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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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8화 〉 368 스승님 제 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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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도 하늘을 부유하며 구름 따라 흘러가던 구름용 아지사하브.
정처 없이 흐르는 몸을 따라 흐르던 그녀의 머릿 속 사고 또한 긴 세월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흐름을 멈추었다.
제자.
티없이 맑은 하얀 구름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갓 태어난 용처럼 순수한 제자의 여리고 앳된 얼굴이 떠올랐다.
한동안 안 보이던 제자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제법 생각해볼 구석이 많았다.
대륙 어딘가의 오지에 들어가서 폭죽을 피해 조용한 칩거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그맘때의 어린용들이 그렇듯이 유희를 즐기고자 또 다른 인간들의 나라를 발칵 헤집으며 영웅놀이를 하고 있을까?
아니, 활개 치는 일은 지난번에 충분히 했으니 이번에는 공주님 놀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는 오지.
사악한 용이 산다는 소문을 흘린 탑의 꼭대기에 틀어박혀서는 누군가가 오길 기다리며 뒷산에서 잡은 악어를 구워먹는 제자.
기름기 묻은 손을 모래에 파묻어 닦다가 기척을 느끼고 부리나케 뼈를 던지고 흙을 털고는 꼭대기 층에 날아가 얼른 잠든 척을 하는 것이다.
‘참 안 어울린다 싶으면서도 사랑스러운 광경이겠구나.’
막상 자기를 찾아온 왕자의 실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 훈수를 두고, 그러다가 그만 실수로 정체가 들켜 얼렁뚱땅 달아나는 제자.
그런 제자에게 첫눈에 반해 대륙 끝까지 그녀를 찾아 헤매는 왕자의 일대기.
이건 제법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하찮은 미물이 고귀한 용에게 반해 주제도 모르고 필멸자의 일생을 허비하니, 그 정성이 갸륵하여 몸을 내어주는…
같은 용들도 이게 무슨 망측한 일이냐며 끔찍한 인간박이라고 매도할 상상.
그런 상상이 아지사하브의 취향이었다.
‘금방은 보지 못하겠구나.’
상상도 잠시.
당분간은 만나지 못하리란 생각에 약간은 서운함을 느꼈다.
드래곤은 원래 자립심이 강한 종족.
한 번 부모나 스승의 품을 떠나면 백년 이백년은 훌쩍 흐른다.
200년쯤 유희를 즐기다가 세상풍파에 마음 상하고 스승이 그리워질 즈음이면 돌아오겠지.
부모는 자식이 세상풍파에 시달리지 않도록 오래도록 지키고자 하지만, 자식은 하루라도 빨리 그 곁을 떠나고 싶어 한다.
자식이 부모를 다시 찾는 것은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 뒤이니.
관계를 지닌 필멸자들이 모두 죽고 사라지며 세대를 거쳐 지켜보던 사랑하던 이들의 후손들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싶을 때.
더는 자신의 약속이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하고, 누구도 그 약속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용들은 그런 날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과 같은 세월을 살아가며 기나긴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같은 용들의 품을, 부모와 스승을 찾는다.
‘그쯤이면 제자도 많은 것이 변해있겠지.’
그래도 자신의 애지중지 가르친 제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더라도 부정하지 않고 맞이해주는 것이 스승 된 용의 태도가 아닌가.
자신이 어릴 적에 입었던 상처를 떠올리며 제자에게만큼은 그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이 되겠노라 다짐한 그녀였지만…….
[스승님 제 딸이에요.]아무리 아지사하브라도 자신의 제자가 1년 만에 애를 데려올 줄은 몰랐다.
“허어…….”
이어지는 장탄식.
아지사하브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지어미를 똑 닮은 딸이구나…….”
2.
마크2는 할머니와의 첫 만남이 신기했다.
“신기. 종족이 다른 할머니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도 그렇구나…… 인간의 외형에 철과 금속의 냄새를 풍기는 아이야…….”
아지사하브는 심각한 얼굴로 그런 마크2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때로는 “호오…”, 때로는 “허어…”하고 감탄과 탄식이 오가기를 수차례.
구름으로 된 꼬리를 잡아당겨보겠다며 애쓰는 마크2를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로 놀아주면서 자신의 제자에게 물었다.
“그래서… 누구와 번식해서 낳은 자식이느냐…”
[그런 거 아니에요.]“그리 민망해할 것 없다….”
아지사하브는 나름 열린 사고관을 지닌 용.
자신의 제자가 어떤 용과 붙어먹었는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할 자신이 있었다.
“메탈드래곤은 정통 오행드래곤이 아니라며 천시 받지만 이 스승 또한 골드드래곤의 이명보다는 구름용이라 불리길 좋아하지 않느냐…….”
ㅋㅋㅋㅋㅋ
스승의 이해심이 너무 무거워
그렇다고 해명하기도 뭐하지 않음?
제가 낳으려고 낳은 아이가 아닌데 어쩌다보니 성처녀가 됐더라구요
성모마리아ㅋㅋㅋ
동정녀 해응응ㅋㅋㅋ
하나쯤은 쓸 만한 변명거리가 나와 주지 않을까 싶은 채팅창은 언제나 그렇듯 쓸모가 없다.
남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해응응은 손수 해명해보고자 노력했다.
[이 아이는 저와 같은 존재를 만들려고 한 사악한 과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생명체에요. 태어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못난 것…. 암컷답지 않게 몸가짐을 바로 하지 않고 천방지축 돌아다니더니, 부모도 없는 아이를 만들다니… 몹쓸 꼴을 당했구나…….”
뭔가 아닌데.
억울한 마음에 해응응이 손가락을 들었지만 아지사하브는 화가 나서 후, 하고 바람으로 수첩 대신 쓰던 구름을 흩어버렸다.
필기수단을 잃어버린 해응응이 화가 나서 눈에 힘을 줬지만 아지사하브의 커다란 눈도 마름모 꼴로 단단히 화가 났음을 드러냈다.
“이 미련한 것아… 뭘 잘했다고 눈을 똑바로 치뜨고 쳐다보느냐…….”
집 나갔다가 애 낳고 돌아온 젊은 미혼모가 된 것처럼 괜히 죄스러운 마음에 눈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해응응.
그제야 측은한 마음이 조금 앞선 아지사하브가 호흡을 가라앉히며 손으로 그녀를 어루만졌다.
“뿔이 상한 것 같구나…”
[제 뿔은 깨끗해요.]“시끄럽다… 제자를 보는 스승의 마음이 편치 않거늘 무엇인들 괜찮아 보이겠느냐…….”
소심한 반항시도는 그대로 진압 당했다.
묵언검객을 혼낼 수 있는 유일한 생물체
마망검객의 마망
아지사하브 재조명 실화냐?
방사능이나 뿌리는 차가운 멸망용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제자에게만은 따스한 용이었네
따스한 건 불타오르는 네 행복회로가 아닐까? 아지사하브 이동경로 어플리케이션 구매자 수를 보고 그 말이 나오냐고
이동경로 어플 구매수 3천만ㅋㅋㅋ
방사능 대피어플 구매수 3천만 ㅋㅋㅋ
오지게도 팔리긴 했네
근데 이거 업뎃은 누가 하는 거임?
어플이 돈 좀 되길래 멀리서 미행하면서 경로 업뎃하는 판매자들 있음
진짜 별에 별 걸로 다 돈을 버네
그저 섭섭한 마음에 한 소리겠거니 여겼던 해응응. 막상 구름용이 뻗은 손이 뿔을 어루만지자 뜻밖의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내공을 통해 불순물이나 탁기를 정화할 때 특유의 정화되는 기분을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제 영기가 오염되었던 건가요?]“삿된 망령들의 기운이로다… 네가 쌓은 업보가 네 마음을 무디게 만든 것이니라…….”
짐작가는 구석은 하나밖에 없다.
반요곡.
그곳에서의 살업이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네 의지가 어떠하든 영기의 어그러짐은 업의 결과… 감당할 수 없는 운명에 손을 뻗었다면 더욱 신중히 마음을 먹어야 할 것이다…….”
[죄송해요.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에요.]“이 스승에게는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금속거인의 왕조도 무너뜨린 네게 요사한 망령들이라고 넘어서지 못하겠느냐…….”
스승 된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새끼용 묵언검객이 아니라 아비도 없이 태어난 자식이었다.
“아이의 이름이 어찌되느냐…….”
[마크2에요.]“마크2야… 네게도 용의 정신이 함께 한다면 무언가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을 것이니…… 네 제주를 보여보겠느냐…….”
“자랑. 마크2는 향상된 모듈과 인터페이스 개량으로 더 많은 기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입을 아 하고 벌리고는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마크2.
브레스라는 거창한 표현이 무색하게도 그 세기는 가습기 정도에 불과했다.
마크2 연기브레스 vs 소화기 분말가스 어느 쪽이 화력 더 강함?
후자
닥후
마크2 연기브레스 vs 헤비스모커 연기뿜기
ㅎㅈ
마크2 가습기연기 vs 자동차 배기가스
ㄷㅎ
전패행진 뭐냐고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마크2
그냥 어디 나가지 말고 우리랑 같이 살아!!
아지사하브는 인자한 얼굴로 물었다.
“다른 재주도 보여줄 수 있겠느냐.”
“긍정.”
부스터를 켜고 제자리에서 솟아오르는 마크2.
팔짱을 끼며 뿌듯하게 공중을 둥실둥실 떠있는가 싶더니 한쪽 발의 출력이 강해지며 허공에서 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팔다리를 뻗다가 출력분사방향이 어긋나며 원을 그리며 바람빠진 풍선처럼 공중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마크2.
보다 못한 아지사하브가 푹신한 구름꼬리로 받아주자 그제야 무사히 멈출 수 있었다.
눈이 골벵이 모양으로 핑핑 도는 모습에 아지사하브가 피식 웃었다.
[긴장해서 그랬나봐요.]“그리 걱정할 것 없다… 미숙한 새끼용이 다 그렇지 않겠느냐…….”
이걸 인정받네
삼대가 드래곤인 용용이 명가
마크2도 드래곤이야?
해응응은 호기심이 생겼다.
[마크2는 커서 어떤 용이 될까요?]“출력이 약한 걸로 보아서는… 매몰비용이 될 것 같구나…….”
[…….]인자한 아지사하브도 감싸줄 수 없는 마크2의 나약함은 찰진 팩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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