 행동을 멈춘다.
‘자신이 있는 걸까?’
설령 제 믿음이 배신당하더라도 피의 복수를 치르게 해줄 수 있다는 걸까.
부러울 정도로 강인한 자신감이다.
마크2도 몰살검처럼 이펙트가 화려한 검을 원합니다. 일반공격이 전체공격에 2회공격인 사기검으로 실력보다 과분한 인기를 누리고 싶은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욕망에 솔직한 마크2
몰살검도 그런 기능 없어 이 무친 묵언검객 주니어야
뭐야 그 검 나도 가질래
저거 라노벨 제목 아님?
누구야!! 누가 마크2한테 라노벨 보여줬어!!
마크2 지금 파파 집에 있음
닥터 요한2세 네이놈!!
그니까 라노벨을 한 권 읽으면 마크2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뭐에요 돌려줘요 내 마크2 삼천개
존나 많이도 읽었네ㅋㅋㅋ 삼천궁녀임?
그런 묵언검객보다 더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마크2가 아닐까.
딸 하나 구하겠다고 발로 뛰는 인원만 삼천 명은 가볍게 넘는다.
도네 하나에도 쏟아지는 무수한 관심들을 보라.
얼마나 행복할까.
치근덕거림이 아닌 애호만을 받는 인생은.
[안 돼, 놈들이 체내로 돌아간다!!] [주군을 구해야해!!]긴박해지는 화면 속 싸움.
어딘지 모르게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보이는, 실제로도 다른 세상 이야기인 사투를 무심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도네까지 할 정도면 납치당한 애가 아니라 그냥 아빠 집에 놀러간 아이가 아닐까?
물론 생각만이다.
입 밖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하면 말하세요. 고국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을 부를 테니.”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제가 사람을 더 모아보겠습니다, 이브님. 부디 건강을 소중히 챙기십시오!”
당장 저 밖에서 들리는 이브와 대쉬맨의 대화만 해도 마크2 납치 안당한 거 같은데 소리를 꺼냈다간 바로 개패듯이 패러 오게 생겼다.
[끝까지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중심체를 잃고 파괴모드에 돌입하는 괴물.
미쳐 날뛰는 내부장기로 파고든 부하들.
간부 하나가 제 몸을 파고드는 적의 공격을 아랑곳 않고 억지로 몸을 밀어 넣어 묵언검객과 짐꾼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통로 바깥으로 그들을 던진 괴력의 우완.
닫혀가는 틈새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오라, 괴물이여. 네 상대는 여기에 있다.] [내가 바로 괴력의 우완이다!]하늘 높이 솟구치는 사념의 대폭발.
[낙귀군단 군단장 이 토벌전 도중 사망했습니다.]그 비장한 죽음까지 목격하면, 마크2가 정말로 놀고 있었다고 해도 납치당한 척 해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요컨대, 이런 얘기다.
부하장수 한 명의 희생으로 승전을 거둔 뒤, 방송을 끄고 나온 묵언검객.
우지우의 도네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 서두른 탓에 장수 하나를 잃어버린 여군주.
절세의 미모와 인계 최강의 무력, 요사한 뿔과 킹받는 방송주기를 겸비한 해남파 길드장.
[무슨 일이 있었죠?]도네에 놀라 희생을 감수하며 현실로 돌아온 그녀에게 실은 별 일 아닌 걸로 도네를 보냈던 우지우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 그게……?”
[마크2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나요?]“마크2가 아니라 저한테……”
[?]“저 여자들이 저를…… 막, 막 심한 말을 하면서 여럿이서……”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요.]“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및 모욕, 업무방해를 했습니다.”
“아니 이 미친놈아! 거기서 그런 단어를 쓰면 어떡해!!”
기겁하는 프로그걸과 웨딩걸, 스쿨걸 3인방에게 해응응의 서슬 퍼런 눈빛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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