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66)
〈 366화 〉 366 돌아온 마크2
* * *
1.
게이트 발생 초창기.
인류는 게이트보다는 각성자의 존재에 열광했고, 신이 내린 초능력을 이용해 영웅이나 빌런 행세를 하며 날뛰기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끝끝내 터진 몬스터웨이브에 국가 몇 개가 줄도산을 하고, 해상무역과 공중무역이 가로막히며 세계경제가 무너졌다.
뒤는 국가소멸의 연속.
무수한 해안 국가들이 살기 위해 바다로 나왔고, 또한 바다에서 수장 당했다.
“네놈들. 여기가 어딘지 알고는 있는 거냐?”
“알지. 오션월드길드의 사유지.”
오션월드길드는 대한민국 십대길드 중 하나로, 망국의 유산을 지니고 망명해온 망명정부의 수뇌부와 각성자들이 결집해 만든 길드이다.
흑의종군의 침입에 맞서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선 오션월드길드의 간부, 즈웨이.
각성자에 의해 왕정사회로 되돌아갔던 타이완의 에게는 그를 따르는 타이완 왕궁기사단이 함께 한다.
물론, 타이완은 본래 왕정국가가 아니다.
그것을 힘으로 왕정사회로 회귀시켰으니.
기사단은 폭력을 앞세운 각성자들의 무리였고, 범죄의 온상 중 하나다.
“그리고 마약장애들의 소굴.”
“말을 가려서 하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계집.”
흑의종군의 신입간부 제시카.
광아검 이정운을 동경해서 길드에 가입한 그녀는 이번 마크2 구출작전에 큰 뜻을 품고 참가했다.
“꽝 주제에 뭘 믿고 큰소리를 치는 거야? 안 그래도 허탕만 쳐서 광아검 선배를 볼 면목이 없는데. 망할 위스퍼의 졸개들에게 뒤처지다니.”
광아검 선배는 결코 위스퍼보다 못하지 않다.
이번 마크2 구출작전에서 위스퍼의 졸개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 이를 증명하고 싶던 제시카였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기껏 사유지라는 변명도 뭉개고 들이받았건만 기다리는 건 마약과 외국인범죄자뿐.
그녀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수십 개의 나이프들에 오션월드 각성자들이 경악했다.
“쓸어버려.”
팽팽하게 당겨진 활에서 쏘아지는 화살처럼 핑 소리를 내며 날아든 나이프들.
사방에서 피보라가 일어남과 동시에 교전이 시작되었다.
삑. 삑.
한참 부하들과 함께 적을 베어 넘기던 제시카가 손목에서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
“나다.”
제시카님! 마크2를 찾았습니다.
“가까운 곳인가?”
그게, 필요한 데이터는 전부 얻고 파워업도 했으니 마크2에게 더는 용무가 없다면서…… 메카코끼리가 마크2를 넘겨줬습니다.
“뭐야 그게. 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
격렬한 싸움을 벌이던 양측 부하들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손을 내렸다.
소강상태가 된 전장에서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어.” “그래서.” “장난해?” 따위의 말을 하는 제시카에게 몰려드는 시선들.
끝내 “알았어.”로 통화가 끝난 뒤, 신경질적으로 스마트워치를 닫은 그녀가 주변을 돌아봤다.
“뭣들 하고 있어?”
“저…… 제시카님. 더는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마약 파는 놈들 내버려둘 거야?”
싸늘한 비웃음을 머금으며 지면으로 단검을 흩뿌린 제시카.
땅을 파고 들어간 단검이 천장과 기둥에서 튀어나오며 타이완프린스의 목을 베었다.
“존경하는 선배님 체면 살리려면 뭐라도 하고 가야 할 거 아니야.”
해남파 각성자들의 평균실력이 지나치게 높았을 뿐. 인방내전에서 대쉬맨에게 꺾이는 굴욕을 겪었다고 그녀가 약한 건 결코 아니다.
각지에서 일어난 흑의종군의 습격은 제시카가 그랬듯이 적을 모두 쓰러뜨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2.
해응응이 마당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바닥에 대고 채찍처럼 휘둘렀다.
퍼어엉!!
폭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흙먼지.
[빨리 하세요.]피부에 맞았다간 사지가 끊어지고 내장이 진탕될 위력에 매도 3인방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지우야 미안해… 육수 너무 많이 흘린다고 놀려서 마음 아팠지…? 다음부터는 육수에 익사 당한다는 표현도 쓰지 않고 해상구조도 해줄게…….”
“미안해 동정. 다 큰 성인이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건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놀렸지만 너무 경솔했어. 앞으론 놀리지 않을게.”
“학교폭력 가해자를 잡는 스쿨걸이 따돌림에 어울리면 안 됐어… 앞으로는 직업윤리에 걸맞는 정신을 가지도록 노력할게…….”
우지우는 여전히 울상이었다.
“이거 사과 맞지? 돌려까기나 멕이기 하는 거 아니지? 그렇지?”
[슬슬 귀찮으니까 이쯤에서 화해해주세요.]우지우가 서운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던 그때였다.
지이잉.
내원건물 인근 담벼락에서 시커먼 구멍이 펼쳐지더니 쾅 소리와 함께 기다란 코가 우지우를 들이받고 건물 밖으로 날렸다.
“뿌우우우우─!”
선처부탁 3인방과 해응응이 건물 밖으로 나오자 정말로 메카코끼리가 스피커를 개방했다.
“아─. 아─. 소리가 잘 나오는구먼. 안녕하신가, 묵언검객.”
닥터 요한 2세.
그 가증스러운 것의 전령이 나타났다.
“이번 방송은 아주 잘 봤네. 보스러쉬 14연전에 요괴왕의 일격을 받아내기까지, 정말 대단하더군. 중간에 요괴대장군의 기술을 개량하기도 했지?”
[용케 알아봤군요.]“끌끌. 내 보는 눈이 좀 있지.”
[허튼 짓은 하지 말라던 경고는 기억 못 할 정도로 멍청하지만 말이죠.]“그리 너무 화내지는 말게. 마크2가 강해지면 자네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
쩌저적.
해응응의 기분이 가라앉자 그녀의 주변 지면이 눈에 띄게 얼어붙었다.
경지에 도달한 원소계 빙결능력 각성자는 숨만 쉬어도 주변 공기의 온도가 낮아진다는 속설마냥 맹추위를 부르는 묵언검객.
걸음마다 지면이 쩌적 쩌적 얼어붙는 소리가 정말 심상치 않았다.
프로그맨은 특히나 겁에 질렸다.
“저, 저 사람. 검투사키우기에서 했던 짓을 또 벌일 셈이야?”
대한철국의 수도 네온한양을 블리자드가 몰아치는 한파지옥으로 만들었던 냉법검객.
과거의 지옥을 해남파 본당 내원에서 저지르려는 전조현상에 어찌 기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땐 게임이기라도 했지, 여기는 현실이다.
얼어 죽으면 진짜 죽는다.
“마마. 너무 화내지 않는 것입니다. 마크2는 파파의 집에서 놀고 왔을 뿐입니다.”
[마크2?]“파파가 선물로 준 벌꿀사탕입니다. 탐내더라도 이것만큼은 줄 수 없습니다.”
원하던 개량도 실컷 했겠다, 만족스럽게 파워업을 끝마친 닥터 요한 2세.
순순히 워프게이트를 열고 담벼락을 들이받으며 튀어나온 메카코끼리.
그 등에 올라탄 마크2가 벌꿀사탕을 우물우물 먹으며 손을 흔들었다.
“진짜 놀다 왔냐고.”
마크2 찾겠다고 개고생하던 관련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3.
마크2는 그녀를 걱정하며 모여든 해남파 관계자들 앞에서 신기능을 자랑했다.
“의상생성기능입니다.”
팟. 팟. 팟.
“오오.”
“청초한 시골소녀 느낌의 원피스부터 흰 티에 청바지의 편안한 여친룩에 투컬러 프릴 블라우스의 출근룩까지, 정말 대단해!”
“Sir.대쉬맨……. 어째서 여성복을 그렇게 잘 아시는 건가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군대에 복무할 적에 여성잡지 맥심을 조금 봤을 뿐입니다.”
“앗, 그랬나요? 군 복무라면 어쩔 수 없죠.”
여성관계 때문에 여성복에 눈을 뜬 것이 아님을 알아서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이브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마크2에게 다가왔다.
“차일드 마크2. 이리로 오세요.”
“이브 이모?”
천진난만한 얼굴로 종종 달려온 마크2.
그녀의 정수리에 이브의 양 주먹이 얹어졌다.
“반성의 매에요.”
“흐갸갸갸!”
부기걸에게 괴롭힘 당하는 뚜따마냥 머리를 주먹으로 빙글빙글 괴롭힘 당하는 마크2.
앓는 소리를 내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퍽 애잔하게 보였지만, 막상 고생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니 다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에게 사랑만 받으며 자라온 마크2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충격. 어째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겁니까. 마크2는 아프고 서럽습니다.”
“그건 마크2가 파파에게 납치당하고도 태연하게 도네나 하면서 저희를 애태웠기 때문이랍니다.”
설교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이브의 정수리 빙글빙글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온갖 잡다한 기능을 다 펼치며 주먹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마크2였지만 이브는 마력으로 두 눈을 보호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인류의 가장 험난한 최전선 중 하나인 동구권 게이트 전쟁에서 활약한 전쟁영웅을 동요시키기에 섬광탄급 눈뽕이나 소화기 분말가스 수준의 연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떠오르던 몸도 마크2의 발등을 콱 밟자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며 도로 가라앉았다.
“뭔가 신기능이 죄다 하찮지 않아?”
“그 미친 보스전을 인풋했는데 나온 결과물은 죄다 왜 저래?”
“귀여우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그건 그래.”
구경하는 이들이야 마냥 훈훈했지만 이브는 세상 진지했다.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1분 연장이에요.”
“혼란. 공포. 살려주세요 마마.”
울상을 짓는 마크2의 모습에 해응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수첩을 들었다.
[이 정도만 해주세요.]“시스터 해응응. 당신은 너무 물러요.”
[어디 하나 다쳐서 돌아오기라도 했다면 몰라도 무사히 돌아왔잖아요.]와다다 달려와서 해응응의 품에 안긴 마크2.
같은 얼굴을 하고도 노골적으로 부모자식의 느낌이 드는 두 사람의 분위기에 괜시리 훈훈함을 느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
해응응은 마크2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두려움. 마마도 마크2를 혼내는 것입니까?”
[이브 이모에게 충분히 혼났으니 저까지 혼내지는 않아도 되겠죠.]“행복.”
[그래도 다음부터는 파파가 이런 식으로 납치를 하면 반드시 저항을 해주세요.]“의문. 어째서 그래야 합니까? 닥터 요한2세는 마크2의 창조주이자 파파입니다.”
아이의 정신수준은 심오하다.
너무 어려운 어른들의 말을 써봤자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말해야 눈높이에 맞을까.
고심하고 또 고심하며 말을 고르는 해응응.
수첩을 몇 장이나 찢어먹은 뒤에야 그녀는 수첩을 찢지 않고 보여줄 수 있었다.
[파파는 더 이상 파파가 될 수 없거든요.]“의문. 어째서입니까?”
[친권을 박탈시킬 거거든요.]닥터 요한2세의 각성능력에 의지해서 수명이 연장되는 마크2.
똑같은 대소동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해응응은 한 가지 떠오르는 방법이 있었다.
[같이 할머니를 보러 갈까요?]“의문. 마크2에게도 할머니가 있습니까?”
[있어요. 저처럼 구름을 타고 다니고 힘도 아주 강하시죠.]해응응은 생각했다.
아지사하브도 손주를 보면 기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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