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86)
〈 386화 〉 386 빨라지는 충돌
* * *
1.
돈을 쓰면 이긴다.
과금유저들은 그런 신뢰가 있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믿음이 깨질 때도 있다.
누군가가 운빨로 단차계약에서 자신보다 훨씬 더 등급이 높은 정령과 계약을 하거나.
[제자 님이 에펠지역 골드리그 결승전에서 15연승에 실패했습니다.]비싼 돈을 바른 제자가 리그에서 우승을 못했다는 소식을 전해올 때가 그렇다.
“하? 장난해?”
“왜 그러십니까?”
“계약금을 받아먹은 제자 한 명이 결승에서 패배했어요. 이 정도 투자면 동급 최고라고 하지 않았나요?”
“상대선수의 이름을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어쩌면 다른 십대길드가 고용한 선수와 충돌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기다려봐요. 지금 찾아볼 테니.”
기록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알림기록을 열람한 윤아산의 눈에 푸른색의 WIN 표식의 연속을 더럽히는 붉은색의 LOSE 알림은 딱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라는 선수에요.”
“…정말입니까?”
“확실해요.”
“다소 번거로운 일이 되겠지만 혹시 를 사용하고 스캔 정보를 공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것 없죠.”
주문서를 찢자 추가정보가 떠올랐다.
[제자계약 확인 주문서]
백소천. 틀림없다.
해남파에 붙은 협회 삼대장 출신 S급 각성자.
이건 십대길드 측 인물이 아니다.
“번거롭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 부탁드립니다. 로 로얄 하이머의 상태창을 확인해주십시오. 가명이나 변장을 간파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지정대상 상태창 열람 주문서]
“정보공유. 공유대상 마실장.”
공유정보를 열람한 마실장은 휘황찬란한 추가정보를 보고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당했군요.”
“뭐가 말인가요?”
“로버트는 창룡기사단의 부단장입니다. 로얄 하이머는 창룡기사단의 단장이죠. 직급도 레벨도 실력도 모두 한층 위입니다.”
“마실장, 사람 기분 나쁘게 말하는 재주가 있네. 분명 제가 시작할 때 고용할 수 있는 최고스펙의 제자리스트를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실제로도 로버트는 고용 가능한 최고수준의 NPC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럼 저 단장이라는 녀석은 뭐냐고요.”
마실장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돈으로는 고용할 수 없는 고용조건이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아직 플레이어가 공략하지 못한 미공략 NPC였죠.”
“대안을 찾아요.”
“강력한 NPC는 일반계약을 맺기는 어렵지만 대단히 어렵고 까다로운 특수한 조건을 갖추면 조건부계약에 응하기도 합니다.”
기사클래스라면 추정할 수 있는 조건은 세 가지.
“수호기사에게 수호의 맹세를 받은 귀부인이거나, 기사의 충성을 받을 정도로 명예로운 인물이거나, 강자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강하거나.”
“잠깐. 기억났어요. 백소천이면 그 사람이죠? 협회에서 백 대협이라고 불리던 S급 각성자.”
“맞습니다.”
“비겁한 수작을 부렸군요. 자본력이 부족하다고 힘으로 고수를 꺾고 제자로 부리다니.”
“…….”
돈으로 고용한 건 비겁하지 않고?
입이 근질거리는 마실장에게 윤아산이 명령했다.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은요?”
“백소천을 실력으로 꺾으면 됩니다. 주인을 잃으면 제자는 계약에서 해방되죠. 정령스펙을 더 올리고 친화력을 높이면 정령의 도움으로 백소천을 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방법은요?”
쫄았네.
마실장은 눈치껏 윤아산의 심정을 헤아리며 대안을 제시했다.
“단장을 직접 꺾고 주인을 바꾸기를 종용할 수 있습니다. 계약조건을 충족한 사람이 복수 존재하면 단장이 직접 주인을 고를 수 있죠.”
“그냥 미인계로 하면 안 되나?”
“예?”
“수호기사에게 수호의 맹세를 받는 귀부인이 되어도 계약 할 수 있다면서요. 나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편이지. 아닌가요?”
“…맞습니다. 분명 단장 녀석도 껌뻑 넘어올 겁니다. 하하.”
“마실장. 대답이 한 박자 늦었어요.”
이번 달 보너스 취소.
윤아산의 표독스러운 한 마디에 마실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2.
십대길드가 현찰박치기로 승부를 보는 사이, 백소천을 비롯한 해남파 간부진은 냅다 각 지역의 유명한 NPC를 찾아갔다.
“한 수 겨뤄보지 않겠나?”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들은 체도 않고 쫓아냈겠지만 무림인들은 누가 봐도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세상에는 1렙부터 경공술로 건물 입구를 뛰어넘고 홀연히 연무장 한복판에 착지하는 플레이어를 초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강하군.”
“약속은 지키시게.”
“알겠소. 투기장에서 100승을 거둔다면 다시 당신을 찾아가지. 그때는 반드시 재대결 신청을 받아주시오.”
[창룡기사단의 단장 를 실력으로 꺾었습니다.] [와 특수계약을 체결합니다.] [가 제자가 되었습니다.]압도적인 실력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칭호작이나 승점작을 돌릴만큼의 자본력은 없지만 최고의 실력은 최고의 제자를 손에 넣을 자격을 선사한다.
로얄 하이머가 벌어들이는 승점은 혼자서도 수십 명의 제자들이 갖다 바치는 승점만큼 대단했다.
“이게 이 게임의 보스몬스터인가?”
“이소혜씨에게 직접 구해온 보스몬스터 100종 리스트에 있는 67번 보스몹입니다.”
“음. 어디 한 번 실력을 볼까.”
다년간 투기장 컨텐츠에서 강한 제자를 이용해 스펙업을 해야만 대적할 수 있는 중상위권 보스몬스터 .
둥그런 몸으로 공처럼 구르며 다가와 몸을 내던지며 입을 쩍 벌린다.
변칙기동에 이은 깨물기 공격은 중갑전사라도 갑옷 째로 찢길 정도로 엄청난 악력에 의해 필살기 수준의 위력을 발휘하는 위험패턴!
보통이라면 이동기를 사용해 피하거나 무적기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데미지를 무효로 돌리는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
백소천은 그런 상식 따위에는 순응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빙랭과 겁화로 물든 양손으로 의 양 볼을 짓눌렀다.
촤아아아악!!
달아오르는 고열과 얼어붙는 저온.
어느 쪽으로든 세포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는 출력이 보스몹을 체표면부터 내부 장기까지 모조리 휩쓸었다.
[HP 99%] [HP 87%] [HP 44%] [HP 12%]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깎여나가는 HP.
“헉! 위, 위험합니다! 탐식아귀의 마지막 페이즈는 입 속에서 작은 입이 튀어나와서…”
[HP 0%]탐식아귀의 입에서 튀어나온 입 모양의 촉수가 바사삭 흩어졌다.
[던전보스 를 단독토벌 했습니다.] [칭호 를 습득합니다.] [을 습득합니다.] [보스몬스터 토벌휘장을 1종 보관했습니다.] [칭호 습득!] [보스몬스터를 상대로 데미지가 0.1% 상승합니다.]“내구도가 형편없군. 탁기가 거칠기는 해도 이럴 땐 확실히 저항력이 있지. 딱 평범한 B+급 보스몬스터 수준이군.”
백소천을 보좌하려 함께 들어온 길드원들은 강렬한 현자타임을 느꼈다.
“왜 그러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백소천은 범인들의 절망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년간의 노력을 쏟아 부어 겨우 잡을 수 있는 보스몬스터를 누구는 몇 초 만에 단독토벌을 해버리는데 어찌 현타를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무림인인 백소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게임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길드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깽판을 치고 다녀서 미처 몰랐지만 수준이 상당하군.’
중상위권이 이 정도라면 상위권 보스와 최상위권 보스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상위권은 A급, 최상위권은 S급, 그 너머의 월드보스는 언터쳐블의 U급인가.’
그리 생각하니 얼추 벨런스가 가늠이 됐다.
이 게임의 몬스터들, 현실의 몬스터들에 비해 그리 크게 꿇리지 않는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무언가의 목적이 담긴 것일까.
“백소천님. 다음 보스몬스터의 리젠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음.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고민이야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길드장의 수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힘으로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보스몬스터 100마리 처치에 의한 보스몬스터에 가하는 데미지 10% 증가 칭호효과를 얻는 것.
‘감당 불가능한 언터쳐블급 괴물이 적들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해치우려면 어떻게든 딜량을 끌어올려야겠지.’
이번에는 A급 몬스터의 역량을 시험해볼까.
거침없이 던전보스룸으로 향하는 길을 열던 도중, 백소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악
크아악
비명이 가까워지고 있다.
도살.
나아가 학살에 가까운 파괴의 폭풍이 보스룸으로 향하는 반대쪽 통로에서 가까워졌다.
“키에엑!!”
무기도 전부 내던지고 등을 보이며 달려오는 거대한 맹수형 몬스터.
두 눈 가득 공포가 담긴 몬스터가 백소천을 발견하고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발톱으로 던전 벽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뒤에서 쫓아오는 적도, 앞에 나타난 적도 이길 자신이 없음을 깨달은 절박한 탈출시도.
휘오오오
통로 저편에서부터 용솟음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파괴적인 참격이 바닥과 천장을 가르며 날아와 몬스터의 몸체를 산산이 터뜨렸다.
펑
후두둑
쏟아지는 피와 살점 너머, 백소천은 달갑잖은 인물과 조우했음을 깨달았다.
“태백길드의 길드장, 강태백. 이런 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구려.”
“인사는 다했나? 그럼 한 판 붙어보자고.”
꽈득. 꽈드득.
강태백의 팔이 두 배는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강태백은 전의를 감추지 않았다.
“최단시간 안에 강해지려면 역시 던전보스를 잡는 방법밖에 없지. 해남파의 잘난 무림인들이라면 틀림없이 이 방법을 고르리라 믿었거든.”
오직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강자만이 이런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다.
“용케도 우리의 움직임을 예측했군. 던전보스가 100마리나 되는데 정확히 이곳을 찾아내다니.”
“실은 방송을 보고 쫓아왔지만.”
“…방송?”
강태백의 시선이 백소천을 따라다니던 부하들에게 향했다.
어떤 얼간이가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냐는 무언의 비난이 부하들 사이에서 교차했다.
“지금 나오면 6개월 감봉은 봐주지.”
백소천의 경고에 한 명이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왜 그랬지?”
“제 브이튜브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왜, 그 저희 길드가 스트리밍으로 유명하잖습니까. 부업으로 돈도 벌고요.”
“…….”
“혹시 지금 네귀에딩딩딩이라고 한 번만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거 한 번만 말해주시면 10만 원을 미션으로 받는데…….”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스트리밍 중독증 환자가 만들어낸 해남파 초고수와 십대길드 길드장의 정면조우.
시청자들은 신이 났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강태백마저 뭐 저런 병신이 다 있나 생각할 정도로 극도로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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