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90)
〈 390화 〉 390 뒤를 돌아보지 않을 각오
* * *
1.
혼자는 외롭다.
낯선 세계의 천애고아가 된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을 잡은 이유는 분명 외로웠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잔뜩 잃고도 매번 새로운 만남을 밀어내지 못했던 이유도 외로웠기 때문이다.
‘이 무공을 처음 창시했을 시절, 그때의 저는 참 나약했었죠.’
경지가 오르고, 마교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고.
진지하게 황제와 중원무림을 향한 복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린 날의 나는 소망했다.
다시는 나약함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이 꺾이는 일이 다가오더라도, 그 고통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마음을 도려내는 아픔의 끝에 이루어낸 결실.
자신을 자화요녀라 부르던 무림인들에게 진정으로 그 이름에 걸맞은 악몽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다짐한 결과.
그것이 바로 화산파의 이화접목에 마교의 금주를 섞어 만들어낸 심법, 자하신공이다.
[이동속도 저하의 저주가 파해 됩니다.] [시야감소의 저주가 회복됩니다.] [모든 저주와 부정한 기운이 자하신공의 자하기공에 정화됩니다.] [독에 저항합니다.] [저주를 반사합니다.] [공간왜곡을 닫습니다.]울지 않겠다.
망설이지 않겠다.
마음이 약해지지 않겠다.
그 모든 다짐이 모여 정신을 다잡는다.
그리하여 「불변」을 이룩한다.
“저, 저주가 전부 캔슬됐어!!”
“저 자색기운을 깎아야해!!”
“폭격을 퍼부어!!!”
강제적인 명정상태를 불러일으키는 정신각성기.
그 기운을 깎아내겠다고 대기가 꿀렁거릴 정도로 많은 마법과 원거리 각성기술이 일제히, 연이어, 마치 파도처럼 거듭 몰아친다.
모두에게 미움 받고 적이 되는 것은 그리 낯설거나 생소한 경험은 아니다.
무림공적.
그것은 곧 세계의 적을 의미했으니까.
그러니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면.
무림을, 세계를 적으로 돌리고도 그 전부를 꺾을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그러니 자하신공????은 평범한 무공이어서는 안 됐다.
‘새로운 무공이란 새로운 캐릭터메이킹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죠.’
위력을 올리려면 동작이 커지고, 속성력을 담아내려면 체온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며 발생하는 위험 따위를 감수해야 한다.
금제와 축복.
무언가를 감수하기에 비로소 반대급부로 이득이 생긴다.
완벽무결한 무적의 무공은 없다.
‘그 무렵의 제가 걸 수 있는 모든 것을 자하심공 하나에 담아내었어요.’
습득의 제약.
비인부전이라 부르며 사람됨이 모자란 이에게는 기술을 전수하지 않는다는 대부분의 초일류무공이 지닌 제약.
이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자하신공을 익히려는 자.
상실과 고통을 경험해야 하니.
열이 넘는 은인을 잃고, 백이 넘는 사문의 동도들을 잃어보지 못한 자에게 자하신공은 그 하늘을 허락지 않는다.
상처로 계단을 만들고 고통으로 지붕을 덮으니.
이것은 입문을 위한 무공이 아니다.
뜻을 전하거나 명예를 드높일 무공도 아니다.
진혼?.
적의 피와 비명으로 죽은 이들을 기리는 마공.
마음속에 일말의 미련이라도 남아있는 적에게는 이 무공을 펼칠 수 없다.
소중한 이를 잃어본 자만이 느끼는 상실감.
적을 향한 순수한 증오에서 비롯된 복수심.
그 모두를 지닌 자들에게만 허락된 무공이다.
마치 반요곡의 이 그랬듯이.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최강의 패배자를 위한 무공.
패배를 딛고 일어난.
두 번 다시 패배하지 않겠다는 절실함에서 완성되는 무공이다.
“벗겨낼 수가 없어!! 이미 최대치의 출력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런데도 통하지가 않아!!”
“어째서냐. 어째서 힘이 줄어들지를 않는 거냐, 묵언검객!!”
자하신공을 익힌 자, 무림 전체나 다름없는 중원무림의 대군을 상대로 밀려서는 아니 되니.
대군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공방일체의 무적기.
호신강기.
격하의 존재에게 일격조차 허용치 않는 호신강기를 한 줌의 자하일기공 위에 적의 기를 얹고 빼앗고 약탈하며 거듭 재생한다.
무적의 방패.
그 뒤에 도사리는 금제는 .
작은 물결 하나에 강이 무너지듯이 단 한 번의 공격만 자하일기공을 뚫어도 막대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호신강기는 무너진다.
절대무적이라는 인과의 결과를 앞당겼지만, 무적이 침범당하는 순간 소실되는 결과.
감수해야 할 페널티는 더욱 막대하다.
탈각.
탈태.
경지를 올리기 전까지는 두 번 다시 자하일기공을 사용할 수 없다.
의념의 경지, 화경에 발을 들이지도 못한 주제에 무학을 뛰어넘어 스스로 법칙을 개변하려 든 대가는 그토록 가혹하다.
그렇기에 동시에 이 힘은 강하다.
‘누가 죽음을 두려워않고 자하일기공을 뚫으려 들 수 있을까요? 적어도 범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자하일기공의 위험을 깨달은 강자들은 대군을 앞세우는 대신, 스스로 군세를 가르며 앞장설 수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다면 한 사람에게 대군이, 군세가, 조직의 위신이 무너지는 꼴을 목도하게 되니까.
“이번엔 우리가 상대다.”
“한국십강. 이 나라의 정점에 군림하는 열 명의 강자들을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더는 멋대로 설치게 두지 않겠다.”
수백 단위의 부하들을 일격에 쓸어버릴 수 있는 검기들을 받아내는 열 명의 강자.
십대길드의 수장들로 이루어진 한국십강.
그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면에 나섰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창을 받아본 적 있나?”
그렇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창.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도.
신창이니 벽력도제의 자손이니 하는 그럴싸한 별호를 지닌 고수들은 중원무림에 가득했다.
그들은 모두 패했다.
살아남은 것은 자화요녀.
그 차이는 각오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귀주제일의 신창. 그가 신창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창잡이들은 몇 명이었을까요.’
귀주성에서 창을 쥔 자.
그 수를 모두 합쳐도 육천 명이 채 넘지 않았다.
벽력도제의 자손.
그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넘어야 할 도객 또한 팔천 명에 불과했다.
자화요녀.
그 이름을 공포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꺾어야 할 중원무림의 무인은 백만을 넘었다.
카앙!
너무나도 가벼운 창.
뜻의념이라고는 조금도 담기지 않은 공격.
그런 가벼움에 당할 자하신공이 아니다.
“으으윽?!”
읽힌다.
눈앞의 창잡이가 지닌 두려움이.
흡착의 공능에 어찌할 도리를 모르고 창과 맞닿은 검의 움직임에 끌려 다니는 나약함이.
‘누군가는 무공에 감정을 싣고, 강해지고 싶다는 일념을 싣고, 그 모든 감정과 번뇌를 떨쳐낸 무심을 담아내기도 하죠.’
창잡이의 창에 실린 빠름은 자하일기공의 그것만도 못했다.
법칙을 빌려 쓰되 위험조차 짊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편리하게 휘두르는 장난감 같은 창에 속도가 붙을 수 있는가.
없다.
군더더기 투성이다.
욕심이 가득한 창은 느려진다.
강하게 털어내듯이 치켜든 검.
그 앞에 창을 쥔 두 팔이 훤히 들어 올려진 채로 복부가 노출된 십강의 일원.
최초의 일인의 몸통을 향해 검을 내리 베었다.
[를 사살했습니다.]불과 단 한 번의 초수교환.
일합의 교착 끝에 십대고수 중 한 명이 죽었다.
“!!”
“그 정동효의 창을 일순간에 가지고 놀아?”
“우리랑 같은 인간은 맞는 건가?”
남은 아홉 명의 투기가 일변했다.
그래, 저 눈이다.
처음부터 저런 눈이 되기를 바랬다.
‘이제야 시작점에 서주었군요.’
단 한 번의 공격도 섣불리 내지르지 마라.
실패는 곧 죽음으로 직결되니.
치열하게 고민해라.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통할 수 있을지 두려워해라.
너희의 일생이 일초로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면.
기지를 발휘하고.
용기를 발휘하며.
지혜를, 무력을, 가능한 모든 힘을 쥐어짜내라.
그러지 않으면.
매 순간, 단 한 번의 공격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너희가 누구와 겨루고 있는지 그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지 못한다면 애타는 갈망에 달아오른 몸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할 테니까.
‘최선을 다하세요. 영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서 덤비세요.’
그러지 못한다면…….
그들의 죽음은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다시 한 번 반복되게 만들 것이다.
2.
자하신공은 막대한 페널티를 지닌 무공.
무적이나 다름없는 공방력을 자랑하지만 단 한 번, 한 번만이라도 그 힘을 돌파하는 적이 나타난다면 그 힘은 경지상승 전까지 소실된다.
바로 거기에 이 결전에서 십대길드가 이길 승산이 존재했다.
한 번.
한 번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다.
마왕검객의 자하신공을 능가하면 된다.
그녀의 기공을 뚫고 생채기라도 내면 된다.
그리하면, 아머드태종의 핵폭발마저도 막아낸 자하신공을 소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약점이란 무적이나 다름없으니.
‘현역으로 뛸 때도 느껴보지 못한 절망감이다.’
‘십강이 두세 명씩 합공을 펼쳐야 겨우 일격을 받아낼 수 있는 괴물이라니.’
‘정녕 이것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이 정도의 마력을 발휘할 수 없다.
고갈되지도 않는다.
마모되지도 않는다.
흔들림조차도 없다.
절대부동.
절대불변.
절대무적.
자색의 검기가 자아내는 이십사수의 매화의 허초가 모두 실초로 돌변하며 합공을 부수고 도리어 목숨을 위협해온다.
하늘을 수놓는 마법폭격이 장막처럼 펼쳐지는 총천연색의 오로라와 함께 지우개로 지운 듯이 쓸려나간다.
그 뒤에 찾아오는 것은 넋을 놓을 것처럼 아름다운 자색의 번뜩임.
“이대로는 안 된다.”
십대고수의 무투파.
태백길드의 강태백이 두 손 가득 검붉은 기운을 뭉치며 말했다.
“모두가 무사한 채로 당해낼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녀석은 마력의 총량, 공방력, 전투력 모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우위에 있다.”
추정등급 U급.
한 번 출몰하면 국가소멸은 기본이요, 인류의 영역이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사태마저 감수해야 하는 인류의 천적.
언터쳐블Untouchable급 몬스터.
“녀석을 U급이라고 생각해라.”
“체면 차릴 때가 아니군.”
U급 몬스터의 토벌방식은 하나밖에 없다.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든다.
죽일 수 있다면 생존.
모두가 당하면 실패.
그 이외의 공략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악몽.
전원이 죽을 각오로 덤벼들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리미트에 걸리는 짓은 하기 싫었는데.”
“재수 없으면 현실에서 종말점에 걸릴 것도 각오해야겠군.”
“이 싸움에 그만한 가치가 있나?”
누군가의 물음에 나머지 전원이 답했다.
“물론 있다.”
“녀석은 현실에서도 ‘저 짓’을 할 수 있다.”
“현실의 목숨을 잃지 않고 ‘저것’을 상대로 이기는 경험을 쌓을 기회는 지금뿐이야.”
“그런가. 그렇다면 걸 수밖에 없겠는걸. 목숨 정도는!”
“묵언검객. 이번에는 조금 다를 거다.”
현실의 육체에 보이지 않는 시간제한을 만드는 종말점.
그것의 단초가 될지도 모르기에 과도한 힘의 운용을 본능적으로 기피해왔던 십대고수.
그들이 처음으로 스스로가 정한 출력제한을 넘기기로 각오했다.
스르륵.
그 각오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사선으로 비스듬히 선 채, 검을 치켜드는 묵언검객.
그녀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자색의 기류가 아홉으로 줄어든 십대고수의 살의의 격동에 맞물리며 허공에서 사라졌다.
마왕에게 맞설 최소한의 자격.
그것은 뒤를 돌아보지 않을 각오다.
죽음을 피하지 않을 결의를 다진 지금,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결이 성사됐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무제한급 격돌.
마왕검객 vs 십대길드.
그 2차전이 시작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