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9)
〈 39화 〉 39 신규필드와 방랑상인
* * *
1.
집주변을 서성거리던 벌레들의 처단이 끝나고
잠행술과 암기술의 성취가
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싶을 무렵.
[브이튜브 신규 BJ]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게임 반요곡(시미럴 사)] [플레이타임 02:05:07] [방송시간 00:00:01]해응응은 다시금 묵언검객이 되었다.
[히든필드보스 요괴선인 토벌완료] [도전과제] [히든보스 요괴선인을 토벌한다.(달성)] [제한시간 내에 필드를 클리어한다.(달성)] [대수림의 늪지화를 중지시킨다.(달성)] [소탕랭크SSS] [토벌랭크SSS] [도전랭크SSS] [종합랭크 9★/3★(+600%)] [MORE THAN PERFECT] [다음 필드의 기본난이도가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돌발이벤트 발생확률이 증가합니다.]클리어 기록과 함께 시작하는 방송.
그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시청자들이 채팅방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엄마 이제 춥지 않아도 돼?
ㄹㅇ 한달 다 채워서 복귀ㅋㅋㅋㅋ
월간방송 개킹받네
선생님 시청자 기강잡기가 덜 된 것 같습니다 다음엔 두 달 휴뱅 때리죠ㅋㅋ
미친놈아 그럼 니도 못 보잖아
저희 수귀자폭단 일동은 묵언검객님의 개미털기를 지지합니다 충성충성^^
수귀자폭병들 30일치 딜량 한 번에 터뜨리는 거 보소ㅋㅋㅋㅋ
기나긴 휴방에 미쳐버린 시청자들이
수귀자폭병을 자처하며
자폭테러를 저지르는 수라장 속에서도
오늘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채팅방의 존재조차 모르는 묵언검객은
인면지주가 사라진 자리에
얼마간 눈길을 주다가
다음 필드로 향하는 갈림길로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녹아내리는 대수림 필드 너머
다음 필드를 예고하는 선택지가
무언가 이상했다.
【대수림의 너머】
[당신의 앞에 펼쳐진 풍경은….] [1.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 [2. 무너진 요새의 후방으로 이어지는 샛길.]본래라면 이래야했을 선택지가
【대수림의 너머】
[당신의 앞에 펼쳐진 풍경은….] [1. 붕괴 직전의 동굴] [2. 무너진 요새의 후방으로 이어지는 샛길]아직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누구도 지나갈 수 없다고 여겼던 막다른 길이
어째서인지 묵언검객에게는
붕괴 직전의 동굴이라는 선택지로
새롭게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이내 그 원인을 깨달았다.
와 대수림을 시간제한 안에 클리어해서 신규필드 개방된 거임?
아니 원래 이런 필드가 있었다고??
ㅁㅊ 10년 만에 새로 등장하는 맵ㄷㄷㄷ
이걸 오픈 안하고 감추고 있던 게임사가 더 대단하네ㅋㅋㅋ
진짜 유출 하나 없이 10년 존버를 타는 게임사나 그걸 또 찾아낸 묵언검객이나 ㅋㅋㅋ
수많은 명작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시미럴 사.
대작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비해
베일에 감춰진 면모가 많은 이 게임사는
게임에 히든요소를 잔뜩 감춘 걸로도 유명한데
출시 5년차까지도
게임의 85%만이 밝혀졌다고 공개할 정도로
꽁꽁 숨겨둔 요소가 많았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각성자 플레이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각성자 난이도 루트였기에
뭔가 감춰져있다는 걸 알면서도 역량이 부족해서
밝혀낼 수가 없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궁금해 미칠 것 같은
그림의 떡 같은 히든요소들이었다.
헌데 그런 그림의 떡 중 하나인
대수림의 끝에 존재하는 막다른 길을
묵언검객이 대뜸 그림 밖으로 끄집어냈다.
진짜 난놈은 난놈임
방송을 월간방송 때리는 악질이라 그렇지ㅇㅇ
소통이 없는 불통의 아이콘이라 그렇지ㅇㅇ
말을 안 하는 묵언컨셉충이라 그렇지ㅇㅇ
아니 시발 이렇게 보니 단점이 쥰내 많네
너희가 고른 방송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한 달 만에 공지도 없이 방송을 킨 주제에
리액션은 하나도 없이
오늘도 묵묵히
그저 게임만 진행할 모습이 빤히 보이지만
몰입이 되는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전투
감동적인 스토리에 기대감을 품은 시청자들은
?
?
뭐임?
환각을 봤나?
당신 누구야 묵언검객 선생님 어딨어!
동굴을 건너기 전
갑자기 묵언검객이 손으로 브이를 만들며
다분히 시청자를 의식한 리액션을 보이자
뜬금포 무지성 리액션에
무수한 갈고리를 쏟아내었다.
왜 리액션?
뭔데 저 소심하고 어색한 브이는
미션임?
그런 미션 없음
그럼 갑자기 왜 저러는데
ㄹㅇ 아무도 모름
아니ㅋㅋㅋ 진짜 맥락 없네
무지성 리액션의 원인.
그것은 오직 묵언검객만이 알고 있었다.
2.
일전에 거리에서 시민들이 알아보는 소동으로
기록경쟁 컨텐츠에서
자신의 기록이 올라갔다고 믿고 있는
틀린 건 아닌데 맞는 것도 아닌
반쪽짜리 깨달음을 얻은 해응응.
그녀는 고민했다.
‘지금 제가 플레이하는 모습도 누군가의 눈에는 실루엣으로 보이겠죠?’
기록경쟁 1위의 실루엣이
도전자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떠올리니
조그마한 장난기가 솟아올랐다.
‘1등의 특권은 후발주자들을 약 올리는 거죠.’
자신은 다른 이들이 보이지 않지만
다른 이들은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일방적 관계에서 성립되는 이기적인 딜교.
해응응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다.
20년 전.
그녀가 즐기던 한 레이싱게임의
1등 기록 달성자가
차량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와 에베베 거리며 약 올리는 실루엣은
험난한 무림생활을 거쳐
20년 뒤의 현대에 귀환한 지금도 떠오를 정도로
무척이나 열 받는 경험이었으니까.
‘제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분명 기록에서 뒤처진 사람들이 열이 잔뜩 받겠죠?’
걷다가 브이
돌아보면서 브이
심심하면 브이
마치 사진이라도 찍으러 나온 여고생처럼
시도 때도 모르고 계속되는 브이는
[돈많은오빠 님이 100000원 후원!]묵언검객의 브이. 이것은 희귀하군요
[비밀친구 님이 50000원 후원!]방송 최초의 리액션이 이딴 거…?
[무지성브이뭔데 님이 50000원 후원!]이분 왜 자꾸 브이만 날리는 거임 귀여워서 좋기는 한데 영문을 모르겠네
많은 후원과 리액션에 대한 감사함을 유발했다.
소통 한 번도 없었던 스트리머가
처음으로 시청자와
의사소통(브이사인)을 하고 있는데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다혜 님이 10000원 후원!]나 이런 거 좋아하는 구나
어쩐지 우결 절대 안한다 싶더니 2다혜 여자 좋아하네ㅋㅋㅋㅋ
팍스련 브이 하나로 몇 명을 홀리는 거여
요망한 브이
북적북적한 분위기 속에서
신규필드의 스토리모드가 시작되었다.
3.
[Story mode]묵언검객이 동굴 건너편으로 빠져나온 직후.
와르르 소리와 함께
동굴이 등 뒤에서 무너져 내렸다.
[대수림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동굴] [의식의 동굴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이면세계가 있으니] [모래와 흙 대신 잿더미가 쌓이고] [자연의 기운은 모두 고갈되어 어떠한 생명도 피어날 수 없는 죽음과 파멸의 토지] [요괴들의 고향이자 버려진 성역]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악명 높은 요계.] [당신의 여정의 종착지가 될지도 모를, 저승으로 향하기에 가장 빠른 길이다.]삼엄한 경고.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위험한 필드.
묵언검객의 여정
그 네 번째 필드에 접어들며
시청자들은 말했다.
이런 곳이 있었어?
여기가 어디여
요괴들이 간혹 말하던 자기네 고향인 듯
허미쉿팔 여길 왜 온 거야;
그냥 돌아가면 안 돼?
응 안돼 동굴 무너졌어 못 돌아가
ㅈ 됐 다
묵언검객 mk2, 드디어 네가 빛을 볼 날이 찾아왔구나. 다시는 꺼낼 일이 없을 줄 알았단다!
대수림보다 더한 필드에
죽기 딱 좋은 곳에 제 발로 찾아와버렸다고.
반요곡을 플레이하고
요계가 어떤 곳인지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은 시청자들은
당연히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요곡의 요괴들도 요계출신이잖아
와따 제대로 조졌네;
그럼 여긴 필드보스가 막 돌아다니는 동네야?
한 걸음마다 요괴가 하나씩 나타나고
필드보스가 잡몹처럼 등장할지도 모를
전인미답의 인외마경.
지금 당장 자살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삶의 희망마저 단념하게 되는 요계에서
어떠한 관련정보도 없이
그저 게임을 플레이할 뿐인 묵언검객은
거침없이 발을 옮겼다.
아니 씹ㅋㅋㅋ 쫄지도 않아
우리 방장님은 13남자입니다
십상남자 ㅇㅈ
공포를 못 느껴 이 사람
지금 당신 캐릭터가 터지게 생겼는데 왜 우리만 무서워하냐고!
ㄹㅇㅋㅋ 다른 방송에서는 스트리머가 공포에 떨고 시청자들만 신났는데 여긴 반대임
묵언검객 하꼬 스트리머라서 죽을 때 동화율 드랍하는 방법도 모를 것 같다고 ㅠㅠ
ㄹㅇ 사망후유증 빡세게 와서 한 반년 정도 잠수타도 이상하지 않음
와 ㅅㅂ 죽으면 방송이 사라지네 이게 그 유명한 로그라이크라는 거냐?
로그라이크 방송ㄷㄷㄷㄷ
발끝마다 훅 걷어차이거나 푹 가라앉는
잿가루의 묘한 촉감을 느끼며
모래사장에 처음 온 아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던 묵언검객.
그녀의 귓가에 요상한 소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듕 듀듕 듕..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걸음의 간격을 바꾸고
몸의 무게중심을 변경하며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먹이를 찾은 맹수처럼
조용히 소리를 추적한 묵언검객.
잿더미의 언덕을 모두 오른 그녀의 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듀듀듕 듕~ 듀듕 듕 듀듕~”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잿더미를 파헤치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커다란 자루에 집어넣는
이마 위로 뿔 두 개가 돋아난
파란 피부의 소녀.
그녀가 돌연 고개를 불쑥 들더니
묵언검객을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으잉? 인간아. 여기서 뭐하니?]뭔가 지금껏 마주친 반요들이나 요괴와는
반응이 달랐다.
굳이 비교하자면 어린 인면지주처럼
공격성보다 호감을 먼저 보이는
비선공형 몬스터의 모습.
엥? 저거 상인NPC 아님?
떠돌이 방랑상인이잖아
홀리쉿
저거 무너진 요새에서 무기 줍고 다니던 그 상인 아님?
ㄴㄴ 정확히는 이미 클리어 한 필드에서 잔해 뒤지고 다니는 NPC임
듀듕 둥장
아니ㅋㅋㅋ 쥰내 귀엽네
그리고 그 NPC는
게임진행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아이템의 매매를 도와주는
반요곡의 몇 안 되는 플레이어 친화적 NPC.
방랑상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