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0)
〈 40화 〉 40 바라는 것
* * *
1.
반요곡의 플레이어 사이에서 방랑상인은
잡템을 매입해주는 유이한 NPC라는 점 외에도
특유의 틱틱거리는 태도와
반전매력 때문에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
“혈귀의 잿가루? 으에엑. 어째서 그런 걸 가지고 다니는 거야? 기분 나빠.”
“수귀의 피막? 독주머니? 윽, 끈적거려. 변태야? 너 이런 거 모으고 다니니?”
“와, 예쁜 돌! 나 이거 살래살래. 100혼은 어때? 뭐? 이딴 게 왜 잿가루보다 100배 비싸냐고? 그야 사고 싶은 요괴 맘이지!”
보통의 매입NPC가
이 아이템은 얼마입니다.
본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판에 박힌 소리만 하던 것에 비하면
방랑상인은
톡톡 튀는 매력을 지닌
반요곡의 몇 안 되는 힐링요소.
시미럴 사에서
작정하고 만든 힐링NPC인 만큼
반요곡이 막 유행할 무렵
상인NPC만 덕질하던 플레이어가 적지 않았다.
얘네 뭐함?
(일시정지 화면이 아닙니다)
아놔 진짜 렉 걸린줄 알았네ㅋㅋㅋ
그러나 지금
요계에서 마주친 방랑상인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물건을 팔라며 종용해오지도 않았고
묵언검객 또한
그녀가 상인이라는 사실조차 몰랐기에
거래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
“?”
야생에서 마주친 두 올빼미마냥
서로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할 뿐.
말을 해!!
묵언검객님은 묵언수행 컨셉이십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컨셉인데ㅅㅂ
설마 말을 못해서 상점 이용 못하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움이 두 배? 이건 못 참지
방랑상인x묵언검객 동인지 뜬다 100% 장담함
니가 그릴 거구나?
아뉘 어케 알았지; 비밀을 눈치 챈 이상..
방통위 신고
도게자를 한다
ㅇㅋ 한 번만 봐줌
차라리 인면지주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문답무용으로 요괴는 적이라고 베었겠지만.
해응응도 반요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몸소 깨우친 지금은
적의를 보이지도 않고 큰 눈을 깜빡거리는
맑은 눈의 요괴소녀를 공격할 의사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묵언검객이.. 베지 않았어?
두 번째 생존자 각이냐?
두 번째는 아니지 인면지주도 결국 죽었잖아
진짜네?
도망쳐 방랑상인! 이 여자의 주변에서 살아남은 NPC는 단 한 명도 없다고!
ㅋㅋㅋㅋ큐ㅠㅠㅠ
웃긴데 슬프다 ㄹㅇㅠㅠㅠ
네이놈 몰살검객! 우리한테서 마스코트 인면지주를 빼앗아간 걸로도 모자라서 방랑상인까지 죽일 셈이냐!
어색한 정적을 먼저 깬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방랑상인이었다.
[저기, 위험하지 않아? 인간이 이런 곳에 돌아다니면 금방 죽어버린다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한가하면 이거나 도와주지 않을래?]방랑상인의 권유에 떠오르는 선택창.
【상호작용 선택지】
1. 발굴 작업을 돕는다.
2. 발굴 작업을 돕는 척 물건을 훔친다.
3. (무방비한 요괴를 죽인다.)
조력, 사기, 퇴치.
세 개의 선택지를 앞두고
해응응은 결정했다.
[▶발굴 작업을 돕는다.]잿더미 구덩이에 내려와
안으로 손을 뻗자
이런저런 물건이 손끝에 잡혔다.
[귀퉁이가 깨진 두꺼비조각상] [찢어진 천 옷] [빛바랜 조개껍데기] [미끌미끌한 로션통] [부러진 표지판]잿더미 사이에서 손을 꺼낼 때마다
튀어나오는 엉뚱한 아이템들.
이게 다 뭔데ㅋㅋㅋ
상인쟝… 이런 쓰레기를 주워다 판 거였어?
아니 씹ㅋㅋㅋㅋ
뭔가 쥰내 억울해지네
쓰레기지? 그냥 쓰레기 맞지?
쓸모없는 쓰레기를 주웠다고
묵언검객을 구박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
그들의 소망과 달리
방랑상인은
신이 난 얼굴로
메챠쿠챠 상품가치를 측정했다.
[조각상 15혼! 찢어진 옷 3혼! 조개껍데기 80혼! 로션통 40혼! 표지판 5혼!]하나쯤은 버릴 법도 하건만
방랑상인은 모든 물건을
커다란 자루에 마구 쓸어 담았다.
[인간아, 너 보물찾기에 일가견이 있구나?]“…….”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며
방랑상인이 잿더미에서 꺼내든 것은
[종이를 넣으면 종이비행기가 되는 기계] [A4용지 100매]신기한 장난감이다.
아니 저딴 게 잿더미 아래에 왜 있는데ㅋㅋㅋ
어케했노 ㅁㅊ
아니 진짜 어케 찾았냐?ㅋㅋㅋ
해응응마저 마술쇼를 보는 기분에
솔직하게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대단하지? 대단하지? 에헴. 이게 바로 상인의 관록이라는 거야.]해응응이 종이를 빤히 쳐다봤다.
저 종이에 펜만 있으면
반요곡 내에서도 필담이 수월할 텐데.
[요계의 잿더미 아래에는 말이지. 이런 신기한 물건이 잔뜩 있다구?]“….”
[그래서 말인데…. 저기, 인간아. 내 조수가 되어보지 않을래?]“?”
[방랑상인의 조수가 될 기회는 흔치 않다고?]상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껏 그 어떤 플레이어도 상인에게서
이런 제안을 받아본 적은 없었으니까.
역으로 제발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이 험난한 반요곡에서
적이 아닌 NPC와 함께 있고 싶다고
애원하고
매달리는
그런 플레이어들은 많았지만.
으엑. 조수? 이상한 쓰레기나 가지고 다니는 인간이? 완전 싫어.
싫어. 네가 가져오는 잡템, 하나같이 완전 구리단 말야. 가까이 오지 마.
반요의 발톱이나 피부조각처럼 역겨운 것들만 잔뜩 주워올 거잖아. 그런 조수 필요 없어!
결과는 하나같이 매몰찬 거절이었다.
플레이어가 반요를 잡고 얻은 전리품을 매각해도
상인의 신통찮았던 반응을 떠올리면
당연한 거절이었다.
방랑상인의 조수는 맥거핀 아니었음?
아니 이걸 히든클래스를 얻네 ㅋㅋㅋ
히든클래스전용스킬(이쁜쓰레기줍기)
아ㅋㅋ 커여운 방랑상인이랑 같이 다닐 수 있는데 그깟 쓰레기줍기가 대수냐고
ㄹㅇ 자원봉사 하는 대신에 도내최고미소녀랑 함께 다닐 수 있다? 무조건 쌉가능
얘들아 우리 마스코트는 인면지주야
인면지주 벌써 버림?
아잇싯팔 그러는 니는 방랑상인이랑 인면지주 하나 고르면 누구 고를 건데
당연히 방랑상인이죠
방랑상인
닥전
아ㅋㅋ; 할머니보단 미소녀긴 해
수많은 시청자들의 소망을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묵언검객은
방랑상인의 권유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좌우로 저었다.
[어째서?! 다시 생각해봐. 조수가 되면 혼도 많이 챙겨줄 수 있어.] [그거 알아? 혼은 요괴들이 쓰는 통화야. 혼이 있으면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다고?] [숙식도 제공해줄게.] [뭣하면 인간이를 괴롭히는 못된 요괴들도 대신 쫓아내줄 수도 있어!]아이템의 스펙업이 간절하거나
요괴에게 맞설 실력이 부족하면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겠지만
해응응은
충분한 실력에 더해
그녀 나름의 특훈을 거치고 온 상황.
[▷영입제안을 거절했습니다.]방랑상인의 거듭되는 제안에도
그녀의 뜻은 변치 않았다.
[왠지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보통은 먹을 거나 장비를 찾기에 급급하니깐.]“?”
[몰랐지? 이 잿더미 구덩이는 손을 집어넣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 종종 잡히거든.]방랑상인이 종이를 넣으면 종이비행기가 되는 기계를 손바닥으로 탕탕 두들겼다.
[요괴들은 장난감을 좋아해. 그래서 장난감이 제일 비싸. 반대로 인간들이 자주 찾는 무기나 식량 같은 건 전부 필요가 없어.] [그런 거 없이도 충분히 강하고, 먹을 건 어디서든 풍족하게 구할 수 있거든.]해응응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그런 기믹이 숨어있었다니.
방랑상인의 말에 따르면
그럼 그녀가 꺼낸 물건들도
그녀가 원한 물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귀퉁이가 깨진 두꺼비조각상] [찢어진 천 옷] [빛바랜 조개껍데기] [미끌미끌한 로션통] [부러진 표지판]‘저는 이런 걸로 뭐가 하고 싶었던 걸까요.’
방랑상인이 등에 짊어진 자루에서
해응응이 건졌던 물건들을 꺼내 늘어놓았다.
[자세히 봐봐. 기억에 있는 물건이 있을 거야.]잡동사니로만 보였던 발굴물품 사이.
부러진 표지판에 새겨진 희미한 한자에
해응응이 깜짝 놀랐다.
[해남파 남서방면 70km]무림비망록에 자캐로 납치당한
빙의자 선배들이 남긴 현대문물의 흔적 중 일부.
표지판뿐만이 아니다.
[황궁의 두꺼비조각상] [대사형의 피 묻은 천 옷] [추억의 조개껍데기] [저잣거리에서 산 기념품]그녀가 꺼낸 물건들은 모두
무림계에서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다시는 돌아갈 일 없을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긴 세월을 지나 어설픈 형태로나마
다시금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
감회가 복잡한 얼굴로
발굴물품들을 바라보는 묵언검객.
그런 그녀에게 방랑상인이 다시금 권했다.
[인간아. 돈 되는 물건이 아니라도 네가 찾는 보물들은 꽤 특이해.] [분명 우리가 같이 다니면 엄청난 보물을 손에 넣는 날이 찾아올 거야.] [잘하면 너도 내 무한주머니처럼 굉장한 보물을 얻을 수도 있다고?]굉장한 보물.
이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태양화리의 내단.
구음절맥의 치료제로 손꼽히는
유일한 영약이다.
구덩이로 넣은 손이
둥그런 무언가를 잡았다 싶자
빠르게 팔을 뺀 그녀였지만
잡으려던 태양화리의 내단 대신
황금색 붕어빵이 손에 집혔다.
“…….”
붕어빵을 가르자
안에는 단팥까지 골고루 들어가 있었다.
아니 쓰레기장에서 붕어빵을 건지네ㅋㅋㅋ
낚시고수ㅇㅈ
붕어빵이 저기서 왜 나와ㅅㅂㅋㅋ
붕어빵 드시고 싶었나보네
붕어빵 좋아하시는 구나
[아닌가? 먹을 걸 건지면 좀 별론데.]미심쩍게 여기는 방랑상인.
상인이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붓펜이라도 건져서
종이로 필담이라도 하고 싶었던 해응응이었지만
상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 땅도 요력이 다했어.] [이제 여기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파사삭 소리와 함께
구멍이 뚫리며 푹 가라앉는 구덩이.
얼마나 깊은 곳까지 뚫렸는지
바닥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어둠을 들여다보며 상인이 말했다.
[여기는 잿더미의 낙원. 한때 무성했던 자연지기도, 그 기운을 사역한 요력도 모두 고갈된 종말 직전의 공간이야.] [힘 있는 요괴들은 모두 살 길을 찾아 인계로 떠나고 남은 건 나처럼 귀여운 상인이나 죽어가는 요괴들뿐이라고?] [어쩌다 이런 곳까지 왔는지는 몰라도 빨리 나가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거야.]사뭇 친절한 조언에
해응응이 포권지례를 취하며 감사를 표하자
방랑상인이 배시시 웃었다.
[조수가 된다면 같이 나갈 수 있겠지만 그건 싫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지.] [낙원의 가장 높은 궁전을 찾아가봐. 요괴왕님이 남긴 유물이 잔뜩 쌓여있을 텐데, 그중에 산하사직도라는 족자가 있어.] [그 족자를 이용하면 다시 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가장 높은 궁전의 산하사직도.
막막했던 요계에서 드디어 목표가 나타났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야. 멸망 직전의 요계에 눌러붙은 요괴들 중에는 요괴왕의 유물을 탐내는 요괴들도 잔뜩 있거든] [요계가 무너져가는 만큼 요괴들도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거야]보따리를 동여매고
떠날 채비를 모두 갖춘 방랑상인.
마지막 선택창이 떠올랐다.
【상호작용 최종 선택지】
[요계를 떠나려는 친절한 요괴소녀에게 당신은…]1. 방랑상인의 조수가 된다(동료영입)
2. 찾고 싶은 유물이 있어?(히든이벤트 개방)
3. 요괴왕에 대해 더 알려줘(히든이벤트 개방)
4. (묵묵히 작별인사를 한다.)
5. (보따리를 도둑질한다.)
6. (배후에서 기습을 가한다.)
방랑상인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원한은 두 배로 갚지만
은혜는 열 배로 갚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림인의 정신.
해응응은 은혜를 갚고자 했다.
[▶찾고 싶은 유물이 있어?]방랑상인이 손가락을 앙 물며 고민하다가
앗, 하고 무언가가 기억났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자신이 아닌 동생을 위해서.
그 순수한 마음에
해응응의 일자로 다문 입가에도
자그맣게 미소가 지어졌다.
[명경지수의 거울을 가져오면 그동안 모은 혼을 전부 줄게!] [혼은 혈통의 축복을 강화하거나 요괴와의 거래에 사용되니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까 거울을 구하면 꼭 가져와. 알았지?]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 손보다 커다란 소매를 휘적거리며
방랑상인이 제 갈 길을 떠났다.
[운이 좋다면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그럼 다음에는 인계에서 보자!]해응응에게는
은혜나 갚을 겸 가볍게 던진 물음에 돌아온
자연스러운 퀘스트정보.
그러나 시청자들에게는
눈이 뒤집힐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방랑상인의 혼을 모조리 넘겨받는다고??
쟤 천만 단위로 갖고 있지 않음??
와 잡몹 하나 잡아봤자 1혼에서 10혼 사이로 받는 걸 한 번에 천만까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명경지수의 거울이 개씹사기 템인데
그거 쓰면 오염도 0% 되는 거 아님?
어 진짜네
저거 쓰면 요괴엔딩 말고 반요엔딩이나 인간엔딩 볼 수 있음?
요괴들의 혈통빨로
부족한 피지컬을 때우느라
요괴엔딩 이외에는 볼 수가 없는 플레이어들.
그런 이들에게
명경지수의 거울이라는
공략난이도를 대폭 낮출
구제용 아이템이 등장했다.
묵언검객처럼
노히트 퍼펙트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다소의 피격과
경미한 오염을
거울을 사용하면 모두 없던 것으로
한 번에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거울치료가 성능이 확실하긴 하지ㅋㅋ
ㄹㅇㅋㅋ
근데 그걸 우리가 어케 먹는데
아
^^;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울 먹을 생각에 신났던 흑우 없제?
차라리 보여주지나 말던지ㅠㅠ
성능만 보면 뉴비 구제용 아이템이기는 한데
정작 입수하는 방법이
악명 높은 대수림을 히든보스까지 깨야
겨우 시작 선에 설 수 있는
사실상 최고난이도 공략루트.
묵언검객을 제외하면
극히 일부의 초고수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그림의 떡 같은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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