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01)
〈 401화 〉 401 신세계에 도달한 정령
* * *
1.
검투사키우기 정령계.
가장 깊은 밀림에 거주하던 정령들은 서식지의 분위기와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어두워
무서워
으에엥
으아앙
왜 어둡냐
빛의 정령들은 어딨냐
평상시라면 정령계 어디를 가든 쓰레기처럼 널려있어야 할 빛의 정령들.
사고뭉치 애물단지들이 계약을 맺고 중간계로 떠난 사이, 정령계의 무수한 빛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어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간계의 정제된 욕망.
평화로운 욕망만을 양분 삼아 먹고 자라나던 양지의 정령들.
눈부신 빛에 가려져 그들은 보지 못했던 어둠이, 고이고 고여 정령계 깊은 밑바닥에서 쌓이던 무겁고 어두운 정제되지 못한 욕망들이 피어났다.
[타락정령 이 비집고 들어온 통로로 부정한 욕망의 기운이 대거 유입됩니다.] [부정하고 탁한 욕망의 덩어리가 피어납니다.] [빛 속에 유폐되었던 존재, 들이 눈을 뜹니다.]벌어진 틈새.
찾아온 기회.
검투사키우기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인물이 아직 한 명 남아있었다.
2.
야스파냐 왕국 수도.
포스투칼 왕국 수도.
프랑크 왕국 수도.
세 왕국 수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묵언검객이 동물을 남긴 도시’.
세 도시에는 각각 황소, 사슴, 산양을 남겼다.
그중 황소가 우마왕으로 진화하여 수도를 완전히 개박살을 내놓았다.
그 꼴을 본 포스투칼 왕국과 프랑크 왕국의 유력자들은 생각했다.
“시벌 놔둬도 개박살이 나네?”“내 땅 조져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묵언검객이 눈독 들였던 동물들을 살려준다고 좋을 거 하나 없음을 보여주는 대참사!
그들은 결단을 내렸다.
수도의 치안을 위협하고 날이 갈수록 강해지기만 하는 괴물들을 토벌하자고!
로브를 뒤집어쓴 행인 한 명이 다른 행인을 붙잡고 말을 건넸다.
“처녀수호의 사슴이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어머나 깜짝이야. 피는 왜 그리 뒤집어쓰고 계세요? 사람 무섭게.”
“미안합니다. 방금 사냥을 마치고 오느라.”
“저기 중앙광장 가면 있어요.”
“감사합니다.”
“저기, 피 닦아드릴게요. 얼마 전에 클린마법을 배웠거든요.”
“아,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피와 땀, 오물을 세척하는 마법의 힘이 행인의 몸을 뒤덮은 피를 깨끗이 지웠다.
“헉!”
말끔해진 이목구비.
핏자국이 사라진 얼굴을 본 행인이 외쳤다.
“커스터마이징 진짜 못하신다!”
“…….”
“그거 현실 얼굴이에요?”
“아, 네.”
“얼굴 좀 바꾸고 다니시지. 호감도 퀘스트 하기 힘들겠다. 아무튼 즐겜하세요.”
친절한 시민한테 쓴소리를 들은 행인.
닥터 요한 2세는 생각했다.
‘몰개성적인 못생긴 얼굴이 좋은 거라고.’
예비파츠의 얼굴이 쓸데없이 예쁘고 잘생기면 주변에 사람이 꼬인다.
언제든지 예비파츠에 담긴 인격을 끄고 신체를 강탈해야 하는 그에게 자신이 모르는 인간관계를 지닌 예비파츠는 조종난이도가 올라간다.
‘어차피 이 몸의 원주인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기관에서 그에게 손을 쓰려고 자질구레한 수작을 부렸다가 처분당한 시체들.
예비파츠는 모두 시체들의 복제형태였다.
인격이라고 할 것이 이미 사라져있으니 거기에 부여한 인격도 모두 프로그래밍 된 인공인격.
닥터 요한 2세인 자신이나 묵언검객의 복제인격인 마크2와는 전혀 다른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생산된 양산형 인격들.
100% 가짜들이다.
그러니 몸을 빼앗더라도 죄책감은 없다.
몸의 주인은 죽고, 정신의 주인은 존재하지 않는.
기계를 조종하는 감각으로 빼앗고 억누르는 몸과 인격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없으니까.
‘길은 열렸다.’
우마왕은 정령계로 향하는 통로를 열었다.
그 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존재 뿐.
‘마침 딱 좋은 대상이 둘 있었지.’
포스투칼 왕국 수도의 사슴.
프랑크 왕국 수도의 산양.
둘은 각각 과 이 되었다.
전자는 긍정적.
후자는 부정적.
그런 뉘앙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닥터 요한 2세가 노린 쪽은 처녀수호의 사슴이었다.
우리 산양님 잘 가꾸고 키우면 우리도 마왕을 모시는 추종자들이 되지 않을까?
초월종 부하되기 개꿀 아니냐?
힘들게 제자키우기 절대 안 해~ 산양 키우고 초월자 만들어서 우리가 제자 되고 개꿀 빨 거야~
오 이런
미친 악마숭배자들이 나타났어!
동물애호가들이 기어이 악마숭배까지 손을 뻗었어.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든 거지?
광기어린 추종자들이 생긴 산양.
성가신 방해꾼들 때문에 산양은 접촉하기조차도 쉽지 않았다.
반대로 처녀수호의 사슴은 포스투칼 왕국의 수많은 여성플레이어들의 공적이 됐다.
저 미친 사슴이 날 덮쳐서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들켰어! 그것도 남친 앞에서!
뭐가 문제야? 남친이랑은 했을 거 아니야
전남친이 있다는 말은 아직 안 했거든
멍청이.
남자가 불쌍해.
그보다 여긴 게임이잖아! 게임 속에선 성행위는 한 번도 안했다고!
그럼 저 사슴이 현실의 처녀와 비처녀를 감별할 수 있는 거야?
개쩐다
여친 사귀면 반드시 데려가야 할 데이트코스로 포스투칼 왕국 광장을 추가해야겠는데?
닥쳐! 그딴 해로운 동물은 우리가 먼저 죽여놓을 거야!
처녀수호는 모르겠고 비처녀공격으로 악명을 떨친 처녀수호의 사슴.
그 악명세에 이상한 문화가 태동하려 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여성플레이어들이 총집결을 해서 사슴을 공격하려 든다.
닥터 요한 2세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이쪽도 건드리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런 쿨한 처녀감별기가 죽는 건 인류의 손실 아니냐?
오늘부터 포스투칼 왕국의 남성플레이어들은 사슴숭배 시작한다!
사슴을 지키자! 처녀수호의 사슴을 수호하자!
남녀갈등으로 번지며 사슴을 죽이려는 여성플레이어와 지키려는 남자플레이어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닥터 요한 2세는 추이를 지켜보다가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내었다.
사슴이 처녀를 감별해봤자 인싸들만 행복하게 야스할 텐데 게임만 하는 아싸너드들이 인싸들의 유희를 왜 도와줘야 하지?
전국의 모든 남성들이 단결했던 사슴수호단을 인싸와 아싸로 나누어 찢어버린 것!
생각해보니 그러네?
맞는 말인데?
우리가 인싸들의 유희를 왜 도와줌?
죽어
네 여자친구가 처녀일지 처녀가 아닐지 평생 두려움에 떨어!
여자친구는 처녀라고 하겠지. 그게 거짓말일지는 알 수 없겠지만.
처녀든 아니든 어때. 그래도 사랑할 거잖아? 그래도 신경은 쓰이겠지. 그녀가 널 만나기 전까지 처녀였는지, 아니었는지.
환장하겠군. 유니콘은 환상의 동물 아니었어? 무슨 유니콘이 전체채팅창에 수천 마리나 돌아다니냐고!
그야 여기는 판타지 게임이니까.
어… 그러네?
단결력을 잃어버린 남성들.
그 틈을 타 광장에 침투한 닥터 요한 2세는 큰 어려움 없이 사슴과 접촉했다.
모두가 사슴에게 이 여자가 처녀인지 아닌지 감별해 달라는 요구나 하고 있을 때, 오직 그만이 사슴에게 다른 권유를 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러면 처녀수호의 사슴인 네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처녀들만 있는 세계에 데려다주겠습니다.”
사슴은 주저 않고 그를 따랐다.
[SR등급 필드보스몬스터 을 테이밍했습니다.]그에게 필요한 것은 예속계약과 정령에너지.
보스몬스터가 아닌 정령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령계로 향하는 통로를 통과하는 정도라면 우마왕 같은 U등급 정령몬스터를 얻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 아이템을 복용하십시오.”
[펫 에게 정령석을 복용시킵니다.] [펫 에게 정령석을 복용시킵니다.] [펫 이 대량의 정령에너지를 흡수했습니다.] [신규속성 이 개방됩니다.] [정령펫 에 탑승하여 을 이용합니다.]길게 돌아가는 길이 되었지만 마침내 정령계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빛의 정령이 떠난 자리에서 탄생한 어둠의 정령과도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오산이 있다면 한 가지.
[이 당신의 육체를 보고 군침을 흘립니다.]그가 정령을 이용하려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인간을 이용하려는 정령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인간.너는 알고 있나?큰 힘에는 그만한 무작위성,리스크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걸었다.
정령계에 봉인되고,빛의 정령들이 자리를 비우며,자유를 되찾은 우리에게‘매개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정령계를 떠날 수 없다는 리스크를.
‘랜덤계약’을 통해 무작위성을 부여한 정령왕의 정령표준계약서와 달리.
어둠의 정령들은 계약조건의 난이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무작위성을 대체했다.
우연히 강력한 존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랜덤계약과 달리, 우연히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강력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어둠의 계약.
그 조건에는 한 가지, 다른 정령들은 반드시 추가하는 조약이 빠져있었다.
조건은 모두 충족되었다.
그대 또한 우리와의 계약을 희망했지.
그러니 결정되었다.
이 순간부로,그대의 몸은 우리가 지배한다.
정령계의 빛의 정령들은 중간계의 존재들을 위협하는 어둠의 정령을 봉인하기 위한 것.
그것을 제 손으로 중간계로 보내고 정령계에 침투할 방법을 만들어 스스로 어둠의 정령과 조우해 계약을 체결하다니.
눈앞의 강력한 정령의 힘에 취해 섣불리 계약까지 체결한 이상,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어둠의 정령과 계약을 체결합니다.]다른 정령은 반드시 지키는 규칙.
계약자의 몸과 영혼을 빼앗지 말 것.
그것이 명시되지 않은 예속계약은 인간이 스스로 몸을 바치는 자멸적인 계약이나 다름없었다.
[어둠의 정령이 을 발동합니다.] [어둠의 정령이 을 발동합니다.] [어둠의 정령이 을 발동합니다.]“당했군요. 설마 맹탕 같은 정령들 사이에 이런 함정이 숨어있었다니.”
허탈한 웃음을 짓는 닥터 요한 2세.
그러나 각성자협회와 오푸스기관을 향한 그의 증오는 그리 가볍지 않았다.
“몸이라면 드리죠. 하지만 ‘이것’뿐입니다.”
어둠의 정령들은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지배했던 인간의 영혼이 어딘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음을.
그들이 지배한 육체에 깃든 보잘 것 없는 작은 인격이 계약의 주체로 전환되었음을.
재미있군.
여러 개의 몸에 인공영혼을 지닌 인간이라.
그렇지만 급하게 빠져나가느라 실수를 저질렀어.
어둠의 정령은 작은 인격에 남아있는 잔존기억을 읽었다.
우스운 인간이군.
자신이 영혼 없는 껍데기라 여기며 무시했던 양산형 인격 덕분에 탈출에 성공했다니.
우리의 계약에도 이런 빈틈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그렇지만 다음은 없다.
어둠의 정령이 귀 밑까지 벌어지는 끔찍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로그아웃.”
몬스터의 침략을 받는 현실세계에도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위험이 탄생했다.
3.
와!신세계!
신기한 빛이 잔뜩 있어!
“푸풉~ 허접♡ 게이밍 LED 조명도 몰라♡ 빛의 정령 실격 아니야~?”
뭐래?나도 이렇게 빛날 수 있는데?
하등생물은 이렇게 못 빛나죠?
하등하죠?
“!!”
같은 시각, 애플녀의 현실 방에서는 정령 역사상 최초로 신기술 를 습득한 빛의 정령이 탄생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