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10)
〈 410화 〉 410 돌아온 냉법검객
* * *
1.
방랑상인단 회장은 죄의식을 느꼈다.
방랑상인.
귀여운 도깨비요괴에게 호감을 품은 이들은 많아도 급박한 후반템포 때문에 상인에게 끝까지 관심을 주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마저도 방랑상인이 실종되고 파괴자가 되어 나타났다는 사실은 누구 하나 알지 못했다.
묵언검객.
그녀의 방송으로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럼 여태껏 내가 했던 게임에서는… 매번, 매번 방랑상인이 동생을 잃고 괴물이 되었던 건가…?”
손발이 덜덜 떨리며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오한과 함께 숨이 턱 막혔다.
“이딴 멍청한 머리로 방랑상인단의 회장을 자처하다니, 난 얼간이야. 쓰레기야. 구제불능이야!”
그 혼자만 느끼는 절망은 아니었다.
방랑상인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 모두가 충격 받았다.
방랑상인단 팬클럽 열혈회원인 내가 실은 방랑상인이 괴물이 되었는데도 외면하고 다음 회차로 도망다니던 쓰레기??
잉간이가 미안해ㅠㅠㅠㅠ
하…… 현타 개씨게왔다…
진짜 상인이 불쌍해서 어카냐? 하…
대충 모은 돈 다 들고 어디로든 가서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승을 가버렸네;
100kg 씹돼지인데 충격 받고 핫바 떨궜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체중이네
40kg 멸치인데 그 핫바 저 주시면 안돼요?
아니 이건 뭔ㅋㅋㅋㅋ
팬클럽 애들이 다 미쳐가고 있어
파괴자가 묵언검객은 파괴 못해도 팬클럽애들 멘탈은 확실하게 파괴했네
인면지주는 차라리 나았다.
죽은 인면지주의 복수를 외치며 떳떳하게 활동이라도 해왔던 이들이니까.
방랑상인은 전혀 달랐다.
반요곡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마주치는 상인.
일정필드 이상, 일정 턴 수 이상 넘어가면 어느새 종적을 감추는 NPC.
귀여운 소리를 내며 잿더미를 파고 보물을 건지는 플레이어의 ‘아군’이 아무도 모르게 죽고, 상처 입고, 배신당하고, 괴물이 되어 잊혀졌다.
플레이어가 회차를 반복하는 횟수만큼, 그만큼의 절망을 반복하면서.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었다.
[히에엑! 방랑상인이 이렇게 강한 줄은 처음 안 것이닷! 뚜따의 슈퍼겁쟁이들의 모임이 감당할 수 없는 슈퍼스타인 것이닷!!]정신줄을 놓지 않고 버틴 이유는 오직 하나.
묵언검객의 모험에서는 방랑상인이 구원받았기 때문이다.
방랑상인의 팬을 자처하는 자에게는 이 모험의 끝을 지켜볼 의무가 있다.
“묵언검객. 제발 보여줘. 인면지주처럼 비참하게 끝나지 않는 미래를. 방랑상인이 행복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회차를!”
10만 방랑상인 팬클럽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방랑상인 완전공략.
간절한 기도 속에 방랑상인은 마차에 올라타서는 뚜따와 마크2와 함께 셋이 나란히 앉혀졌다.
“뚜뚜 따따”
“네귀에딩딩딩.”
“듀듀듕 듕~ 쟈쟈쟌~”
다음 필드로 향하는 길.
마냥 행복한 삼인방의 노래에 세상 심각했던 회장의 얼굴근육이 살살 녹았다.
“너무 귀여워!!”
행복한 미래는 모르겠지만 행복한 지금은 알겠다.
공략연구고 나발이고 지금은 클립부터 따야 한다.
방랑상인단의 행복한 클립따기시간은 얼마간 계속되었다.
2.
스토리게임 공략 전문 스트리머 마커스.
그는 억울했다.
“분신술? 홀리쉣. 저건 또 뭐야!”
공략루트 연구는 개같이 망했고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아무도 못 따라함)
묵언검객을 쏙 닮은 마크2의 등장.
마크2를 모르는 유입들에게는 난데없이 등장한 분신에 어안이 벙벙했다.
마크2는 묵언검객 딸이야
엄마를 쏙 빼닮았지
동양에서는 매몰비용이라고도 불러
어떻게 딸 별명이 drug on the market
심지어 쟨 정령이야!
게임에서도 소환이 되는줄은 처음 알았네
정령 아무리 생각해도 개사기 아니야?
호감도 쥰내게 찍고 예속계약하면 우리 정령도 다른 게임에서 쓸 수 있다는 말이지?
방랑상인 루트 공략하는 법.
검투사키우기에서 정령과 예속계약 맺고 오기.
무슨 공략이 이따위란 말인가!
“마크2같은 정령 없는 사람은 어떻게 공략하라고?”
알아서?
잘?
애초에 공략하라고 있는 보스가 아닌데?
방랑보스 2연전.
스토커와 파괴자를 동시에 상대하고 살아남았다.
병사 수천에 장수 하나와 맞바꾼 싸움.
그 정도 희생 따위, 손색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죽은 이들의 힘은 모두 진명을 바쳐 장수에게로, 장수에서 묵언검객에게로 이어졌으니까.
[필드 정복완료] [세력전략을 선택하십시오.] [이번 턴에는 2회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전략선택 횟수는 1회입니다.]【세력전략】
1. 회의(조언 얻기, 지도 확장)
2. 조사(정보 습득, 아이템 습득, 인재 발견)
3. 공격(필드 침범, 세력 확장)
4. 주둔(필드 수비, 부상 회복, 병력 확충)
5. 계략(이벤트 발동)
6. 외교(이벤트 발동)
7. 특수(이벤트 발동)
그렇게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 기회가 남았다.
군세의 손상을 수습할 수 있음에도 멈추지 않는다.
[▶공격] [▶균열이 이는 빙하지대를 향해 진군합니다.]대요괴가 거쳐간 길.
초토화된 필드 너머에 도사리는 후방의 거점.
그곳으로 향하는 지름길에 접어든다.
이런 건 이미 정석도 뭣도 아니다.
공략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이건 도망자 루트잖아. 대요괴를 피해서 도망쳐야 할 길을 왜 추적을 하면서 쓰고 있냐고!”
묵언검객만이 할 수 있는 공략.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그녀만의 길.
“난 이거 안해. 아니, 못해!”
마커스는 포기를 선언했다.
방송을 보는 대쉬맨이 전의를 고조시키는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3.
에스커의 유수.
대설산의 초입.
대설산.
그리고 빙하지대.
4개의 필드로 구성된 북부 대설산지대는 다양한 필드보스들이 유기적으로 이동하며 서로 연계전선을 펼쳐 적의 진군을 봉쇄하거나 도망자를 해치운다.
보통의 플레이어에게는 도주 끝에 마주한 설녀에게 눈물의 호감도작을 벌여서 간신히 추적대를 따돌리거나 산에 숨겨진 스킬과 전승을 배우는 장소.
도주 혹은 탐색.
최종보스 공략을 위해 좋은 의미로든 안 좋은 의미로든 피치 못하게 거치게 되는 장소다.
“이야. 필드보스 다 쓸려나갔다고 잔잔한 거 봐라.”
스피드마스터는 저렇게 고요한 빙하지대를 본적이 없었다.
영하 수십 도의 서릿발도 불지 않는다.
눈 한 점 내리지 않는 필드에서는 빙판이 균열을 일으키며 떨어져나간다.
묵언검객에게는 익숙한.
그녀를 따라잡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악몽같은 기억을 되새기게 만드는 광경.
스피드마스터도 그 광경이 무엇을 떠올리게 만드는지를 금방 깨달았다.
“이거 녹아내리는 대수림이랑 판박이잖아?”
대수림 스피드런ㅋㅋ
와! 묵언검객 따라잡기 아시는구나!
스센세가 스피드런을 참는다? 절대 무리죠?
여기도 늦으면 길 사라지는 거임?
지나가면 뭐 있음?
더 깊은 내륙으로 향하는 지름길 열림
저거 통과 못하면 최소 필드 7개는 빙 돌아감
턴 소모 오지겠네
이벤트 뜨면 한 번에 두세 개씩 필드 넘길 수도 있으니 잘하면 2~3턴으로 7개 필드 전부 통과할 수 있어
두세 턴도 못 참거든요
묵언검객 여기까지 와놓고도 아직 7턴 째임
돌았네;
스피드마스터는 호기심을 보였다.
혼자였을 때는 거침없이 대수림을 통과했던 그녀지만 지금은 대군을 이끌고 있다.
[모두가 함께 지나기엔 무리닷!] [희생을 각오하고 대열을 길게 늘여서 전진하거나 소수군단만 나아가는 편이 영리하닷!]강적의 위협을 받지 않는 뚜따는 고확률로 쓸만한 책략을 제시한다.
그런데도 희생과 분단을 전제로 하는 책략이 나왔다는 것은 그 이외의 방법이 없음을 의미했다.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함께 나아갈 인원과 남겨질 인원을 고르거나, 낙오자들이 속출할 것을 각오하면서도 지옥의 혹한기 행군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다.
쩌저적
“아니 저건 또 뭐야?”
빙판에 균열이 일면 낮고 평평하게 사출하는 기운으로 대지를 얼려 대군이 지나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튼튼하게 보강을 하고.
이미 끊어진 빙판과 빙판 사이는 강한 한기로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통과한다.
“아니 속성력 쓰는 검사 실화냐고.”
검투사키우기에서 한 차례 드러났던 솜씨.
검으로 수도 네오한양을 얼렸던 악명 높은 냉법검객의 진면목이 다시금 재현되었다.
“저거 원래는 필드보스랑 싸우고 힘으로 굴복시키든 설득을 하든 보스들 모아다가 다 끌고 설녀한테 찾아가서 담판을 지어야 겨우 견적이 나오거든?”
ㅖ
근데요?
“저 인간은 스토커가 여기까지 오는 길에 필드보스들 다 조져놔서 눈보라가 알아서 멎었어. 역으로 빙판이 녹는데 그걸 지가 틀어막아.”
자연재해(였던 것)
블리자드도 몰살당하기 전에 먼저 숨은 듯
기가 막히네
그래서 스센세는 이거 나중에 어떻게 따라하쉴?
ㄹㅇㅋㅋ
“일단 지면을 얼려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대군을 끌고 다닐 수 있는지부터 물어봐주지 않을래?”
대군을 이끌고 다니지 않으면 저렇게까지 어거지로 길을 얼려가면서 만들 필요가 없다.
‘저기까지 삼천 명만 남겨도 잘한 거겠네.’
후반필드에 진입하고도 병력이 십만을 넘는 묵언검객이 이상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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