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91)
〈 391화 〉 391 마왕검객 VS 한국십강
* * *
1.
한 걸음. 한 걸음.
노력으로 쌓아올린 힘은 강하다.
소원중의 각성능력 이 그랬다.
‘기껏해야 손등에서 발톱이 나오는 능력 따위, 초능력자 영화의 늑대인간만도 못했지.’
재생능력도 없다.
초인적인 도약능력도 없다.
가진 거라곤 그저 발톱을 꺼내고 넣는 능력.
창이나 검보다도 짧다.
사거리도 주먹을 휘두르는 거나 다름없다.
그런 주제에 발톱의 강도마저도 하찮다.
쓰레기 능력.
최하위 버러지.
차라리 일반인으로 태어나는 것만 못한 역겨울 정도로 무가치한 능력이었다.
“소원중. 네 능력에 한계를 규정하지 마라. 능력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강해진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조일성.
인간의 한계를 믿지 않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 남자가 그에게 말했다.
“네 능력은 아직 더 강해질 수 있다.”
그 한 마디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쓰레기가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었다.
“가르쳐줘!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든 생성계열 능력은 ‘재구성’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재구성…?”
“떠올려본 적 있나? 네 발톱이 보다 단단해지고, 단단해지고, 거듭 단단해져서 세상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미래를.”
“없어. 그런 일, 이딴 물러터진 발톱으로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떠올려라. 그리고 대가를 지불해라.”
“대가?”
“스스로가 납득할 때까지 네 발톱을 부러뜨리는 거다.”
“발톱을?!”
“괴롭겠지. 미치도록 힘들 거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들겠지. 이 정도로 고통스럽다면, 이만큼의 고통을 감수했다면. 세상만물을 베지는 못해도 금속 정도는 베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설 때, 능력은 진화한다. 무엇이든 베는 ‘발톱’이 지닌 가능성을 믿어라. 분노를 쌓아라.”
“가능성….”
“이 전쟁의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그때의 너는 최강이 되어있을 거다.”
조일성의 말은 옳았다.
몬스터와의 전쟁.
정부와의 전쟁.
모든 시련을 극복한 뒤, 그는 강자가 됐다.
한국사회의 정점에 군림하는 열 명의 초인 중 하나로 당당히 그 이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나. 이런 지난 일들을 떠올리는 건.’
지난 10년은 달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는 변했다.
피와 갈증을 탐하고, 항상 무언가를 이 발톱으로 찢어왔다.
최강이 되겠다는 갈증은 거기에 없었다.
잔혹한 유혈본능을 달랠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
그는 더 이상 발톱을 부수지 않았다.
자신의 발톱을 부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부수고, 부수고, 또 부쉈다.
초저녁의 어스름처럼 번지는 핏자국.
생명의 빛을 머금으며 뜨겁게 맥동하지만, 이내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버리는 어스름처럼 생명을 꺼뜨리는 절멸기.
비장의 절초를 휘두르는 그 순간까지도 소원중은 여느 때의 살육이 되풀이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까아앙!!
“!!”
다이아몬드는 물론이고 골렘의 외장갑마저도 가를 수 있는 발톱이 막히기 전까지는.
막혔다.
실패를 깨닫기 무섭게 전신의 털이 곤두서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억겁처럼 길게 늘어지는 1초의 시간.
온 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손발의 감각이 사라졌다.
자색강기.
부술 수 없는 장벽.
그 너머로부터 죽음이 번뜩였다.
서걱!
베였다.
자신이 아닌, 그 앞을 막아선 박양평이.
‘살아라. 네 발톱은 잃어서는 안 된다.’
지난 날, 전장에서 나누었던 우정이 떠오르기라도 했던 걸까.
박양평은 그의 앞을 막고, 대신 죽었다.
[님이 살해당했습니다.]알고 있다.
가상세계에서의 거짓된 죽음이라고.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한 기폭제가 되었다.
수없이 겪어왔던 죽음.
10년도 더 전의 전장에서 겪었던 지옥도.
그때의 절박함이.
그때의 처절함이.
필름이 풀린 것처럼 머릿속에 펼쳐졌다.
“으아아아아!!”
그때도 같았다.
수많은 동료가 목숨을 걸었다.
인간이 개미처럼 죽어나갔다.
열 명의 죽음으로 아흔 명이 전진하고.
스무 명의 죽음으로 일흔 명이 공격을 가했다.
서른 명의 죽음으로 마흔 명이 살아남았다.
그런 마흔 명을, 암부의 각성자들이 공격했다.
민중의 영웅 따위는 필요 없다고.
자신들의 권력이 위협받기를 두려워해서.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죽은 이들의 넋이라도 기려주기를 원했다.
돌아온 것은 납으로 된 탄이요,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불의 비였다.
아무도 기리지 않는다.
감사해하지도 않는다.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까? 전우들의 희생을 비웃고 욕보인 역겨운 놈들에게.
누군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그래요, 복수입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필요 없습니다.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흐릿한 기억.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누군가가 말했다.
간직해봤자 고통스럽기만 할뿐인 기억이라면, 이런 기억도 필요 없겠죠.
그래서 잊었다.
그렇게 증오만이 남았다.
무엇을 향한 것인지도 모를 뿌리깊은 증오만이.
그 봉인이 깨졌다.
지금 이 순간, 처절했던 전장의 기억을 떠올림으로 인해.
세상의 끝을 알리는 자색의 구름이 지상에 도달한다.
지면이 붕괴하며, 대지가 소실된다.
동료의 목숨이, 소중한 추억이, 모두와의 약속이 바스러지던 악몽 같은 과거.
언터쳐블 급 몬스터의 침공에 맞서던 먼 옛날의 기억처럼.
세상이, 확실하게 멸망으로 치닫는다.
‘그래, 그때도 이랬었지.’
확실하게 떠올랐다.
그때의 발톱은 이런 무딘 발톱이 아니었다.
체내에서 내장을 붙잡고 갈가리 찢기 위해 자라나는 가시 따위는 없었다.
한없이 순수하게, 오직 일념으로.
눈앞의 적을 베겠다는 각오로 벼려낸 발톱이었다.
‘이런 발톱은 필요 없어.’
카강!
잡아 뜯었다.
뼈를 분지르는 고통과 함께 눈앞이 새하얘졌다.
두 명인가.
아니면 세 명인가.
그 짧은 틈에 더 많은 동료들이 죽었다.
시야가 돌아왔을 때.
절박함만이 남은 그의 눈이 목도했다.
저 가공스러운 괴물을 단신으로 저지하고 있는 한국십강의 필두, 조일성의 뒷모습이.
“전원!! 소원중의 길을 열어라!!”
“한 번만이야. 두 번은 절대 못 해.”
개화하는 자색의 매화를 장이화의 검에서 피어난 꽃잎이 필사적으로 틀어막는다.
변화무쌍한 변검의 달인인 그녀조차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변초 앞에 시시각각 상흔이 더해지며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희생으로, 소원중은 접근할 기회를 얻었다.
“저건 내가 막아주마!”
변초의 너머, 마주보기도 두려울 정도의 힘이 응축된 빛의 덩어리가 날아들었다.
강기를 뭉치고 빚어낸 강환을 오션월드길드의 수장, 마이클이 끌어안으며 심해로 가라앉듯이 지면 저 아래로 사라졌다.
구구궁─!
땅울림과 함께 열린 진로.
앞선 강환보다 밀도는 적어도 규모는 압도적으로 큰 거대한 강기의 그물이 천지를 덮을 기세로 펼쳐진다.
“쯧. 손해 보는 장사는 질색인데.”
자세를 취한 김조준이 두 눈 가득 푸른 귀화를 뿜어내며 마력의 활을 겨냥했다.
눈을 뜨는 시간과 세기에 비례해서 파괴력이 오르는 대신, 시력을 앗아가는 능력.
두 눈 가득 핏물이 흐를 정도로 더해진 위력이 강기의 그물을 찢으며 길을 열었다.
“드디어 이 몸의 차례인가!”
“미덥잖은 녀석이 남았네.”
“닥쳐. 너는 발톱, 나는 방패다.”
너무 많은 인원이 줄었다.
더는 대신 막아줄 동료에도 여유가 없다.
쾅!
끈질기게 마왕검객을 붙들고 있던 조일성도 지금 막 나가떨어졌다.
마왕검객과 소원중의 사이에 남은 사람은 이제 강태백 한 명뿐.
“탱킹은 나한테 맡겨라.”
개죽음이 될 수도 있다.
일격에 그가 죽고, 이격에 소원중이 죽는다.
그대로 한국십강이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를.
그런 불안을.
강태백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서진다.
적의 검보다 자신의 뼈가 먼저.
단련된 육체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근력에 스스로 붕괴하는 것을 느낀 강태백.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뼈가 부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섰다.
따다당!!
번개처럼 가속하는 검이 주먹을 쥔 팔의 혈관과 신경을 도려낸다.
‘알고 있었다, 네놈의 실력이라면 그 정도는 해낼 거라고!’
그래서 강태백은 팔 전체를 뼈와 근육, 신경과 혈관이 아닌 마력으로 지탱했다.
그 각오가 속도를 잃지 않고 주먹을 내지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밀어낸다.
산을 꺼뜨리고, 대지를 초토화시키는 거대한 해일의 진격과도 같은 공세를.
천지를 무너뜨릴 기세로 끌어올린 최대전개의 힘으로 받아낸다.
스스슷
공세가 밀려나는 즉시 변화하는 검결.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를 따라 얼어붙는 폐부.
호흡의 자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극빙지기의 공기를 자하신공의 극양지기가 팽창시키며 발생하는 폭발적인 음양조화공.
일격에 전신의 반이 떨어져나갔지만, 사망판정이 일어나기까지는 0.3초의 딜레이가 있다.
‘명색이 탱커라면, 한 번 막고 나가떨어지는 추태는 보일 수 없단 말이다!!’
이미 숨이 끊어지고도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일 없이, 폭발의 여파를 소원중의 침투로 옆으로 밀어 날리는 강태백의 남은 반쪽의 신체.
지이이잉──
그런 처절한 분투조차 절망으로 물들게 만드는 새하얀 빛이 마왕검객의 이마에 맺힌다.
늦었다.
아무리 빠르게 발톱을 휘두르더라도 소용 없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발톱은 없다.
끝인가.
여기까지 와놓고, 이렇게 허무하게?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딱 소리와 함께 묵언검객의 이마가 위로 젖혀졌다.
조일성.
한계를 모르는 노력으로 카피해낸 한국십강의 필두, 조일성의 투척이 빔의 경로를 위로 틀었다.
마침내 찾아왔다.
단 한 번의 기회가.
소원중의 발톱이 번뜩였다.
한국십강 전원이 목숨을 건 합공.
처절한 돌격의 끝에.
[자하일기공이 파훼되었습니다.] [자하신공이 흩어집니다.]절대무적의 힘.
마르지 않던 자색강기가 흩어졌다.
‘해냈구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웃는 소원중.
그의 세계가 뒤집혔다.
[님이 사살되었습니다.]목을 잃고 우두커니 선 육신.
떨어져나간 목.
그의 시야에 비추는 생존자는 고작 하나.
‘열이 덤벼서 하나만 남기고 모두가 죽다니. 가성비가 얼마나 구린 거야.’
어느 틈에 다들 죽어버린 건지 깨닫지도 못했다.
마왕검객의 자색강기를 없애기까지 치러야했던 대가는 한국십강 중 아홉의 죽음.
십대길드의 최강자, 조일성을 제외한 전원의 사망과 강제로그아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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