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89)
〈 389화 〉 389 기나긴 지루함의 끝
* * *
1.
솔직히 기대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쫓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무림인으로서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상황이다.
‘선만 잘 지키지 그랬나요.’
그랬다면 45일 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도 있었는데.
두려움이 너무 컸던 탓일까.
십대길드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미궁도시 라비린토스에 진입합니다.]“앗, 저 구름은!”
“당장 긴급연락망 돌려!”
“마왕검객이 미노타우루스의 멱을 따러 간다!”
마크2를 부를까?
아니, 그럴 필요도 없다.
연습이 될 만한 좋은 상대와 엮이기도 싫은 더러운 족속들은 별개다.
‘사냥을 가르친다고 진드기와 거머리를 잡는 법까지 훈련시키는 용은 없겠죠.’
더러운 것은 사냥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아이의 쾌적한 삶을 위해 치워 없애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 벤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다.
“헉!! 이쪽으로 온다!!”
“방패 들어! 어떻게든 경직만 먹이면─!”
방패. 갑옷. 검.
경직을 유발하는 모든 요소들이 일검,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쓸려나간다.
토막.
그리고 또 토막.
미궁도시를 지키던 십대길드 경비들을 하나만 남기고 전멸시키기까지는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부르세요. 당신의 무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이번 동물원 투어의 입장료는 십대길드의 수급과 피로 대신한다.
2.
[던전보스 를 단독토벌 했습니다.] [단독토벌휘장을 10종 보관했습니다.] [칭호 를 습득합니다.] [모든 데미지가 1% 상승합니다.]“당했군.”
강태백은 피가 뚝뚝 흐르는 주먹으로 던전 밖으로 이어지는 포탈을 열고 나왔다.
미궁도시 입구에 코드네임 마왕검객 출현!
십대길드 소속 길드원은 현 시각부로 미궁도시로 집결합니다.
간부급 및 각 길드의 길드장 또한 스킬수집, 칭호작, 승점작 포함 모든 작업을 중지, 즉시 미궁도시로 집결하십시오.
늑대를 쫓아냈더니 호랑이, 아니 용이 나타났다.
“흐흐.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야.”
주문서를 찢고 도착한 지정포인트.
미궁도시 입구로 몰려드는 수만 명의 길드원들.
이런 집결.
이런 광경.
기억 속 낡은 액자에나 고이 접혀있었다.
‘착취자가 아닌 도전자였을 때의 시절인가.’
강대한 정부.
각성자의 목숨을 도구처럼 이용하던 군인들.
살기 위해 일어나고.
총성과 포화가 빗발치던 전장.
정부에 가족과 친지를 인질로 잡히거나 폭탄이 주입된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의 각성자들과 치러야만 했던 사투.
아득한 과거의 악몽들이 손끝에서부터 일어난다.
무력감.
두려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더 크게 솟아나던 분노.
“마왕검객. 이 정도였나?”
그 정도의 공포가 고작 한 사람.
단 한 명을 적으로 앞둔 것만으로 되살아난다.
일성길드.
태백길드.
아산길드.
오션월드길드.
이화길드.
황금길드.
양평길드.
조준길드.
동효길드.
원중길드.
십대길드 산하 3만 5천 명의 길드원들이 현질로 맞바꾼 장비를 갖추고 도열한다.
고작 게임 속 정령 하나를 얻기 위해서 모이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전력이건만, 그 전력에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낄 줄이야.
“하하. 천하의 강태백의 입에서 칭찬이 나오다니. 두렵기라도 한가?”
“객기 부리지 마라, 소원중. 넌 예전부터 그 말 할 때마다 개박살이 났어.”
“사돈 남 말하네. 뭐? 탱킹은 나한테 맡겨라? 그 말 하고 미사일 맞고 전장 밖까지 날아갔던 녀석이 누구였더라?”
왁자지껄.
긴장을 풀려고 과거의 추태를 들먹여도 전혀 긴장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 오랜만에 머리가 맑아졌다.
무언가, 굉장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초심을 되찾은 기분이 든다.
‘뭐였더라?’
“48종 저주마법부터 시작한다. 디버프 폭격으로 마왕검객의 수준을 어떻게든 끌어내려!”
묵언검객의 능력치, 속도, 저항력 등을 낮출 저주를 쏘아대는 저주부대.
저주부대를 이끄는 대장.
이화길드의 길드장, 장이화.
기억난다.
그녀는 종종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했었지.
자신의 저주에 누군가가 절규하며 무너지는 광경 대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광경을 보고 싶다고 했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디버프 속성이 담긴 화살을 쏘아대는 궁수부대.
궁수부대를 이끄는 저격수.
조준길드의 길드장, 김조준.
그도 다르지 않다.
무언가의 머리통을 날리는 일은 지긋지긋하다고, 산골에나 박혀 살고 싶다고 했었다.
누구보다 빛나고 싶다던 아산길드의 윤아산.
난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던 오션월드길드의 마이클.
다들 똑같았다.
한때, 그들에게는 순수가 있었다.
십대길드의 수장인 조일성.
일성길드를 이끄는 그도 그랬다.
태백길드를 이끄는 길드장, 강태백.
자신 또한 다르지 않았다.
분명 그랬었는데.
머리가 탁하다.
무언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효길드와 원중길드의 길드원들이 쓰레기처럼 튕겨나가고 있어서 그럴까?
바람을 몰고 구름을 흩뿌리는 비현실적인 강함이 검기의 비를 지상에 쏟아내어서 그럴까?
거의 다 잡은 것 같았는데 멀어지는 감각.
흐릿해지는 초심.
강태백은 아쉬움을 느꼈다.
무언가, 대단히 소중한 것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시에 그는 깨달았다.
수라장을 뚫고 일상을 되찾게 해주었던 그의 전투감각이 모든 잡념을 밀어버리는 것을.
미련.
아쉬움.
그런 나약한 감정을 품고 헤쳐나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지척에서 포탄이 터지고.
방금 전까지 함께 미래를 논하던 동료가 팔 한 짝만 남기고 사라지더라도.
세 번의 호흡 내로 잊어버리지 않으면 먼저 죽은 동료와 같은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좀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다.
먼저 떠난 동료들의 몫까지 살고 싶었다.
그들의 소망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약속했는지.
기억은 흐릿하고 약속은 잊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한 방법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살아남는다.’
일단 살아남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밀어낸다.
미련도, 후회도, 소망도, 약속도, 흐릿함도.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밀려난 뒤.
일순간 찾아오는 명료한 정신.
뚜렷한 감각.
그의 두뇌에는 단 한 명의 적만이 남았다.
저것을 죽인다.
끓어오르는 살의.
패왕의 투지.
순수한 파괴욕구만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의 귓가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틀렸어, 더는 디버프가 쌓이는 속도보다 아군이 죽어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
“더는 무리다! 돌격해!!”
움직이는 대군.
달려 나가는 강자들.
강태백 또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전장의 기세가.
피부를 찌르는 감각이.
매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으니까.
눈앞의 적을 토벌한다.
11년 만에 다시 집결한 십대길드.
그들의 진면목이 가상현실게임의 세계에서 다시금 발휘되었다.
3.
[이동속도가 1% 저하됩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세 걸음 당 한 번씩 발이 무거워집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0.3초간 시야가 좁아집니다.]흥미롭다.
그녀를 상대로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반요곡이 있지 않냐고?
대요괴도 대단하기는 했다.
그의 함정에는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까.
그러나 승천의 기둥은 [안배]에 불과했다.
누구라도 좋다.
다가오는 이를 파멸시키기 위한 함정.
그녀를 위한 함정이 아니었다.
오호대장군의 총돌격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부하 장수들을 살리고자 팔 하나를 잃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부하를 살리기 위해 감수한 위험.
그녀를 멸하기 위한 돌격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오직 그녀 하나만을 위해서.
그녀를 죽이겠다는 일념.
그 하나로 덤벼드는 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음은 앞설 지라도 실력은 따르지 못했다.
실력을 메우기 위한 지혜가 부족했다.
지혜를 발휘해도 근성이 부족했다.
근성을 뒷받침할 힘이 부족했다.
항상, 무언가가 부족했다.
구멍투성이 퍼즐.
너덜너덜하게 기워진 곰인형.
그런 것들로는 만족할 수 없는 자신이 있었다.
갈증이다.
무림시절, 그녀가 겪어온 생사투.
진정한 사투를 향한 그리움과 갈증이 항상 그녀의 내면에 함께 했다.
반요곡의 어설픈 사투는 그녀를 자극했다.
다시 한 번 그때의 사투를 벌이고 싶다는.
진정한 생사결이란 이런 것이라는 감각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추구하는 자신이 있었다.
‘아지사하브를 향한 복수를 꿈꾸었을 때조차도 부족한 것은 시간이었지, 힘이 아니었죠.’
조건만 갖춘다면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다.
아주 조금.
미래의 경지를 현재에서 재림시킬 기회만 허락된다면 넘어설 수 있다.
전부 그런 적이었다.
전부 시시한 적이었다.
그런 지루함이 오늘, 처음으로 깨졌다.
‘저주. 디버프. 상태이상.’
마치 폭포와도 같았다.
폭포수를 맨 몸으로 맞으며 몸이 휘청거리듯이 온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저주의 연속.
‘모처럼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저를 실망시키지는 않겠죠?’
해응응의 눈에 자색의 빛이 번뜩였다.
마왕검객 vs 십대길드.
마왕검객 토벌전이라고 불릴 전설이 될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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