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75)
〈 375화 〉 375 정령계약
* * *
4.
정령계약의 핵심은 이해했다.
계약의 불확정성을 늘리거나 들이는 공을 늘일수록 소환효율이 상승한다.
‘마크2의 온전한 활약을 위해 계약하려는 입장에서 저효율의 계약은 닥터 요한2세의 품에서 독립하는 선에 그칠 뿐이죠.’
마크2가 마마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힘도 제대로 못 쓰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어진다.
닥터 요한 2세의 마력보급시간이 해응응 본인의 내공회복을 위한 운기조식시간으로 대체될 뿐이지 않은가.
그럴 바에야 계약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여서 한 번에 확실하게 계약을 하는 편이 나았다.
[정령계약의 개념은 이해했어요.] [그럼 마크2가 정령이 되는 방법은 무엇이죠? 살해당한다는 은어를 제외하고요.]구름의 정령왕은 자신이 곰방대에서 내뿜은 구름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는 마크2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정령과 결혼하여 몸을 섞고 정령계에서 백일밤낮을 결혼한 정령과 함께 지내거나.
정령왕의 과육을 먹고 정령력을 손에 얻거나.
구름의 정령왕이 말을 하다 말고 곰방대로 연기구름을 뻐금뻐금 내뿜었다.
[세 번째는요?]없단다.
“…….”
근데 왜 세 가지 방법이라고 했는데.
지닌 것보다 하나씩 늘려 말하고 절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계약자를 애태우고 심리적으로 지배하기 좋다며 정령위키에 적혀있단다.
악질 정령들이 대대손손 모아온 정령위키.
그 내용이 인간에게 우호적일 리가 없었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금서가 있다면 정령위키는 단언컨대 한 손 안에 손꼽히겠네요.’
읽는 자가 빡쳐서 뒷목 잡고 쓰러져서 죽는 금단의 금서로 지정해야 마땅하다.
정령계가 중간계와 격리되어야 했던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나고야 말았다.
[그럼 첫 번째 소원을 사용할게요.] [정령왕의 과육을 마크2에게 하사해주세요.]이 몸의 과육으로 괜찮겠느냐?
빛의 정령왕에게 과육을 받으면 유아기 이후부터는 동급최강이라 정령계에서 손꼽히는 빛의 정령이 될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구름의 정령은 빛의 정령보다 약할 것이다.
해응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 딸을 메스가키로 키울 수는 없어요.]잠시 시선이 어딘가 허공으로 향하며 연기를 머금는 구름의 정령왕.
메스가키가 무엇인지 정령위키로 검색을 해본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결정을 존중하마.
정령왕의 과육이 허공을 날아 마크2의 손아귀에 쏙 착지하였다.
“마마. 정령왕이 다른 걸 가져왔습니다. 이건 과육이 아닌 담배입니다.”
아니다…그것이 이 몸의 과육이 맞단다.
정령왕의 과육이란 일종의 상징.
자신의 공능과 연관이 된 물질을 의미한단다.
“?!”
담배는 구름을 뿜을 수 있고,소량의 방사능쓰레기가 내포되어 있지.
죽음으로 속세를 떠나「승천」당하기도 하고,세속의 시름을 잊는 자유로움을 지니고도 있으니,담배야말로 구름왕의 과육에 합당하단다.
말이야 옳은 말이었다.
정령이 담배 핀다고 방사능에 피폭되거나 폐암으로 죽을 것도 아니고.
하등생물처럼 담배의 해로움을 두려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마크2는 하등생물이라 담배를 먹으면 해로워요.]근데 그건 정령에게나 해당되는 얘기고, 사람은 담배를 먹으면 큰일 난다.
[담배에 들어간 니코틴만으로도 급성중독으로 죽고 말 거예요.]니코틴은 혈관을 수축, 혈압을 높이는 약물.
혈도의 관리가 필수적인 무림인에게는 순간의 파괴력을 올리는 대신, 무림인으로서의 수명이나 다름없는 혈관의 넓이를 감소시킨다.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살아가는 사파나 금단의 대법으로 오늘을 희생해 내일을 열어내는 마교에게나 어울릴법한 위험약물.
중독증세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니코틴 자체가 무림인에게는 좋지 않았다.
‘그 안 좋은 걸 매일 피워야하는 금제 때문에 고생길이 참 험난했죠.’
운기행공으로 체내의 불순물, 유독물질, 니코틴을 싹 정화시키느라 매번 들이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겉멋 잡겠다고 넣은 저코스트 금제가 어지간한 고코스트 금제보다 더 험난했다.
이 몸은 과육을 주었다.
그것을 취할지 말지는 너희의 선택이니라.
해응응은 고민 끝에 다시 물었다.
[담배는 본래 먹는 것이 아닌 피우는 것이죠.] [담배를 피움으로써 먹은 것과 같은 효력을 얻을 수도 있나요?]구름의 정령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서 해응응은 깨달았다.
정령계약의 불확실성.
확정적인 사실과 안정적인 효과를 배제함으로써 효율이 상승하는 정령만의 독특한 문화를.
담배를 먹는다는 표현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은 적지 않았다.
기실 그것이 본래 피우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먹는다’는 표현에 한 번 꽂혀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올바른 사용법을 깨우칠 수 없다.
과육을 먹어 힘을 얻는 대신, 도중에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불확실성이 생기는 것이다.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 불확실성을 자신의 대답으로 해치기 싫은 탓이겠군요.’
그것은 구름왕 나름의 배려였다.
해응응은 그녀의 성정을 비로소 이해했다.
구름왕도 그 근원을 파헤치면 묵언검객과 아지사하브를 반반 섞어놓은 존재.
자신들이 지닌 상냥함을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올라올 수 있겠지.
이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해냈구나? 장하다. 상으로 경지를 올려주마.
해내지 못한다면?
아쉽지만 다음 생을 기약해야지.
그토록 좋아하던 무공을 수련하다 죽었으니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무림인이나 용이 아닌 존재에게 경지상승에 실패하여 죽음을 맞이한다는 위험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지만, 이쪽 업계에서는 상식 같은 일.
죽지 않고 골수까지 기가 역류해서 미치광이가 되는 주화입마조차도 운이 좋았다고들 표현한다.
자아를 향한 집착을 벗어던짐에 비로소 기호와 확증편향이 배제된 검술이 완성되니.
‘잘못된 운공으로 인해 겪게 되는 치매조차도 진정한 경지로 향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자 다음경지로 향할 단초이죠.’
장수를 꿈꾸는 인류가 감수해야 하는 공포.
치매.
일정확률로 치매에 걸릴 수도 있는 임독양맥 타통의 고비를 넘어서야 진정한 고수가 되는 무림인의 사고방식으로 이 정도는 위기도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생으로 먹는다.
그것이 잘못된 방법임을 알기만 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니, 개꿀이 아닌가!
“콜록콜록. 에퉤퉤. 맛없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요컨대, 애한테 좋은 걸 가르쳤다는 이야기.
…이소혜가 방송을 막아놔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5.
[마크2가 정령왕의 과육을 피웠습니다.] [마크2가 담배구름의 정령(완전체)가 되었습니다.] [완전체 정령은 강력한 힘을 지닐 뿐만 아니라 인간의 형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담배연기를 머금을 때마다 정령력이 폐부에 가득 차며 신체를 정령에 가깝게 변화시킨다.
해롭기만 한 현실의 담배와는 정반대로 피면 필수록 건강하고 강해지는 담배.
참으로 아이러니한 아이템이었다.
담배구름의 정령이 되었구나.
마크2야,정령이 된 소감이 어떠느냐.
마크2는 흐리멍텅한 자신의 신체를 내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무서움.”
구름왕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 두려워할 것 없다.
어디,가볍게 점프라도 한 번 해보거라.
못마땅한 얼굴로 제 자리에서 점프를 한 마크2.
“?”
폴짝. 폴짝폴짝.
무엇이 그리도 신기한지 거듭 점프를 하더니, 이내 해맑은 얼굴이 되어 외쳤다.
“경량화. 몸이 가볍습니다. 위력증강을 위해 늘어난 파츠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령이란 본디 그런 존재란다.
육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세상을 누빌 수 있으니,구름의 정령은 빛의 정령이나 바람의 정령처럼 부유조차도 가능하지.
자아,몸에 힘을 풀고 물에 떠오르는 느낌으로 있어보아라.
구름왕의 인도에 따라 몸에 힘을 푼 마크2가 공중으로 둥실둥실 날아올랐다.
“오오오.”
“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어디까지 날아가는 거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기만 하는 마크2의 뒷덜미를 잡고 내려온 해응응.
만족했느냐는 물음은 하지 않았다.
초롱초롱한 눈만 봐도 알겠다.
마크2는 벌써 신났다. 그것도 엄청.
정령이 되었으니 다음은 정령계약을 원하겠구나.
[맞아요.] [두 번째 소원을 사용하겠어요.] [제가 마크2와 정령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해주세요.]구름왕은 곰방대에서 연기를 내뿜어 3의 숫자를 만들어보였다.
이번에도 세 가지 방법이 있단다.
하나는 상호동의하에 비효율적인 즉시계약을 체결하는 것.
둘은 복잡하고 긴 시간이 드는 전속계약으로 고효율이 계약을 체결하는 것.
세 번째는 정령왕이 중재하는 조건을 들어줌으로써 시간을 단축하여 단 번에 고효율의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란다.
“…….”
원하는 답을 얻었지만 그게 더 화난다.
해응응은 불만스레 수첩을 끼적였다.
[세 번째는 열 받으라고 말하지 않는 규칙 아니었나요?]규칙이란 상대를 화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계약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기대를 저버려서 더욱 화나게 할 수 있다면,그 행위를 적극 장려하는 바이다.
정령위키에는 그렇게 써져있단다.
“…….”
문득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마크2도 정령위키를 보나요?]아쉽게도 정령위키는 정령왕에게만 허락된 권능.
네 아이는 정령위키를 볼 수 없단다.
대신 정령왕이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속한 하위 정령들을 모아 정령다운 행동이 무엇인지,어떻게 하면 더 정령다울 수 있는지를 강론하지.
정령왕은 가장 강한 정령일 뿐만 아니라 휘하 정령들의 행복과 안녕,인성질을 책임지는 강사이자 스승이란다.
해응응은 딱 잘라 단언했다.
[제 아이는 제가 가르치겠어요.]마크2에게 그런 제멋대로인 해로운 교육을 가르치게 두어서는 부모 실격이다.
저런 규칙, 배우면 무조건 사춘기가 온다.
정령왕은 자신의 권속을 인도해야 할 권리가 있단다.
그러니,정령으로서의 앞가림을 가르칠 자격은 이 몸의 마땅한 권리이니.
그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하면 어찌하겠느냐.
해응응의 눈에 적의가 일렁거렸다.
[싸워야지요.]상대가 더 강하다는 사실은 직감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보다 자신이 더 약하더라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라는 것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2살도 안 된 마크2가 조숙한 사춘기에 빠질 위기 앞이라면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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