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83)
〈 383화 〉 383 작은 마왕
* * *
2.
지난 한 달.
닥터 요한 2세는 정령의 힘을 손에 넣고자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시작은 분신을 이용한 간접적인 정령계약이었다.
[축하합니다.] [일반등급 모닥불의작은불씨에서태어난 빛의정령 등장!]풍족한 공물에 만족한 거시에여
반짝반짝을 원하면 가끔 해줄 수 있어여
“자네, 굉장히 약해보이는군…….”
저는 응애빛의정령이에여
반짝이는 동전을 공물로 썼으니 빛의 정령이 소환된 거시에여
“호오. 공물과 소환정령의 상관관계가 있었나. 계약에 대해 좀 더 이것저것 알려줬으면 하네.”
닥터 요한 2세는 점점 정보를 수집했다.
공물과 계약정령의 상관관계.
기존계약자와 계약희망자, 계약정령이 삼자대면을 이루어 모두가 합의한다면 정령계약의 양도가 가능하다는 사실.
소환장소와 주변환경, 특정 정령이 좋아하는 매개체에 대한 정보.
정령들의 계급이 유아기, 성장기, 완전체, 궁극체로 나뉘어져 있으며 궁극체야말로 세간에서 일컫는 정령왕이라는 사실.
정령왕들이 좋아하는 공물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들을 소환할 수 있는지 까지.
“왜지? 왜 자네의 힘은 계약을 맺어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지?”
처음에는 실망했다.
마크2와 달리 빛의정령의 힘은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거시에여
응애정령과의 계약은 중간계에 한정되어써여
다른 차원에 힘을 못 쓰는 건 당연해여
“…놀랍군. 게임 바깥을 인식하고 있는 건가?”
정령들은 검투사키우기의 세계 너머.
‘다른 차원’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계약에 따라서는 다른 차원에서도 힘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마저 알려주었다.
보통의 정령들은 그런 계약은 하지 않아여
하찮은 게약자가 원하는 계약은 이루기 힘들 거에여
“그런가. 지금까지 전해준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됐네. 자네와 계약한 건 천운이었어.”
응애빛의정령도 기뻐여
공물을 잔뜩 받아서 진화할 수 있는 거시에여
막대한 금화로 땔감을 사서 불을 지르고, 자신의 근원인 모닥불의 작은 불씨를 보다 상위의 근원으로 재구성하는 빛의 정령.
응애정령은 어느덧 유아기를 지나 성장기에 도달, 한낯 미물에 불과한 개똥벌레의 형상에서 새로운 형체를 얻게 되었다.
“이걸로 자네도 새 주인을 만나면 더 좋은 조건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군.”
약속은 지키는거에여
계약파기를 허락하는 거시에여
하얀 새가 되어 정령계로 날아가는 빛의 정령.
정령을 떠나보냈지만 닥터 요한 2세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동시계약은 정령계약의 금기.
친화력이 낮은 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그가 보기엔 친화력이라는 말도 우스웠다.
“정령들에게 친화력이란 곧 순수함을 일컫는 것. 큭큭. 순수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지.”
모두가 정령을 애물단지 취급하며 성가시게 여겼지만, 닥터 요한 2세만은 그러지 않았다.
그의 악에 가까운 광기어린 순수함은 정령의 호의를 이끌어냈고, 정령의 선악의 구분 없는 순수함은 닥터 요한 2세의 호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닥터 요한 2세는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었고 응애정령은 진화에 성공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고 헤어지는 계약.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인간 같은 하찮은 종족보다 상위종족과의 계약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였나?”
다른 계약자라면 불같이 화를 낼 이야기였지.
퐁퐁부인마냥 사랑 없는 계약으로 자산만 거덜 내고 환승이별을 하겠다는 뜻이었으니까.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닥터 요한 2세는 사랑을 몰랐다.
마크2의 창조주이자 파파 노릇을 했지만, 진심으로 그 아이에게 정을 느낀 적은 없다.
“그런 유치한 놀이에 빠져 지내기에는 더러운 세계를 너무 오래 보아왔지.”
대안은 찾아내었다.
그간 빛의 정령과 나눈 정령계에 대한 수많은 대화 속에 힌트가 있었다.
힘을 얻은 빛의 정령은 정령계에서 가장 강한 거시에여
그래서 응애정령은 맨날 괴롭힘을 당해여
이상하구나. 그 정도라면 빛의정령이 보이는 족족 죽이는 편이 낫지 않은가?
빛의정령이 죽으면 빛이 사라져여
그래서 절대로 죽이지 않는 거시에여
정령은 어둠을 두려워한다.
정령계의 어둠에는 무언가가 있다.
힌트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정령계의 어둠에 무엇이 있는가…… 저기에 답이 있을 것 같군. 그 어둠을 불러내려면… 빛의 정령들을 치울 필요가 있겠군.”
가급적 한 마리라도 더 많이.
정령계 밖으로.
닥터 요한 2세는 조금씩 정령계의 비밀에 가까워질 방법에 눈을 떴다.
3.
십대길드 대회의실.
“그래서, 정령에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 진화를 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사도를 통해 정도보다 빠른 지름길을 찾고자 합니다. 정작 가장 빠른 길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흔들림 없는 결단력에 있음에도.”
“정령과 계약하고, 공물을 바쳐 진화시켜 보다 강한 정령을 만든다. 그것이 왕도라는 건가.”
십대길드의 유력자들은 흥미를 느꼈다.
닥터 요한 2세.
그가 전한 정보는 가치가 있다.
“그래도 속도는 더디다. 귀중한 자산을 쏟아부어가면서까지 정령계약에 집착할 이유로는 부족해.”
“이번에 열리는 우마왕 월드보스 이벤트. 정령을 키운다면 그 이벤트에서 우마왕을 얻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습니다.”
“월드보스를 조기토벌 하는 것이 아니라 얻는다?”
“생각해보십시오. 정령의 공물을 먹고 자라난 몬스터가 정령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묵언검객의 복제인간 마크2처럼 말입니다.”
“마크2는 엄밀히 따지자면 정령계약을 거쳐 정령이 된 존재였지만… 도전해볼 가치는 있군.”
월드보스 아지사하브.
그 존재는 명백히 묵언검객보다 강하다.
단번에 그와 동급의 보스가 되지는 않겠지만 우마왕이 그에 준하는 괴물이 된다면.
그 괴물을 자신이 사역할 수 있다면.
그 힘의 일부만이라도 현실에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일반적인 정령이 아닌 우마왕과 같은 돌발적인 요인으로 정령화가 된 정령은 차원 간 계약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건 우리 사이에서도 경합이 되겠군.”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기존 정령은 차원 간 계약이 가능한 정령을 얻기 위한 징검다리인 것이고.”
“진화를 거듭하면 게임 속 한정으로는 마크2가 보이는 힘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EU연합군의 악몽, 극동의 작은마왕의 힘. 정말로 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투자를 꺼릴 이유가 없겠군.”
부드러운 어조와 달리 표정은 싸늘했다.
닥터 요한 2세는 유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못 믿으시는군요.”
“우리에게 이만큼 귀중한 정보를 순순히 전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유야 간단합니다. 마왕검객은 각성자협회의 전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판 월드레이드보스입니다. 십대길드라도 마다할 수 없죠.”
“해남파의 해응응. 그녀가 현실권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확인되었을 텐데?”
해응응에게 도전했다가 피해를 입은 길드들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반대로 그녀와의 접점이 없어 피해를 입지 않은 길드들은 깨달았다.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그녀 또한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암묵적 불가침의 관계.
그 관계를 그들이 먼저 깨뜨릴 이유가 없었다.
닥터 요한 2세의 정보가 아니었더라면.
“하북팽가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던전에서 극히 희귀한 확률로 등장하던 따위와는 격을 달리하는 을 지닌 길드죠.”
“해남파의 해응응. 그런 괴물이 또 한 명 탄생했단 말인가?!”
“하북팽가의 가주, 팽휘룡. 그 또한 의 귀환자입니다. 해응응처럼 온화한 인물도 아니죠.”
황금길드 길드장 황금현이 움찔했다.
그 또한 무림비망록의 소림 출신 무림인.
하북팽가의 존재를 모를 그가 아니었다.
“황금현. 자네가 기억하기로 무림비망록에서 하북팽가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었지?”
“오대세가의 차석. 구파일방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성세. 정파무림에서의 위상은 일곱 번째, 중원무림에서는 열 번째에는 속했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인가?”
하북팽가의 역량은 대단하다.
한때는 그들 가문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천하제일인을 배출했을 정도로.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당대의 하북팽가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하북팽가의 전성기, 벽력도제의 위용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작정하고 찍어 누른다면 십대길드 중 하나를 잃는 선에서 지울 수 있겠지.”
“으음…!”
“허어.”
“정말 저주받을 존재들이군.”
“아, 오해는 말게. 황금현 자네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니.”
황금현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십대길드와의 공생을 선택한 자.
무림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등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기억만큼은.
무림인을 향한 뼛속 깊은 두려움만큼은 그리 간단히 저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맹세컨대, 하북팽가는 대단한 세력이네. 우리 십대길드가 동시에 노려도 길드 하나와 동귀어진이 가능한 수준에서 말은 다한 셈이지.”
“방심하지 말라는 뜻인가?”
“문제는 그 대단한 세력의 일원이 현대까지 넘어왔다는 거지.”
십대길드의 수뇌부 전원이 두려움에 떨었다.
“이변이 벌어졌군.”
“그만한 권력자가 현대로 달아날 정도로.”
“무림인이 계속 넘어올 게야.”
“해응응만한 괴물이 아니더라도 팽휘룡만한 인물이 계속 늘어난다면 버틸 재간이 없겠지.”
“십대길드가 주도하던 질서는 무림에서 넘어온 강력한 귀환자들에게 넘어간다.”
어떻게 다져낸 자리인데 후발주자 따위들에게 빼앗길까보냐.
황금현은 단언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네. 닥터 요한2세는 시간을 앞당겨줄 방안을 제시했지. 이 제안은 우리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네.”
짧은 논의 끝에 뜻이 모였다.
“자네 뜻대로 놀아나주지. 만일 우리를 우습게보았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야.”
“걱정 마시길. 저는 하루라도 빨리 여러분이 강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극동의 작은마왕, 마크2가 태동하는 사이, 닥터 요한 2세는 십대길드를 검투사키우기라는 판 위에 끌어들였다.
“내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정령계약의 힘을 현실로 가져올 시간이. 내가 너희들의 시간을 벌어주었듯이, 너희도 내 시간을 벌어다오.”
스트리머 이해찬과 아머드태종.
그들은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묵언검객의 신체를 온전히 지배할 때에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힘을.
그 힘의 전부는 바라지도 않는다.
마크2가 보이는 작은마왕의 위세를 온전히 모방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절반.
반에 반만이라도 손에 넣는다면.
십대길드나 각성자협회를 발아래에 둘 진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길드도 협회도 그를 막을 수 없다.
그를 막을 역량이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그가 인정하는 적수 또한 오직 하나.
“이것은 제가 당신에게 신청하는 대국입니다, 묵언검객.”
반요곡의 대요괴와 백령신군이 대국을 두듯이, 묵언검객과 자신이 검투사키우기를 무대 삼아 대국을 펼친다.
이긴다면, 그는 정령의 힘으로 온전히 개화한 묵언검객의 복제인간들을 지배하여 그를 제약하는 협회와 기관의 품에서 해방될 수 있다.
진다면, 각성자협회의 막후에 도사린 오푸스 기관이 그의 돌발행동을 용서치 않고 반드시 그를 처분할 것이다.
판돈은 목숨.
이기면 전부를 얻고, 지면 전부를 잃는다.
묵언검객의 저력을 알고도 진심으로 그녀에게 맞서는 최초의 대적자가 탄생했다.
4.
국가안보국에서 십대길드가 한 자리에 모인다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나와 오랜만에 현장에 직접 나섰던 민우성.
‘아이들의 연예계 일정이 느슨해져서 짬을 내어보기를 잘했군.’
닥터 요한2세의 계획이 민우성의 마인드리딩에 적발되었다.
‘저 인간, 길드장님에게 진심으로 대적할 작정인가? 그게 가능할지는 둘째 치고 각오 하나는 진심으로 놀랍군.’
그는 닥터 요한 2세의 대담함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은 경외심에 가까웠다.
인간이 화산폭발과 맞선다.
인간이 대지진에 맞선다.
닥터 요한 2세가 하는 짓은 이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더욱 경시할 수 없었다.
“우지우 씨. 길드장님께 전해주십시오. 긴히 보고드릴 사항이 있으니 독대를 청한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