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09)
〈 409화 〉 409 따끔한 꾸중을 하는 겁니다
* * *
1.
[Story mode] [잉간아. 어째서 날 살렸어?] [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막을 거면 차라리 괴롭지 않게 보내주면 좋았을 것을.]방랑상인은 푸념했다.
그녀는 삶의 공허함에 짓눌렸다.
동생을 위한 삶도.
동생을 위한 복수도.
동생을 위한 죽음도.
모든 것이 부정당한 그녀에게 더 이상 열의는 남지 않았다.
잿더미처럼 늘어져서는 힘없는 미소조차도 짓지 못하는 방랑상인.
그녀의 앞으로 묵언검객이 걸어왔다.
【상호작용 선택지】
[힘을 잃은 방랑상인에게 당신은….]1. 용서를 구한다.
2. 침묵한다.
3.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목을 벤다.
파드득 파드드득
한 차례 베었던 인과가, ‘파괴자’로 전락했던 귀물이 자꾸만 바닥에서 튀어 오르며 진동한다.
다시 한 번 나를 잡으라고.
그리하면 복수를 할 수 있다고.
동생인 나를 죽음에 빠뜨리지 않았냐고.
우리의 복수를 하겠다던 그 다짐은 결국 거짓말이었고, 나는 이번에도 버림받는 거냐고.
[▶ 1. 용서를 구한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용서라니,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잫아.]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할 자격도 없어.] [동생을 사지로 보낸 누나라고?] [내 손으로 파멸을 시키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런 내가 누구를 용서하고, 어떻게 용서 받아?]방랑상인은 울었다.
대요괴를 믿었던 어리석은 자신을.
이용당하기만 한 동생의 모습을.
목숨마저 잃고도 끝내 귀물이 되어서까지 복수를 갈망하는 최후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어서.
【상호작용 선택지】
[전투의지를 다지는 그녀에게 당신은….]1.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2. 대요괴의 뜻에 놀아날 셈이냐며 설득한다.
3. 복수를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4. 침묵한다.
5. 더 이상은 위험하다. 방랑상인을 벤다.
거듭 떠오르는 선택지.
한시라도 빨리 죽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경고의 연속.
죽여! ‘인면지주’ 해버려!
방랑상인단은 없어. 이제 파괴자단이야.
잉간아 안돼!!
이 모땐 잉간아!
안 된다 이놈아! 방랑상인은 안 된다!
엉엉 나 죽어
어차피 이복아카 안할 거죠? 다시는 볼 수 없죠? 이복아카가 없는 세상 따위 부서지는 편이 좋죠? 방랑상인 그냥 죽여버리죠?
의식의 흐름ㄷㄷㄷ
아니 무슨 플레이어가 자기 손으로 자기편을 이렇게 많이 죽이냐고요
여러분은 지금 반요곡의 필드에서 방랑상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리스트를 보고 계십니다. 현재까지 테러리스트의 범행설명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방랑상인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설득인가? 복수인가? 침묵인가?
모르겠다.
이렇게나 선택지를 고르기가 두려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검으로 베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쉽게 할 수 있지만, 검으로 베지 않는 일은 이렇게나 어려웠다.
자신이 없다.
점점 불길한 미래만이 그려졌다.
그녀의 흔들림을, 방랑상인 또한 보고 있었다.
[고민하지 마, 잉간아.] [말했잖아.] [피차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대요괴에게 속았든, 돌이킬 기회를 놓쳤든.]방랑상인이 두개골을 집어 들었다.
틀렸다.
그녀는 다시 두개골을 쓸 작정이었다.
망령들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더는 혼이 남지 않았어도.
자신의 영혼을 쥐어짜내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저지를 작정이었다.
그러니 베야 한다.
베지 않으면, 파괴자가 된 방랑상인이 아군을 짓밟아 죽인다.
[주군.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서두르시오. 저 귀물, 아직 힘을 잃지 않았소!]적기사과 극곰장수가 외쳤다.
배신당한 분노에 치미는 원한이 그리도 깊던가.
그렇게나 누나를 용서할 수 없었던가.
방랑상인의 동생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집념이 방랑상인에게도 전해졌다.
틀렸다.
이건 ‘사용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랑상인의 손이 두개골을 잡고 올라온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서.
[▶ 3. 복수를 해주겠다고 약속한다.]뒤늦은 선택에도 뜻을 뒤집기엔 무리였다.
죽거나 죽임당할 뿐.
파국은 확정이다.
절망에 빠져드는 그 순간이었다.
[부정한 접근이 감지되었다.]눈앞에 떠오르는 문자열.
스토리모드 속에 벌어진 이변.
[ACCESS DENIED] [ACCESS DENIED] [ACCESS DENIED]거듭되는 거부에도 문자열을 찢고 튀어나올 기세로 모종의 힘이 접근했다.
[인과율 계산 중…….]시스템이 정한 한계.
인지의 바깥으로부터 들어온 개입.
그럼에도 개입이 허락된 인과가 파국의 일보직전에서 등장했다.
“고물. 이런 구린 선택지는 우지우아저씨도 쓰지 않습니다. Made in P.R.C나 다름없는 열화선택지는 무시하고 마크2가 직접 만드는 겁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방랑상인.
생각지도 못한 마크2의 등장에 깜짝 놀란 해응응.
둘의 사이에서 성큼성큼 방랑상인에게 다가간 마크2가 눈에서 불을 켰다.
[아앗! 눈이 따가워!] [뭐야, 어째서 잉간이가 둘이 된 거야?] [전승? 숨겨둔 힘?]혼란에 빠진 방랑상인이 눈부심 탓에 눈을 질끈 감는 순간, 마크2의 발이 축을 그리며 채찍처럼 휘어져서 두개골을 걷어찼다.
뻐엉!
빙글빙글 공중을 날아가다가 저만치 멀리 떨어지는 스토커의 두개골.
“?!”
“???”
너무나도 간단하게 물리적으로 둘의 결합을 막아낸 마크2가 방랑상인의 볼을 덥썩 쥐었다.
꾸깃
[아야얏] [아야야야얏] [그만 둬, 볼 꼬집지 마! 이 나쁜 잉간아!]“부정. 나쁜 건 방랑상인입니다. 마마의 속을 썩이고 동료들을 무시하며 죽으려 들다니, 살고 싶어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향한 모독입니다.”
마크2는 기억하고 있다.
이브마마가 죽은 뒤로 모두의 표정이 얼마나 수심에 잠겼는지. 그녀의 가슴 속에도 얼마나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는지.
그 구름은 현실세계에 있어도, 검투사키우기의 정령계에 있어도 걷어지지 않았다.
소중한 이의 죽음이란.
어딜 가더라도 떨어질 수 없는 충격이니까.
그렇기에 더욱 분했다.
“꾸중. 동생의 죽음이 괴로우면 자신의 죽음이 모두에게 얼마나 괴로울지도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그걸 모르는 방랑상인은 못된 아이입니다.”
[하지만, 그럼 내 동생의 복수는…!]“바보. 동생씨도 마크2보다 멍청합니다. 대요괴에게 분풀이를 할 자신이 없으니까 열심히 노력한 방랑상인을 괴롭히는 겁니다.”
싸워야 할 적은 처음부터 정해져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주장. 분노가 있다면 대요괴에게 향해야 합니다. 힘이 있다면 대요괴에게 사용해야 합니다. 모을 수 있는 힘은 전부 모아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방랑상인은 수치심을 느꼈다.
묵언검객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무언가 티 없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분신의 말에.
단 하나도 틀린 말이 없음을 인정하고 수긍하게 되는 스스로에게.
“가르침. 착한 마크2의 말을 잘 들으십시오. 돌아가신 이브마마는 가르쳤습니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싸움이 아니라 화해입니다.”
“엣헴. 방랑상인도, 동생씨도 그 힘은 아군이 아닌 적을 위해 아껴두는 겁니다.”
짐짓 잘난 체 허리에 손을 얹고 턱을 스윽 들며 훈계하는 마크2.
그 조잡한 잘난 체 앞에서 방랑상인은 더럽혀진 자신의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티 없이 맑은 순수함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어른들의 복잡한 이유.
용기를 낼 수 없는 사정.
그런 것들을 향한 배려는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하고도 이기적인, 타인의 마음에 올곧게 파고드는 힘이.
[바보.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다녔던 거야?] [평소에는 말도 잘 안하면서.] [무게만 잡고 입도 꾹 다물고 다니는 주제에.]방랑상인이 키득키득 웃었다.
[비겁하잖아.] [이런 진심을 들어버리면 더는 싸울 수가 없잖아.]그녀는 웃으면서 울었다.
더는 싸울 수 없다.
싸울 의지가, 억지로라도 끌어내던 분노가.
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와! 마크2!
아니 이게 같이 들어가져??
ㅁㅊ
요괴 입장에선 진짜 전승효과 분신술이네
거기에 유아퇴행이 더해진.
안 돼! 돌아가, 마크2! 지금이 아니면 우리 인면지주단의 원한은 언제 갚냐고!
제발 파괴자 변신해 제발 파괴자 변신해 제발!
왜 인면지주만 인면지주 당해? 왜 인면지주만 인면지주 당해? 왜 인면지주만 인면지주 당해?
심보 못된 것들 보소
마크2는 두개골을 주워서 건네주었다.
“충고. 동생에게도 따끔히 혼냅니다. 동생의 잘못은 언니누나가 고쳐야 한다고 마크2는 배웠습니다. 방랑상인에게도 가르쳐주는 겁니다.”
방랑상인은 두개골을 받아들었다.
이전과 같은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드드득
그녀의 손아귀 안에서 두개골이 진동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이번에도 날 버리는 거냐고.
울부짖기라도 하듯이 요동치는 두개골.
그러나 방랑상인은 더 이상 스토커의 외침을 따르지 않았다.
[에잇!]빠악.
지면에 내동댕이쳐진 두개골.
[칭얼거리지 말고 누나 말을 들어!]세상을 부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처럼 날뛰던 두개골이 거짓말같이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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