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1)
〈 41화 〉 41 혼혈
* * *
1.
스피드마스터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하 내가 저걸 하고 있어야 되는데.”
ㅋㅋㅋㅋ
공약 잘못 걸었다가 손도 못대고 있죠?
묵언검객 죽을 기미가 안 보이죠?
반요곡 올해 안에 못하죠?
여친도 안생기죠?
“여친? 너 이 새끼 밴.”
사실적시 명예훼손 ㅋㅋ
죄질이 무겁네요^^
모솔기간도 무겁긴 하겠다ㅠㅠ
“아 오늘따라 니들 왜 이래? 수귀자폭병들 여기까지 유입됐어? 니들도 모쏠아다잖아!”
아닌데?
어제 홈런 쳤는데?
홈런은 9회 말에 꼴데가 맞은 게 홈런이었고
어제 아는 오빠 외제차 탔는데?
당신에게는 아는 오빠가 없습니다. 아는 오빠의 외제차에 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즉시 그 차에서 내리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당신이 아는 오빠에게는 외제차가 없습니다. 그 차는 렌트카이며 아는 오빠의 소중한 알바비가 증발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건 쵸큼;
넘 슬프자너ㅜㅜㅜ
신규필드와 신규이벤트.
신규퀘스트에 신규요괴까지 등장하는
묵언검객의 방송.
시작만 하면 따라잡을 자신이 있건만
스피드마스터는 애꿎은 공약 때문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악질 수귀자폭병들의 자폭테러에
정신만 너덜너덜해졌다.
‘게임을 해야 매드무비를 찍고 악질들도 조용해지는데.’
그렇다고 월간행사처럼
월 1회만 찾아오는 묵언검객의 방송을
안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재는 인재야.’
요괴왕의 궁궐로 가는 길.
혈귀나 수귀, 역귀 따위의
통일된 규격의 반요가 등장하던
인계필드와 달리
요계필드의 잡몹은
생김새도 패턴도 전부 다른
온갖 반요나 요괴들이 튀어나왔다.
원래 요괴가 막 나오는 거 어디 필드였지?
최종필드
ㄹㅇ이네
근데 걔들은 미라는 아니잖아
“그럼 니들 일주일 굶은 오우거랑 1대1 돼?”
아ㅋㅋ 바로 이해됨
일타강사 ㅇㅈ
비쩍 마른 목내이처럼
뼈가 보이는 요괴들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해도
혈귀나 수귀, 역귀 따위와 비교하면
훨씬 강한 건 틀림없었다.
“저번엔 버니합을 보여주더니 이번엔 요상한 어그로 관리기술을 보여주네.”
어그로??
그런 거 쓰고 있었음?
또 지 혼자 아는 얘기 한다
우리도 같이 좀 알아요 스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스센세
“어그로가 뭔지는 알지? Aggro. 도발이나 위협수준. 이 어그로가 높으면 몹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고 강한 기술 쓰고 그러잖아.”
ㅇㅋㅇ
이해완료
“보통 평타를 넣거나 크리티컬이 터지거나 심하면 눈에 띄기만 해도 어그로가 올라가거든?”
ㅔ
ㅖ
네네
“근데 반대로 평타를 안 때리고 크리티컬을 안 넣고 시야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어. 올라갔던 어그로가 다시 내려가겠지?”
ㅔ
근데요?
저희는 늘 평타 못 때리는데 왜 어그로가 쥰내 많이 끌려서 맨날 맞고 다녀요?
“응 그건 니가 게임을 못해서 그래. 모기 보이면 안 물어도 일단 쥰내 화나고 어그로 팍 끌리잖아. 몬스터들한테는 우리가 그 모기인 거야.”
아ㅋㅋ
진짜 일타강사네
이집 이해가 찰지게 잘되네
역시 스센세
일타강사는 달라도 확실히 달라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어그로 개념에 대해 설명을 한 스피드마스터.
본제는 지금부터였다.
“근데 묵언검객은 그 어그로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어. 옆에서 뭐가 죽어도 애들이 잘 몰라.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
그걸 어케 몰라요
옆에서 동족이 막 죽는데 모를 수가 있나?
“방금 저 장면. 잠깐 슬로우모션으로 볼까?”
바로 구간재생을 켜서
묵언검객이 요괴 여럿을 썰어 넘기는 광경을
저속재생으로 보여주는 스피드마스터.
팔이 긴 요괴의 공격을
지면으로 미끄러지듯이 파고든 묵언검객이
파도처럼 너울지는 검격으로
단숨에 팔을 걷어내며 목덜미를 찔렀다.
“여기서 검을 회수할 때 피가 나오는데 검끝으로 슬쩍 친 팔이 출혈부위를 덮는 부분. 보이지? 이거 덕분에 옆에 피가 안 튀었어.”
와
이걸 저 짧은 사이에 계산을 한다고?
개쩐다
“여기서 옆에 있는 요괴한테 검을 바로 휘두르지 않고 작은 돌멩이 여러 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던지거든? 요괴들 어그로 풀리는 거 봐봐.”
전부 돌멩이 떨어진 쪽 돌아보네
어그로 싹 풀리네ㄷㄷ
약점노출까지 동시에 되는 거 대박
“그래 약점노출. 니들도 내 방송 많이 보니까 수준이 많이 높아졌구나? 크리티컬 넣기 딱 좋은 부위 나오니까 바로 한칼 먹이고 싶잖아.”
모르면 계속 갈구는데 어케 모르냐고ㅋㅋ
강제로 학습된 지식
이게 바로 K주입식 교육이지ㅋㅋ
똑똑해짐을 당한 시청자들의 모습에
스피드마스터가 피식 웃었다.
“에이, 니들은 아직 멀었어. 저기도 약점은 약점인데 혈관 돋아난 거 안 보여? 피가 분수처럼 솟을 거 아니야. 이거 몰랐으면 초급자 딱지만 겨우 뗀 거야.”
스선생님 전 중급반 강의 신청한 적 없는데요
ㄹㅇ 언제는 초급코스만 떼도 잘한다더니
왜 헬스트레이너마냥 학습량이 늘어나죠??
“아 기초를 뗐으면 응용력을 길러야 할 거 아니야. 잘 봐. 찌르기 쉬운 약점이 다섯 군데나 있었는데 다 넘기고 등부터 들이받는 거.”
휘청거리며 떠밀린 요괴가
바로 옆의 요괴와 뒤엉키며 벽에 떠밀리는 순간
요괴 둘이 동시에 칼에 찔렸다.
벽을 등지고 동시에 공격을 당하자
피가 밖으로 튀지도 않고
옆에 있던 요괴의 어그로가 끌리지도 않았다.
실로 깔끔한 살육.
바로 그 무렵
제일 먼저 해치운 요괴의 몸이 기울며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에
해응응의 발이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묻혔다.
“여기서 시체를 이용해서 소리까지 줄여놓고, 경계도 올라간 애들이 누구한테 어그로를 줘야할지 고개를 돌리는 타이밍에 일격.”
정확히 목을 절단한 요괴로부터
솟아난 피가 검의 경로를 따라 확 번지자
마지막 남은 요괴의 다섯 개의 눈이
모두 핏물에 맞아
모든 눈이 꾹 감기며 시야가 닫혔다.
“앞서 절제했던 출혈방향을 이번에는 역으로 더 크게 터뜨려서 시야차단 후 원투쓰리. 약점주변 근육을 갈라서 가드를 뚫고 딱 끝낸 거야.”
이딴 걸 어떻게 다 생각하면서 싸워요
응애 나 애기 플레이어 그냥 막싸움 할래
이렇게 하면 됩니다 특징. 절대 못 따라함
“어그로 관리가 장난 아니지? 교전 한 번에서 쓰인 어그로관리만 네 번. 거의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춰서 일어났단 말이지. 센스가 엥간한 반요곡 고인물들보다 더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묵언검객이 정말 잘 싸웠으니까.
스피드마스터가 아니라면
애초에 알아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대단히 수준 높은 전투였다.
야구해설 같지 않음?
ㄹㅇㅋㅋ
그냥 잘하는구나 싶었는데 설명 들으니 더 오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정도 선에서
감탄하고 끝나거나
해설을 맡은 스피드마스터의 안목을 칭찬했지만
정작 스피드마스터 본인은
한층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저만한 실전감각이 단순히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실제로 이형의 괴물들을 상대해본 경험에서 비롯된 기술인데.’
만일 그의 예상이 맞는다면
묵언검객은 현실판 요괴나 다름없는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실전경험을 쌓은
현역 각성자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저만한 경험을 쌓으려면
아무리 못해도 10년 이상의 경험은 필요할 터.
‘정확한 연령은 몰라도 겉모습만 봐서는 이십대 중반 아래. 거기서 십년이나 경험을 쌓으려면…’
아무리 늦어도 십대 중반.
그때부터는 몬스터를 잡아왔다는 말이 된다.
‘협회 내규 상 미성년자의 각성자 활동은 금지되어 있을 텐데.’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면
다들 큰 관심을 보일 걸 알면서도
생각에 그치고
그가 입을 다문 이유.
묵언검객의 실전경험과 나이를 고려하면
결코 성립할 수 없는
성립해서는 안 되는 가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속이고 게이트를 드나들었거나. 협회규정이 다른 외국에서 살다가 넘어왔거나.’
깡패들이나 다름없더라도
적어도 제 구역 집값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지키는 K각성자길드나 협회.
그들과 달리
외국에서는 방대한 영토와
그만큼 대규모로 등장하는 몬스터로 인해
국토의 태반을 상실하고
미성년자 각성자도 실전투입을 주저하지 않는
상당히 궁지에 몰린 국가들이 적지 않다.
‘말을 안 하는 것도 우리나라 말을 못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
스피드마스터의 상상 속 묵언검객은
소총을 든 소년병들 사이에서
운 좋게 각성에 성공해
지옥 같은 전장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오랜 전쟁 끝에 전역에 성공한,
아직도 때때로 국가의 부름에 소집당하는,
그래서 방송조차도 길게 이어나갈 수 없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전장의 여전사가 되었다.
한국의 각성자 등록체계가 몹시 까다롭고
스캐너의 성능이 뛰어남을 감안하면
나이와 신분을 속이고
게이트를 드나들었다는 것보다는
타국 각성자 설이 더욱 유력했다.
‘그런 치열한 전쟁에 동원된 각성자가 어째서 한국에 와서 게임방송을 하고 있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에 잠긴
스피드마스터의 눈에
시청자들의 채팅이 보였다.
근데 새삼 느끼는데 이 누나 진짜 이쁘다
톱스타급 외모ㅇㅈ
밀짚모자 한 손으로 누르면서 달릴 때 ㅈㄴ 섹시하지 않냐
난 검에 묻은 피 털고 검집에 채워넣을 때
무심한 눈으로 이미 벤 시체에 눈길도 안주고 지나칠 때도 개섹시함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혼혈미인 같지 않음?
서양이랑 동양이랑 다 합친 거 같음
진짜 혼혈미인 느낌 나네
동양과 서양의 피가 섞인 혼혈미인.
문득 최근에 본
동유럽 연합전선의 게이트 공략소식이 떠올랐다.
[벨라루스 게이트 원정대 대성공] [전선을 20km 이상 밀어냈다고 밝혀져]연합작전에서의 대승리를 거두며
동유럽 전선이 크게 유리해졌다는 해외뉴스.
혹시 묵언검객이 저 동네 출신이라면?
‘…되게 불쌍한 사람이네. 이거 잘해줘야겠는데?’
공약 건 거 보고 일부러 방송 안하는 건 아닌지
악질 스트리머 아니냐고 의심했던 과거가
부쩍 부끄러워졌다.
다음에 합방이라도 하면 잘 챙겨주자.
스피드마스터는 그렇게 다짐하며
묵언검객 스트리밍 계정에
정식으로 합방제안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묵언검객 본인도 모르는 팬클럽의
회장자리를 받아달라는 사이트제작자의 메일이나
채팅방 매니저 지원메일이나
브이튜브 편집자 지원메일이나
이해찬과 2다혜, 엄길동을 비롯한
다른 스트리머들의 합방제안 등으로
묵언검객의 메일함은 진즉에
새로 들어온 메일의 숫자를 알리는 최대치인
+999통이 꽉 들어찬 지 오래라는 사실을.
그렇게 오늘도 묵언검객의 메일함에는
아무도 읽지 않을 안타까운 메일이
또 한 통 늘어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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