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05)
〈 405화 〉 405 이브의 시간
* * *
1.
[하북팽가의 팽철산도 실패한 반요곡 챌린지!] [요괴대장군을 클리어할 새로운 맹장은 있는가?] [스트리머 이해찬, 요계수도를 향해 공략 개시]팽철산의 공략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략에 도전하는 더욱 많은 스트리머들.
해응응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모처럼 도전자들이 나타났는걸요. 의욕을 꺾어서야 곤란하죠.]모처럼의 도전자들이 공략해야 할 내용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도록 차분히 기다려주는 그녀 나름의 배려.
불필요한 배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애먼 묵언검객 시청자들이었다.
왜 갑자기 우주강점기 열림?
검투사키우기 안해?
마크2라도 내놔!
애타는 외침은 무시한 채, 해응응은 해남파 간부들에게도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공증진에 도움이 되는 게임은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에요.] [반요곡 같은 스토리형 게임에서 자신의 실력이 어디까지 통용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분명 좋은 계기가 되겠죠.]그런 연유로 해남파 간부 전원에게 반요곡을 선물해버린 해응응!
“누가 길드장님 빡치게 했냐?”
“몰라. 왜 우리한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거지? 인생 존나 힘겹네.”
“사망후유증 안 아프게 넘기는 법 찾는다.”
천하의 해응응도 팔 한쪽이 날아간 악명 높은 게임을 그녀보다 약한 자신들이 무사히 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망은 당연하고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죽을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간부들.
“아쉽네요. 종말점 때문에 참여하지 못해서.”
[대신 대쉬맨이 도전하잖아요.]해응응은 이브와 함께 느긋하게 간부들의 플레이를 관람했다.
기대주는 세 사람.
해응응 다음 가는 실력자인 백소천.
이브의 충견이자 현역 스트리머 대쉬맨.
해응응의 방송을 가장 오래 본 매니저 이소혜.
이상의 3인이었다.
[대쉬맨의 각성능력이 간격주절과 대수림 스피드런 등에서 강점을 보이기는 하네요.]“후후. 시스터 해응응. 모르시겠나요? 대쉬맨님을 위해서 제가 직접 CQC를 가르쳤는데.”
[확실히 30m 내에서의 상황판단과 전투가 대폭 영리해지기는 했네요.]각 필드의 수많은 잡몹과 요계수도에서의 대규모 전투에서도 30m 간격 내에서라면 능수능란하게 CQC를 구사하며 싸우는 대쉬맨.
대쉬능력으로 자유자재로 30m의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그에게 CQC는 각성능력만큼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일순간 폭발적인 힘을 중첩하여 내지르는 성명절기 도 세 걸음까지 연속사용이 가능해지며 전투력이 한층 더 급증했다.
[무공을 익혀서 그런지 전투력은 다들 눈에 띄게 상승했나요.]“후후. 저는 전투보다는 플레이의 내용에 더 관심이 생기지만요.”
대부분의 스트리머는 인면지주 호감작에 실패해서 인면지주단의 불같은 도네테러에 시달린다.
“저리 가, 인간!”
“쫓아오면 확 잡아먹을 거야!”
대쉬맨은 운이 좋았다.
그의 능력은 도망치는 인면지주를 쫓기에 특화되었으니까.
“인면지주야. 나한테는 손아래 동생이 있었어.”
붙잡힌 팔을 잘라내어서라도 도망치려던 인면지주에게 대쉬맨은 그녀를 타이르듯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주었다.
지키지 못한 동생과 깨져버린 우정, 그리고 수년만의 재회에 이은 극적인 화해를.
“영원히 양지로 나오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친구도 길드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양지로 나왔어. 너도 언젠가 인간이 될 수 있을지 몰라.”
“정말…? 나, 반요가 아니라 사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그럼. 내가 도와줄게.”
대쉬맨은 인면지주의 호감작에 성공했다.
인면지주단의 불같은 성원은 덤이었다.
이집 방송 잘하네
우리 인면지주 앞으로도 애껴주세요
우리 애는요 실뿜기를 좋아하고 물어뜯기를 잘하고 고치로 보관한 먹이를 침으로 녹여먹는 걸 좋아해요
이소혜는 그런 거 없이 채찍으로 붙잡아다가 귀갑묶기를 해버리고 끌고 다녔지만.
“가만히 있어! 반항하다가 떨어지면 우리 같이 낙사하는 거야!”
ㅋㅋㅋㅋㅋ
매니쟈 인성이 마룡화가 되었네
이소혜 넌 오늘부로 인면지주단의 적이다
인면지주를 어떻게 대하느냐 같은 사소한 차이.
그로부터 비롯된 스노우볼이 두 사람의 미래를 뒤바꾸었다.
“틈만 나면 날 구속하는 못된 인간이랑은 같이 못 다녀!”
요계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줄행랑을 친 인면지주.
혼자가 된 이소혜는 요괴왕자에게도 호감을 얻지 못하고 소탕전에서 죽었다.
그러나 호감작에 성공하며 인면지주를 첫 동료로 요계수도까지 살린 채로 데려온 대쉬맨은.
[우오오오! 이 비겁한 반요 따위가, 감히 긍지 높은 대결에 끼어들어 방해를 하다니!]“대쉬맨은 약속했어. 날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죽게 둘 수는 없어!”
통곡의 벽, 처형자.
이를 뛰어넘는 절망의 벽, 요괴대장군.
악명 높은 묵언검객 루트의 난관을 인면지주의 실 뿜기가 최후의 일격의 경로를 실로 잡아당겨 비트는 것으로 클리어를 이끌어내었다.
대쉬맨! 대쉬맨! 대쉬맨!
우리는 대쉬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드디어 점심 나가서 먹을 수 있어… 정신 안 나갈 것 같애…
성불함?
인면지주단 하나 성불했네 ㅋㅋㅋㅋ
대쉬맨의 실력이 해응응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면지주의 존재가 부족함을 채워주었다.
협력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
“시스터 해응응? 표정이 좋지 않아요.”
[조금 부러워서요.]해응응은 인면지주의 죽음을 떠올렸다.
[조금만 더 게임을 천천히 했더라면 저도 인면지주를 잃지 않고 살린 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운 기분이 들어요.]이브는 해응응의 머리를 가볍게 손으로 끌었다.
“시스터에게는 위로가 필요해보이네요. 마크2에게 해주던 걸 해드려야겠어요.”
무릎 위에 해응응의 머리를 눕힌 이브.
찬찬히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해응응이 눈을 깜빡거리며 이브를 올려다보았다.
별을 담은 것처럼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펜은 내려놓으세요. 가끔은 시스터에게도 이런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펜과 수첩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이브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해응응.
눈을 피하지 않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이브는 과연 마크2와 해응응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줍음 많은 마크2는 실수로라도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같은 얼굴에 같은 몸을 지니고도 어쩜 이리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실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것이 상실의 경험에서 비롯된 차이임을.
이브 본인이 그 사실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전쟁.
전우의 죽음.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
사람은 그런 경험 속에서 변한다.
천진한 미소는 점차 줄어들고, 인간의 선함보다는 악의를 믿게 된다.
자신이 지켜온 세계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싶어 하고, 때때로 이 모든 것들이 헛된 희생이었다는 생각이 들거든 비참한 파괴욕구에 시달린다.
자신조차도 그럴진대.
해응응 그녀는 어떠할까.
쉽게 웃지 않는 무거운 입꼬리도,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괴팍함도, 하루라도 수련을 거르면 죽을 것처럼 열심인 모습도.
인면지주의 죽음과도 같은 상실을 수도 없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은 아닐까.
“대쉬맨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시스터의 여정을 더 응원하고 있어요.”
“?”
“잃어버린 동료가 돌아오지 않는 세계이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먼저 떠나간 동료들을 위한 복수.
그들이 품었던 소망을 이어나가겠다는 결의.
꺾이고 부러져도 계속되는 모두의 뜻.
이 비참한 전쟁에 종지부를 맺겠다는 각오.
결실에 이르기까지.
“실은 지는 게 두려운 거죠?”
“……!”
“어떻게 알았냐는 얼굴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도 겪어봤으니까요.”
이브는 설핏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시스터가 죽는 모습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알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무책임한 소리를 하는지.
물러서는 건 두렵기 때문에.
그렇지만 나아가 죽는 걸 보기도 두려우니까.
이러라고도 저러라고도 할 수 없는 마음.
제멋대로인 이야기를 그녀는 어찌 생각할까.
한심하게 여길까?
바보 같다고 비웃을까?
스르륵
해응응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한 손을 뻗어 이브의 머리를 슥슥 어루만졌다.
어미가 자식을 장하다고 어루만지듯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해응응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그녀의 손길에 머리를 맡기며 자신도 해응응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대쉬맨에게 전해주세요. 오늘 방송, 정말 멋있었다고요.”
“……?”
어째서 자신이 직접 전하지 않고 그런 부탁을 하는 걸까.
의아해하던 해응응이 무언가를 깨닫고는 눈을 부릅떴다.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이브의 손목의 맥을 짚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진기의 흐름이… 끊어지기 직전이에요!’
무공의 힘으로 종말점에 의해 앞당겨진 수명의 한계를 애써 연장시켜왔던 이브.
그녀의 수명에도 기어이 끝이 다가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