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88)
〈 388화 〉 388 무게감의 차이
* * *
1.
십대길드는 강하다.
각성자를 탄압해온 정부.
이에 맞서 승리를 쟁취한 열 명의 초인.
2040년.
2세대 각성자들의 선두에 섰던 영웅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길드를 세웠다.
그것이 십대길드의 시초.
그 외의 모든 각성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것이 각성자협회.
각성자가 모든 사회의 정점에 군림한 이후.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었다.
한때, 정치인과 기업, 범죄자의 편이었던 법은 어느덧 각성자들을 위한 법이 되었다.
‘긴 세월이었군.’
박재호는 10년을 버텼다.
십대길드가 욕망에 눈을 뜨고 조금씩 타락해가는 와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양심.
그런 무른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협회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조일성. 십대길드의 수장이 연락을 다 주는군. 아쉬운 일이 아니면 연락이 없는 자네가 나선 걸 보아 해남파가 뜻대로 무너지지 않던가?”
쉽지 않은 상대지. 그러니 협회의 힘도 이용해야겠다. 해남파에 게이트를 연다.
각성자협회의 1대 협회장은 정부의 눈치나 보던 쓰레기였다.
그를 구축하고 2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것이 박재호 본인이었지만, 결국은 이 꼴이다.
전우는 새로운 적폐의 상징이 되었고, 그는 조일성의 도구로 전락했다.
‘굴욕인가?’
아니다.
그에게는 힘이 있다.
힘없는 자가 참는 것은 굴욕이지만 힘 있는 자가 참는 것은 인내다.
왼쪽 눈 위로 새겨진 십자의 상처.
“성무길을 불러라.”
각성자협회 협회장.
협회삼대장 박재호.
각성자협회 기획조정실장.
협회삼대장 백소천.
각성자협회 특무대장.
협회삼대장 성무길.
백소천이 떠나고, 자신이 나설 수 없는 지금.
협회가 지닌 창은 성무길 하나뿐이다.
“십대길드의 호출을 받았다는 소리는 들었소. 놈들이 뭘 요구했지?”
“해남파에 게이트를 여는 것.”
“따를 셈인가?”
“그렇다. 마력폐기물을 실은 차량을 해남동에 대량으로 투입한다.”
“빌어먹을!”
성무길의 고함에 책상 위의 서류더미가 무너지고 제멋대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당신의 밑에서 협회의 일을 도운 건 십대길드를 부수기 위해서, 그 하나의 목표 때문이라는 건!”
“물론 알고 있다.”
“그런데도 십대길드를 돕는다는 말을 내게 들려주는 저의가 뭐지? 날 버리고 녀석들과 붙어먹을 작정인가! 대답해라, 박재호!!”
협회장의 한쪽 눈은 오래도록 감겼다.
11년 전에도.
그리고 1년 전에도.
그것은 오늘도 다르지 않는다.
그의 왼쪽 눈을 뜰 날은 오늘이 아니다.
“약속했었지. 언젠가 네게, 십대길드를 부술 기회를 선물해주겠다고.”
그렇지만.
성무길의 눈이라면 뜨게 할 수 있다.
“그 기회가 다가왔다.”
“기회?”
“해남파에 게이트가 열린다. 그것으로 해남파 소속원들이 현실에 발이 묶인 사이, 십대길드는 검투사키우기에서 무언가를 얻을 속셈이겠지.”
“거기서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사망후유증. 각성자라도 피할 수 없는 막대한 페널티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십대길드의 모든 강자들에게.”
성무길은 전율에 휩싸였다.
가상현실게임.
그 미지의 세계에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사실은 극소수의 인물에게만 알려진 사실.
그렇지만 가상현실게임에는 강력한 위험이 동반된다.
사망후유증.
뇌와 영혼이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을 현실에서도 실제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착란하여 육체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여 발생하는 데미지.
그것이 지속되는 한, 동급의 각성자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한 놈으로 끝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
“최소 다섯.”
미래를 보는 눈을 뜨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이번 전장.
이번 게임.
결전의 날이 도래하는 그때.
성무길이 바랬던 복수의 날이 다가온다.
“십대길드의 최강자들만을 모은 십강. 그중 다섯 이상이 한 날 한 시에 사망후유증을 입는다.”
“!!”
“해남파의 전력이 한 걸음 물러서기에 찾아올 수 있는 기회다.”
정부가 무너지고.
십대길드의 대적자가 사라지고.
어느 누구도 그들의 뒤를 쫓을 수 없게 된 세상.
평생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을 기회라고 여겼다.
그래도 희망을 지니고 싶었다.
그렇기에 협회장의 ‘미래를 보는 눈’에 기대어 그의 밑에 머물렀다.
“으로 보지 않은 미래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사람의 눈은 이능이 없더라도 충분히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예감이 들 때가 있지.”
“…무의식의 판단. 각성자의 직감. 그런 애매한 것을 믿으라는 말이냐?”
“예지자의 직감이다. 그 정도로는 신용을 얻기에 부족한가?”
“아니. 믿어보지.”
다른 사건, 다른 계기였다면 아무리 협회장의 직감이라도 신뢰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해남파와 관련된 사건이며, 그 고강한 해남파 길드장 해응응이 엮인 일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반만 맞더라도 그 여자는 현 시대 최강의 각성자.
“최초의 귀환자 이후,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판별된 U급 각성자. 대적불가. 천재지변. 언터쳐블Untouchable 그 자체인 여자를 믿지 못하면 누구도 믿을 수 없겠지.”
닥터 요한 2세로부터 시작된 흐름은 십대길드를 끌어들이고 각성자협회마저 집어삼켰다.
‘이번 싸움. 끝이 난다면 십대길드와 협회, 해남파 중 하나는 반드시 사라지겠지.’
만에 하나 협회가 사라진다면 11년의 오랜 인내로 키워온 예지의 힘은 덧없이 사라진다.
‘성무길. 이것은 너만의 도박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욕망과 집념이 걸린 기회.
협회장 박재호는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다가오는 미래를 향한 두려움을 짓누르며.
2.
“급보입니다! 해남동에 새로운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즉시 로그아웃 하셔야 합니다!”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해남파 간부 및 흑의종군 간부들이 현실로 로그아웃했다.
그러나 백소천만큼은 로그아웃을 시도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제야 시작되었나.”
“강태백. 십대길드가 기어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까지 넘었군.”
“하하! 이제 와서 깨끗한 척 점잔 떠는 게냐? 수준차이는 있더라도 백대협 당신이 협회에서 저지러왔던 짓도 이와 다르지 않았지.”
강태백이 사납게 웃으며 검붉게 물든 주먹으로 벽을 터뜨리고 잔해를 손바닥으로 날렸다.
‘쯧. 쉽게는 보내주지 않겠다는 건가?’
마음에 드는 상대는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다가 질리거든 ‘폐기처분’을 해버리는 강태백.
그의 흉악한 성정은 마치 어린아이를 물어뜯는 맹견과도 같다.
“인정하지. 본인 또한 깨끗한 과거를 지니진 않았다.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지.”
끝없는 탐욕만을 쌓아올린 십대길드의 선봉장, 강태백.
한때의 영웅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썩어문드러지며 새로운 적폐가 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 백모씨의 손에 사지로 몰린 자들은 최소한의 기준이 있었다. 무림인이나 각성자일 것.”
“같잖은 변명이구나!”
“아니. 이것은 인간성을 유지하지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힘을 갈망하는 자가 힘에 무너지는 것은 자연한 섭리이니.”
십대길드는 달랐다.
“너희는 게이트를 열었다. 죄 없는 민간인을 사지로 함께 몰아넣었지.”
“하하. 잘도 말해주었군. 그게 ‘정령계약’으로 수백만 플레이어를 공포에 떨게 만든 길드에서 할 소리냐?”
“게임과 현실의 구분조차도 불가능한가? 이래서 현실에 동떨어진 애송이란.”
“쫄래쫄래 도망만 치는 주제에 입만 살았구나!”
“도망? 틀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폭력을 휘두를 뿐인 너희와는 다르다. 이것이 그 증거.”
태극과 무극이 쌍으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니.
오행의 상생과 음양의 상생.
기존에 깨우친 경지를 아득히 넘어서는 심득.
그 전부를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하나.
‘태극의 깨달음만은 담아내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간 무의 경지와 그 깊이가.
강태백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것을 넘어서, 처음으로 힘을 되돌려 그를 튕겨내었다.
쿵─!
보스룸의 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튕겨 들어간 강태백.
“백소천!!”
“너와의 싸움은 이 다음이다.”
보스룸의 문이 도로 생성되며 닫힌다.
보스의 어그로가 끌리는 순간, 강제로 시작되는 보스전.
게임의 기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어그로 플레이.
‘그저 살육만을 위해 보스룸을 찾아온 너에게는 이런 깊이 있는 플레이는 불가능하겠지.’
정면으로 싸운다면 몇 시간이 지나야 승리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던 강자.
한시 빨리 로그아웃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언제까지고 발이 묶여있을 수는 없었다.
‘이번 승부는 무승부로 끝내지. 하지만 너희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강태백이 보스룸에 발이 묶인 사이에 로그아웃을 하는 백소천.
[▶검투사키우기를 종료했습니다.] [캡슐을 개방합니다.]갑작스럽게 열린 게이트를 닫기까지 게임에 돌아오기는 힘들겠지만 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장문인. 소식은 들으셨소?”
[방금 막이요.]“게이트는 우리에게 맡겨주시오. 장문인에게는 다른 쪽을 부탁하겠소.”
십대길드.
그들은 늑대를 쫓아내자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으니까.
[괜찮겠나요? 모처럼 게임에 재미를 붙였으면서.]“애들 장난이오. 내 손 안의 무도 깨우치지 못했거늘, 무엇을 더 바라겠소.”
[본인의 의사가 그렇다면야.]해남파 최고수.
수련을 위해 방관하고 있던 괴팍한 장문인.
[동물원 투어나 한 바퀴 다시 돌고 올게요.] [이번에는 인형탈이 아닌 진짜로.]해응응.
그녀가 움직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