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7)
〈 37화 〉 37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
* * *
1.
병상에서 일어난 유민성.
그의 의식을 깨운 건 2인실 방을 나눠 쓰는
다른 환자와 그의 방문객의 대화였다.
“브이로그 찍은 걸로는 만족 좀 하대?”
“전혀. 다들 형 빨리 일어나라고 난리야.”
“오~ 이거 감동인데?”
“빨리 일어나서 줘터지는 거 보여달래.”
“그럼 그렇지. 시부럴 누구 시청자 아니랄까봐 감동도 줬다 뺐어요.”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싫어도 알게 되는 정보가 많다.
가령 두 사람의 관계.
스트리머와 편집자.
형 동생 사이의 편한 호칭이라거나.
시원시원한 인상의 환자복 남자가
피지컬 스트리머로 유명한 이해찬이라거나.
“근데 묵언검객 따라잡기가 뭐라고 그거 하다가 사망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해?”
“엄밀히 따지자면 따로 특훈 좀 하다가 죽은 거지. 동화율 65%로 레이싱 카에 삼연속으로 치이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특훈을 레이싱게임에서 무단횡단하기로 하는 미친놈은 형밖에 없을 거야.”
“조회수는?”
“100만.”
“반응은?”
“개쌉레전드.”
“그럼 됐지.”
“나야 좋긴 해. 아예 시리즈물로 다음에는 유러시아 트럭 시뮬레이터로 치이자. 썸네일은 이번에는 덤프트럭에 치였습니다. 어때?”
“응 꺼져. 육공트럭에 치일 거야.”
부럽네.
시끌시끌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맛없는 환자식 대신
밖에서 사온 치킨을 뜯는 그들과 달리
유민성의 침상은 조용했다.
그의 병문안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협회 소속 각성자.
협회의 개 소리를 듣는 각성자에게
홀로 생활하는 건 그리 드문 일도
낯선 일도 아니지만
문득 혼자가 된 자신을 자각할 때마다
파도처럼 몰아치는 고독함에
마음 속 모래사장이 쓸려나가는 것은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참, 유민성 환자님. 이거 받으세요.”
병실을 떠나기 전.
간호사가 1회용 구형 폴더폰 하나를 건넸다.
그가 수화기를 받기 무섭게
폴더폰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 표시제한.
번호는 없지만 상대는 짐작이 갔다.
정신이 좀 들었나?
“C0.”
표적에게 정신공격이라도 당했나?
표적. 해응응.
중국공안이 파견한 스파이.
스캐너의 등급스캔마저 교란할 수 있는
일순간에 서른 가지 살해방법을 떠올리는
무시무시한 살인병기.
그때의 기억이
그때의 충격이
등골을 타고 오르는 전율이 되어
어깨 위로 오싹한 공포심을 선사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야.
협회와 해응응.
이 이상 그들의 싸움에 엮여서 피를 보느니
차라리 불이익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무어라 말하셔도 제가 드릴 답은 같습니다.
전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겁니다.
그런 대답을 하려던 그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그 정도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냉혈한 사내임을 떠올렸다.
덜덜덜
부그르르륵
C1. 듣고 있나? 대답해라, C1!
폴더폰을 놓치며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유민성.
임무에서 배제되려는 그의 열연은
간호사와 의사들을 속일 정도로 대단했고
악독한 C0조차도 임무강행을 요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 덕분에
그는 무사히 작전에서 배제될 수 있었다.
2.
“씁, 이거 이러다가 묵언검객보다 내가 먼저 복귀하는 거 아닌가?”
혀를 차며 스크린폰을 뒤적거리던 이해찬.
그의 시선이 문득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병실에 막 들어오는
2인실 다른 침상을 쓰는
창백한 인상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괜찮으세요? 간호사 불러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무슨 말을 던져도 무뚝뚝한 대답만 돌아오는
산송장 같은 사내.
며칠 전에 저 사람이 전화를 하다가
갑자기 혼자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킬 때에는
겁 없는 성격의 이해찬도 깜짝 놀라
너스콜 병원호출벨을 마구 연타했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남자가 오갈 때마다
시선이 그에게 향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스트리머라는 얘기, 들었습니다.”
“좀 시끄러웠죠?”
그래서 그런지
유민성이라는 이 환자가 먼저 말을 걸 때에는
부쩍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시체가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
가볍게 던지는 말 한 마디도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묵언검객이라는 스트리머. 많이 강합니까?”
“아~ 묵언검객 좋아하시는구나.”
“국뽕검사 이해찬 채널도 종종 보고는 합니다.”
“하하, 딱히 눈치 준 건 아니었는데.”
“별 다른 이유는 아니고, 저도 일단은 각성자인지라. 직업관계 상 강한 사람에게는 흥미가 가는 편입니다.”
“오.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그렇게 안보였는데 좀 의외네요. 전 처음에 과로에 치인 회사원인줄 알았습니다.”
내 방송도 안 보는데 대꾸할 필요가 있나.
수상쩍게 묵언검객에 대해서는 왜 묻는 걸까.
거부감이 들 때마다
이를 해소하는 대답이
적시에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
꼭 마음을 읽는 것 같아서 드는 거부감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피지컬 스트리머들도 혀를 내두르는 괴물입니다. 방송초짜가 업계 정상급 피지컬 스트리머인 스피드마스터도 인정할 정도라니. 완전 사기죠.”
“스피드마스터.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각성자로 치면 어느 정도입니까?”
이해찬은 생각했다.
정상급 피지컬 스트리머인 스피드마스터는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
현역 각성자조차도
가상세계 안에서는
스피드마스터와의 속도대결에서
이긴 경우가 없다.
한국 최속의 스트리머인 그에게
빗댈만한 위치의 각성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 10대 길드의 슈퍼스타들. 각성자협회의 삼대장. 국가안보국의 소문만 무성한 유령 정도가 그나마 비슷한 위치겠네요.”
“길드의 전략병기, 협회의 최고전력, 국가안보국의 전설. 정말 그 정도 급입니까?”
“인방 잘 안보시면 모를 만도 해요. 백날 말로 해봤자 못 믿을 거, 스피드마스터 매드무비 모음집 직접 검색해서 보는 게 빠릅니다.”
유민성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정보를 검색했다.
[스피드마스터 MAD 모음집(2050년 10월)] [베스트 타임라인 모음집]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지난달에 플레이한 영상만 모아도
매드무비가 15분을 꽉 채웠다.
타임라인에 기재되지 않은 플레이까지 합치면
한 달 사이에 매드무비만 이십 개 가까이 터지는
1.5일 주기로 1매드무비가 나오는
엄청난 폼의 실력자.
함정이 발동하는 속도보다 빨리 피해서
낙뎀이 없는 건 기본이요,
분신술이 없는 캐릭터도 너무 빨리 이동해서
잔상이 남아 적들을 교란하기까지 한다.
AOS류 팀 대결 전략전투 게임에서
범위기의 공격판정에 해당하는 이펙트를
눈으로 보고 하나하나 다 피해서
실피로 살아남아 모든 스킬이 빠진 적을
홀로 해치우는 광경은
정상급 피지컬이 무엇인지를
게임방송을 보지 않던 유민성에게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이런 실력자가 묵언검객을 인정했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더 대단하죠. 안되기도 했고요.”
“안되다니요?”
“묵언검객 말고 스피드마스터요. 묵언검객이 게임공략 도중 사망하거나 엔딩을 보면 히든공략 진행한다고 날을 벼르던데, 그게 참….”
이해찬이 진짜 뭐 이런 불쌍한 인간이 다 있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약을 건지 20일이 다 지나가는데 정작 묵언검객이 방송을 안 킨단 말이죠. 진짜 이렇게 막장으로 방송하는데도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게 더 얄밉다고 해야 하나.”
이해찬처럼 사망후유증이 빡세게 와서
병원신세를 지는 스트리머라면 모를까.
보통 스트리머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 며칠만 잠수를 타도
팔로우나 구독이 뚝뚝 떨어진다.
물론 화제의 인물인 묵언검객은
방송을 안 하고 있는데도
팔로우와 구독이
마지막 방송일자 대비 2배 이상 오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갱신중이다.
공약을 건 스피드마스터가
내년에는 반요곡을 플레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속도임을 감안하면
이 악질스트리머의 느슨한 월간방송이
인기를 끄는 건
여러 가지 의미로 배가 아픈 일이었다.
“말로만 들으면 스피드마스터에 비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일반모드로 했다면 그랬겠죠. 그런데 묵언검객은 리얼모드로 게임을 합니다.”
“리얼모드?”
“현실 스펙 그대로 게임을 한다고요.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든 플레이, 모든 역량. 그게 전부 현실에서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러니 사람들이 미치죠. 제발 우주에서 꺼내달라고.”
지금도 묵언검객의 대기방에는
우주미아 천여 명이
우주공간을 떠다니고 있다.
“그 정도면 각성자는 당연할 거 같은데 협회명부에도 이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중국공안이 보낸 살인병기 스파이입니다.
무심코 나오려던 대답을
유민성은 간신히 참았다.
3.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
해응응의 방송을 모두 본 유민성은
그녀가 B급 이상 각성자임을 다시금 확신했다.
이틀 전에 퇴원한 스트리머
의 진술에 따르면
리얼모드는 현실의 스펙 그대로 게임을 하는 것.
심지어 해응응의 스트리밍 계정인
은
혈통의 축복이나 스킬, 아이템 등
게임요소에 의한 전투력 보정이
일절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인적인 전투실력.
비현실적인 도약능력.
같은 체구의 일반인은
감히 흉내도 못 낼 기행들을 보면
이제는 100% 확신이 들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했는데 복귀하자마자 또 임무에 투입하지는 않겠지.’
잔뜩 긴장하며 출근한 유민성은
협회 감시C팀의 사무실 문이
굳게 닫힌 걸 보고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뭐지?
현장직원들이 전부 자리를 비웠어도
사무직원들은 사무실 안에서
그들이 전하는 정보를 취합하거나
사무실에서 지령을 내리고 있어야 할 텐데.
당황하는 그의 스크린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렸다.
감시C팀은 해산되었다. 더는 그 사무실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표적이 저지른 일입니까?”
알려줄 수 없다. 협회는 코드네임 묵언검객을 건드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만 알아둬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C1. 자네의 신분은 이미 묵언검객에게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퇴직금은 섭섭지 않게 챙겨주지. 협회에는 나오지 마라.
뚝.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연락이 끊긴 전화.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C2부터 C9까지의 팀원들과
간부인 C0까지
그가 유무선 접선방법을 이용한 팀의 모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걸 이렇게 실직당한다고?”
협회 감시C팀 팀장 유민성.
그는 하루아침에 비자발적 실직자가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