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78)
〈 378화 〉 378 강매검객
* * *
1.
엘프신사회와 길잃은 플레이어들이 엘프에게 붙잡혀 역키잡이라는 바람직한 문화를 누리며 행복하는 사이, 그들만의 갈라파고스 밖에서는 계약서를 든 묵언검객이 활개치고 있었다.
정령계약을 많이 맺을수록 마크2의 계약효율이 올라간다.
해응응의 입장에서는 엄길동과 엄길단, 방송시청자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 건이라도 더 많은 계약을 주관해야 하는 상황.
“싫어요.”
[정령계약 하세요]라는 푯말을 들이밀자 돌아온 대답에 해응응은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내 부탁을 거절할 수가 있지?
그런 해응응의 표정에 거절의사를 보인 행인도 미안한 마음에 변명을 늘여놓았다.
“백만 골드를 주고 럭키혐냥이를 사기는 그렇잖아요. 제자로 삼아서 투기장에 보낼 수도 없고, 사냥에 도움도 안 되고, 말도 안 듣고.”
그랬다.
정령은 기본적으로 쓸모가 없었다.
검투사로 쓰지도 못하지.
사냥도 안 도와주지.
말도 안 듣지.
하는 거라고는 그냥 귀여운 것뿐인 양아치!
하는 짓도 밥 때 되면 찾아와서 째려보고 퍽퍽 때리는 고양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절세미녀 해응응의 설득이라도 전재산을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에요. 정령도 쓸모가 있어요.]“예? 어디에요?”
그러게.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말을 꺼낸 당사자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정령의 대단함!
[재력을 과시할 수 있어요.]“재산을 탕진하고 싶지 않아요.”
[힐링이 되어요.]“그럼 전 언데드인 듯. 힐링은 모르겠고 암 걸려 죽을 것 같아요.”
[그냥 뽑기 한 번만 해주세요.]“싫어요.”
이 녀석, 강적이다.
해응응은 정령뽑기를 거절하는 손님에게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령이 있으면 좋은 점을 알아냈어요.]“마지막이에요. 저 친구 만나러 가야되거든요.”
[정령이 있으면 제가 공격을 하지 않아요.]“네?”
[정령이 없으면 제가 공격을 할지 몰라요.]이거 순 강매잖아.
경악한 플레이어에게 해응응은 한층 더 당당하게 글씨를 휘갈겼다.
[원하는 쪽으로 고르세요. 백만 골드 내놓고 계약해서 목숨은 건질지, 죽어서 캐릭터까지 잃고 다시 키울지.]“이, 이런 법이 어딨어요!”
[생각할 시간은 1분 드릴게요.]플레이어는 엉엉 울면서 백만 골드를 내놓았다.
서버주나 마찬가지였던 이해찬도 패배한 마당에 묵언검객을 막을 수 있는 용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령계약 강매 피해담은 검투사키우기 사건/사고 게시판에 올라왔다.
2.
[그래서 누가 이 무친련 막을 거임?][6]이 미친 정령계약 판촉홍보대사련이 도시 입구에서부터 정령 있으면 들여보내고 없으면 계약서 들이미는데 어떡할거임ㅋㅋㅋ
도시를 안 가면 되죠
우린 오늘부터 야생의 탕아야
사실 난 야만인이 되고 싶었어
야 이 겁쟁이들아!!
뭠마 너도 묵언검객 이길 자신 없잖아
ㄹㅇㅋㅋ
[저희 비행말박 날먹왕국은 묵언검객님의 정령강매를 지지합니다][9]정령애호가는 저희 취향이 아니지만 동물애호가들을 위한 왕국을 재건할 터전을 마련해주신 묵언검객님을 향한 우호를 고려, 지지선언 합니다.
어떻게 지지세력이 비행말박 날먹왕국
이쪽이 악의 세력임?
마왕검객과 손을 잡은 더러운 인류의 배신자들
더럽긴 원래부터 더러웠지
그러네 얘들 원래 동물애호가였지
우호를 조선하면 안 됨?
시발
고려 ㅋㅋㅋ 조선 ㅋㅋㅋ
회장님 유우머에 대가리를 딱! 깨버리고 갑니다
[저희 포스투칼 왕국은 묵언검객님의 정령계약 강매를 지지합니다]부동산 썰리기 싫으면 빨리 눈치 보라고
아ㅋㅋㅋ 그런 이유가
대한철국 꼴 날 수는 없지
건물주 하드카운터 국가초기화빌런ㅋㅋ
그럼 가상부동산 부자새끼들 배때기에 죽창 찌르려면 묵언검객 반대시위 하면 되는 거임?
그 전에 우리가 푸는 사병들이 반대시위행렬을 탄압할 건데요
한 판 뜨자 이거임?
땅도 없는 그지들이 뭘 할 수 있다고
?
선 넘네
야 쿠데타 동지들 모여라
좌표 받고 왔습니다111
2222
여기가 선전포고 날린 게시글임?
포스투칼 왕국, 너희의 도전을 받아주겠다
각오해라. 너희를 「대한철국」 시켜주마
아ㅋㅋ 창고에서 아머드 꺼낸다
사소한 말싸움과 자산부심 부리기에서 비롯된 언쟁이 어쩌다보니 급물살을 타고 커졌다.
급기야 왕국 하나의 붕괴를 노리고 묵언검객과 같은 짓을 하려는 플레이어들이 대규모 사조직을 결성하기까지!
그 구심점에는 해응응에게 한 번 죽고 캐릭터와 재산을 싹 날려먹은 엄길동이 있었다.
“땅 좀 있다고 플레이어 무시하고 그러는 악의 왕국은 멸망당해도 싸다! 포스투칼을 멸망시키고 정령왕국을 새로 탄생시키자!”
“멸망! 멸망!”
“정령계약의 좆같음.. 아니, 즐거움을 모르는 외국인 놈들에게 계약을 강매하자!”
“계약! 계약!”
“내란으로 단련된 우리의 전쟁수행능력을 보여주자! 포스투칼 왕국 침략 개시다!”
우리만 정령계약으로 피해볼 수 없다는 인간의 악의를 완벽하게 자극해낸 엄길동.
그를 따르는 엄길단이 주도하는 질서에 편승하여 외국 유저들에게 정령계약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모여드는 한국 플레이어들.
사사게에서 시작된 불씨는 생각지도 못한 대사건으로 이어졌다.
[포스투칼은 우리나라 땅 아니지 않음?][7]포르투갈 놈들이 먹은 땅임ㅇㅇ
코쟁이놈들 건방지긴 했어
아머드도 없는 놈들이 건방지게 말이야
쟤들 아직도 검투사키우기는 검 들고 싸워야한다고 인간투사들 쓰지 않음?
ㄹㅇㅋㅋ
저번에 보니 무슨 커틀러스? 이름도 이상한 검 들고 다니는 해적을 쓰더라
미개한놈들ㅋㅋ
검투사키우기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다.
사실상 현실국가 하나마다 국가 하나씩을 던져준 수준의 영역분배!
지금까지는 아머드의 등장으로 한국랭커들이 대거 랭킹을 석권했었지만 아머드의 시대가 저문 지금은 서양국가들도 욕심이 생겼다.
아머드 원툴이었던 원숭이들이 건방지구나!
강철거인을 잃은 너희 따윈 무섭지 않다.
도전을 받아주마.
쟤들은 아머드 조작술만 연습하느라 검술랭크도 낮다지?
스펙업도 못한 허접들ㅋ
아머드조종술의 달인(아머드 없음)
마왕검객 소동으로 랭커도 반 토막 났다지?
지금이야말로 한국인들을 검투사키우기에서 몰아낼 찬스야
아머드 같은 괴이한 물건이 또 나타날 빌미를 허락해서는 안 돼
동물애호가들은?
그 친구들은 괜찮아
동물애호가는 아군이다, 오인공격금지!
[야스파냐 왕국은 포스투칼 왕국을 지지한다][5]포스투칼은 오랜 라이벌이지만 적어도 상도덕을 아는 십샛기들이었다.
인간적으로 강철거인은 너무했어.
망해버린 정령메타를 우리나라에 강매하는 꼴도 두고 보지 않을 거야.
동의.
너희가 우리를 「대한철국」 시키겠다면 우리는 너희를 「에픽판타지」 시켜주마
한국인이 없는 청정게임을 위하여!
현실의 EU는 실패했지만 가상의 EU는 다르다. 모든 유럽인이여, 단결하자!
유럽서버는 유럽인의 것이다!
빠르게 격화되는 갈등.
불과 하루사이에 불거지는 한국 플레이어들 vs EU 플레이어들의 국가대항전!
그 소식은 딸을 위해 정령계약을 강매하던 부지런한 어머니, 해응응에게도 전해졌다.
3.
[저는 칼을 든 강매검객이에요.] [정령계약 할래요, 아니면 죽을래요?]어제까지만 해도 미리 글씨를 적어둔 푯말만 내밀면 울상을 지으며 전 재산을 갖다 바치던 행인들이었는데, 오늘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
“아니 같은 한국인끼리 이러깁니까? 지금 한국이랑 유럽이 게임에서 전쟁이 붙었는데!”
[전쟁이요?]“여기 게시글 좀 보세요. 전쟁에서 밀리면 검투사키우기도 에픽판타지처럼 한국인은 보이는 족족 박멸당한다고요!”
[그건 곤란하군요.]잠재적인 고객들이 전부 죽어나가서는 정령계약에 차질이 빚어진다.
해응응에게도 달갑잖은 일이다.
“아니, 그게…….”
[어차피 계약할 사람은 다한 것 같은데 이제 망해도 되지 않나요?]물론 그것도 잠재적인 고객이 있을 때의 일.
더 이상 고객이 될 사람이 없다면 전쟁이고 뭐고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 당신……! 당신이 그러고도 한국인 맞아?!”
[저는 제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켜야 해요. 아이보다 위대한 국가는 없어요.]계약강매자가 입에 담기에는 불합리할 정도로 합당한 정론!
[생각해보니 한국인을 다 합친 것보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사람들의 인구수가 더 많겠군요.]“아니, 그럼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많으니까 중국이랑 시비가 붙어도 중국 편을 들 겁니까?”
[그건 아니죠.]“어, 아니에요?”
[중국인이 힘을 지니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질리도록 보아왔어요.]정파와 사파를 막론하고 정의가 땅에 떨어진 무도 협도 없는 세상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아오지 않았던가.
정작 무와 협을 아는 젊은이들은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그들의 피를 양식 삼아 권력을 지켜낸 노괴들은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그 부당한 질서에 맞서고자 양민들의 편이 되어 일어난 천마와 마교는 어찌나 의로웠던가.
‘무의 끝을 보고자 한 사람은 천계의 등선문을 열었고, 협의 끝을 보고자 한 사람은 인간의 이기심에 실망하여 천만대산에 은거했죠.’
성공한 자는 속세를 떠났다.
실패한 자도 속세를 떠났다.
무림인의 세계에 남은 이들은 어느 하나도 끝을 보지 못한 자들뿐.
[스스로를 중국인이라 내세우는 자에게는 정령이라는 힘을 지닐 자격을 허락하지 않아요.]“그, 그러시군요.”
[EU는 상관없어요. 색목인에게는 좋은 기억만 남아있거든요.]오히려 빚을 진 기억만 가득하다.
해응응의 과거를 모르는 이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서양인을 향한 우호적인 태도!
그러실까봐 준비했습니다.
(대충 외국인도 정령계약은 거르는 영상)
그러나 그런 색목인을 향한 우호적인 마음이 배신당한다면, 그때는 어떨까.
엄길동은 제대로 의표를 찔렀다.
선생님 어차피 정령계약이 악질계약이라는 소문은 이미 전 세계 플레이어들에게 다 퍼졌습니다. 그냥 저랑 손잡고 패전국에 의무적으로 정령계약을 체결하는 조약이나 맺고 다니죠.
계약자가 없으면 불쌍한 개인을 삥뜯을 것이 아니라 국가를 삥뜯으면 된다.
죽음의 상인이라는 칭호를 지닌 뇌지컬 스트리머답게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요.’
나쁜 짓이라는 건 아는데.
그런데도 그 제안에 마음이 끌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