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87)
〈 387화 〉 387 출발선이 다른 게임
* * *
1.
게임은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공평을 욕한다.
누군가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편리하게 게임을 즐기면 배가 아프니까.
자신의 노력이 무가치하게 짓밟히는 것이 너무 억울하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공평한 게임을 한다.
경쟁. 불공정.
그 모든 것을 감수할 정도로 불공평한 게임 속에 더 큰 재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버러지 같은 녀석들은 우리 같은 강자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지. 몇 년을 먼저 시작해도 따라잡히는 건 한 순간이니.”
“자네의 우월감에 본인을 끌어들이지는 말아주었으면 좋겠군.”
한 걸음에 던전통로가 위아래로 요동치고, 또 한 걸음에 통로가 통째로 주저앉는다.
‘무림인은 치트키라고? 해남파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고? 웃기는 소리.’
강자는 갈망한다.
타인을 짓밟는 것.
앞서나가는 것.
인간이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압도적인 유린을.
유열감에 젖어들 수 있는 자격을.
오직 강자에게만 허락된, 강자에게만 용서되는 누구보다도 도착점에 가장 가까운 시작을.
‘보여주마. 이 나라에서 가장 앞서갈 권리는 바로 우리 십대길드. 그 중에서도 이 태백길드의 길드장 강태백에게 있음을!’
게임은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그는 불공평을 즐기는 남자.
‘널 공평한 쓰레기로 끌어내려주마, 백소천!!’
적폐의 상징, 십대길드의 수장급 강자가 백소천과의 정면격돌에 돌입했다.
2.
“와, 저 독한 새끼. 그 와중에 방송을 안 끄네.”
어차피 받을 감봉 쿨하게 방송 계속 가네
방송주인 호감가면 개추
추천+1
추천+2
추천이고 나발이고 곧 해고당할 분입니다만
아ㅋㅋ 인생 마지막 방송은 봐주라고
이소혜는 혀를 내둘렀다.
해남파에 또라이가 많은 거야 알고 있었지만 신입들 중에도 저런 놈이 있었다니.
아니면 길드장부터가 정상이 아니라서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만 모여드는 걸까.
[브레인스토밍걸 : 이소혜씨. 잠깐 시간 좀 빌려도 괜찮을까요?]응?
아, 기억났다.
[이소혜 : 당신, 보이스걸 후임으로 들어온 흑의종군 간부였죠?] [브레인스토밍걸 : 문제가 생겼어요.]브레인스토밍걸은 몇 개의 영상자료를 보냈다.
실무적이네.
소경석이나 민우성만큼은 아니지만 영상제목과 20초 내외의 길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여자는 서포트에 특화된 인재라고.
각성자협회의 C급 각성자 미녀5인방 중 셋이나 끌어들인 건도 그렇고, 저쪽은 어디서 자꾸 이런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신기하게 생각하며 영상을 넘겨보던 이소혜.
그녀의 얼굴에 긴장이 도사렸다.
[이소혜 : 이거, 언제 찍은 영상이죠?] [브레인스토밍걸 : 전부 1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에요.]브레인스토밍걸이 보낸 영상에는 던전내부나 야외필드, 투기장을 막론하고 온갖 장소에서 벌어지는 십대길드의 습격을 담았다.
습격을 당하는 이들은 모두 흑의종군 소속 플레이어들.
[브레인스토밍걸 : 방송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간부나 길드원들은 전부 노려지고 있어요.] [이소혜 : 그쪽도 실시간으로 방송 키고 다니는 얼간이가 있어요?] [브레인스토밍걸 : ?] [브레인스토밍걸 : 위스퍼님 정도로 자신 있는 분이 아니면 그런 짓은 안 하죠.]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왜 우리 순혈 해남파 라인에만 그런 얼간이가 있는 거야?
빌런조직보다 군기 빠진 멍청이들 같으니.
[브레인스토밍걸 : 십대길드가 저희들의 활동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있어요.]분한 마음도 잠시.
심호흡과 함께 감정을 가라 앉혔다.
집중이 안 될 때에는 호흡을 크고 느리게 돌리세요. 깊은 호수는 쉽게 요동치지 않으니.
그리고 올 때 메로나.
일상에서 때때로 해응응이 툭툭 던져주고는 하는 수첩쪼가리.
그 안에 담긴 현기를 느끼기는 개뿔, 엉뚱한 메로나 타령에 웃음만 나왔다.
“하. 이제야 조금 진정이 되네.”
수도 상경을 원하는 자, 모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되듯이 마음을 가라앉혔다면 방법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
차갑게 식은 머리.
냉정하게 정리된 사고.
냉철한 지성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일련의 사태의 전말을.
[이소혜 : 무림인과 각성자의 사고방식과 성장기호가 읽혔어요.] [브레인스토밍걸 : 역시…]최단기간에 강한 적만 잡으려는 무림인의 심리.
정보를 모으고 보너스스탯을 채워서 무림인보다 부족한 실력을 충원하고 싶은 각성자의 심리.
양쪽의 심리가 모두 읽혔다.
프로파일링?
심리학?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정도로 기호를 파악해내는 건 ‘동류’가 아니면 말이 안 된다.
[이소혜 : 저쪽에도 무림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각성자야 당연히 있을 테고.] [브레인스토밍걸 : 그럼 어쩌죠?]어쩌긴 뭘 어째.
[이소혜 : 당하고만 있을 순 없죠. 우리도 증원을 이용해야지.]무림인의 사고방식.
각성자의 사고방식.
그들은 두 가지 사고방식을 완전히 읽었다.
그러나 아직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사고방식은 읽어내지 못했다.
[브레인스토밍걸 : 역시 마왕검객의 힘을…?] [이소혜 : …우리 길드장이 들으면 마음에 상처 받을 테니까 그 호칭은 그만둬요. 그리고 길드장이나 마크2의 힘으로도 전원을 커버하는 건 무리에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쪽이죠.] [브레인스토밍걸 : 저희에게 다른 힘이 있나요?]후임자라 그런가?
역시 보이스걸보다 못한 건 어쩔 수 없네.
이번만 도와주도록 할까.
[이소혜 : 십대길드에는 없지만 저희에게는 있는 게 뭘까요?] [브레인스토밍걸 : 시청자!] [이소혜 : 맞아요. 시청자를 이용하는 거죠.] [브레인스토밍걸 : 저쪽도 따라하면 어쩌죠?] [이소혜 : 걱정 말아요.]이소혜는 자신이 있었다.
인기싸움으로 들어가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이소혜 : 저쪽에는 해남파 마우스패드나 미니어처 굿즈 같은 건 없으니까.] [브레인스토밍걸 : !!]인기를 등한시한 십대길드가 부릴 수 있는 패라고 해봤자 어용??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만 홍보활동을 해온 캐릭터성도 줏대도 없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팬심과 지지를 해남파는 등에 업고 있다.
‘우리네 수련광 대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쌓아온 이미지의 힘으로 십대길드를 능가한다고.’
3.
윤아산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원요청? 그런 걸 왜 나한테 요청해요?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고 패배자는 꺼지랬으면서. 저 놀리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닌가?”
비서실장은 진중한 어조로 부정했다.
“해남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조직적으로 십대길드에 맞서고 있다고 합니다.”
“미친 거 아니에요?”
“현실에서라면 그렇겠지만 여기는 가상현실게임입니다. 신원이 들통날 걱정도 없고, 목숨도 실제 목숨이 아니지요.”
아무리 강매계약으로 점수를 왕창 까먹은 해응응이라지만 십대길드가 십여 년간 쌓아온 악명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애교에 불과했다.
“오션월드길드에서 영상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마크2 구출작전 소동에서 흑의종군 조직원들과 충돌이 있었던 오션월드길드.
그들은 지난 원한을 잊지 않고 흑의종군 플레이어들을 추적했다.
흑의종군 신입간부 제시카. 광아검 이정운의 라인. 각성능력은 나이프 홀더Knife Holder.
…누구냐.
당첨이군.
아이템 보급을 위해 마을에 들른 흑의종군 신입간부 제시카의 조.
여섯 명 남짓한 그들을 상점입구부터 내부의 손님들, 심지어는 가게주인까지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이 일어서며 무기를 겨누었다.
우리조직의 사업장 하나를 시원하게도 부숴주었더군. 감히 십대길드에 원한을 지고도 무사하리라 믿었다면 큰 오산이다.
핫, 그래서 현실이 아니라 게임에서 우리를 쫓아왔나? 떳떳하지도 못한 마약범죄소굴이 파괴되어서 복수한다고 알리긴 쪽팔렸나보네?
제시카의 비웃음에 상점주인을 연기했던 오션월드길드 간부가 비도를 날렸다.
저년만 빼고 다 죽여.
사방에서 몰아치는 습격에 빠르게 줄어드는 제시카조의 조원들.
그러나 6 대 20의 전투로도 제시카조는 간단히 밀리지 않았다.
밀수, 마약, 인신매매.
더러운 범죄로 힘을 키워온 오션월드길드 조직원들과 달리, 제시카는 흑의종군에서도 가장 음지의 일을 도맡는 광아검 이정운를 따르는 간부.
조직항쟁과 적진침투는 기본이요, 때때로 강적담당으로 생사가 오가는 고비를 넘나든다.
“쯧. 이래서 한 번 국가가 망한 놈들이란. 돌아갈 땅도 없는 주제에 저렇게 약해서 어디다 써?”
범죄야 뭘 저지르건 개의치 않는다.
그런 건 문제도 아니다.
십대길드에도 더러운 일을 도맡아줄 길드가 하나쯤은 필요하니까.
돈벌이에 한눈이 팔려서 일개 빌런조직 따위에게 무력에서 밀린다.
이건 문제였다.
조장님. 원군입니다.
브레인스토밍걸님의 지원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잘했어. 딱 좋을 때에 왔거든.
피가 뚝뚝 흐르는 두 팔을 치켜들며 제시카가 단검의 날을 세웠다.
카운터 안에 있는 놈이 대장이다.
그놈만 빼고 다 죽여.
창문과 출입문을 부수고 들이닥치는 수십 명의 복면을 쓴 시청자들.
흑의종군 방송팬덤 의 가세게 전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꺼.”
더 보기도 수치스럽다.
윤아산은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놈들은 뭐하고?”
“모두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역으로 시청자제보를 받고 선공을 당하는 그룹도 있는 모양입니다. 저희도 보는 눈을 의식해야할지도……”
이대로는 미노타우루스를 지키기는커녕 스펙 올리는 도중에 다 죽어나가게 생겼다.
“길드수뇌부 핫라인 열어.”
해남파와 흑의종군.
상대를 너무 얕봤다.
인심? 민심?
그래, 십대길드에 그런 건 없다.
그건 가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협회에 압박을 넣어야겠어.”
인생은 실전.
게임과 현실,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가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