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76)
〈 376화 〉 376 묵언검객이 중간계에 독을 풀었다
* * *
1.
부모와 스승.
아이의 장래를 위해 한 치의 양보도 물러섬도 할 수 없는 두 존재가 마크2를 사이에 두고 침묵 속에 기세를 더하기 시작했다.
이긴 자가 진 자의 뜻을 따른다.
말할 필요도 없는 승자존의 법칙.
말하지 않아도 뜻이 일치한 두 사람이 궁궐 밖으로 올라왔다.
태양의 주홍빛에 물든 구름의 벽해.
운해의 중심에서 마주선 두 존재의 교육권을 건 결전이 벌어졌다.
“쿠궁 쿠구궁”
마크2는 구름궁전의 벽을 이루는 구름을 뜯어다가 아머드 모양으로 뭉치고는 푸슝푸슝 하고 입으로 가동음을 내며 놀았다.
그 태연스러움에 쥐 죽은 듯이 기척을 죽이고 있던 빛의 소녀가 빽 소리쳤다.
바보야?상황파악도 안 돼?
뭘 놀고 자빠졌어!
“불만. 정령님은 무엇이 불만이기에 마크2를 모욕하는 겁니까?”
너희 엄마 죽을 거야.
상대는 정령왕이라고.
힘의 파동만으로도 우리까지 죽을 것 같다고.
묵언검객과 정령왕의 공방이 충돌할 때마다 궁전 전체의 구름이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충격에 퍼지는 파장.
빛의 소녀는 그 파장만으로도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깨닫고는 마크2의 팔을 흔들었다.
“겁쟁이. 마크2는 쫄보가 아닙니다.”
마크2의 신뢰는 굳건했다.
“의문. 그렇게 두려우면 혼자 달아나면 되지 않습니까? 왜 마크2를 끌어들이려고 합니까?”
누가 두려워해?
딱히?이 정도쯤이야 완전 여유?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그냥 갓 태어난 어린 정령인 네가 걱정되었을 뿐인데?
“그럼 마크2가 아머드부수기 놀이를 하는 동안 얌전히 앉아있는 겁니다.”
천장에서 떨어진 구름뭉치를 빚어 자그마한 묵언검객 피규어처럼 모양을 잡은 마크2.
기계의 정교함을 빌린 피규어를 들고 “슈슉” 하고 소리를 내자 반대편의 아머드 피규어 구름이 서걱 하고 베였다.
으으으,이 멍청이!
하등생물 출신!바보응애정령!
“귀찮음. 놀이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마크2의 볼을 꼬집은 손을 당장 놓는 겁니다.”
자기만 두려워하는 상황에 괜히 심술이 난 빛의소녀가 마크2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 잡아당기며 마구 괴롭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름의 정령이 된 마크2의 볼은 구름처럼 변해 손아귀를 벗어났다가 도로 멀쩡하게 재생되었다.
이 얼간이!
하등생물 부모나 믿는 바보!
정령이 얼마나 대단한지 똑똑히 보도록 해!
정교하게 투사한 빛을 뭉쳐 빛의 구슬로 구름피규어를 공격하는 빛의 소녀.
하필이면 묵언검객 구름피규어가 공격받자 마크2도 화를 참지 못하고 구름피규어를 조종해 빛의구슬을 공격했다.
고수들의 싸움은 한 순간에 결착이 나지만 하수들의 싸움은 치열한 개싸움으로 한참을 이어진다고들 하던가.
[뭘 하고 있는 건가요?]아이들끼리는 원래 싸우면서 크는 법이란다.
[방금 막 싸우고 온 저희가 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 않나요?]아무렴 어떤가.
그대가 교육권을 내세울만한 자격은 있음을 직접 확인하였거늘.
어른의 싸움은 목숨을 빼앗기 위한 것이고,아이의 싸움은 우열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그렇다면 우리의 싸움 또한 아이의 싸움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
현기가 느껴지는 구름왕의 말에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묵언검객 피규어 세 기를 동시에 전진시키며 합격술을 펼치는 마크2와 빛의 구슬을 분열시켜 배후에서 재결합시키는 빛의 소녀.
정령들의 치열한 수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침울…… 마크2의 구름피규어 분대가 전멸했습니다…….”
고개 숙인 채 침울해하는 마크2.
그 앞에서 빛의 소녀가 가슴을 펴고 두 손을 허리에 얹으며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킥킥.장난감 조작 완전 못해.
갓 태어난 정령 주제에 정령술 대결로 도전하다니 백년은 일러.
가서 맘마 젖이나 먹고 오지 그래?
“마마… 빛의정령이 마크2의 장난감을 부수고 마크2를 때리고 괴롭혔습니다… 마크2의 복수를 해주는 겁니다.”
히극!어,언제 싸움이 끝났어?!
싸우다니,오해 말아줘?
난 애기랑 놀아줬을 뿐이라고?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입장이라고?
해응응은 뚱한 얼굴로 손에서 강기그물을 뻗었다. 빛의 소녀는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그물에 갇혀 시무룩해졌다.
[마크2. 고개를 드세요.] [싸움에서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에요. 지는 것은 탓하지 않아요.]해응응은 기가 죽은 마크2의 어깨를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았다.
하지만 그녀의 사전에는 패배와 달리 용납이 안 되는 일도 존재한다.
[그래서 피규어라는 단어는 누구한테 배웠나요?]마크2는 손가락을 물고 기억을 더듬다가 입을 열었다.
“기억. 시청자 님이 프라이빗 설정이 켜지기 전에 마크2에게 채팅으로 말했습니다.”
[어떤 채팅이었나요?]“재생. 후욱후욱 마크2땅 피규어로 만들고싶다능.”
[…]“피규어는 사람이나 사물을 작은 사이즈의 인형이나 동상, 조각 따위로 만드는 거라능.”
해응응은 이소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오타쿠 녀석에게 기분 나쁨 죄로 3개월 우주징벌방 수감형벌을 내리라고.
2.
구름왕은 아이를 향한 해응응의 마음을 시험하였고, 그녀의 권리를 인정하였다.
하나의 존재를 규명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그중 으뜸은 부모자식일지니.
강고한 적과 필패의 싸움을 앞두고도 두려워않는 그 마음을 높이 사 인정하마.
아이의 교육권은 묵언검객 그대에게 있음을.
[고마워요. 제 고집을 이해해주셔서.]하지만 아이의 교육환경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구나.
피규어.후욱후욱.말에 동반되는 감정이 옆에서 보기에도 심히 거북하였도다.
[걱정 말아요. 그 자는 우주 저 어딘가에서 거대한 금속구조물에 갇혀 자유도 누르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될 테니까요.]엄벌을 다짐하는 해응응의 말에 그제야 구름왕도 본래의 화제로 돌아왔다.
그래,우리는 정령계약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마크2에게는 세 번째 방법을 제시하겠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세 번째는 정령왕이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줌으로써 시간을 단축해 단숨에 고효율의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란다.
[어떤 조건을 제시할 건가요?]오래도록 닫혀있던 정령계의 문을 통과하는 정령은 지금껏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지.
당대의 정령왕들은 모두 정령들의 중간계 진출을 꺼려하여 이를 막아왔지만 본인은 자유로운 구름을 대표하는 구름의 정령왕.
오랜 봉문을 풀고 정령들의 중간계 진출을 장려하고자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창시하였다.
팔랑
구름의 정령왕의 손에서 종이 한 장이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탓
한 손으로 새침하게 종이를 낚아챈 해응응.
종이를 내려다보는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그 계약서를 들고 중간계에 돌아가거라.
[진심인가요?]그렇다.그리고 계약서의 효력을 이용해 새로운 정령계약을1만 회 이상 체결하면 그 횟수만큼 마크2의 정령계약 효율을 상승시켜주겠노라.
계약대행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시청자들만 줄을 세워도 단숨에 끝낼 수 있으니.
문제는 계약서의 내용에 있었다.
해응응 본인을 닮은 정령왕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하필이면 이런 것까지 닮을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랜덤인센티브계약에 이은 랜덤정령가챠 표준계약서가 세상에 등장했다.
3.
“가즈아아아!!”
“와 이펙트 조졌다 개반짝반짝거린다!!”
“헉 대박.”
“저기 좀 봐.”
“빛깔 장난 아닌데? 무슨 SSR등급 정령 뜬 거 아니야?”
계약서를 들고 돌아온 묵언검객.
정령계약의 주관자의 앞에 줄을 선 행렬이 엄청 부럽다는 눈으로 제단 위에 선 사람을 카메라로 찍고 영상녹화를 하며 난리가 났다.
[축하합니다.] [일반등급 모닥불의튀어오르는불씨의 빛의정령 등장!]“아아악! 공갈정령 제발 그만 떠!!”
ㅋㅋㅋㅋㅋㅋㅋ
빛의정령 새끼들 존나 악질임
노말등급이 왜 이펙트가 화려하냐고ㅅㅂㅋㅋ
진짜 빛 반짝이면 무조건 빛의 정령임
SSR 등급 있기는 하냐?ㅋㅋㅋ
SSR 등급 뒤에서 빛 뿜는 빛의 정령들이 따로 있다는 지론이 학회의 점심
중간계로 돌아온 해응응은 부활한 엄길동을 졸라 자리를 하나 마련하고 엄길단을 이용해 정령계약 판촉홍보를 돌렸다.
코팅된 계약서를 제단 위에 설치하자 열린 차원 저편과 이어지는 제물구덩이.
그 안에 골드나 아이템을 와르르 털어 넣으면 정령계에 있는 무작위 속성에 무작위 등급의 정령이 튀어나온다.
원리는 간단했다.
“이거 제가 5년 동안 게임 열심히 하면서 벌은 전재산이에요…”
1단계. 불쌍한 플레이어가 구덩이에 전재산을 털어넣는다.
와아!정말이야!멍청한 인간들이 제물을 잔뜩 바치고 있어!
이런 거 안줘도 그냥 해줄 수 있는데.킥킥.하등생물은 정말 멍청해!
2단계. 정령계 어딘가에 전송된 제물을 구경하러 모인 정령들 사이에서 어느 정령이 제물에 크게 만족하여 이를 습득한다.
[축하합니다.] [일반등급 민물고기의거품에서탄생한 물의정령 등장!]“아아악 내 전재산! 정신 나갈 것 같애!”
3단계. 잡동사니가 신기했던 유아기 정령이 제물을 잡아 소환되고, 계약자는 호구가 된다.
10회 계약하면 희귀등급을 하나 주는 일도 없고, 100회 계약하면 마일리지가 쌓여서 유일등급을 확정지급하는 천장도 없는 원시적인 뽑기.
플레이어의 구제방안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정령랜덤가챠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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